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개의 퀘스트-70화 (70/160)

70화

큰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그레이의 예상보다 커서, 브레스를 밀어낸 것도 모자라 드래곤도 레어쪽으로 살짝 밀려나게 했다. 그 반대쪽에 모여 있던 동료들이 날아간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레어 입구를 둘러싸고 있던 숲도 싹 밀려났다. 그로인해 드래곤과 그레이 파티의 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던 이곳이 폭심지를 중심으로 해서 깨끗해졌다.

그 중심에서 놀란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게 어스 드래곤과 그레이였다. 드래곤은 ‘인간이 제법이군.’ 정도의 감탄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그레이는 자신이 한 일에 자신이 놀라고 있었다.

원래 그의 각오대로라면, 폭심지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힘이 부족한 그가 브레스를 뒤집을 만한 폭발을 만들어내려면 생명까지 태워야 했고, 당연히 자신을 보호할 힘 따위는 남겨둘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힘을 써도, 써도 힘이 더 솟아났다. 그래서 폭발도 예상보다 강해졌고, 폭발에서 날아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도 힘을 썼다.

‘내가 이렇게 강했나?’

그는 그 후에도 녹초가 되지 않고, 아직 움직일만한 몸 상태를 느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우리가 강한 거지.’

그레이의 생각을 내가 정정해 주었다. 그의 힘이 강한 게 아니었다. 그가 가진 힘은 딱 그가 예상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는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천강지체.

365일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는 설명이 붙어 있는 그 신체의 효과가 만들어낸 거였다. 그러니 그가 아니라, 우리가 강한 거다.

‘너는? 어? 왜, 내 몸이?’

‘거기서 잠깐만 있으라고, 드래곤 따위는 내가 처리해 줄 테니까.’

‘……안 돼! 도망쳐, 다 죽을 뿐이야.’

그의 걱정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있었다. 테하누 밤의 위력은 강력했지만, 헬 파이어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스 드래곤은 그 폭발에 밀려났다. 그 말인즉, 헬 파이어에 맞으면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시간만 끌어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4명의 동료들이 약하다 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기지 못하더라도 도망칠 수는 없었다. 어찌됐건 퀘스트는 끝을 내야 하니까.

“다들 언제까지 누워 있을 거야! 일어나! 일어나서 공격해! 드래곤이 뭐 별거냐!”

‘너, 무슨 말을……! 지금이 도망칠 기횐데…….’

몸의 통제권도 빼앗기고, 자신의 계획과 다른 말을 하는 나 때문에 그레이는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하고 나를 방해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그의 생각과 기억을 탐색하며 드래곤의 뒤를 잡기 위해 뛰어갔다.

퀘스트도 벌써 일곱 번째, 평행 세계의 ‘나’가 가진 기억을 읽는 게 나날이 쉬워졌다. 평생 세계라고 인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리디아는 눈을 노려! 메이슨은 그 철판때기 버리고 나무라도 던져! 션은 내게 강화를! 에비게일은 한방을 노리지 말고 무빙 캐스팅이라도 계속 공격해!”

조금 전까지 파티의 분위기는 침울했었다. 공격은 잘 안 통했고, 드래곤의 마법엔 계속 당했다. 브레스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장담하며 공을 들여 만든 방패는 단 두 번에 아작이 났다. 실패, 후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팽팽하던 균형이 한 번에 무너져 브레스에 그 목을 들이댄 형국이 된 건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안 그래도 평소같이 움직이기 힘든데, 사기까지 바닥이니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일부러 더 큰 소리로 동료들에게 지시를 했다. 이대로라면 될 일도 되지 않을 게 뻔했으니까.

효과는 있었다. 그레이의 파티는 그레이가 중심, 그가 버티고 있으면 어떻게든 진정이 된다. 패색이 짙은 전투였더라도, 그레이가 나서서 이긴다고 했으면 결국 이겼던 거다. 몇 년을 같이 뒹굴며 쌓아온 신뢰가 그들을 다시 한 번 묶어 주었다.

탕.

