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575화 (575/577)

< 미련 없이 >

*

미래에 폐업하고서 잠시나마 재조명되는 오락실은 두 곳이 있다.

대림동의 블루 게임 랜드와 노량진의 인정 게임장.

격투 게임 및 아케이드 게임기에 관심 없던 이들에게는 생경한 이름들이다. 이 오락실들이 격투 게임러들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라는 사실, 이곳 출신의 게이머들이 세계의 격투 게임 대회에서 최강자로 불렸고 상금과 트로피도 많이 탔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관심 있는 이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처럼 무관심한 이들에게 ‘한국 격투 게임의 성지’라는 타이틀은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할 즈음에야 ‘그런 곳도 있었구나?’라며 존재를 인식할 따름이니 말이다.

‘즉, 나한테는 추억이랄 것도 없다는 소리지.’

대림동?

서울의 조선족과 관련한 뉴스로만 접했다. 당연히 블루 게임 랜드도 모른다.

노량진?

컵 밥이라는 메뉴가 명물이라거나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풍성하게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TV에 나올 때면 호기심이 생겨서 찾아보기는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왜, 그런 경험을 몇 번은 해보지 않았던가.

연예인이 한 입 먹어보고 ‘어머나! 세상에 이런 맛이!’라며 감탄하는 끝내주는 요릿집에 큰 마음 먹고 찾아갔지만, 막상 먹어봤을 때의 감상은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그 정도는······.’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험 말이다.

아무리 미슐랭 가이드에서 ‘이 가게는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이라고 별을 세 개 찍어준다고 한들, 취향과 입맛이란 주관적이다.

엄청난 미각 세포를 갖고 있어서 맛의 차이를 세세히 구별하는 미식가가 아닌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미원과 라면스프가 가미된 고향의 깊은 맛이 익숙하고 정겹다.

‘노량진에서 유명하다는 음식들은 딱히 특별한 게 없기도 하고.’

싸고 맛있는 음식은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메뉴다. 머나먼 거리를 찾아가는 시간과 돈을 따지면 그냥 몇천 원 더 주고 동네에서 사 먹는 편이 낫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여행을 온 외국인처럼 느긋하게 돌아다녔다.

“시간 여행한 기분도 들고 좋네. 완전 복고풍 아니냐?”

“그러게 말입니다. 음식들 가격대를 봐도 옛날 가격대네요. 10분 거리만 지났는데 저쪽 길 건너는 프랜차이즈 가격대고 여기는 반값이라니요. 그런데 길 찾기 어려우시면 제가 사람들한테 물어보지 말입니다?”

“괜찮아. 내가 입이 없어서 못 물어보고 있겠냐? 겸사겸사 둘러보고 다니려고 그러는 거다. 급한 거 없잖아. 쉬엄쉬엄 다녀보자고.”

“알겠습니다, 형님.”

고개 숙이며 대답하는 준우 녀석의 어깨를 턱턱 두드렸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멀찍이 물러나는 것 같았다. 펑퍼짐하게 옷을 걸쳐도 무쇠 같은 근육이 주는 압박감은 가리지 못한 모양이다.

아무렴 어떠랴. 인근 슈퍼에서 붕어빵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산 뒤 이를 먹으며 돌아다녔다.

“형님도 오락실에서 한바탕 하셨었습니까?”

“아니. 나는 그냥 더러워서 나왔다.”

“의외네요. 저는 형님이 옛날부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분이신 줄 알았습니다.”

군대 전역 후의 행보만 보고 이 녀석이 나를 위대한 인물쯤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불의와 타협해서 적당히 숙일 줄 아는 인생을 살아봤다. 꿈속 미래의 평범했던 삶 말이다.

“세상만사에 끼어드는 건 정의로운 게 아니라 멍청한 거다. 주먹 쓰기보다는 신고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걸 잘 아는 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래도 형님은 다르셔야죠. 평범하면 그건 배신입니다.”

“개소리하고 있네. 아무튼, 네 기대에 어긋난 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봐야겠군. 오락실에서 나온 건 더럽기 때문이거든. 진짜 냄새가 장난 아니었지.”

“싸가지 없는 놈들이 있다는 그런 더러운 게 아니라, 위생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담배 피우는 놈들이 가랑이 사이로 가래 뱉고 슬리퍼로 찍찍 문대더라. 주인이 오락기는 별반 닦지도 않아서 조이스틱이나 버튼이 찐득찐득하고 찌든 때가 장난 아니었지.”

