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켠 김에 끝까지 >
- 무슨 만화에서 주인공이 적의 공격을 1밀리 간격으로 휙휙 피해내는 그런 거 보는 기분이네.
- 난 백스텝이 아니라. 구르기를 써도 이 타이밍 못 잡겠던데.
“구르기를 쓰니까 못 잡지.”
구르기는 절대 비추천이다. 일반적으로 회피에 백스텝보다 구르기가 훨씬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보스를 사냥할 때는 아니다.
공격을 피하기가 힘든 만큼 녀석의 체력은 높지 않다. 게다가 금방금방 보스를 상대해야 하는 마지막 스테이지의 특성 덕분에 플레이어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으니 더더욱 보스들의 체력을 높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네가 세계에 파멸을 가져오는구나.」
『THE DEMON WAS DESTROYED』
상대하는 법을 알려주려고 플레이하는 사이에 보스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이대로 전진하면 진짜 최후의 엔딩이다.
*
신들의 회랑 최상층부.
볼테라 왕국의 전경이 보이는 이곳에서는 이곳저곳이 파괴된 벽들 사이를 통해 지금까지 여행한 곳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사방으로 뻗어진 볼테라 왕국의 수도는 삭막하면서도 장엄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 앞서서 누군가가 수도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순백의 의복.
알게 모르게 조금씩 뻗어 나오는 불꽃!
바로 광휘의 왕인 그리핀이었다. 세계를 위해 싸워온 고대의 영웅 중 최강의 존재이며 가장 존경받던 왕. 용의 부활을 막고자 이 자리에 섰으나 결국 데몬이 되어 용의 부활에 가장 앞장서게 된 존재이기도 하다.
플레이어를 발견한 그의 시선이 움직였다.
「순례자. 그대의 길이 이곳까지 닿았다는 것은······.」
「놀랍도다. 용조차도 꿰뚫던 기사가 그대는 뚫지 못한 것이로군.」
「참으로 놀랍구나.」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검이 박혀 있는 곳으로 나아가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 아니! 이런 건. 검을 잡기 전에 가서 조져야지! 대체 왜 검을 잡을 때까지 구경하고 있냐고!
- 원래 변신할 때는 건드리지 않는 게 에티켓임. ㅋㅋ
일부 시청자의 답답한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또 그걸 다 일일이 현실적으로 했다가는 지금과 같은 포스가 넘치는 연출을 해내기가 힘들다.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다 핑계로 들릴 수 있겠지만, 개발자들은 그 연출과 현실성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순례자여. 저 넓은 세계를 보아라. 그리고 그들의 비명을 들어 보거라.」
「저 모두가 그대가 만든 인과이니라. 세계를 구원코자 저지른 살육의 증거이니라.」
「다시 보아라, 순례자여. 그대는 무엇을 이루었는가? 그대의 폭력으로 무엇이 해결되었는가?」
볼테라의 수도는 처음 주인공이 세계에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그리핀의 말은 교묘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것들은 주인공 때문이 아니다. 애초에 용이 잘못이며 미친놈이 궤변으로 주인공을 압박하는 대사일 뿐이다.
「피비린내가 짙게 나는 그대를 어느 누가 순례자라 보겠느냐.」
「구원을 입에 담는 자여. 묻노니 무엇이 그대를 짐승으로 만들었는가?」
「소울인가? 파괴인가?」
고민이 필요한 물음을 던진 후 그리핀은 바닥에 박힌 검을 완전히 뽑아 들었다. 이내 그 검의 방향이 플레이어를 향하자 마치 태양과도 같은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광휘의 왕 그리핀!
이 보스는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보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일단 인간형 보스들은 거대 보스들과 비교해서 안전 범위가 좁다. 그래서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있다가 뒤를 잡을 수 있을 때 빠르게 들어가서 두 대 정도만 치고 바로 빠져야 하는데 그리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 이건 뭐지? 태양 만세!?
- 그러게. 태양 만세랑 좀 비슷하네.
- 벌써 태양찡 그립다 ㅠㅠ
그리핀의 자세는 태양 만세와 전혀 다르다.
검을 바닥에 꽂고 온몸에서 광채를 발산했다.
그리핀을 중심으로 파괴적인 힘을 가진 빛이 폭사 되는 스킬!
참고로 범위는 보스 방 전체의 절반 정도 된다. 그냥 스킬이 사용되면 무조건 끝까지 달려가야 했다.
“최종 보스가 이 정도 포스는 있어야지.”
설정상으로도 신화에 가장 근접한 대영웅 아니랴!
