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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퀘스트-99화 (99/160)

99화

에모르 제국. 포를 대륙 전부를 차지하고 거대한 제국이다. 원래도 대륙 유일의 제국이고, 적대할 자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1 대륙 1 국가 체제가 된 건 이번 황제에 와서이다. 이전에는 대륙 변두리에 자잘한 소국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밖에 제국에 대적할 만한 칸 왕국도 있었다. 하지만 제국의 25대 황제, 세베루스 황제는 즉위하자마자 칸 왕국과 전쟁을 시작하더니, 10년의 전쟁 끝에 칸 왕국을 제국의 아래에 복속시켜 버렸다. 그는 그 외 자잘한 소국들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소국들은 어차피 제국 아래 종속된 국가였지만, 그 이름조차 용납할 수 없다 하여 이름을 빼앗고, 신하로 받았다. 그렇게 대륙은 '에모르'란 이름 아래에서 하나가 되었다. 그 흔한 공국조차도 하나 없었다. 포를 대륙에 있는 나라라고는 오직 하나, 에모르 뿐이었다.

대륙일통. 정확하게 말하면 세계 정복. 인류가 인지하고 있는 세계는 포를 제국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것 같은 이상, 왕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것 같은 목표. 그걸 이룬 황제의 심정은 어떨까? 그건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밖에 없는 나나, 그 제국의 근위대장이긴 해도 고작 근위대장일 뿐인 리온이 알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우리로서는 짐작도 못 하겠지. 한 가지 확실한 건, 황제는 아직도 배고프다는 것이다.

황궁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근위대 건물. 근위대답게 장식이 적고 효율성이 강조된 건물이었다. 여차하면 요새로 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건물의 안도 장식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고, 그건 근위대장의 집무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대신 집무실 안은 역대 근위대장이 애용했던 무기들이 걸려 있어서 무기창고처럼 보이기도 했다. 리온은 황궁에 들어와 황제를 알현하고서 바로 이리 온 참이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그 만큼이나 체격이 좋은 남자가 책상에서 일어났다.

"오셨습니까, 리온 백작님."

"별일은 없었나, 세드릭."

"무슨 일이 있기야 하겠습니까. 대륙은 우리 거고, 반란의 조짐도 없는데요."

너스레를 떠는 부대장 세드릭. 그의 말처럼 대륙의 제국의 것이다. 적은 없다. 내부의 적도 없는 건 마찬가지다. 반란을 일으킬 만한 왕의 후손들은 전부 황제의 손에 죽었고, 백성들에겐 재물을 풀어 그나마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게 했다. 자연스레 황제의 권위는 이전 그 어떤 황제보다 높았다. 힘과 야망이 있는 신하도, 이번 대에 일을 일으킬 생각을 하기보다는 참고 다음 대의 황제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 시대다. 항상 긴장해야 할 부대장의 군기가 빠진 것도 당연하다.

"이계로 간 이들은 어떻게 됐지? 오늘 폐하께서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라 하셨다."

"이계? 아, 마법사들이 하는 실험 말입니까?"

"그래, 그 게이트가 마탑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휴가 기간에 화이트 이글 기사단 전부가 그 게이트로 들어갔다고 듣긴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나?"

"네, 그렇습니다. 오늘 점심이 되기 전에 마탑에서 다시 게이트를 연다고 했습니다. 소식이 있다면 그때 오겠지요."

이계.

대륙을 통일한 황제는 그걸로도 부족한지 이계 탐사를 명했다. 대륙을 통일할 때쯤에 나타난 한 마법사가 이계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 수 있다는 주장을 했고, 황제가 그걸 받아들여 이계로의 문을 연 것이다. 몇 년 동안 연구를 거듭하던 그 문이 열린 게 지난주였고, 리온은 집에서 화이트 이글 기사단이 그 문을 통해 이계로 향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그 일로 사람들은 기대감에 차 있었다. 이계에 대륙의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기대였다. 이계에 어떤 것이 있는지, 이계에 사는 존재는 얼마나 강한지 걱정하면서도 대륙을 일통한 에모르제국의 힘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리온은 기대보다 걱정이 컸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야망이 가득한 황제의 앞에 때맞춰 마법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끔찍한 일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황제가 나라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장면 같은 거 말이다. 그렇게 되면 끔찍한 참상이 대륙 곳곳에서 벌어지게 될 것이다. 황궁 근위대장인 그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인간으로서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 오늘 그 주변에 근위대를 더 배치해야겠군."