화면도 뿌옇고 먼지도 뽀얗게 쌓여 있었다. 물론, 나의 경험이 꼬질꼬질했을 뿐, 국내의 모든 아케이드 게임장이 비위생적이라는 건 아니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너나 내가 겪은 건 좋은 부류에는 안 들어간 모양이다. 그런 걸 보면 재수가 없는 편이었네.”

“꼬맹이였을 때 쪽박 차고 다 커서 대박 인생을 사는 게 백배 낫죠. 그런데 왜 오락실을 대박 나게 하시려는 겁니까?”

“대박이라니?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형님이 손대시면 대박은 맡아 놓은 거잖습니까. 앞으로 뭔 오락실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게 됩니까? 서울에 엄청난 개발자가 오락실에서 있다거나요?”

“내가 무당이냐? 그런 인사가 있으면 나부터 소개시켜 다오. 대신에 근거는 갖고 와. 잘 생기고 말만 잘하면 그건 99%가 사기꾼이니까.”

“캐나다에 가서도 지나가는 사람이랑 계약하셨으면서 남들이 추천할 때는 짜게 구십니다.”

“내 안목이랑 남들 안목은 급이 다르니까. 오락실에 가보는 건······.”

각종 꼬치나 떡볶이 같은 간식거리를 한가롭게 먹으며 이동했다.

“이를테면 기념관이라고 할까? 구시대의 유물이나 빛바랜 사진 같은 것. 게임으로 부자 된 놈이니까 게이머가 떠올릴 장소 정도는 유지하는 게 맞다 싶더라.”

“민속촌처럼 관리하시려고요?”

“전혀. 예를 들어 네 고향 집을 옆집 사람이 샀다고 치자. 그럼 그 집은 네 고향일까? 또는, 고향 집에 할머니는 계시는데 집을 싹 리모델링해서 옛날은 흔적도 안 남았어. 이러면 고향 집 을 보는 네 심정은 어떨까?

준우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반대로 옆집 사람이 집을 그대로 유지는 해주는데 할머니는 없는 거야. 이해가 되지?”

“···그냥 저는 형님 하시는 일에는 신경 안 쓰렵니다. 스무고개나 무슨 퀴즈도 아니고, 복잡해 버리네요. 아무튼, 이러저러한 거 다 따질 겸 찾아가보는 중이라는 이야기시죠?”

“그래.”

“그럼 됐습니다. 간단하고 좋군요”

이후에 오가는 대화는 군대 복무 시절의 추억담이었다. 관심병사가 탈영하는 바람에 야단법석이 났던 것부터 케케묵은 이야기들이었는데 마치 동창회에 나가면 나이가 60이건 70이건 학창 시절만 들먹이듯 고정되어 있는 추억담과 같았다.

그러며 현찰을 쓰는 재미를 오래간만에 느꼈다.

“카드만 쓰다가 백만 원을 지갑에 넣고 다니니, 기분이 좀 이상하지 말입니다.”

“뭐긴. 부자가 된 기분이지. 이제 슬슬 배도 채웠으니 가보자.”

“예, 형님.”

동전도 묵직하게 둘러맨 상태다. 이렇게 잘 준비한 상태로 블루 게임 랜드에 도착했다. 대전 격투 게임을 비롯하여 리듬 게임기기 등등 다양한 아케이드 게임기가 즐비한 이곳의 이용객들은 제법 높은 연령대를 보였다.

냉커피가 기기 위에 있었는데 오락실의 주인 부부가 해주는 서비스의 일환으로 보였다. 돈을 내고 산다기보다는 가서 달라면 주는 것 같았다.

「Round 1!」

「Fight!!!」

옛 추억 속 오락실에는 의자에 한쪽 다리를 꼬고 기판을 각양각색으로 두드리는 고수와 그걸 지켜보는 꼬꼬마들이 잔뜩 있었는데, 블루 게임 랜드는 플레이어나 구경꾼 모두 비슷한 나이였다.

우리도 그들 틈에 끼어서 보려고 했는데, 그만 민폐가 되고 말았다.

“씨발. 왜 이렇게 세게 밀고 지랄··· 죄송합니다.”

“어떤 새끼···네요. 여기 오십쇼.”

