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490화 (490/577)

< 아 몰라 >

- wa!!!!! 이건 또 뭐냨ㅋㅋㅋㅋ 간지 쩐다!!!

- 얘네 이거만 제대로 공개했어도 두 배는 더 팔렸다.

- GF 마케팅 존나 못하네. 게임을 잘 만들어놓고 이런 걸 꼭꼭 숨겨두냐? 홍보 샷에 잠깐이라도 등장시켜야 정상이잖아.

- 충격 보도! GF 마케팅 못 해도 업계 1위!!!

- 핥··· 갖고 싶다!

다들 기대에 찬 반응을 보이는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아이템 하나로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요소를 제작자가 넣을 리 없다는 사실이다.

즉, 이 칼은 장점만큼 단점도 확실하다.

“눈뽕만 오지게 지리고 딜이 구려.”

무기로서의 효율은 영 쓰레기급이었다. 하지만 나는 방송을 하는 입장이고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마당이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

효율보다 간지!

이 목적을 위해서 쌍도를 사용하겠다. 게다가 고작 쌍도 하나만 세팅하려고 이토록 공들여서 지역을 새로 만들었을 리가 없다. 이 제단에서는 얻을 것과 보여줄 것이 아직도 한참 남았다.

우선은 추가 획득 아이템이다.

「고대 성가대의 모자

방어력 +8

암흑 저항력 +30」

「고대 성가대의 로브

방어력 +15

암흑 저항력 +60」

「고대 성가대의 장갑

방어력 +8

암흑 저항력 +20」

「고대 성가대의 바지

방어력 +10

암흑 저항력 +20」

성가대라는 이름답게 하얀색으로 잘 빠진 복장의 장비.

이를 획득하고 아이템 설명 부분을 시청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보여주었다.

「성가대는 고대 교단 최고위 성직자들의 직책 중 하나였다. 이들이 입었던 의복이 암흑 마법에 강력한 저항력을 지녔던 것으로 보아, 성가대의 주요 역할은 이단 마술사들의 처단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흑마술사나 저주 계열의 마술사를 상대할 때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그 외에는 없다시피 한 방어력 탓에 한 방만 맞아도 훅 가기에 십상이다. 그러나 보통의 플레이어들에게만 해당할 뿐이고 컨트롤이 뛰어난 나 같은 경우에게는 문제 될 게 없었다.

‘딜 구린 쌍도와 방어력 구린 성가대 세트. 하지만 간지는 두 배지.’

뒤이어 주변을 둘러보며 오브젝트와 상호반응을 이끌어냈다. 불친절한 우리 게임에서 보기 드문 설정과 스토리의 공개된 부분이었다.

『남겨진 자들의 비석을 발견하셨습니다.』

「여왕을 모시며 위대한 용사들로 치세를 이루던 나라 볼테라. 영원할 것 같던 위대한 나라가 고작 눈먼 노인의 복수로 멸망에 치닫는구나.」

「여왕을 잃은 군세는 힘을 잃었고 위대한 용사들은 갈 곳을 잊어 백골로 무너지며 길 잃은 영웅은 돌아오지 않도다.」

「저주받은 무덤이 되어버린 옛 용사들의 성지에 그 누가 이제 영광을 기억하겠는가.」

창을 스킵하는 일 없이 출력되는 메시지를 모두가 읽는 타이밍에 맞춰 넘겨주었다.

- 아! 이거 그거다!

- 그거 저거 이거라고 하면 누가 알아요. 원시인도 아니고. 좀 자세히 알려줘 봐요.

- 고대 용사의 무덤에 관련된 스토리임당. 다들 전체 스토리는 아는데 중간 중간에 왜 망했는지는 몰랐었던 거임.

- 이 전에 배덕자? 배신자? 암튼, 눈먼 보스 몹 잡았잖아. 그놈이 길 잃은 영웅이고 잡몹들이 용사들.

- 이런 건 챕터를 끝내기 전에 알려주고 ‘그놈을 처단해주십쇼!’하는 게 RPG 아니냐?

- GF는 반대로 한닼ㅋㅋㅋ

- 이런 중요한 스토리를 요딴데다가 숨기니 중간 스토리를 누가 알겠어?

시청자들이 대화하는 사이, 아까 획득한 성가대 세트로 멋지게 싹 바꿔 장착했다.

- 그럼 보스몹 전에 죽인 그 징벌자가 눈먼 노인인 건가요?

- ㅉㅉ 그럴 리가 있겠음? 주방칼이랑 쇠사슬 휘두르던 도살자가 어딜 봐서 눈먼 노인이겠음ㅋㅋㅋ

- 항상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리는 비제이 파워썬입니다. 눈먼 노인은 지금 이 맵의 보스 몬스터인 이교도들의 수장인 교주를 가리키고 그가 복수심에 불타서 데몬을 불러온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 스포 씨게 해부리네. 파워썬도 빠잉~

- 누가 몰라서 안 말하는 줄 아냐? ㅋㅋㅋ

- 잘가라. 광고충~

- 뿅!

