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561화 (561/577)

< 게임으로 >

이는 대중의 관심이 꺼지지 않고 더욱더 깊어지는 현상으로 귀결됐다. 지금까지는 주류 언론에서 다루지 않거나 외면해버리면 사회적으로 조용히 묻히는 일이 쉽사리 이루어졌다. 그러나 윤태식이 언론사를 노리며 벌인 이번 움직임은 그가 상정한 것 이상의 큰 상흔을 남겼다.

[이런 개새끼가 왜 교과서에 아직 남아있는 거냐?]

[적산가옥이나 적폐라는 게 난 뭔지 몰랐거든. 그냥 한문이려니 했는데··· 완전 18이었네?]

[게임으로 배웠는데, 애국가 계속 불러야 되는 거냐?]

시험 볼 때를 제외하면 삶에 큰 비중이 없는 역사.

그중에서도 위엄을 떨치기보다는 수난과 수탈의 기록이던 근현대사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졌다.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통해서 세계 지리를 학습한 이들이 있듯, 거액의 상품을 얻고자 시작한 게임을 통해 관심 없던 과거사에 대한 깊이 있는 상식을 쌓게 된 것이다.

이는 언론사들의 현 상태와 더해져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 층이 관심을 보이는 형태로 이어졌다. 한편, 이 과정이 반대로 이루어져 SNS를 통해 접하고 나중에는 조선의 트레져헌터라는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 중·장년층도 대거 발생했다.

[아버지가 게임에서 언급되더군요. 생각났습니다. 독립운동만 아니었다면 내 자식들도 보란 듯이 잘 살았을 거라는 거.]

[나쁜 놈만 더 잘 되는 더러운 세상인 거 누가 모릅니까.]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런데 티켓 받았는데, 가기가 어렵거든요. 이거 어떻게 하는지 아시는 분 있으세요?]

[우와, 될놈될 게임이네. 전생에 나라를··· 가족이 구하셨구나!]

[님! 저요! 저 주세요!!!]

[내가 삼!]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 없고 청춘은 공부해야 하는 시대지만, 이들은 옛 기억을 떠올리면 됐다. 덕분에 여타 게이머들보다 쉽게 목표를 달성하고 뜻밖의 성취감도 얻었다. 이른바 세대 간에 게임이라는 공통분모가 잠시나마 가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는 어렵게만 여겨져서 한정된 커뮤니티에 머물러 있던 이들이 더 넓게 온라인을 누비는 계기가 되었다.

[심심하면 이거 눌러서 여기 기자에 대해 퍼트려봐.]

[원래 껌이랑 기자는 씹어도 되는 거임.]

[까도까도 끝이 안 보이는 양파 같은 기자들일세. 얼쑤~ 천왕폐하 만세~]

[내 새끼는 절대로 기자 안 만든다!]

공공의 적을 씹으면서 말이다.

*

레이폰의 등장과 함께 휴대폰은 PC보다 성능이 조금 떨어질 뿐인 컴퓨터가 된 지 오래다. 이러한 기기의 발달을 통해 방송계에 새 조류로 등장한 인터넷 방송이 바로 팟캐스트였다.

“안녕하십니까. 오로지 각하를 위한, 각하에 의한, 각하의 고명하신 꼼수들을 경건하게 뒤쫓는 방송. 대한민국 1위 팟캐스트이자 세계인이 37번째로 사랑하는 꼼수단의 이총수입니다. 저희 방송은 각하께서 퇴임하시는 그날까지 활동하는 헌정 방송이란 거 다들 아시죠?”

“세계인이 사랑한다는 건 어디서 나온 거래?”

“거참. 소개하기 전에 불쑥불쑥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지금 제 옆에서 바로 자기 자랑을 하시는 익숙한 이분은···”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차기 대권 주자, 미래 권력의 선두를 자랑하는 성북구 주 의원입니다. 자기 어필의 시대에 맞춰서 스스로 홍보하는 모습. 유권자 여러분들은 웅장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뭐라는 거야? 마음이 웅장하긴 뭐가 웅장해?”

“지금 제 옆에는 각하와 오성전자를 애모하는 조 기자와 방송계에서 이제는 완전하게 퇴출당한 유 PD가 함께하는데요.”

