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개의 퀘스트-50화 (50/160)
  • 50화

    <존>

    [상황 파악 Master]

    [전략 수립 Master]

    [전술적 재능 Master]

    [관찰 lv.9]

    테디오의 [지능 lv.9] 카테고리 아래에는 위와 같은 재능들이 들어 있었다.

    [전장 지휘 Master]

    [부대 사기 Grand Master]

    [백병전 Master]

    [보병방진 Master]

    [기병 돌격 lv.8]

    [전쟁 Master] 카테고리에도 역시 절정에 이른 능력들이 그 존재를 과시했다.

    무시무시한 레벨이었다. 이러니 테디오가 악마의 두뇌, 천재적인 장군이란 평을 듣는 거겠지. 그의 머리를 완벽하게 쓸 수 없었음에도 불리한 전투에서 연달아 이겼을 정도니, 그가 직접 병력을 움직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1만으로 10만을 이기는 기적 같은 건 한 번 보고 싶은…… 건 옛말이다. 이건 게임이 아니니까. 웬만하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 게 좋겠지. 내가 그 전장 안에서 적을 베고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멀리서 전쟁을 보는 건 크게 하고 싶지 않다. 제정신인 상태에서 죽기 직전의 비명을 듣고 있으면 심장에 좋지 않다.

    [화염 내성 Master]

    그 외에 특이할 만한 기술은 화염 내성이었다. 용암의 샘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 헛되지 않은지, Master 레벨이었다. 이 정도면 그의 기억에서처럼 파이어 마법에 피해를 입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그렇게 높은 전쟁 관련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화염 내성 능력이 따로 필요했다. 전쟁이란 역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소드 마스터가 나와서 무쌍을 찍는 세계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건 베르트랑에게도 어려운 일 아닐까? 그도 혼자서 만 명이상의 병력을 당해낼 수는 없을 게 자명하다.

    그런데 거기에 요한의 체력이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혼자서 10만 대군을 쓸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고, 얼마 후엔 시험해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게 바로 나니까. 아직까지는 미약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 정말 무쌍을 찍을 수도 있다.

    이번에는 뭐를 배울까.

    이것저것 돌아봤지만, 딱히 배울만한 능력이 보이지 않았다. 지능 같은 걸 가져오는 건 꽤나 괜찮은 것 같지만, 내 지능 레벨도 7이니 효용성이 떨어진다. 나중에는 올릴 수 있겠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렇게 되면 테디오에게선 배울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의 능력은 무력이 아니라 지력과 전쟁인데, 지력은 아직 필요를 못 느끼고, 전쟁은 더 모르겠다. 퀘스트에 따라 부대를 지휘하기야 하겠지만, 그게 앞으로 몇 번일까?

    게다가 내 [전쟁] 카테고리 전체 레벨은 꽤 높다. 레벨 5? 레벨 5면 일반인 수준은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한 때 전략 시뮬에서 날라 다녔던 탓일까? 결국 프로게이머는 되지 못했지만.

    [체력 Master]

    [기본 검술 lv.8]

    결국 이 두 개 중에 하나를 골라서, [천강지체 lv.1]과 [라이트닝 소드 lv.3]을 올리는 선택이 가장 나아 보였다.

    체력을 끌어오면 [천강지체]가 레벨 6 80%까지, 기본 검술을 끌어오면 [라이트닝 소드]가 레벨 5에 26%까지 오른다.

    둘 다 매력적이지만, 고민 끝에 이번에는 체력을 올리기로 했다. 내 검술 재능이 8이라면, 라이트닝 소드 레벨은 앞으로도 얼마간은 잘 오를 것이다. 현실에서 하는 수련도 아직 효과가 있고 말이다.

    반면에 천강지체 레벨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이번 퀘스트 동안 거의 쉬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날짜로 따지면 3번 반복하는 동안 10일 이상은 몸을 쓴 셈이다. 그런데 숙련도는 60%가 올랐다. 레벨 1에서 이 수준이면, 앞으로는 더 깜깜했다. 차라리 여기서 한 번 올리고 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체력을 올리는 건 아마 이게 마지막이 될 듯하다. 이미 체력 Master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천강지체고, 그 이상의 효과는 레벨 6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하루 종일 검을 휘둘러도 안 지치겠지?

    “체력을 끌어오지.”

    [[체력 Master]를 가져오는 게 확실합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F급 [체력 Master]의 경험치 5%를 S급 [천강지체 lv.1 60.324%]에 더해 [천강지체 lv.6 80.125%]로 변합니다.]