그야말로 보스의 포스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스킬로 무장한 몬스터의 공격이 이어졌다. 불타는 대형검을 쌍검에 못잖은 속도로 연거푸 베어왔다. 도중 왼쪽으로 베며 검을 한 손으로 쥐고 품이 드러나는 가 싶을 즈음 오른손에 강력한 빛과 파동이 응어리졌다.
광범위 스킬을 작렬할 준비 동작이다.
- 뭐야? 보스 기 모으는데? 안 도망가?
- 설마 여기까지 이렇게 보여주고는 이 스킬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 모를 리가 있나? 이렇게 공격하고도 피할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닐까?
후려치는 듯 허공을 때릴 때 발생하는 원형의 빛은 더할 나위 없이 큰 피해를 준다. 대신 플레이어들이 멀리 도망갈 시간을 주기 위해서 꽤 오래 기를 모으는 동작이 주어진다. 즉, 멀리 도망가지 않아도 회피할 수 있다면 상당히 여유롭게 보스를 공격할 수 있는 프리 딜링 타이밍이라는 것.
‘일반적인 방식으로 멀리 도망가면서 피하는 데 이런 건 나랑 안 맞지.’
넓은 범위로 퍼져나가며 타격을 주지만, 결국 안에서부터 밖으로 타격 범위를 넓혀가는 스킬이다. 이는 타이밍만 잘 맞춰서 밖에서 안으로 회피를 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스킬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무적 회피 타이밍과 스킬의 범위에 들어가는 시간이 거의 일치한다. 완벽하게 정확한 타이밍이 아니라면 얻어맞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회피법이 절대 아니다.
- 미친... 이걸 이렇게 피해버리네.
- 에바쎄반데;;;
- 잘한다··· 진짜 개 잘해··· 부럽다··· ㅠㅠ
- 파워썬입니다. 저거 이론으로는 세우고 제가 진짜 오바 아니고 몇백 번 트라이해봤었거든요. 근데 전부 실패해서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되는 거였네요. ㅠㅠ
- 지금까지 회피한 것들은 솔직히 신기하긴 해도, 불가능한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저건 진짜 말도 안 되네. ㄷㄷㄷ
구르기의 무적 회피 시간은 0.42초.
보스의 범위 스킬은 밖에서 안으로 회피할 경우 0.38초의 타격 시간을 가지게 된다. 고작 0.04초 이내의 오차범위에서만 회피가 가능하다는 이야기. 이것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궁금하다면 스톱워치를 켜고 0.04초가 나오도록 눌러보면 된다.
할 수 있다면 말이다.
- 이걸 이런 식으로 회피할 수 있으면 그리핀이 역대 보스들 중 가장 호구 아닌가?
- 이 스킬만 유도하면서 안전하게 플레이하다가 이 스킬 나오면 극딜하는 식으로 하면 완전 호구인 거 같슴당.
- 여러분들 뭔가 착각하시는 거 같은데, 애초에 모든 보스를 호구처럼 느낄 실력이 되니까 이걸 이렇게 피하는 겁니다. 저 스킬을 피하는 사람이 다른 스킬들 피하면서 쉽게 싸우는 걸 못할 리가 없죠.
- 아. 맞네. 그 말이 맞아.
- 저 정도는 할 줄 알아야 GF에 취직할 수 있는 거구나. 역시··· 취직은 존나 어려운 거임 ㅠㅠ
- 근데 대체 이 게임을 얼마나 해야 이런 플레이가 가능한 걸까?
- 모르긴 몰라도 최소 1,000시간은 플레이했을 거다에 손모가지 건다.
- 3,000시간쯤을 했을 가능성이 높음.
미안하다. 타고난 능력빨이라서 시간 따위 걸린 적이 없다.
“다들 그냥 손모가지 날아가게 생겼네.”
물론 공개적으로 밝힐 내용은 아니었기에 손모가지를 걸었던 당사자는 자신의 귀한 신체가 절단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핀은 자유자재로 순간이동을 하는 보스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동 후에는 늘 원거리 스킬인 검기로 이어진다. 앞에서 사용한 범위스킬과 달리 일직선으로 뻗는 공격이라 피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으나 문제는 순간이동으로 늘 시야에서 벗어난 후에 스킬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 안 보이는 곳에서 공격하니까 보스 찾다가 맞는 일이 다반사.
- 그거 진짜 짜증 남.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이러고 찾다가. 저기 있구나! 하면 스킬도 내 앞에 있음.
이게 문제다. 원래 드래곤 소울의 게임의 난도를 높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카메라 시점이다. 애초에 카메라 시점을 벗어나는 보스를 상대로 하면서 무조건 그 시점 안에 보스를 두고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
‘때마침 순간이동을 해주네.’
이것 자체가 문제다
- 요거! 그래!
- 그래! 이거 어떻게 피해야 하는 거야?