“이봐요. 진행자 놔두고 마이크 뺏어가기 있습니까?”

“우리 같이 먹고 살자. 자기 PR의 시대잖아.”

“하여간 정치인한테는 마이크 주면 안 된다니까.”

“지금은 백수라고.”

큭큭 거리고 낄낄대는 웃음이 한바탕 쏟아졌다. 화통한 웃음으로 번져가자 그 모습들을 물끄러미 보던 조 기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리 웃으니까 팬분들이 귀가 아프다고 하는 거잖아요. 볼륨이 아주 확 커졌다가 줄어서 정신이 없대요. 게다가 소개부터 이러면 어떻게 해요?”

“그 말에 대해 답변을 해드리죠. 싫다! 너희들이 이어폰을 뗐다가 붙였다가 해라! 하하하하!”

“네네. 질문 주신 inter님께 이 총수가 답해주셨네요. 여러분이 조심하세요.”

이를 보고 있던 유 PD가 냉커피를 단번에 마시고는 한마디 했다.

“오늘도 이렇게 난장판으로 시작합니다.”

대본은 있지만, 정규방송과 같은 심의나 제약은 없다. 그렇기에 에어컨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소리부터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툴툴거리는 불만이 들어가는 등의 잡음이 다수 섞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행자들의 입담과 이전과는 다른 콘셉트 덕분에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방송이 꼼수단이었다.

웃으며 후원해주는 중소기업과 광고 방송에 대해 언급한 뒤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했다.

“본래는 각하의 업적사업이기도 하신 우리강산 푸르게 산업인 4대강에 대한 방송을 계획했었는데요. 요즘 뜻하지 않게 떠들썩한 사안들이 있어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름하여 대한민국 언론계를 향한 무자비한 폭격과 자기 고백들이죠.”

“말도 마요. 예전이랑 달리 요즘은 기자입네 하면 다들 아주 쓰레기를 보는 시선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대한민국 언론 3대장들이 더 그렇고요. 지난번에는 말단 기자가 계란 폭탄을 맞았는데 알고보니 애인한테 차였는데도 치근거렸다가 행인한테 맞은 거였어요.”

“다른 누구보다도 조 기자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긴 할 겁니다. 그런데 그 기자가 쓴 기사들이 알고보니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거였잖아요? 각하를 사모하는 우리처럼 정권을 찬양하는 기사들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이게 의외로 스토리텔링이 돼서 제가 엮은이의 심정으로 기자별 카테고리로 싹 묶어 봤어요. 여러분도 보다 보시면 깜짝 놀라리라 장담해요. 게다가 꼼꼼하신 각하의 손길도 기사를 따라가면 쭉 알게 되거든요.”

“떨어진 과자처럼 기자들을 쫓아가다 보면 각하의 과자 동산으로 이어지는 거군요?”

“그렇죠.”

유머가 곁들여진 방송은 막힘없이 진행됐다. 마음의 부담도 한층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간은 책임과 위험성을 오롯이 감수해야 했던 발언들이 다수였던 반면, 지금은 공개되었으면서도 잘 정돈된 자료들을 드라마화하는 걸로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팩트인 자료들의 빈자리를 진행자들이 경력과 경험으로 채웠으니 알짜 정보이기도 했다. 덕분에 개개인의 유머러스함과 화기애애함이 더할나위 없이 높고 분위기가 좋았다.

“이게 다 윤태식을 건드려서 그래. 내가 아는 정치인한테 물어봤는데 GF가 쥔 거 때문에 아주 옴짝달싹을 못···”

말하던 그가 ‘아차’ 하며 얼버무리고 유 PD가 한 손을 들었다.

이 총수가 말했다.

“끊고 가죠. 형님. GF는 몰라도 윤태식 회장은 언급하지 말아야 하는 거 까먹으셨습니까?”

“미안. 알기는 하는데, 이게 빼놓고 진행하는 게 잘 안 되네. 사실 걔가 시발점이자 이 사태의 전부잖아.”

“그러긴 하죠. 무슨 치정극도 아니고 자기 가족 슬쩍 찔러봤다고 죽자고 나서는 거 보면 다들 어이가 없을 테고요.”