눈꺼풀과 쇠로 된 화살촉이 부딪힌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았지만, 분명 거기에서 난 소리였다. 리디아의 화살은 정확하게 그 눈을 노렸는데, 강철 같은 눈꺼풀에 막히고 만 것이었다. 그래도 일순 드래곤의 시야를 제한하는 데는 성공했다.

나는 그 사각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르압!”

메이슨은 괴상한 기합을 지르며 자기 몸보다 큰 돌덩이를 던졌다. 돌로 이루어진 어스 드래곤의 표피에 큰 충격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게 한두 개가 아니라면 드래곤도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메이슨은 믿기지 않는 속도와 힘으로 돌이든 나무든 미친 듯이 던져댔고, 드래곤은 마법의 장벽을 펼쳐 막아야만 했다.

나는 그 정신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찌지지직!

나보다 먼저 그 빈틈을 파고 든 건 에비게일의 마법이었다. 에비게일의 손에서 번개의 줄기가 나와 드래곤의 뿔에 직격했다. 그렇지만 직격만 했을 뿐, 큰 타격은 주지 못했다. 어스 드래곤은 돌 갑옷을 두르고 있었고, 기본 마법저항력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드래곤은 머리를 한 번 털어내는 것으로 그녀의 마법을 흩어내 버리고는 그녀를 향해 입을 벌렸다.

“이따위 것! 크라라랑!”

드래곤의 입에서 레이저 같은 브레스가 나왔다. 전력을 다한 불꽃 브레스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힘을 모아 견제용으로 쓰는 공격 기술이었다. 물론 드래곤 입장에서나 견제지, 인간 입장에서는 그거나 그거나였다. 다만 이건 막을 수 있었다.

마법을 쓴 후라 미처 피하지 못한 그녀의 앞을 션이 가로 막았다. 그의 앞에는 신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흰 막이 있었다.

부윙!

레이저 브레스와 신성방어막이 부딪히자 신기한 소리가 났다. 둘 다 물리적인 물질이 아니기 때문인 듯했다.

내가 공격에 들어간 건 그 때였다.

드래곤이 이상한 공명음에 신경이 빼앗기고, 레이저 브레스에 힘을 쏟는 사이에, 그 꼬리 부근에서 힘껏 뛰어 골반 부분까지 한 번에 도달했다. 내 검에는 있는 힘껏 불어넣은 기가 우윳빛 검날을 형성하고 있었고, 나는 그 검을 꼬리와 몸통의 접합부에 깊게 찔러 넣었다.

푸우욱.

강철과 부딪혀도 칼날이 상할 드래곤의 돌피부를 검은 삶은 감자 파고들어가듯 들어갔다. 그런데 그것도 순간일 뿐, 드래곤의 의식이 집중되자 검의 진로에 강력한 벽이 생겨 버렸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도 강력한 저항이었다. 검은 날 끝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야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꼬리를 완전히 잘라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드래곤의 대응이 매우 빨랐다.

드래곤은 검이 찔려지자마자 몸통을 비틀며 그 위에 있는 나의 균형을 무너뜨리려 했고, 내가 피함과 동시에 그 위치를 파이어 애로우로 공격했다. 조금만 검을 빼내는 게 늦었다면, 피하는 게 늦었다면 꼬리에 검을 박은 채 죽은 건 나였을 것이다.

그래도 사각에서부터 공격해 들어오던 위협적인 꼬리가 반쯤 잘려 덜렁댔다. 이쯤이면 큰 성과다. 효율 좋은 드래곤의 회복 마법이라도, 저 상처를 치유하는 건 쉽지 않을 터였다. 저게 첫 상처라면 가능했겠지만, 공방이 이어진 게 벌써 1시간이다. 그동안 드래곤이 큰 상처를 입은 것만 해도 두 손으로 꼽아야 했다. 몸도 정신도 온전한 상태가 아닐 것이다.