격투 게임의 고수들이 넘치는 오락실이었지만, 현실 격투에는 소양이 없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 기준에서는 별반 세게 민 게 아니었는데 저들에게는 달랐던 모양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건 저들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나온 욕설이 비하의 목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일상 언어이자 감탄사에 불과하다. 군대에서도 ‘씨발’과 ‘씨발!’과 ‘씨발···’과 ‘씨발?’로 의사소통하지 않던가. 오락실에서의 화법도 이와 같은 셈이다.

‘어쨌거나 이질적으로 있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준우를 손짓해서 부른 뒤 녀석한테 동전을 묵직하게 넘겼다.

“20분 뒤에 보자. 그동안 나도 게임 할 테니 너도 그 돈 다 쓰고 나서 와.”

“이 게임 전혀 할 줄 모르는데요?”

“그래서 하라는 거야.”

게임 속에서는 프로 게이머가 선망의 대상이다. 같은 의미로 오락실에서 가장 만만한 놈은 실력 없이 발려주는 호구다. 대충 10번이고 20번이고 깨지다 보면 경계심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아니나 다를까 준우는 나름대로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나 역시 리듬 게임을 비롯하여 이모저모를 즐겼다.

‘피지컬이 받쳐주니까 어지간해서는 죄다 할 만하네.’

몸을 쓰는 모든 분야에서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몇 년 만에 하는지도 가물가물할 만큼의 플레이였지만 리듬 게임에서 눌러야 하는 막대기가 내려오는 속도, 이를 보고 누르고 다음 막대에 대응하는 일은 별반 어렵지 않았다.

요령이 부족해서 동시에 페달을 밟고 자판을 누르는 일에서 실수가 몇몇 있었을 뿐이다. 이는 격투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르면? 맞아야지.’

화면 속의 캐릭터가 보이는 모션과 타격이 이뤄지는 속도는 약 0.2초에서 0.3초 전후. 이를 보고 막거나 반격 등의 대응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이는 거의 없고 대다수 사람에게 0.2초는 찰나와 같다.

그 짧은 사이에 대응할 만큼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가 뛰어난 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심리전과 연속기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모르면 맞을 수밖에 없는 기술의 조합, 알아도 맞기 일쑤인 게임상의 판정 기술들, 상대편의 심리를 통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측하는 능력 말이다.

이기러 온 게 아니니 돈은 거침없이 썼다.

1,000원. 2,000원, 5,000원··· 1만 원, 3만 원··· 500원 단위로 바꿔놓은 돈이 남김없이 사라지고 그만큼 기판의 버튼이 뭔지,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감각이 어떤지를 학습했다. 그리고 상상했다.

초심자가 이런 상황이면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겠지.”

대전 격투 게임은 잔인한 룰을 갖고 있다. 1대 1의 승부이며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남탓 불가.

오직 내탓.

다른 핑계를 둘 수가 없으니 자책하는 수밖에 없을뿐더러 패배했을 때의 속상함도 더욱 크다. 우리가 서비스하는 AOS 게임 역시 승부라는 관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대전 게임만큼의 심리적 충격은 아니다.

‘그래서 양아치들이 설쳤던 거고. 기분이 나쁘거든.’

준우와 내가 다른 지역이었지만 똑같은 공감대를 갖게 된 이유다. 여기서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의 철이 덜 든 애들의 이야기이고 나의 체험이다. 각종 고시를 준비하고 공무원이 되고자 애쓰는 노량진의 성인들이라면 그런 불상사는 없지는 않을까 싶다.

‘준우 녀석은 성질 안 부리고 있군. 당연한 얘기겠지만.’

GF의 경호실장은 듬직하다.

녀석의 캐릭터는 화면 속에서 유린당하는 중이었다.

“아무거나 좀 나가라. 아무거나.”

녀석의 기술은 이른바 막권이다. 조이스틱을 아무렇게나 움직이며 버튼을 여러 개씩 팍팍 눌렀다. 저러다 보면 자신도 알지 못하는 타이밍에 연속기가 터져나와주곤 한다. 다시 써보라고 하면 할 수 없는 고급 기술이 우연하게 나가는 거다.

