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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퀘스트-29화 (29/160)
  • 29화

    도망, 아니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도망인가. 그냥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이 자리에 계속 있으면 귀찮은 일에 말릴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주위 사람들이 웅성웅성 대며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 자리를 떠도 문제고, 안 떠도 문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혼자만 자리를 뜨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후우, 어쩔 수 없네. 같이 도망가야지.

    일단 책을 그녀에게 넘겼다. 그러자 우는 와중에도 내 바지를 놓고서 책을 받아들인다. 그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게 작전인지 천연인지 잘 분간이 안 갔다. 그런 그녀를 일으키고, 무릎과 등을 붙잡아 한 번에 들어 올렸다.

    “그럼 잠시, 실례합니다.”

    “흐응, 꺄아악?”

    그녀가 놀란 건 물론이고,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다들 놀랐다. 특히나 여자들이 입을 가리며 ‘어머!’, ‘어떡해.’ 등을 연발했다. 사실 가장 많이 놀란 사람은 나다. 무거웠다. 키가 대충 170은 넘어 보여 각오는 했지만, 내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이대로 빠르게 자리를 뜰 수 있을까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내려놓는다는 건 자존심 문제다.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원래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라이트닝 소드를 익히면서 이곳저곳 근육이 붙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흑, 흑, 흐아아앙.”

    내 품에 안긴 사람은 다시 눈물을 쏟아 내고 있었다. 책을 건 낼 때는 굳이 안아서 옮길 필요가 있나? 오버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강적이었다. 낯선 남정네 품에서도 잘만 운다. 혹시나 내가 그냥 일으켜서 데려가거나, 업으려고 했다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버티면서 계속 울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제 좀 놓죠?”

    “흐아아앙!”

    인적이 드문 곳에 와서 내려놓는데, 땅에 다리를 닿고도 내 품을 벗어날 생각을 안했다. 내가 떨어지려고 하자 더 달라붙어서, 그녀의 몸매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여름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겨울이라 아쉬웠다……가 아니고, 그녀를 떼어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내 엉덩이를 뒤로 빼고,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밀어냈다. 그러나 그녀는 내 목에 얼굴을 묻고는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어깨가 지금 눈물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거, 이대로 놓고 갈 수도 없고…….

    결국 진정이 될 때까지 몇 분간 그 상태로 있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그녀의 울음이 그치고, 나에게서 떨어졌다.

    “이제 좀 괜찮아요?”

    “……흑, 네. 흑…….”

    아직 그녀의 몸에는 하얀 가루가 한 가득이고, 눈물은 글썽글썽 거리니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학교가 떠나가라 울어 댔으니까. 어린아이도 아니고, 나이 먹고 왜 그러는지……, 참.

    일단 그녀의 다리를 살폈다.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진짜 심하게 넘어졌고, 굴렀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지만, 상당히 의외였다. 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걸을 수 있겠어요?”

    “……흑.”

    내 말에 그녀가 몇 걸음 걸었다. 조금 저는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혼자서 무리 없이 잘 걸었다.

    “소지품은 다 있어요? 확인해 보세요.”

    “……흑, 흑.”

    그녀는 우는 와중에도 책과 가방을 살폈다. 보아하니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먼지를 좀 털죠. 제가 머리랑 등을 털어드릴 테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하셔야 돼요. 이쪽으로 와요.”

    “……흑.”

    여전히 대답은 몸으로 했다. 스스럼없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외간여자의 몸에 손을 대는 건 안 될 일이었지만, 이건 일종의 치료니까.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털고, 등 쪽, 그녀의 손이 안 닿을 곳에 묻어 있는 콘크리트 가루를 털어냈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일어난 먼지에 그녀가 콜록하고 기침을 한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그녀의 머리가 금발이라는 건 알 수 있을 정도로 털고 손을 뗐다.

    그러자 그녀가 이어 바로 그 자리에서 팔과 다리, 몸통을 털었다. 재빨리 한 걸음 물러났다. 거기서 털면 어떡해요 라며 딴죽을 걸 마음도 들지 않았다. 나를 붙잡고 대성통곡 할 때부터 알아봤다.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란 것 정도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었다. 지금도 군말 없이 내 말을 잘 따르지 않은가. 아직 상황 파악이 완벽히 되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째 그게 원래 모습일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자, 그럼 저는 이만 갑니다. 당신은 좀 더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시는 게 좋겠네요. 다리가 많이 아프시면 병원에 가보시고요. 그럼.”

    “……흑흑, 에?”

    그녀가 옷을 털다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직 눈물이 맺혀 있는 그 얼굴에 웃으며 고개를 숙이곤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퀘스트는 중요하고,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만, 어쩐지 저 사람과 엮여서는 베르트랑 꼴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러니 정신 차리기 전에 도망가야 했다. 퀘스트에 관한 정보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자. 그보다 지금은 기다리고 있는 예지가 더 중요하다.