물론 그건 우리 쪽이 더 심했다. 모두들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그렇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며 활줄을 튕기고, 나무를 들고, 캐스팅을 하는 중이었다. 나도 그랬다. 방금도 힘이 남아 있었다면 테하누 밤의 마이너 버전으로 꼬리를 완전히 날려 버릴 수 있었을 텐데, 체력이, 기가 부족해 할 수 없었다. 천강지체의 보정이 있었지만, 미숙한 검술 수준으로 쓰는 비기는 꽤 많은 기를 앗아갔다. 남은 걸로는 꼬리를 반쯤 자르는 게 전부였다.

진흙탕 싸움이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유리한 건 드래곤이 맞았다. 그 체력은 끝이 없을 테고, 그는 협공을 당하는 와중에도 교묘한 공격으로 다섯 명을 한 곳에 모이게 만들 지능과 여유가 있었다. 그 기회는 나의 등장으로 무산됐지만, 또 못하란 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 파티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 함정을 막아냈지 않은가? 그리고 드래곤에게 상처를 입힐 공격력도 있었다. 어린아이에게 들려 있어도 칼은 칼, 해를 입힐 수 있다면 언제든 이길 수 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위치에다가 칼을 찌르기만 하면 그게 신이라도 죽는 게 세상의 이치다.

“하등한 것들이!”

드래곤이 화를 내며 꼬리로 나를 공격해왔다. 너덜거리는 꼬리를 그렇게나 움직일 수 있는 건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다. 드래곤의 육체는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인가 보다.

속도가 줄긴 했어도 여전히 위력적인 그 꼬리를 보며 동료들에게 눈짓을 했다. 이번엔 내가 미끼가 되어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그럼 자연히 공격은 에비게일이 맡게 된다. 우리 중에 드래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이는 나와 에비게일 밖에 없었으니까.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는 거지? 넌 뭐냐? 악마가 아니라면 지금 도망쳐 줘. 다 도망가야 해. 이길 수 없다니까!’

‘최고의 헌터라는 인간이 그렇게 패기가 없어서야. 승리가 눈앞인데, 거기서 도망치는 게 네가 살아온 방식인가?’

마음을 되돌리길 바라며 조금 강하게 얘기했다. 그의 방해가 있고서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다. 지금은 그의 방해가 좀 더 아슬아슬하게 꼬리를 피하게 해 줘서 드래곤을 유인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건 너무 아슬아슬했다.

가능성은 있었다. 그는 진취적인 사람이니까. 그가 여태껏 살아온 방식이 그거니까. 곧 마음을 돌리고 나와 함께 드래곤을 상대할 거라 생각했다.

‘안 돼! 이건 미친 짓이야, 넌 저 드래곤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군. 이것도 함정이라고, 빨리 피하는 게 좋아!’

‘응?’

그 때서야 나는 그의 감정과 제대로 마주쳤다. 퀘스트에 들어온 지 이제 겨우 10분 남짓이다. 그동안 읽을 수 있는 기억의 양은 예전보다 늘어났고 그 속도도 빨라졌지만, 여전히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그가 현재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더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제되고 미화되지 않은 날 감정을 받아들이다 보면, 내가 그인지, 그가 나인지 잘 모르게 되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래서 그가 드래곤에 대해서 품고 있는 두려움을 피상적으로만 받아들였다. 그 겉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는 생물이 아닌가? 드래곤이니까, 교활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만한 힘이 있으니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드래곤에 대해서 가장 잘 알 사람은 눈앞에서 몇 십분 동안이나 피 말리는 싸움을 해온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쉽게 단정했다.

그 부주의함, 실은 나를 지키기 위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주의함의 결과는 금방 드러났다. 내가 그의 감정에서 드래곤에 대한 깊은 두려움과 절망, ‘마치 우리를 가지고 노는 것 같다.’란 느낌과 근거를 읽어내는 그 순간에, 드래곤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푸직.

