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개의 퀘스트-62화 (62/160)
  • 62화

    <회현>

    [퀘스트를 깨고 보상을 받으세요! 100개의 퀘스트를 깰 수 있다면 당신은 이 세상의 영웅이 될 것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셨다면 ‘시작’이라고 말씀해 주세요. 여섯 번째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었지만, 시작하기 전엔 내 몸도 아니고, 움직일 수도 없으니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 그래도 생각은 가능했다.

    [평행 세계인 거야?]

    [맞습니다.]

    [어째서?]

    하지만 기다려도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지식에 관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건지도. 그렇게 혼자 추측하는 데, 거기에는 또 반응했다.

    [그렇습니다.]

    ……좋아, 이 정도라도 감지덕지다. 아예 모르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 메시지 뒤에는 흙이 있었다. 어둡고 가까워서 처음에는 그게 흙인지 알지 못했다. 존은 하늘을 보고 있더니, 이번엔 땅에 얼굴을 묻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도 먼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그저 시작이라고 할 밖에.

    “시작.”

    이마와 코에 거친 감촉이 느껴졌다. 어째서 누워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무작정 일어날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인 지 아예 모르니까.

    일단은 온 몸의 감각이 정상인 지부터 확인했다. 발가락, 종아리, 허벅지, 배, 손가락, 팔뚝, 그리고 어깨까지 원하는 대로 근육이 수축했다. 조금 힘이 드는 느낌은 있었지만, 몸엔 이상이 없어 보였다.

    눈은 잘 보였고, 코도 이상은 없었다. 땀 냄새 같은 게 났다.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 소리도 없었다. 바람 소리나, 숨소리조차도. 나 혼자만 있는 걸까?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만을 좌우로 움직였다. 갈색 벽이 보였다. 동굴인가? 팔에 힘을 주며 상체를 일으켰다. 앞에도 갈색 벽으로 막혀 있었다. 그럼 뒤는? 동굴이라면 한쪽은 뚫려 있겠지.

    그러나 뒤 역시 갈색 벽, 흙과 돌로 이루어진 벽으로 막혀 있었다. 벽은 꽤 매끈했다. 아무래도 자연적인 구조물은 아니 듯했다.

    천천히 일어나는데, 온 몸에서 삐걱 삐걱 댔다. 엎드린 자세로 있었던 게 꽤 긴 시간이었나 보다. 갑자기 피가 통하면서 신경이 저릿저릿해졌다.

    주변은 밝았다. 빛의 근원은 천장에 있었다. 동그랗게 생긴 광원이 붙어 있었다. 매끄럽게 생긴 표면은 유리나 수정으로 만든 것 같았다. 동력원은 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마법일 확률이 가장 높겠지만, 혹시 전기일지도 모른다. 이제껏 지나 온 퀘스트와 평행세계들이 다 중세풍이긴 했지만, 평행세계가 그런 것만 있으란 법은 없으니까. 내가 사는 세계만 봐도, 과학이 발달한 곳이지 않는가.

    그 의견이 그저 추측이 아닐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해주는 게 이 몸의 옷차림이었다. 상하의로 나뉘어 져 있는 면 소재의 옷은 가볍고, 디자인이 깔끔하고, 색감이 화려했다. 보라색 티셔츠라니, 중세시대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주변 환경에 대한 일차적인 파악을 끝냈지만, 현 상황에 대한 파악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갇힌 듯한 모양새라는 건 알겠는데, 그 이유는 어떤 것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찌뿌둥한 몸을 풀면서 이 몸의 기억, ‘이 세계의 나’가 쌓아온 기억의 문을 두드렸다.

    + + +

    “얘들아, 그 이야기 들었어?”

    “응? 무슨 이야기?”

    주근깨가 얼굴에 가득한 한 소녀의 말에 함께 대화를 나누던 여학생 3명이 그녀를 돌아봤다. 그 중 한 명, 안경을 낀 소녀가 화답했고, 다시 주근깨 소녀의 말이 이어진다.

    “유적 말이야, 유적.”

    “유적이라면 동네 뒷산에서 나타났다는 거?”

    이번에 맞장구 친 건 긴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소녀였다. 그녀는 소녀답지 않은 성숙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래, 그 유적에서 수정이 나온다나 봐.”

    “수정?”

    의문을 던지는 마지막 소녀는 밝은 갈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체구도 작고 눈이 커서 이 반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스코트를 맡고 있었다.

    “응, 수정. 그런데 그게 다이아몬드보다 예뻐. 봐봐 여기.”

    주근깨 소녀가 호들갑을 떨며 자신의 폰을 내밀었다. 액정에는 사진으로 봐도 영롱한 빛을 띠는 수정 덩어리가 나타나 있었다. 그건 그녀의 말처럼 다이아몬드보다 다채로운 빛을 냈다. 주근깨 소녀의 과장된 목소리에 적당히 호응해주던 다른 세 사람의 눈도 빛나기 시작했다.

    “우와아.”

    “진짜 예쁜데?”