    체력이 오른 만큼 헬 파이어 패널티를 줄여줄 수는 없는 건가?

    작은 소망을 바라며 난 어두운 공간을 벗어났다.

    + + +

    퀘스트를 마치고, 능력도 올리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방을 나섰다. 오늘은 예지와 밖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다. 먼저 조조로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또 뭘 해볼까 하다가, 미술관에 가자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취미지만, 여자 친구가 가자고 하면 한 번쯤 가볼 수도 있으니까.

    처음에는 이전처럼 카페 앞에서 만날까 생각했다. 하지만 매와 같은 눈으로 나를 주시할 게 분명한 바리스타 누님이 방해였다. 그리고 매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너무 익숙한 느낌이라 가끔은 색다른 맛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약속 장소는 영화관 앞이다. 조조 영화라 조금 일찍 출발해야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기꺼이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주 여자 친구 선언 이후에, 처음으로 밖에서 보는 거였다. 오늘은 어떻게 예쁘게 하고 나올지, 또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그런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서 영화관 앞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은 아직 30분이나 남았다. 너무 들떴나? 그렇지만 예지를 빨리 만나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카페 앞에서 보는 건데, 정말 생각이 휙휙 바뀐다.

    30분 동안 뭘 할까 하고 주변을 돌아보는데, 한 사람이 골목에 들어가는 게 보였다. 특별할 것 없는 남자였는데, 주변이 한산해서 눈에 들어온 것 같았다. 평소라면, 그걸로 끝이었을 것이다. 일상적인 일이니까.

    하지만 어쩐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멀리서 살폈다. 남자가 골목에 들어가고 나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까이 가서 볼까? 왜 이런 끌림이 생기는 지, 무슨 이유인지, 아는 사람인지, 그런 걸 확인하고 싶었다. 뒷모습만 봐서는 아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본능적인 느낌에 따라 골목으로 다가갔다. 남자는 골목 안에 있는 게 틀림없다. 이 근처는 자주 지나다니기 때문에 주변 지리는 잘 알고 있었다. 남자가 들어간 골목은 이 근처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 골목으로 그 골목에는 입구 외에 다른 출구는 없었다. 들어간 건 봤으니, 아직 거기 있을 것이다.

    담배를 피지는 않지만, 담배를 피는 척하며 높은 빌딩 사이,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있어야할 남자가 없었다. 골목의 입구는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걸어가는 동안 나오는 사람도 없었고, 들어가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 그 전에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영화관 앞이긴 했지만, 토요일 아침이고, 블록버스터가 개봉하는 것도 아니라 그런 듯했다. 그런 주변 환경 속에서 내 눈이 남자를 놓치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이상한 끌림이 느껴지는 남자를 말이다.

    으음, 나도 테디오에 물든 건가? 이렇게 게이가 되는 건가? 아니면…….

    “민! 와아, 민이다!”

    생각은 갑자기 끼어든 높은 목소리에 끊겼다. 아는 목소리라 돌아보는 순간 누군가가 내게 안겨왔다. 누군지 알기에 차마 뿌리치지는 못하고 받아줬다. 가볍지 않은 체중에 달려온 운동량은 라이트닝 소드 수련 전의 나에겐 버거웠을 수준이었다. 지금이라면 가볍지만.

    “아냐 누나, 잠깐만요. 좀…….”

    “아, 미안, 미안, 갑자기 반가워서……, 헤헷.”

    멋쩍게 웃으며 떨어지는 아냐 누나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웃음이지만,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건지는 의문이다. 잠깐 포옹한 거지만, 누나는 체중을 완전히 나에게 맡기며 그 존재를 내 몸에 각인 시켰다. 코트 위라 뭘 느낄 새는 없었다. 그러나 남자는 이런 포옹에 급격하게 달아오르게 되기 마련이다. 그것도 이렇게 예쁜 사람인데!

    그리고 그게 나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아냐 누나랑 비슷하게 생긴 수에르테와 한 침대에서 구르고 온 사람이다. 보기만 해도 절로 상상이 되고, 몸이 반응하는데, 그 무게를 직접 느끼게 하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걸까? 안 그래도 아냐 누나를 볼 일이 걱정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갑자기, 충격적으로 만나게 될 진 몰랐다.

    게다가 조금 있으면 예지랑 만나는데…….

    “그런데 무슨 일이야? 혹시 영화?”