나무토막이 부서지듯, 에비게일의 몸은 반으로 꺾여서 기역자를 이루었다. 그 기역자 사이에는 드래곤의 머리통이 있었고, 그 다음 순간에 에비게일의 기역자 몸은 날아가 나무 잔해 사이에 처박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드래곤은 꼬리로 나를 공격하며 머리와 마법으로 메이슨과 리디아를 동시에 견제 중이었다. 에비게일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야 있었겠지만, 공격하러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껏 드래곤이 머리 박치기 같은 걸 한 적은 없었으니, 그런 걸 상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기껏해야 레이저 브레스일 거고, 그 공격은 피하거나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래곤은 모든 예상을 깨고서, 에비게일에게 돌진해 머리로 그녀를 날려 버렸다. 그 와중에 메이슨의 공격은 그 등짝을 난타했고, 리디아의 화살은 그 눈동자를 스쳤지만, 드래곤은 아랑곳 않고 에비게일을 날려 보내는 데 집중했고, 그 의도는 정확하게 성공했다. 션이 막을 틈도 없이 에비게일은 즉사해 버린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슬로우 비디오로 보고 있었다.

시작은 꼬리 공격이 느슨해지는 것부터였다. 공격이 느슨해지는 만큼 마법 공격이 더해지리라 여겼고, 그레이와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누며 그에 대비했다. 그레이가 함정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이런 건줄 알았다. 꼬리를 미끼로 하고 마법으로 나를 치는 일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기다려도 마법 공격은 오지 않았고, 그레이의 감정과 제대로 마주하는 순간에 드래곤의 꼬리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슬로우 인데도 무지하게 빨랐다.

메이슨이 던지는 나무 화살이 그 등판을 때리며 돌 갑옷이 일부 부서졌다. 가루가 공중에 날리며 시야를 방해했지만 이어 움직이는 꼬리가 돌풍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보였다.

리디아가 쏜 화살은 시야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동시에 드래곤의 왼쪽 눈에서 피가 튀었다. 인간의 입장에서야 대형 출혈이지만, 드래곤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아주 약간의 출혈이었다. 그걸로 드래곤은 멈추지 않았다.

션이 달려오는 것도 보였다. 에비게일은 완전히 내 반대쪽에 있었고, 공격할 준비를 하며 숨어 있었다. 오히려 션이 밖으로 드러나, 드래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중이었다. 그래서 션은 에비게일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드래곤의 돌진을 보자마자 뛰어 온 참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느렸다. 너무 느려서 드래곤이 에비게일 코앞에 다다랐을 때도 5m 정도가 모자랐다.

결국 드래곤은 핏 방울을 뒤로 날리면서 그 주둥이를 창처럼 해 에비게일을 찔러 버렸다. 둘의 크기를 생각하면 ‘찔렀다’란 표현보다는 ‘때렸다’란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그녀의 하반신을 때린 드래곤의 얼굴.

꽤나 볼품없는 모양새였다. 그 누가 드래곤이 저런 꼴로 공격을 할 거라 생각한단 말인가. 머리의 뿔로 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빠르게 닿기 위해서 길게 튀어나온 코와 주둥이를 이용한 것이다. 고고한 척 하며 인간을 하등한 것 취급하는 드래곤이 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자세였다. 도마뱀도 하지 않는 공격인 것이다.

그만큼 몰렸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주둥이의 길이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닿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랬던 거겠지. 에비게일은 마법사고, 마법사에겐 그만한 공격만 해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효율을 따지며 완벽한 공격을 할 마음이 든 상태니, 허세부릴 상대는 아니라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헌터 파티로서, 드래곤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건 기뻐해야할 일이다. 그 말은 조금만 더하면 드래곤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니까. 드래곤을 잡는 건 모든 헌터의 꿈이 아니던가?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나는 왜 그녀의 상체가 순간적으로 밀려나는 하반신과 연결을 유지하지 못하고 기역자로 꺾이는 장면을 천천히, 그 소리가 내 귀에 웅웅 울릴 정도로 천천히 보고 있어야만 할까.

비명도 없이, 웃음도 없이, 놀란 얼굴 그대로 멈춰 있는 그녀의 얼굴을, 예지를 닮은 그 얼굴을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에비게일이일!”

그레이의 정신이 전면에 나왔고, 나는 그걸 막지 않았다.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 둘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주신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은 새로 찾아주신 분들이 많네요.

선작수가 평소보다 조금 더 늘었다는 이야깁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빠져나가는 사람 수가 줄었다는 이야기일수도.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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