“그래도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진실이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대중은 모른다.

GF로부터 협박당한 이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괜히 떠들 리 없고 그 외의 사람들 역시 미친개에게 물리면 곤란하다는 심정으로 물러나 있는 까닭이었다. 게다가 실제로 작금의 사태 역시도 윤태식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전선을 더 넓히고 큰 문제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초지일관으로 철저히 언론사만 두드려 패는 중이다.

미련하면서도 섬뜩하리만큼!

“알았어. 제 가족 무단 취재했다고 미국과 중국을 움직이는 녀석이니 내가 사려야지.”

“게다가 빌런 대 빌런의 싸움이고 지금 일어나는 현상들이 재벌의 몽둥이질이라는 걸 알게 되면 하등 좋을 게 없어요. 사회적인 관심을 모조리 각하한테 몰아야 합니다. 형님. 잊지 마세요. 정치인들이 붙인 윤 회장 별명을요.”

“미친개.”

“미친개는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준비한 자료들에서 윤태식이라는 이름을 체크하고 발언에 주의를 기했다. 그러나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좀 지켜주면 얼마나 좋을까. 엄한데 그룹의 총력을 동원하지 말고 쥐고 있는 폭탄만 조금 써주면 우리나라가 확 바뀔 텐데.”

“살인자 사이코패스가 회개하고 오성전자가 재산 기부하는 거랑 똑같은 얘기네요.”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알아.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야.”

연신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마냥 제 욕심만 부리는 윤태식 회장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이 기회를 잘만 살리면 탄핵도 가능해요. 단군 이래 모든 유권자가 이 정도로 정치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 적이 없을 정도니까요.”

“각하가 도덕적으로 좆나게 완벽한 바람에 윤 회장한테 꽉 잡혔습니다. 기자들 터는 것만큼은 절대로 못 막고 덕분에 우리는 왜곡된 정보들을 재조명할 수 있어요. 씨발 알 권리가 비로소 실현되는 겁니다. 이거 놓치면 완전 머저리입니다.”

“대안 언론이 아니야. 우리 기사를 주류 언론이 받아쓰는 정도가 아니라 주류가 바뀔 수 있어. 그간 정치에 무관심해서 본 손해가 어느 정도이고 뭐가 부당했는지 제대로 알려준다면!”

광화문에 백만 명의 촛불을 모아 시위를 벌일 요량이다.

이들의 판단으로는 충분히 가능했다. 탈탈 털리고 있는 잔가지들을 타고 가면 그 뿌리는 가장 깊숙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그간 욕했던 이들을 응원했다.

“3대 언론사들이 제발 더 버텨줘야 해.”

윤태식이 다 이뤘다고 손 털면 그때부터는 공고한 기득권들의 힘에 풀뿌리들을 모아 저항하는 지금까지의 과거가 반복될 뿐이었다. 이렇듯 윤태식이 쏘아 올린 공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으며 저마다 이용하려는 이들로 한국은 떠들썩했다.

174. 화끈

요즘 생긴 취미가 있다.

한국의 언론사들을 두루두루 둘러보는 것이다.

“돌아가는 판이 내가 한 거라서 그런지 더 마음에 들더라.”

【대기업 GF의 횡포】

【언론계 비리에 연루된 기업과 정치인만 세 자리. 그런데 GF는 없다?】

벼랑 끝에 몰린 언론사들은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의 인맥을 동원하고 감정에 호소했다. 상식적으로 GF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GF는 다른 곳들과 달리 깨끗하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GF만 비리에 연루된 것이 없다는 것을 이용한 음모론을 만들어 대응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학교수의 양심선언. ‘재벌의 탄압과 왜곡된 기자와 언론.’】

【온라인 시대의 사회적 살인. 이대로 괜찮은가?】

【자살 시도와 우울증. 말해도 들어주는 이 없음에 기자들, 눈물.】

명문 대학의 사회학 교수들이 하나같이 GF 그룹을 겨냥하고 인터뷰하고 사설을 생산했다.

“이 송사리들은 뭡니까? 무슨 정신으로 나서는 거지요?”