    “그, 후우, 그렇죠. 영화 보러 왔어요.”

    “으흠?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간데?”

    누나의 오른손이 내 얼굴 쪽으로 올라오는 게 보인다. 길고 하얀 손가락이 아마도 내 이마를 만지러 오는 거겠지. 저 손을 거부해야 하는 걸 알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다. 어찌 남자가 되어서, 이 상황에 몸을 뒤로 빼거나, 그 손을 탁 치거나 한단 말인가. 여우 중의 여우였던 수에르테의 성향과 헷갈리긴 하지만 아냐 누나는 분명 순수한 의도로 움직이고 있을 게 틀림없다. 이제껏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랬다.

    누나의 손이 차갑다. 원래 손이 찬 건지, 추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 얼굴이 빨개져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동시에 누나가 왼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으음, 민이가 조금 더 뜨거운데?”

    걱정이 담겨 있는 그 눈동자가 연기라면, 누나는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감이다.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날 세료자와 리오샤 형이 한 푸념이 그걸 뒷받침했다.

    두 형은 동생이 스킨십을 막 해서 진짜 힘들었다고, 요즘은 좀 자중하긴 하지만, 고등학교 이전에는 따라다니며 막아야 했다고 계속 투덜댔다. 그 이야기를 내게 한 이유는, 내가 그녀를 도와주고도 버려두고 떠나간 걸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예지가 제대로 들었다면 완전 뿔이 낫겠지만, 당시 그녀는 멍한 상태라서 넘어갈 수 있었다.

    아무튼 이 이상은 나도 견디기 힘들었다. 이 누나를 상대하다보면, 모든 남자들이 자기에게 꼬리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정을 아는 나도 이 어택을 좀 더 당하다 보면 그냥 넘어갈 것 같았다.

    한 발짝 물러났고, 손이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어?”

    “괜찮아요, 누나.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별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이런 짓은 아무에게나 하면 안 된다고 형들이 안 그래요? 외간 남자에게 하면 안 된다고요.”

    “응? 오빠들이야 매일 잔소리지. 좀 조심하라고. 그런데 왜 민이가 외간 남자야? 민이는 동생이잖아?”

    눈을 깜빡이며 연예인도 아닌데 얼굴을 반 이상 덮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누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이보세요. 그건 아니잖아요?

    그러나 할 말이 없었다. 말해서 통할 것 같지도 않았고.

    “그래도 조심해 주세요. 예지가 오해하니까요.”

    “예지가? 우응. 그건 좀 그렇겠다……. 알았어, 예지 앞에서는 주의할게.”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거라도 알아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여자들의 생리에 대해서 더 잘 알지 않나? 이건 무슨 속셈이지?

    “어쨌든, 영화 보러 온 거지? 나도 영화 보러 온 건데, 혹시나 [항성간비행]?”

    “맞아요. 개봉한 지 한참 지나서 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보셨나 봐요?”

    “요즘 바빠서, 그럼 조조로 보러 온 거겠구나? 자리는 어디야? 가까웠으면 좋겠는데……, 하긴 어차피 조조니까 상관없으려나?”

    혼자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아냐 누나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조금 있다가 예지가 온다는 이야기는 하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미 표까지 다 끊어 놓은 사람한테. 거기다 누나가 예지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예지가 예의가 없는 사람도 아니고……. 결국은 같이 보게 되겠지.

    “조금 있으면 예지가 올 거예요. 예지랑 둘이서 보기로 했거든요.”

    “우와, 진짜? 예지도 오는 거야? 잘 됐다. 예지도 보고 싶었는데…….”

    이럴 줄 알았다. 좋지 않다. 예지가 이걸로 뿔이 날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별로. 누나를 옆에 두고 예지랑 뭘 할 수 있을지. 계속 수에르테와의 경험을 되감기하면서 얼굴만 붉히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도 아까부터 얼굴이 가라앉을 생각을 안 한다. 아랫도리도 불끈 거리고 있었고.

    숫총각에게 테디오의 과격함이나, 수에르테의 능숙함은 너무 자극이 컸다. 며칠이나 지났으면 또 모르겠지만, 아직 하루도 안 지났다고!

    “여기야, 예지야!”

    멀리서 다가오는 예지를 발견하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크게 흔들었다. 예지는 오늘도 더할 나위 없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내 눈동자를 채웠다. 뭘 입어도 안 예쁘겠냐만은 화이트와 블랙의 체크무늬 코트 역시 잘 어울렸다.

