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504화 (504/577)

< GFCON 2009 >

*

“너무 많은 문의 전화 때문에 미국과 독일의 법인에서는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푸념이 쏟아지는 지경입니다.”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드래곤 소울의 홍보 영상에는 드래곤 소울2에 대한 내용이 사실상 단 한 가지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런 반응이라는 건 게이머들이 그만큼 새로운 게임에 대한 목마름을 앓고 있다는 의미였다.

‘관심은 뜨거운데 공개된 정보가 없어서 이러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다는 말은 충분히 뜸이 들었다는 것이다.

“발매일자 잡고 시네마틱 트레일러에 넣어서 새로 공개하도록 하세요.”

“드디어 출시하는 겁니까?”

“해야죠. 이렇게 많은 기대가 모였는데.”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많은 게이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드래곤 소울2의 발매일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더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GFCON 2009! You’re invited!」

드래곤 소울의 발매 직전 GF의 게임콘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GF 내부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제대로 된 게임 행사다. GF라는 게임사가 어디에 있으며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준비했는지 알려주기 위한 것.

그렇기에 이번 행사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입장권의 가격은 인당 100달러.

행사 개최지는 성남 시청이다. 정확히는 이제 막 완공되었으나 아직은 청사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성남시의 신청사가 GF CON의 행사장이었다.

이곳을 행사장으로 정한 이유는 꽤 많지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GF라는 회사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함이다.

‘지금은 강남에 있지만, 곧 이사할 예정이니까.’

두 번째 이유는 성남시에 앞으로 성남시의 세금 수입을 책임질 회사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려주기 위함이다. 성남시의 1년 세금 수입은 약 1조 8천억 원이다.

한편, 이번 GFCON 행사가 불러오는 추정 경제 이득은 약 3,000억 원.

이 행사 하나의 규모가 성남시 1년 수입의 16%나 되는 것이다. 추후 우리가 성남시에 속한 기업이 된다고 하더라도 갑은 성남시가 아니라 우리 GF라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고 시작하려는 속셈이다.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데 왜 불안하겠어?”

순탄하고 원활하다. 혹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는 말하는데 그건 자기 불안감에 떠드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런 놈은 일이 잘못되면 잘못 돼서 전전긍긍하고 잘 풀리면 잘 풀린다고 긴장하는 피곤한 삶을 영원히 살 수밖에 없지.’

나는 다르다. 아는 만큼 행동하고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아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다. 가장 중요한 건 천재지변에 준할 만큼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너끈히 견뎌내고 이겨낼 맷집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 걱정은 전혀 없었다.

어느덧 물 흐르듯이 시간이 흘렀고 기념비적인 GF CON 행사일이 다가왔다.

“국산 게임 욕하고 외국 게임만 쓴웃음 지으면서 반가워하던 나와는 확실히 다른 현실이지.”

문전성시를 이루는 수많은 게이머의 방문을 보니 기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

성남의 신청사는 3,220억을 들여서 건축한 만큼 건물이 굉장히 호화롭고 규모 또한 경기도에 소속된 하나의 시청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만큼 GF에서 준비한 것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곳을 찾은 게이머들의 눈은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이불 밖에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그러나? 여기 진짜 우리나라 맞냐?”

“매번 행사다운 행사는 전부 유럽이나 미국에서 하는 회사라서 별것 없을 줄 알았는데, 존나 쩐다. 행사 규모 봐. 완전 미쳤어.”

“진짜 내가 지금 한국에서 하는 게임 행사에 온 게 맞는 거야?”

“닥치고 난 드래곤 소울! 드래곤 소울 보러 왔다고! 드래곤 소울 행사장이 어디야?”

“멍청이냐?”

“왜? 뭐가?”

“드래곤 소울은 오늘 공개 안 해.”

“뭐라고!?”

GF CON은 2박 3일로 3일간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다. 3일이라는 긴 시간을 진행하는 만큼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드래곤 소울에 관한 정보는 2일 차 저녁부터 공개된다.

“에이씨. 난 그거 때문에 왔는데 그럼 오늘은 뭐 하라는 거야?”

“답답한 소리 한다. GF에서 11만 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받았는데 이 행사의 볼거리가 고작 드래곤 소울 하나일 거 같아?”

“그래봤자 지들 거 홍보나 오지게 하겠지 뭐······.”

친구의 대답에도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던 남자는 자신의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했다.

“어억?”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돌리던 그의 눈에 들어온 거대한 현수막.

그곳에는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펴고 당장이라도 사람들을 습격할 것 같은 현실감 넘치는 와이번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아우란 드나스!”