물으니 김유천 비서실장이 조소를 지었다.

“언론사들의 발악으로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니 현실감각이 떨어진 꼰대들이 움직인 것에 불과합니다. 저들에게 3대 대형 언론사는 무너지지 않는 권력의 상징일 테니 말입니다.”

듣고 나니 이해되는 점이 있었다.

언론.

본래의 제 기능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국민을 대변하는 정의의 목소리이자 국가의 수호자가 되는 요소다. 대중에게 정보 전달을 하여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언론은 명목상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님에도 입법, 사법, 행정의 뒤를 이어 제4의 권력으로 비유되곤 하지 않던가.

말하자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여론 그 자체가 큰 권력이며 그 여론을 움직이게 만드는 언론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힘은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없앤다.

그렇기에 일본은 전 세계의 언론에 상당한 자금을 쥐여주고, 또 잠재력이 훌륭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일찌감치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워놓았다.

대학교수, 언론인 그리고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사회의 곳곳에는 그렇게 일본의 장학금을 받고 그 자리까지 올라선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고위층을 다 차지하고 있으니 지식인들이 촌철살인과 같은 발언으로 대중의 발언을 묵살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이루어진 것이다.

‘여론을 조장하는 단체와 지식인들이 함께하니, 어떻게 보면 국가의 진짜 권력보다 훨씬 더 실질적인 힘을 가진 단체가 언론사지. 하지만 그건 20세기까지일 뿐. 지금은 21세기야. 국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것이 언론밖에 없던 시절은 이미 끝났어.’

저들이 연구에 힘쓰고 교육에 성심성의를 다한 이들이라면 아무 일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진실을 모두가 알게 된다.

[이번에 테이크북에 뜬 배민일보 사설 봄?]

[그거 안 본 사람이 어디 있냐? 진짜 심하더라. 교수가 땅 투기로 돈을 쓸어 담았던데?]

[ㅋㅋ 공부해서 대학가야 뭐하냐. 교수 머슴에 불과한 거.]

[돈 줘, 일해줘, 몸도··· 오우 마지막은 좀 그렇다······.]

[언론사 사설란에 사설을 아주 듬~뿍 담았더라. 유착 관계 개쩜.]

[요즘 자주 느끼는 건데, 이거 정리 누가 다 한 거임? 쌔끈하게 잘했다. 이해가 팍팍 돼!]

테이크 북의 힘은 강력하다. 비록 ‘이곳에서 양산되는 이야기들은 과연 신뢰해도 되는가?’ 라는 문제가 있지만, 내가 퍼트리는 정보들은 모두가 진실이라 큰 상관이 없다.

‘나중에 오히려 이게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 그 미래까지 고려하는 건 힘들지.’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움직이려고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된다. 실수를 우려하면 계속 걱정만 하다가 죽을 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삶만큼 무기력한 게 없으리라고 본다.

[님들 그거 아세요? 심교수 땅 투기에 배민일보에서 땅값 띄우고 돈 챙긴 것도 엮였다는 거.]

[배민 일보가 예전에 마약 스캔들 덮어주면서 200억 받았다고도 하던데.]

[카더라 노노. 증거 있음?]

[옛날 같으면 그냥 카더라인데, 요즘은 진짜로 있다는 거. 이 주소로 가보삼.]

[···나라에 개새끼가 토나오게 많다!]

여론이라는 건 원래 신뢰도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퍼지느냐다.

휴대폰이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활자신문은 보지 않아도 지인의 알람음과 함께 도착한 SNS를 보지 않는 이는 없다. 교수들에게는 설상가상으로 피해를 대학생들의 고백이 이어지며 사퇴하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회장님께서 주신 원칙대로 선공을 가한 상대에게만 보답해 주었습니다.”

“아주 잘했습니다. 중국에서 정보를 주기는 했지만, 이를 쓰지는 않아야 합니다.”

“네.”