    결국 땀이 나게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예지는 늦게 온 나를 전혀 책망하지 않았지만, 나는 혼자서 안절부절 했다. 어쩐지 바람을 피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야, 난 그냥 친절을 행했을 뿐이라고!

    + + +

    오크는 성벽을 맨손으로 오르고 있었다. 여름 내내 열심히 정비한 성벽은 매끈해서 틈이 거의 없었지만, 틈이 없으면 만들어 가면서 오르고 있었다. 오거들이 돌을 던져 아무래도 약한 이음새 부분이 떨어져 나가게 하거나, 오크들이 직접 칼로 두들기며 성벽을 파고들었다. 무식한 힘이었다.

    그런 오크들에게는 뜨거운 기름 같은 게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지만, 이곳 남쪽 성벽은 보급이 적어 전투 시작 즈음에 다 써버리고 말았다.

    보급이 부족했다. 여기가 제국의 변방이라는 것도 문제였지만, 이곳이 남쪽 성벽이라는 게 한몫했다. 오크들은 북쪽에서 내려온다. 지휘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오크 인지라 그 방향 그대로 북쪽을 공격하는 오크들이 가장 많았고, 남쪽 성벽을 공격하는 오크가 가장 적었다.

    그래서 이 남쪽 성벽은 기름의 할당량이 가장 적었다. 그 뿐만 아니라 화살이나 돌멩이 같은 원거리 무기나 소모품도 부족했다. 병사의 수도 가장 작았는데, 그나마도 신병이나 용병이었다.

    요한도 그 신병 중에 하나였다.

    요한이 이 성벽에서 맡은 일은 올라오는 오크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전투기술을 전혀 가지지 못한 그였지만, 성벽을 오르는 오크를 밀어내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며 배정받은 곳이다.

    요한에겐 그것도 쉽지 않았다. 오크들은 손가락 하나 정도 잘려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성벽을 올라와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었기 때문에, 되도록 성벽 밖으로 몸을 내밀고 그 머리나 목, 몸을 직접 노려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오크들이 한 손으로 휘두르는 대도를 직접 맞상대하거나, 화살에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인간형 생물을 상대로 검을 단 한 번도 휘둘러보지 못한 요한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전투 시작 초반에는 그도 어떻게 버텼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냥 하는 일이 없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때는 남쪽 성벽에도 기름이 있었고, 화살이 있었으니까, 요한이 나설 자리가 없었다. 날아오는 화살만 방패로 막고 있는 게 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물자가 떨어지고, 올라오는 오크들을 방해할 수 있는 게 없어지자, 그는 앞으로 나가 오크들을 막아야 했다. 두려웠다. 싸움은 거의 하지 않은 자신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두려움은 싸구려 방패가 화살에 깨지자 극도로 증폭되었다.

    결국 그는 아무것도 못한 채 오크가 성벽 위로 올라오는 걸 방치하고 말았고, 뒷걸음질 치다가 성벽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내가 요한의 몸에 들어가게 되는 건 그 시점이었다.

    어제 요한의 기억을 제대로 읽은 건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생존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왜냐면, 방패를 주워다가 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방패 없이 움직였다. 자연히 화살에 죽는 경우가 많았다. 방패라는 게 존재한다는 건 물론 알고 있었지만, 그걸 장비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널린 게 시체고, 널린 게 방패인데도 그러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내 생각은 여전히 갇혀있었던 거다.

    생각의 한계에서 벗어난 건 요한의 기억을 되돌아보면서였다. 방패를 의지해서 2시간이나 버틴 요한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나도 방패를 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생각은 내 생존에 큰 도움이 됐다. 방패는 아직 익숙하지 못했지만, 화살을 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움직임에 여유를 주었다. 그제까지만 해도 30마리를 겨우 죽였었는데, 어제는 40마리 이상, 오늘은 50마리째의 오크를 상대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다 방패 덕분이다.

    푸우욱.

    틈을 노려 오크의 복부를 깊게 찔렀다. 그리고 그 상태로 계속 밀어 오크를 성벽 아래로 떨어트렸다. 오크는 떨어지며, 올라오던 오크 둘을 휘말리게 했다. 1타 3피인 셈이다. 이걸로 50마리는 확실히 넘은 건가? 대박인데?

    “허억, 허억.”

    혼자서 50마리를 죽였다면, 제 몫은 충분히 한 셈이다. 오크와 우리의 병력 비율은 대충 10 대 1 정도. 한 사람당 10마리만 죽이면 되니까.

    그러나 전투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 몫을 못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지금도 옆에서는 오크들에 의해 우리 쪽 병사들이 죽어갔다. 그들 중 대부분은 칼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한 신병들일 것이다.

    ‘……으으…….’

    남 일은 아니었다. 요한도 내가 아니었으면 그와 비슷한 꼴을 겪었을 것이고, 나 역시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금방 죽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50마리나 죽일 수 있었던 건 죽어도 상관없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그것도 한계인 모양이다. 이젠 힘이 없다. 검 끝이 들리지 못하고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내 앞의 성벽에 걸려있는 오크의 굵은 손가락이 보이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쉬고 싶다.