    그녀는 내 큰 동작에 마주 손을 흔들었다. 자연스러운 동작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보았다. 아냐 누나를 발견한 그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말이다.

    “제가 늦은 건 아니죠?”

    “당연하지. 아직 10분 이상 남았잖아? 아냐 누나는 방금 우연히 만났어. 영화 보러 왔다고 하더라고.”

    그녀가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먼저 나서서 변명했다. 매번 이렇다. 잘못한 건 없는데, 당당하지 못했다. 이미 여자 친구 선언까지 했고, 관계 정리까지 했는데……. 으음, 그래서 더 그런 건가?

    “안녕! 오랜만이야, 예지야!”

    누나는 예지도 안았다. 그래도 생각은 있는 건지, 나에게처럼 뛰어가서 안기진 않았다. 누나가 안았을 뿐이다. 예지도 작은 편은 아니지만, 누나가 앞에 서니까 작아서 안기는 꼴이 되었다. 여자 둘이 안는 건데도 거부감은 없었다. 예쁜 여자는 뭘 해도 용서가 되는 법은 아니지만, 섹시와 청순이 서로 교차하는 이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괜찮았다.

    “반가워요, 언니. 혹시 언니도 영화 보러 오신 거예요?”

    “응, 민이가 그러는데, 같은 영화래.”

    “그럼 옆자리에 앉아서 보면 되겠네요. 조조에, 개봉된 지 오래 됐으니까 자리도 있을 테고요.”

    자연스럽게 말을 그렇게 이어가는 예지의 목소리가 그다지 편해보이지는 않았다.

    “그래, 그러자. 다행이야. 오빠들이 자기네들끼리 봐서 혼자 봐야 하나 했는데. 히힛.”

    “그럼 들어갈까요?”

    “그러자.”

    아냐 누나는 예지의 제안에 대답하는 동시에 그녀의 팔짱을 끼고 영화관으로 가려고 했다. 공중에 어정쩡하게 멈춘 동작은 분명 그런 거였다. 하지만 그 의도는 성사되지 못하고 허공에서 팔은 부유해야 했다. 말을 꺼낸 예지가 재빨리 자리를 옮기더니 내 팔짱을 꼈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오자 예지의 향기가 코를 확 채우며 내 정신을 빼앗아갔다. 팔에 적당히 실려 있는 그녀의 체중도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굳은 표정의 아냐 누나였다. 어린애 같은 그 성격에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내 오른팔에 팔짱을 끼려들지도 몰랐다. 당연히 거부하겠지만, 그러면 완전 어색해지겠지?

    그러나 그 정도의 분별력은 누나에게도 있는 것 같았다. 좀 전에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앗, 예지야, 너무해. 히잉. 하지만 그걸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큰일이지.”

    “네? 앗.”

    아냐 누나는 예지의 왼팔에 팔짱을 꼈다.

    “그럼 갈까?”

    + + +

    영화관의 배치도 자연스럽게 예지를 중앙에 두고 좌우로 나와 누나가 앉았다.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했지만, 내 자의식 과잉이었나 보다. 다행이다. 다행인데, 조금은 아쉬운 느낌도 들고.

    영화는 솔직히 집중이 안 됐다. 저번에 둘이서 영화 볼 때도 그랬지만, 아직은 영화보다는 예지에게 눈이 더 갔다. 예지도 그런 듯, 영화는 안 보고 가끔 나랑 눈이 마주쳤다. 영화를 제대로 보는 사람은 아냐 누나밖에 없었다. 누나는 눈을 반짝이며 영화만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대신에 맞잡은 손으로 계속 장난만 치면서 시간을 보냈다.

    누나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기도 하다. 예지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도 있었고, 그날따라 성욕이 폭발해서 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게 다 수에르테와 아냐 누나의 2연타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예지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거 밖에 없었지만, 그게 뭐라고 흥분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얼굴을 붉히고는 손을 나에게 맡기는 그녀의 태도가 내게 만족감을 준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영화관에 들어오기 전에 만난 남자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사라진 것은 어쩐지 퀘스트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텔레포트라든가.

    ============================ 작품 후기 ============================

    후원해주신 로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벌써 50회군요ㅎ

    5번째 퀘스트는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연참을 위한 시를 적어주신 Angeloss 님, 감동이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진짜 연참을 할 여건이 안 된다는 점이랄까요...ㅠㅠ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끝나면 어떻게든 연참을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댓글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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