"안 그래도 그 일에 관련된 공문이 내려와 있습니다. 이거 휴가 복귀하자마자 복잡한 일을 떠맡으시겠군요. 왠지 미안해집니다."

"네 일을 다 했으면 미안할 거 없다. 빼놓은 게 있다면 지금 자진 납세하도록. 나중에 내가 발견하면 각오를 해야 할 것이야."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렇게 보여도 대장님의 부하가 된 지 벌써 10년입니다. 그런 거 하나 모르겠습니까?"

"좋다. 그러면 가 봐. 어제 당직이었으면 쉬어야지."

"그 명, 흔쾌히 받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리온은 세드릭이 나간 집무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계라... 이번은 거기에서 일이 벌어질 모양이다.

+ + +

리온은 폐하의 명도 있고, 오랜만에 몸이나 움직일까 하여 게이트가 열리는 장소에 직접 가기로 했다. 마탑 서쪽에 있는 정원 일부를 밀고 만든 임시 연병장 중앙에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곳에는 아까부터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그 마법진을 빙둘러 선 채, 정체 모를 주문을 외웠다. 그는 마법진이 한눈에 보일 수 있게 설치된 간이 망루 같은 곳에 서서 그 장면을 보는 중이었다. 검은 콧수염이 인상적인 황궁 마법사탑 로드, 케니스가 함께였다.

"저쪽에서 무언가 넘어올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완벽히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쪽에서 신호를 주고, 저쪽에서 호응해야 문이 열립니다. 무언가가 넘어올 위기 상황에는 호응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일단 그런 위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계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니 확신할 순 없죠."

"그럼 좀 더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연병장의 한쪽에는 근위병 백인대 2개와 마법사단 2개가 만약을 대비해 정렬하고 있었다. 게이트를 여는 데 참여하는 마법사의 수까지 포함한다고 하면, 바로 동원할 수 있는 황궁 전력의 절반 정도는 여기 모여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준비는 언제나 부족한 것. 이계에서 무엇이 넘어올지 모르는 한 더 준비해서 나쁠 것이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황제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가 옆에서 보아온 황제는 그 어느 것에도 방심하는 법이 없었으니까. 이 정도의 준비를 지시한 것도 황제의 준비 때문일 거로 그는 짐작했다. 마탑 로드 케니스는 그의 말을 웃으면 넘길 정도로 긴장감이 없어 보였다.

"하하하. 이렇게나 모여 있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소규모로 시험해 본 결과, 저쪽 세계에 큰 위협은 없는 걸로 판명되었습니다. 물론 일말의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그래서 이렇게 모인 것 아닙니까? 백인대 2개와 마법사단 2개라니, 이 정도면 웬만한 소국은 멸망시킬 전력입니다그려."

케니스의 말처럼 여기 모여 있는 전력은 적지 않았다. 그 이상 모으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황제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리온은 이걸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승리에 길들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나마 패배를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리온은 이 장소의 분위기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여기 있는 전력이 상대하지 못할 적이 나온다면, 그건 제국의 멸망이나 마찬가지다.'

리온은 망루 아래에 있는 부관을 불러, 지금 즉시 매튜 공작과 패트릭 공작을 불러오라고 명했다. 책임은 자신이 질 테니 황명이라고 하고 무조건 불러오라 했다.

잘한다. 이번 퀘스트가 뭔진 아직 모르지만, 분명 저 게이트랑 관련된 일일테니, 전력이 상승하는 건 좋은 일이겠지. 그리고 두 공작과 리온까지 합치면 제국에서 제일 강한 자가 다 모인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이걸로 퀘스트가 싱겁게 끝날지도 모른다. 아니지, 그럼 싸우는 게 아닐 수도 있는 건가?

어쨌거나 어느 쪽이든 이번 퀘스트는 죽지 않을 것 같다. 다행이다. 초보자 보호 기간이 끝났는데, 굳이 죽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럼 내일 유비에게 연락할 일도 없는 건가?

하지만 모든 게 내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았다. 두 공작은 황궁 밖에 거주 중이고, 마탑까지 오려면 최소 삼십 분은 걸린다. 그런데 게이트는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로드 케니스, 저쪽에서 응답이 온 거요?"