하지만 그런 운 좋은 때보다는 반대의 사례가 더욱 많다. 빙글빙글 돌리는 조이스틱에 따라 준우가 고른 참새처럼 작은 날개를 가진 악마를 껑충! 껑충! 뛰고 주먹은 소박하게 내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는 상대의 움직임은 연신 맞아주는 거였다. 막다가 맞아주고 피하다가 맞아주지만, 맞는 것과 맞아주는 것의 차이가 엄연히 다른 것처럼 반격의 때가 오면 손도 못 쓰고 당하기 일쑤였다.

특히 허탈하게 만드는 강력한 기술은 크게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내뻗는 기술!

「으와아아!!」

수십 대를 때렸지만, 이른바 붕권이라고 불리는 주먹 한 방에 애써 입힌 데미지가 무의미해졌다. 꽉 차 있던 체력이 뭉텅 떨어져 나갔고 데굴데굴 굴러갔던 준우의 악마 캐릭터는 일어나려다가 밟혔으며 다시 한번의 붕권으로 빈사 상태가 됐다.

졸지에 상황이 역전되니 우선은 막으며 물러나는 모습.

이를 안 상대방이 잡기 기술로 끝내 버렸다.

게임 오버!

“에잇.”

준우가 입맛을 다시며 일어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편.

“저기요. 아저씨. 끝났는데요?”

녀석을 구경할 즈음 내 캐릭터는 상대 플레이어에게 잡혀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죽어 있었다. 표범 가면을 쓴 레슬러 캐릭터한테 잡혀버리면 죽을 때까지 공격당하는 것 같았다.

“제가 돈 넣어놨고요.”

내게 말하는 남자는 안경을 쓰고 마른 체형이었다.

“하세요.”

옛날처럼 돈 쌓아두고 하는 오락실이 아니라, 상대 쪽에서 넣어두면 이쪽에서 하는 그런 에티켓이 있는 모양이었다. 고개 끄덕이고 일어났을 즈음, 마음껏 농락당한 준우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형님도 지십니까?”

“놀러 와서 죽자고 할 필요는 없잖냐. 그보다 해보니 어때?”

“이거 어렵네요. 뭔지도 모르겠는데 아주 정신이 없습니다. 가끔 뭔가가 된 것도 같은데 막상 또 해보려면 안 되기도 하고요.”

“다음에 또 해볼 의향은? 조작 방법부터 차근차근 배우면서 말이지.”

“조작 난도도 상당하고 접근성도 불편합니다. 나중 일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기분 같아서는 그냥 다른 거 하는 게 낫다고 생각됩니다. 근데, 이건 형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간 회사에서 봬 온 표정이랑 전혀 다른데 말이죠.”

“그 이유는···”

오락실 입구 부근에 와서 대화를 나누던 우리가 안쪽을 보았다.

짝!

기기 한쪽에 너덧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앉은 채 올려다보는 사람, 그를 내려다보는 위치의 사람이 뺨을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그의 뺨을 후려친 것으로 보이는 사내가 눈에 쌍심지를 켠 채로 욕을 내뱉었다.

“게임 더럽게 하시네요? 얍삽한 플레이? 씨발 장형이 네 친구냐? 어디서 어린놈의 새끼가 말을 그따구로 씨부려?”

준우와 나는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작게 대화했다.

“지금 나이 운운하는 저 녀석은 몇 살로 보이냐?”

“글쎄요. 사람 생긴 거로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많아도 서른은 절대로 못 넘었을 인상입니다. 저나 형님이 보기에는 큰소리치는 저 새끼도 마빡에 피가 안 말라 보이기는 매한가지고요.”

“어른이라는 거군.”

“네?”

“나가자.”

안은 어수선했다.

바깥으로 나와서 있다가 근처 곱창 가게에 들어갔다. 이른 오후지만 시간이 무슨 상관이랴.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게 술이고 먹고 싶을 때 먹는 것이 음식인데 말이다.

- 야이! 씹새끼야!

- 미친 새끼! 백날 천 날 그 따위로 살아라!

- 너 거기 안 서!?

- 미쳤다고 서냐?!

그 사이, 지나가는 누군가의 몸에 오락실 의자를 끼워버리고 도망치는 사람이 보였다. 조금 전에 봤던 뺨 맞은 사내였다. 복수를 당해버린 남자는 얼른 의자를 빼고 그 뒤를 쫓아 달렸고 그렇게 한 편의 활극이 거리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이 모습을 누군가는 웃으며 보았고, 일부는 보다가 혀를 찼으며, 다른 이들은 무관심하게 보고 지나갔다.

< 미련 없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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