보스의 순간이동.
일단 스킬을 피하고 못 피하고를 떠나서 이후에 보스의 패턴을 보려면 보스를 찾아두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에게 굳이 보스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나는 애써 화면을 돌려 보스를 찾지 않았다.
그냥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어!?
- 어어!?
- 어어어!?
- 안 보고 피한다!?
- 아닠ㅋㅋ 진짜 또라이 ㅋㅋㅋ
- 시청자 : 보스가 자꾸 안 보이는 곳에서 공격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 BJ : 안 보이는 곳에서 공격하면, 안 보고 피하면 됩니다.
- 미친ㅋㅋㅋㅋ 안 보고 피하면 된대.
- 근데 진짜로 안 보고 피해버리니까. 더 뭐라 할 말이 없다. ㅜㅜ
- 난 이런 공략을 강력하게 거부한다!!!
보스가 순간이동하고 공격 스킬을 사용하기까지의 캐스팅은 약 3초다. 즉, 화면에서 사라지고 3초 후에 회피기를 사용하면 어지간해서는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즈음 2페이즈에 돌입했다.
「진정 놀랍구나. 순례자여.」
「그대는 기나긴 역사에도 손에 꼽을 강자로다.」
광휘의 왕 그리핀은 드래곤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노예 해방전쟁을 승리로 거둔 영웅왕이다. 그런 인물이 단순히 드래곤의 수하가 되었을까?
아니다. 그의 목적은 드래곤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드래곤과 융합하여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흔한 클리셰 있지 않은가? 페이크 최종 보스를 사냥하고나면, 본래의 최종보스가 등장해서 페이크 보스와 결합하는 그런 클리셰.
광휘의 왕 그리핀이 그러했다.
「크으··· 으아아···!」
인간의 비명과 괴수의 포효가 겹쳐서 울렸다. 그리핀의 외형 역시 크게 변했다.
그리핀의 체력이 10% 미만으로 떨어지자 억눌러져 있던 드래곤의 영혼에서 검은 기운이 방출되며 그리핀을 흡수해 버렸다. 그리고 당당히 인간의 모습을 갖추고 있던 그리핀은 이제 인간도, 용도 아닌 괴상한 생명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 이미 드래곤은 반쯤 부활한 상태였던 건가요?
- 정답! 근데 그리핀이 애초에 겁나 강력해서 어느 정도 제어도 하면서 자기가 흡수할 타이밍 잡고 있었음.
- 근데 하필이면 주인공이 쳐들어온 겁니다.
바뀐 보스 몬스터의 이름은 ‘뒤섞인 드래곤’이었다.
데몬과는 다른 형태의 괴물이 되어버린 그는 짐승처럼 괴이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내가 신성한 용의 힘을 깨달았노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구원이다.」
「복종하라!」
키메라처럼 여러 개의 머리와 날개, 꼬리를 가지게 된 뒤섞인 드래곤의 입에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하나의 브레스도 아닌 각각의 입이 삽시간에 전장을 휩쓸었다.
검붉은 기운이 짙게 압축된 느낌의 브레스.
매우 좁은 범위를 타격하지만 빠르게 사방으로 휘젓기 때문에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나는 이 게임의 마스터니까.
‘감정표현. 눕기!’
벌러덩!
사지를 쫙 펴고 캐릭터가 바닥에 누워버렸다.
- 엥?
- 스킬 중에 누워?
- 갑자기 분위기 꿀잠?
- 헐··· 작살나네. 우와···
난데없는 나의 눕방에 당황한 멘션이 채팅창을 가득 채워지더니 이어지는 장면에 ‘!’가 도배됐다.
- 누우면 안 맞아?
- 그동안 이거 피해보겠다고 무슨 짓을 해도 안 피해져서 그냥 물약빨로 버티면서 했는데.
- 허무하네···
이전에 맞닥뜨리는 비룡의 브레스는 넓게 퍼지는 불이었지만, 뒤섞인 드래곤의 브레스는 압축된 일종의 레이져와 같은 스킬이다. 때문에 아주 좁은 타격 범위를 가지고 있고 사방팔방을 훑지만 눕는 동작으로 취하는 플레이어의 최초 타깃 고정 지점의 땅거죽은 훑지 않는다.
어떻게든 회피하려고 움직였고 게임 내의 전투를 위한 스킬이 아닌 그저 감정표현 중 하나로 스킬을 회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사람이 없었기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이제 끝을 보자.”
그리핀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형상을 하고 인간의 검술을 사용했지만, 용과의 융합 이후로는 체력이 줄어들수록 기술 대신 용의 힘만을 사용한다. 이전까지는 검사였지만, 후반부는 피통 많은 마법사를 상대한다고 보면 된다.