    사실 더 움직일 수 있을 거다. 어제도 이런 느낌이었지만, 결국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오크를 죽였다. 아직 힘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진짜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도 무서움에 빠져 덜덜 떨고만 있는 요한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여기서의 죽음이 현실의 죽음으로 연결되지 않는 나도 마찬가지고.

    파이레스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사람은 말 그대로 몸에 힘이 쌀 한 톨만큼도 없는데도 움직였으니까. 대마법사의 정신력이란 그런 것일까? 그 당시에는 나도 그 상태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다 파이레스의 덕분이었다. 파이레스의 의지가 나를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은 요한의 의지가 나를 전혀 도와주지 않을 뿐 아니라 방해하는 중이라 쉽게 지치는지도.

    성벽에 걸쳐져 있는 오크의 손가락에 힘줄이 불끈 솟아오른다. 이제 뛰려는 모양이다. 조금 있으면 그 몸이 한 번에 성벽의 위로 올라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돌격에 몸을 내주겠지.

    “크아아악!”

    오크는 예상대로 소리를 지르며 내 앞으로 뛰어들었다. 완전히 공중에 있는 상태다. 공격할 기회였다. 지금 검을 들어 그 드러난 배를 찌르고 몸으로 밀어 버리면, 오크는 아무런 힘도 못 쓰고 그냥 성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몇 번의 전투를 반복하다보니, 그 정도는 눈에 보이게 되었다. 문제는 그걸 행할 힘이 없다는 거지만.

    죽음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이제 죽는다. 아니 죽지 않을 지도 몰랐다. 오크들의 명중률은 형편없으니까. 한 번에 내 목을 가르거나 심장을 뚫어주면 좋을 텐데. 아픔을 견디는 건 사양이다. 그건 아무리해도 익숙해지지 않았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푸쉬쉬.

    “크아아악!”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크의 대검은 오지 않고, 내 귀엔 오크의 비명소리만 들렸다. 천천히 눈을 뜨니 내 앞에 커다란 등이 보였다. 익숙한 등이다. 내 근처에서 싸우던 용병 중 하나였다. 내가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가 오크를 성벽 아래로 내친 듯, 검을 성벽 밖으로 뻗고 있었다. 그가 내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뭐하는 거야! 정신 차려! 힘들면 내려갔다 와. 너 같은 전사를 여기서 소모시킬 순 없으니까.”

    그는 웃었다. 그 웃음이 무슨 의미일까. 주위를 돌아보니, 내 주변에 살아 있는 용병들이 다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병, 사지가 날아간 부상병이 아니며 성벽을 내려갈 수 없었다. 내려간다고 해서 보충병을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냥 인간 방패로, 시체 장애물로 쓰이는 것이다. 잔혹하지만, 그런 거라도 써야 이길 수 있는 전투였다. 이 북방의 땅, 인간사회에서는 변방 중의 변방이라도 살아가려면 그렇게 매년 목숨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그게 군법인 건 아니었지만, 암묵적인 룰이었고, 누구나 알고 있었다. 요한도, 이 주변의 용병들도 다 알고 있었다. 요한이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도망치지 않는 건, 이미 그런 각오를 하고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 자신도 몇 년간 이런 희생 위에 안전하게 살아왔음을 알기에, 이렇게 성벽 위에 버티고 있는 거였다.

    “이 친구는 내년에도 이 클라크 요새를 지켜야 할 재목이라고, 모두들 동의하지?”

    “그래. 우리 같은 것들은 죽어도 상관없지만, 너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힘이 빠졌다면 조금 쉬다 와. 그게 우리를 더 도우는 일이니까.”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모두 내가 한 번씩 구해준 사람들이었다. 나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그들과 같이 한 것이었다. 내게 약간 여유가 생겼기에 그들이 상대하는 오크를 뒤에서 협공했고, 그들은 그런 식으로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은 한 번씩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번처럼 오크들의 공격을 막아주기도 했고, 내가 준비될 때까지 오크의 주의를 끌거나, 오크의 사각에서 치명타를 날리기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고, 50여 마리의 오크를 죽일 수 있었던 건 내 힘만은 아니었다. 이 주변 모두의 힘이었다.

    그것이 사실인데, 그들은 다 나에게 공을 넘기고 있었다. 어째서?

    내 얼굴에 그 표정이 드러났는지, 처음 내 앞을 막았던 용병이 다시 말했다.

    “사양하지 마. 네가 없었다면 이미 죽었을 목숨이니까. 그게 우리들의 진심이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돌아보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은 각자 눈앞의 오크와 전투에 들어갔다. 그들 사이에는 틈이 없어 오크가 나를 공격할 수도, 내가 오크를 공격할 수도 없었다.

    고마움과 미안함,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가? 하는 어색함이 뒤섞인 미묘한 기분과 함께 그들을 뒤로 하고 성벽을 내려갔다. 요한도 웬일로 떠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지켜주고 싶다.

    어떻게 보면 지킴을 받은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며 성 아래로 내려 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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