일명 창공의 왕자!

몬스터 프레데터스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이 몬스터는 일종의 마스코트 몬스터였다. 이를 보자 드래곤 소울이 없다고 시무룩해 하던 이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저게 있다는 건···!”

기대를 한 그의 발걸음 옆으로 누군가가 허겁지겁 달려갔다. 이내 우루루 움직이는 무리가 되었는데 모두 아우란 드나스를 발견하고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해당 현수막의 아래로 몰려드는 것이었다.

「몬스터 프레데터스 : 뉴 챌린지.

한 줄기의 빛이 하늘을 가르고, 구름을 꿰뚫으며 마침내 땅을 비춘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의 소리는 이내 메마른 대지에 비와 바람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자연의 힘!

그리고 그런 자연의 힘마저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강력한 포식자들.

뜨거운 불꽃을 이겨내고 완성된 강철의 검은 더욱더 날카롭게 빛을 내고 포식자들의 단단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갑옷은 더욱 견고하게 동여맨다.」

이들의 기대는 감탄사를 자아내는 영상으로 보답받았다.

「새로운 힘을 추구하며 그저 묵묵히 발자취를 새긴 두 존재는 마침내 서로를 인지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서로의 만남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고동치는 심장의 울림.

한 걸음 더 전진할 것인가. 이곳에서 쓰러질 것인가.

사냥꾼과 그 사냥감.

어느 쪽이.

어떤 것이 될 것인가.

천둥소리와 뿔피리의 깊은 음색.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뜻하지 않은 희소식에 관람 중이던 이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거 뭐야? 설마 몬스터 프레데터스도 발매 예정이야?”

“저 내부 안 보이냐?”

“빼박이지!”

친구의 손가락을 따라가며 그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몬스터 프레데터스 존이 있었고 그곳은 새로 나올 몬스터 프레데터스를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는 체험 존이었다.

“데모 버전이 벌써 완성 된 수준인 거였다니!”

“와! 배경 봐. 완전 미쳤어.”

“아악! 세상에! 이게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그 몬프 맞아?”

과거 E3에서 몬스터 프레데터스를 처음 공개했던 그 날처럼 지금도 체험관에서 플레이 가능한 몬스터는 몇 가지 되지 않았다. 그중 가장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우란 드라스는 당연히 없었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개쩐다! 바다야!”

“파도가 치고 있어. 바다를 배경으로 한 마을이··· 우와··· 퀄리티 진짜 씨발··· 존나 미쳤다···”

기존 버전에는 총 네 가지의 지형이 등장한다.

밀림, 늪지, 설산, 사막.

몬스터 프레데터스 뉴 챌린지는 그 이름처럼 새로운 지형에서 새로운 몬스터에게 도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모두가 시청하듯 어촌 분위기를 물씬 살렸다.

“그럼 물고기나 그런 몬스터가 나오는 건가?”

이들의 기대에 따라 플레이 중인 한 사람이 드디어 몬스터를 찾아냈다.

해양 몬스터.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강하게 잡을 수 있는 해수의 첫 등장이다.

본래 몬스터 프레데터스는 몬스터의 이름을 위에 띄워주거나 체력 게이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체험판인 만큼 데모 버전에 편의를 위해 게이지를 공개 중인 상태였다.

「폰도 아르카데

어부들의 공포라 불리는 존재.

고깃배를 보면 달려드는 습성을 지니고 있어 해양 몬스터들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오는 몬스터.」

몬스터의 외형은 전체적으로 바다표범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으나 짧은 다리가 아닌 진짜 표범과 같은 길게 뻗은 다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물갈퀴와 물고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지느러미 형태의 꼬리를 가졌으니 한 눈으로 보아도 해양 생명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몬스터 포스 봐. 진짜 잘 빠졌다!”

“이제 아우란 드나스의 시대가 끝나는 건가?”

“아닐 거 같은데?”

“왜? 이 몬스터만 봐도 포스가 지리는데?”

“개발진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현수막에 아우란 드나스 대신에 폰도 아르카데가 들어가고, 몬스터 프레데터스 로고를 크게 박았겠지.”

“아! 그렇구나!”

“저 현수막은 모르긴 몰라도 이전보다 훨씬 멋진 아우란 드나스가 등장할 거라고 예고하는 걸 거야.”

개발진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참가자의 말이었지만,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폰도 아르카데의 등장 이후로 다른 지역을 선택한 체험자들이 속속 몬스터를 발견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전 버전의 지형 중 하나인 밀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원시림이다. 이곳에서는 곤충형의 새로운 몬스터로 실바 콘펙토가 등장했다.