이는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외관과 달리 근접할수록 보스 몬스터의 대응이 둔해지고 스킬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바짝 붙어 쌍검으로 쓸고 회피하며 상대했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신성한 용의 힘을 거부하는구나.」
「신성모독이니라.」
단순하게 생각하면 GF가 워낙에 페이즈 별 패턴의 변화를 좋아하니까, 이 보스의 패턴도 그렇게 변하는 거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에도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다.
- 대사가 처음에는 그리핀이 용의 힘을 사용하는 거 같은 대사였는데 이제는 용이 직접 대사를 하는 느낌이네요.
- 점점 흡수당하다가 이제 제대로 흡수당한 느낌.
- 이게 다 플레이어가 괴롭혀서 그런 거임.
채팅의 말대로 그리핀의 체력이 낮은 때에 흡수를 하려 했지만, 그리핀도 워낙 만만치 않은 존재였기 때문에 봉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드래곤이 한 번에 흡수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가며 흡수를 해낸 것이다.
‘결국 흡수를 다 하면 죽게 될 운명이지.’
그리고 결국 뒤섞인 드래곤은 체력이 0이 되며 최후를 맞이했다.
「인간이여. 경이적인 그대의 강함을 존중한다. 그러나 위대함은 세월에 흩어지리니.」
「그러나 결국 나를 원하는 자가 또다시 나타나리라.」
「종말을 유예하였을 뿐, 영원성을 쥔 나의 승리는 정해져 있노라.」
뒤섞인 드래곤이 흩어져서 사라졌다. 막대한 소울이 흡수되었고 어느새 검은 기운은 다시 봉인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결국, 플레이어 앞에 남은 시체는 뒤섞인 드래곤이 아닌 그리핀이었다.
사위가 고요해졌을 무렵, 불의 신녀가 포탈을 열고 찾아왔다.
「이걸로 모든 것이 끝이 났군요.」
「뒤편에 돌아오실 문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드래곤 슬레이어께서는 자유롭게 원하는 곳으로 떠나시면 됩니다.」
- 양아치네. 지금까지 부려먹고는 그냥 떠나면 된대.
- 열정페이 씹오진다. ㅋㅋ
- 영웅이 등장하는 게임에서는 이런 게 너무 당연해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플레이했는데, 직접 몰입해서 봐서 그런감? 묘하게 기분이 나쁘네?
아이들이 보는 동화조차도 마무리에는 ‘공주님과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정도의 보상 아닌 보상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저 ‘볼일 다 봤으니. 이제 잘 가.’의 느낌을 준다.
이런 기분에 큰 공감을 한 시청자들이 불의 신녀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실제로 여기 채팅에는 거의 대다수가 직접 플레이할 때는 몰랐다고 말하지만, 실제 엔딩에 대한 조사에서는 65%가 여기서 배드 엔딩을 선택했다.
여기까지 진행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엔딩은 두 가지다.
신녀의 말대로 포탈을 통해 이곳을 벗어나는 것.
‘신녀를 죽이는 것.’
사실 신녀는 데몬이자 봉인된 드래곤의 일부다. 때문에 신녀를 죽일 경우 드래곤이 확실하게 부활하게 되고 플레이어는 드래곤의 충직한 데몬으로 다시 태어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여기서 나의 선택은 철저하게 드래곤 소울2의 홍보와 연관된 것이었다.
‘당연히 영웅적인 선택을 한 주인공이 미련 없이 포탈에 몸을 맡기는 엔딩이 다음 스토리로 이어지는 거니까.’
배드 엔딩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구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게임도 구경하는 얼굴 모르는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하였으니 미련 없이 포탈에 몸을 맡겼다.
남은 것은 에필로그였다.
「그렇게 이름 없는 영웅과 이름 없는 신녀는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이름 없는 두 존재로부터 세상은 구원을 받았을까?」
이 물음을 던지며 GF의 로고와 게임 제작진의 자막이 웅장한 음악과 함께 지나갔다. 드래곤 소울의 엔딩이었다.
- 아니, 마지막이면 구원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줘야지. 왜 질문을 하고 앉았어?
- 그래서 구원받은 거예요? 아님 못 받은 거예요?
- 드래곤 소울2가 아직 안 나왔으므로 아직 구원 못 받은 거. 2가 나와야 구원받음.
- 글쿠만! 2가 안 나왔으니까 구원 못 받았네.
- 일해라 GF. 빨리 이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에 구원을 보내줘!
안 그래도 고객님들이 원하는 그 게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다들 부디 많이 사주시기를.”
즐겁게 웃으며 방송을 종료했다.
< 켠 김에 끝까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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