"그렇습니다. 이제 곧 게이트가 열리겠군요."

"멈출 수는 없소? 아무래도 무언가 불안하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렇게나 전력이 모여 있고, 제국 삼대검 중 하나인 당신이 있는데 왜 그러십니까? 그리고 지금 멈추기는 늦었습니다. 신호에 응답하면 바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저기, 보십시오. 문이 열립니다."

찌지지직.

마법진이 새겨진 홈을 따라 검은 번개가 날뛰었다. 그러더니 한줄기로 모여 마법진 안, 원 모양의 공터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부위의 땅이 파이고 흙이 날리거나 하지 않았다. 대신 허공에 쐐기꼴의 검은색 일렁임이 생겨났다. 그 검은 물결은 번개와 함께 북에서 남으로 이동했다.

'아직 두 공작님이 오시려면 20분 이상 남았는데...'

검은 물결은 세로로 원을 한 번 가른 후에 좌우로 영역을 넓혔다. 미닫이문이 열리듯, 마법진 안에 공터는 서서히 사라지고, 깊은 어둠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찌지지직.

"완전히 열린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제 저쪽에서 마법사나 기사가 넘어올 겁니다. 주의하십시오, 혹시라도 저 원에 닿으면 저쪽 세계로 넘어가 버리니까요. 한 번 넘어가 버리면 돌아오기 좀 귀찮답니다."

문이 완전히 열렸다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케니스의 태평한 목소리가 들리자 리온도 긴장을 살짝 풀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검은색 게이트가 불안해 보였지만, 이번 퀘스트도 전투보단 머리를 쓰거나 설득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다.

어둠은 그 순간을 노렸다.

게이트의 한가운데에서 검은색 줄기가 레이저처럼 뻗어 나왔다. 처음에는 검은색 게이트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리온의 두 눈은 움직임을 분간해내었고, 몸을 틀어 회피 동작에 들어갔다. 동시에 케니스를 밀쳤다. 레이저는 두 줄기였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그 순간에 떴다.

[열한 번째 퀘스트, 두 공작이 올 때까지 황궁 근위대장 리온을 지키세요!]

빌어먹을! 이제 뜨는 거냐!

내가 지금 리온의 몸을 움직이는 건 위험이 더 컸기에 리온을 믿었다. 어차피 나보다 리온이 더 전투에 익숙하기도 하고.

기대대로 리온은 첫 레이저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레이저는 어깨 갑옷을 완전히 녹이고, 살갗을 태운 다음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아픔을 인지할 새는 없었다. 어느새 복부에 큰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뭐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

리온의 의문처럼, 공격은 은밀하게 복부를 관통했고, 그건 분명 죽음에 이를 상처였다. 그런데 적은 그걸로 넘어가지 않았다. 목을 뚫고 검은색 기둥이 솟아오르는 게 마지막으로 눈에 맺혔다.

뒤였군.

그걸로 리온은, 나는 죽었다.

+ + +

[강민! 괜찮나! 강민! 정신 차려, 강민!]

============================ 작품 후기 ============================

원고료 쿠폰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공백은 의도한 겁니다. 그리고 공백 넣어봐야 0.04kb 정도 상승하는 게 다입니다. 용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원래는 '미ㅏㅇ러ㅣ마얼;ㅣㅏ멍리ㅏㅓ배ㅑㅈ더기ㅏㅁ허ㅐㅑ머ㅑ어;라미ㅓ대갸벚댤' 이런 걸 수십 줄 넣어볼까 했는데..... 이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밤샜더니 지금 제 정신이 미;ㅇ라ㅓ미;ㅏ어라ㅣ멍리ㅏ머ㅣㅏㅇ러미ㅏㅇ러ㅣ마ㅓㅇ랴머이라머이ㅏ러미ㅏㅇ러미ㅏㄹ 이런 상태입니다. 하하하하100편은 정말 어렵군요.

'얼음'은 정말 강한 능력입니다.... 왜냐면, 제가 그렇게 설정했으니까요..우하하하. 그렇다고 투명 드래곤 식은 아닐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얼음'을 비롯해 다른 능력들에 대해서는 차차 나올 겁니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시길!

댓글과 추천을 기다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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