중세 기사와 같은 단단한 갑주를 두르고 방패와 같은 두 개의 앞발과 장창을 연상케 하는 두 개의 중간 발이 위압적인 몬스터다. 대단한 덩치를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사기적인 조합을 갖춘 폭력적인 위용은 체험자들에게는 절망과 도전 정신을 동시에 주는 존재였다.

그 외에도 맘모스를 연상케 하는 빙해의 거대한 몬스터 루카 보나리스, 용맹한 늑대의 외형에 사자의 갈기를 달고 샤벨 타이거와 같은 송곳니를 가진 대초원의 루프 어글라 등의 몬스터는 체험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GF에서 완전 작정하고 준비했네. 이걸 보면 대체 누가 지갑을 안 열겠냐?”

“빙해에 저 코끼리 뛰어다닐 때, 바닥 얼음 갈라지는 효과 봐라.”

“나무 넝쿨에 몸이 걸리는 저 딱정벌레는 어떻고?”

“연출 돌았다 진짜. 얘들은 게임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어도 대박일 거야.”

“드래곤 소울 하나 보고 왔는데 사야 할 게 늘었네.”

“이거 언제 출시하는 거지? 당장 사고 싶은데.”

“이 게임 하나만 해도 첫날부터 찾아온 가치가 있어.”

빨리 체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정도다. 하지만 GF에서 준비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GF콘의 참가자들은 여러 게임존을 지날 때마다 GF의 출시 예정작을 보면서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탈탈 털어야 하는 입장이 되었음을 체감해야 했다.

“워쳐2 어둠에 숨은 자들?”

“사이버 쇼크2도 있어! 지저세계 란다!”

“이거 봤냐? 신과 같이 Seoul 1970이 있데!”

“데들리 스페이스2다. 으아아악! 좋아서 환장하겠어!”

대작들의 후속작은 물론이고, 그들을 놀라게 만든 또 다른 신작 예고.

“GF 아레나?”

“이거 엄청 반가운 캐릭터들이 잔뜩 있는데?”

“지렸다. 올스타전이야!”

드래곤 소울, 몬스터 프레데터스, 워쳐 등 그동안 GF에서 준비한 중세 배경의 캐릭터들이 나와서 현실적인 전투를 하는 대전 게임이었다. 대작 게임 속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뜨거운 피를 흘리며 최강의 존재를 가리는 게임이다.

“각 게임 속 캐릭터마다 스킬이나 이런 것들 밸런스 조정이 만만치 않을 텐데?”

“바벨 캐릭터들은 밸런스가 맞아서 같은 게임에 등장하냐?”

“그거야 그렇지만······.”

흥분과 기대. 한편으로는 걱정과 우려의 마음이 일게 만드는 GF 아레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데모 버전이 없었다. 그저 콘셉트 정도만 공개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분명했다.

오늘 행복한데 내일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기대감이 더욱 치솟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GF의 여러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을 지나고 나면 GF에서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게임들의 이전 스토리들을 애니메이션화 시켜놓은 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스크린 존이 기다리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온 사람들이 감명받은 듯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몬프에 이런 스토리가 있었을 줄은 몰랐네.”

“그냥 몬스터만 사냥하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이 있는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었어.”

“그래도 역시 스토리는 드래곤 소울이지!”

“그거야 원래 스토리가 중요한 RPG니까. 몬프는 그게 아닌데도 스토리가 쩔잖아.”

“근데 GF에서는 내년에 몇 개나 게임을 출시하려는 거야?”

“대충 150개 정도 되던데?”

“···뭐라고?”

당연하지만 150개의 AAA급 타이틀을 출시하는 건 아니었다. 이들 타이틀의 소스를 재가공하여 만든 B급 게임들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퀄리티만큼은 AAA급 타이틀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G크로스로 출시하는데 저런 게임이 장당 9,900원이면 그냥 속는 셈 치고 해도 괜찮지.”

“내년에는 게임 구매에만 50만 원정도 쓸 거 같다.”

콘솔 게임 시장이 작은 한국 게이머들의 반응이 이 정도인데 해외에서 비행기까지 타고 찾아온 외국인 팬들은 오죽했겠는가.

외국어를 모르는 이들이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감탄사가 쏟아졌고 흥분하여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설명하는 이들이 넘치도록 있었다.

그렇게 뜨거운 호응 속에서 GF콘의 첫날이 지났다.

< GFCON 200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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