이제 남은 일은 저들의 몫일 뿐이다.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교수를 물러나게 할 수 있을 테지만, 감정적으로 주장하다 끝나면 실속 없이 현재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이렇듯 비리에 연루된 모든 언론사는 어떻게든 GF를 걸고넘어지며 물타기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보고자 했지만,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결과, 나는 목적한 바를 이루며 예상했던 모습과 꿈에서도 짐작 못 한 장면을 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에 지원한 일본 재단의 200억. 어디에 사용되었나?】

【전범 기업이 만든 재단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력】

일본에서 만들어진 4개의 재단. 그들이 한국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한 기사.

기자들에 대한 지탄과 언론계의 비리, 유착, 부정부패에 대해서 관심이 몰려 있는 상황에 관련 인물들이 전부 일본 재단으로 묶여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는 사실상 멱살 쥐고 흔들며 두드려 패던 내가 보내는 메시지였다.

끝내자는 것.

【검찰 압수수색 시작. 성역 없는 수사 약속하겠다.】

저들로서는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렸을 것이다.

검찰이 광속에 가까우리만큼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파일, 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주요 언론사 검찰 압수수색에 이어 세무조사까지!】

국세청도 냉큼 동참했다.

‘눈치 액션이지.’

그저 조사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밝힌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차피 중요 자료들을 검찰이 전부 가져가 버렸으니, 국세청이 지금 할 수 있는 조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려면 검찰의 수사가 끝나고 나서야 가능한데, 그럼 족히 한 달은 걸린다.

그때가 돼서야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관심이나 가지겠는가? 그러니 조사는 한 달 후에 하더라도 일단 자신들도 조사할 거라는 의지만 보인 것이다.

이제 마무리다.

【각 언론사 대표들의 눈물의 사과문 발표】

【동시에 퇴임하는 언론사 대표들. 관련자들 전부 구속 수사】

전례 없는 강경 대응을 통해 비로소 종료됐다.

‘이제는 감히 우리 식구들한테는 얼씬도 못 하겠지.’

상대의 자금줄을 끊고, 협력관계였던 일본과의 관계를 단절한 뒤, 기자의 무너진 도덕성을 보여주고, 유착과 비리 문제를 터트렸으며 언론사들은 정치계와의 연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묶었다.

집단에서의 고립!

정글 같은 세상에서 혼자 남은 존재는 그저 사냥감이 될 뿐이다.

여기까지는 계획했던 대로의 결과였다.

한편, 내가 일으킨 나비효과로 예상외의 사건 두 가지가 일어났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새로운 뉴스 KVN!】

첫째는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언론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었다. 언론사들의 신뢰도가 바닥이었기에 지탄 받은 이들이 아닌 바른 언론인들이 의기투합했고 자성과 개혁의 목소리에 힘입어 KVN을 세웠다.

이들은 기존의 주식회사들과는 달리 주당 의결권이 아닌 인당 의결권을 갖는 회사다. 일반적으로는 20만 주를 가진 대주주의 의결권은 20만 주에 해당하고 나머지 10만 주를 가진 사람은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었다.

대주주의 의견이 무조건 이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KVN은 다르다. 20만주를 가졌더라도 대주주 1인이라면 표는 1표가 된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투표권에서 1표 밖에 권한이 없는 것과 동일한 형태의 기업인 셈이다. 주식회사이면서도 협동조합의 형태를 함께 갖춘 셈이다.

“좋은 뜻으로 모였는데 자금이 부족하면 곤란하지요. 지원합시다.”

“예, 회장님.”

대안 언론이 축이 되어서 모여 세웠다고 하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건 돈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언론사가 건실하게 있기를 바라며 쌈짓돈을 보내본다.

그리고 둘째는 나로 하여금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맙소사! 촛불 집회라고?”

대서특필된 사진과 기사 문구를 보고 기함했다. 이른바 탄핵과 거국적이라고까지 불리는 엄청난 촛불의 물결이 존재하지 않았어야 하는 시점에 일어난 것이다.

‘이게 원래는 다음 정권 때 일어난 거 아니었나?’

미래를 아는 만큼 게임이나 영화 등등의 사업 쪽에서는 여러 가지를 바꿨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보고 나니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내가 아는 미래의 한국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은 분명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뿌듯함과 다소의 충격을 끝으로 나의 이번 일탈이 마무리되었다.

< 게임으로 > 끝

ⓒ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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