    네 사람은 이 반의 유명인이었다.

    먼저 주근깨 소녀는 정보로 유명했다. 어디선가 이상한 정보들을 물어와 반에 퍼트리는데, 파급력이 상당했다. 대부분은 ‘그게 뭐야’하고 넘어갈 쓸데없는 이야기였지만, 그 중에는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의 뒷이야기라든가, 학교 선생님들의 숨겨진 이야기라든가 하는 것들이 있어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소녀는 외모로 유명했다. 긴 생머리에 청순하게 생긴 얼굴만으로도 남학생들에게 여신 소리를 들을만했는데, 거기에 몸매도 모델 뺨칠 정도로 착했다. 길거리에서 모델 제의를 받은 게 두 자리가 넘는단 제보도 있었다. 그녀는 이 반 만이 아니라, 전교에서도 미인으로 유명했다. 암암리에 매겨지는 학교 미모 랭킹에서 1, 2위를 놓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모르고 있었겠지만.

    갈색 단발머리 소녀 역시 외모로 유명했다. 같은 외모였지만, 긴 머리 소녀와는 그 방향이 조금 달랐다. 긴 머리 소녀가 소녀답지 않은 성숙한 이미지를 자랑했다면, 이 소녀는 정반대의 미, 어린아이의 순수함으로 승부했다. 큰 눈과 바가지 머리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그녀를 귀여움의 대명사로 여겨지게 했다. 적어도 이 반 안에서 만큼은 말이다.

    마지막으로 안경 소녀는 네 사람의 소꿉친구이기 때문에 유명했다. 위 세 사람에 비하면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유였지만, 때로는 그런 식으로 유명해지는 법도 있는 법이다. 네 사람은 유치원 때부터 붙어 다닌 걸로 유명했으니, 그 사이에 끼인 한 명을 빠트리는 건 좀 이상하니까. 이게 돈이 걸린 문제라면 또 다를지 모르나, 여기는 아직 고등학교다. 게다가 유명하다고 해야 고작해야 반 수준이고.

    그런 네 사람의 대화는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도청 당하기 일쑤였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폐쇄적인 곳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네 사람의 대화엔 들을 만한 유익한 정보도 있었고, 설레게 만드는 미인의 웃음과, 엄마미소를 짓게 만드는 소녀의 행동도 섞여 있으니 이래저래 집중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들려서 들은 게 아니라, 일부러 찾아 듣게 되고, 주목하게 되는 게 그녀들의 대화였다. 지금도 교실에 있는 학생들 중 반쯤은 자신의 일을 하는 척 네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있는 회현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책을 읽는 척 하면서 힐끔힐끔 네 사람이 있는 곳을 보았고, 또 대화에도 집중하고 있었다. 자리가 크게 멀지 않아, 소리를 듣는 데엔 무리가 없었다.

    그 중에 한 장면, 그가 책을 읽는 위장을 멈추게 한 게 있었다.

    “우와아.”

    소녀는 작게 벌린 입을 손으로 가리고는 그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는 액정을 보았다. 안경 너머 눈빛이 반짝였다. 그 눈빛에 그의 몸이 멈췄다. 저 눈빛이 그를 보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슴이 떨렸다. 눈이 마주칠 수도 있으니 고개를 돌려야겠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을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회현은 네 사람 중에 가장 유명하지 않은 소녀, 안경 낀 혜선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른 세 사람에 약간 묻힌 감이 있을 뿐, 그녀도 은근히 인기가 있었다. 시작은 다른 이유였지만, 그 인기와 관심을 유지하게 한 건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다. 그녀의 안경 아래에 가려진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은 꽤 많았고, 그녀의 지적인 면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녀는 전교에서 1, 2등을 다투는 수재였다.

    띵.

    “뭐야, 벌써 시간이 다 된 거야?”

    “너무 짧아.”

    쉬는 시간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종에 모두가 분주해졌다. 대화를 나누던 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고, 다음 수업에 대비했다.

    그 와중에 단 한 사람, 회현만은 혜선을 보던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는 오로지 혜선의 눈빛을 보고 있었기에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실망이 깃드는 것을 보았다. 그 눈빛은 그에 관련되어 있지 않은 그도 처량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그는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고 나서야 자세를 바로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몸 뿐, 머릿속에선 다른 생각이 한창이었다.

    ‘수정이라고?’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양이 적지만, 이거라도 올리지 않으면 더 진행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올립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별 게 아닌데, 글이 참 진행이 안 되는 군요....

    이런 식으로 발작을 일으킬 때가 있으니,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중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흑월접 누군가가 존과 테디오를 본다면 같은 사람이다 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shadowx 마법도 처음부터 시작하면 다 배울 수 있습니다. 파이어 애로우를 배우고, 볼을 배우고.... 뭐 이런 식입니다. 반대로 검술도 최종 기술만 날름 배울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마법 보다 검법을 배우게 된 건 일단 검에 마음이 빼앗겼기 때문이고, 마법을 최종기만 배운 건 금방 쓸 힘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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