- ?

- ??

- ???

- 저기요? 강퇴 안 하세요?

- 컥··· 스포는 괜찮은갑다!!!!

“당연하지. 애당초 그거 하라고 고인물들을 놔둔 건데.”

빈정거리거나 욕하지 않기.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멋대로 길게 알려주면서 아는 척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 외에는 내가 보여주는 드래곤 소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면 충분하다.

- 근데 여기 어떻게 나감?

- 그러게요. 보니까 다시 올라가는 길 없어 보이던데.

- 자살! 강추!

전혀 아니다.

잊혀진 제단에 불을 켜고, 이교도들의 사원이 아닌 계승의 제단으로 돌아갔다. 이후 대장장이에게로 향했다.

- 여기 제단도 불 켜지는 거였구낭.

- 헐. 예쁜 똥칼을 강화한다! 미르스틴! 강화!

- 이해함. 능력치는 쓰레긴데 이 비제이 겜 잘함.

- 어차피 안 맞고 때릴 테니까요.

- 저처럼 팬티 바람으로 클리어하는 사람도 수두룩 빽빽인 게임인데 저런 간지 템이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 그렇긴 한데 그래도 괜히 아깝다는 기분이 드넹.

저물어 가는 두 개의 달과 성가대 세트를 전부 +5까지 강화했다.

+4까지의 강화는 어떤 아이템이든 무한으로 할 수 있지만, +5부터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일단 +10이 최고 강화인 이 게임에서 +10은 한 회차에 단 한 개만 올릴 수 있으며 그 조건 하에 +8까지는 추가로 1개만 더 만들 수 있다.

그만큼 +5부터는 강화 재료의 숫자가 정해져 있는데 그걸 이 아이템에 사용하는 것이 아까운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지.’

원래 게임은 유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다.

- 하얀 옷에 빛나는 쌍도 들고 있으니까 그거 생각나지 않냐?

- ㅇㅇ 만화 같은 거 보면 성경 구절 외우면서 악마들 죽이는 신부님 있잖아.

- 맞아요. 딱 그 느낌.

- 신의 심판을 받아라! 아멘으로 죽어랏!

- 처음에 성가대 의복이라고 나왔을 때는 교회에서 성가대들이 입는 옷 상상했는데 역시 드소네요. 고대의 성가대는 전투 사제들이었던 것입니다!

- 근데 전투 사제는 망치 아닌가?

- 망치는 간지가 안 나잖아~

그래. 바로 그거다. 망치는 아무리 간지가 나도 망치다. 만화와 같은 매체라면 모를까. 게임에서는 매력을 표출하기가 참 어렵다. 연타 위주의 망치라면 그냥 뿅망치 느낌이 강하고, 한 방이 묵직한 망치를 들면 그건 또 지나치게 마초남의 이미지다.

그래서 선택한 무기가 쌍도다.

‘이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줄 차례인데 이걸 잊고 가면 안 되지.’

제단에 차분하게 있는 신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서오세요. 용사님.」

「숨겨진 신전을 발견하셨군요. 이번에 용사님이 향할 이교도들의 교단은 볼테라의 신민들이 데몬을 피해 새로이 정착한 곳입니다. 첨탑 가장 높은 곳의 종을 울리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용사님들이 도전했지만, 종을 울린 용사님은 없었죠.」

「좌절한 이들이 자신을 포기하고 이교도가 되었지만, 부디 그들을 가엾게 여겨주시기를.」

- 신전 발견하고 마을에 오면 불의 신녀가 이런 말도 해주는 거야?

- 이거 영상으로 남겨둘걸. 아깝다. 이거 커뮤니티에 스토리 정리해서 올리면 따봉 겁나게 받을 거 같은데.

- 누군가는 영상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 그나저나 대충 정리하면, 볼테라의 신민이랑 사제들이 다음 스테이지로 도망쳐서 정착했는데 신흥종교가 이전의 종교를 밀어냈다. 뭐 그런 건가?

- 그게 맞는 듯.

- 근데 이교도 교단에도 기사들 겁나 나오거든요. 볼테라는 이전 맵에서 용사들을 잃었다고 하는데 왜 여기도 기사들이 많은 건가요?

- 알고 보니 존나 강대국이었던 거임. 용사들이 여단급으로 있고 기사들이 병사들처럼 많은 초강대국.

- 알고 보니 주교 최강설?

- ㅋㅋㅋ 아 몰라.

이 내용을 보고는 채팅창에서 별다른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시청자들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아마 한참 나중에 누군가가 해석해내겠지.’

이교도들의 교단 스테이지에는 다른 곳과 비교해 기사들이 많다. 애초에 이들을 보호하던 강력한 용사들은 고대 용사의 무덤에서 전부 죽었는데 어떻게 기사들이 많은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이 방금 본 대사 속에 있었다. 교단을 배회하며 지키고 있는 기사 몬스터들은 지금의 플레이어처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종탑으로 향했던 용사들이다. 그러나 결국 종탑에는 닿지 못한 채로 좌절하고 절망과 타협하여 이교도들과 교단을 지키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몰라도 얼렁뚱땅 이해할 수 있고.”

처음과 끝을 알면 과정은 대충 껴맞추는 게 보통이니까.

*

드래곤 소울에서 쌍검 혹은 쌍도는 이 두 개의 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때문에 이 무기를 제외하고도 종종 사용되는 쌍도가 있는데, 이것들을 사용하는 스트리머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 쌍도는 때려야 사는 무기지.

그렇다. 이 무기는 상대를 빨리 공격해서 죽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무기다. 이 콘셉트에 맞췄기에 공격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며 모션도 굉장히 시원시원하다. 그래서 때리는 맛은 확실히 쌍도만 한 것이 없다.

- 근데 이 비제이님은 패링 전문 아니었나요?

- 쌍도로는 못 하는 거 아님?

- 뉴비가 썩은물 걱정해주는 거 아님. ㅋㅋ 필요한 곳에서는 무기 바꾸겠지.

- 교체하고 텅! 갈아끼고 파파파파팍!

틀린 말은 아닌데, 이번에 보여줄 콘셉트는 아니다.

쌍도의 장점은 연타가 빠르다는 것이고 연속 공격을 모조리 먹인다면 짧은 시간동안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단점은 경직도가 낮아서 상대 몬스터도 맞으면서 나한테 딜을 줄 수 있다는 건데 여기서 올바른 컨트롤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즉, ‘쌍도는 연타를 다 먹이면 사기급 DPS를 보여주지만, 연타를 먹일 수가 없어서 폐급 취급을 받는다.’는 말이고 전자인 ‘연타를 잘 먹이면’ 잘하는 것. 후자의 ‘연타를 먹이지 못하면’ 못하는 것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몬스터의 공격 범위, 공격 속도, 체력을 꿰고 있어야 하지만 말로 해줄 수 없으니 이번에도 잘들 보시라.’

첫 단계인 병사 몬스터는 여러모로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창으로 쭉 찔러오면 후속 공격까지의 딜레이 동안 연거푸공격해주면 된다. 대단치 않은 컨트롤이지만, 보는 재미는 이전보다 나으면 나아졌지 전혀 부족하지 않다.

불과 뇌전이 번뜩이며 몬스터를 썰어버리는 효과 덕분이었다.

- 응? 뭐야? 몹이 그냥 녹아 버리는데?

- 에이. 원래 1:1은 다 녹음.

- 진짜를 보려면 쟤를 봐야함. 저기 뚱땡이.

- 오. 성전사다!

- 성전사 방어력 오져서 얘 상대로는 쌍도 플레이 절대 불가능이라는 게 정설!

- 하지만 이 아죠씨는 다르겠지~

이름이 전사이긴 하지만, 성전사는 기사형 몬스터다. 즉, 기본적인 강인도가 높아서 경직을 잘 받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녔고 방패까지 들고 있어서 쌍도를 들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제일 더러워하는 상대였다.

- 쌍도는 방패를 공격하면 너무 심각하게 튕겨서 반격으로 쥬금.

- 여러분 곁의 파워썬입니다. 대부분은 방패 들고 있는 적을 무조건 뒤잡으로 상대해왔죠. 근데 알다시피 딜이 구려서 한참 걸리는데, 지금 비제이님의 장비는 강화했어도 부족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시리라 99%로 확신합니다. (기대기대!)

- 생산지 GF인 프로겜러 아저씨는 과연!

- 개발자가 보여주는 정석 플레이는 과연!

「전직도유료면님이 강제퇴장 처리되었습니다.」

「수입도2배님이 강제퇴장 처리되었습니다.」

- 빠~~

- 응~ 여지없지~ 어디서 부를 수 없는 그 이름을 불러?

- 직장인한테 직장얘기 하지 말란 마리야~

- 근데 강퇴당한 님들 닉. 이어서 읽을 수 있는 건 내 착각임?

- 님아. 빤도르의 상자를 열지 마시라.

- 님. 판도라 모름? 신화?

- 님. 빤도르 모름? 빵?

- ···뭐야, 이 미친자들은······.

드래곤 소울에서 쌍도는 뒤를 잡아서 주는 치명 공격의 피해량이 상당히 적게 나오는 무기에 속했다. 이름만 치명 공격이지 데미지는 절대 치명적이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나는 절대 뒤를 잡지 않지.’

명확하게 설명하면 뒤를 잡되, 뒤잡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 아 몰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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