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465화 (465/577)

< 내거 아닌 내 캐릭터 >

*

세상에는 더불어 살고 선뜻 선의를 보이는 양심적인 이들의 숫자가 훨씬 많다. 다만, 소수의 범죄자가 저지르는 일들이 워낙 충격적이고 도드라지도록 다루는 언론의 행태 탓에 부각되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성인급의 선인이 많다는 건 아니다. 자신의 몸을 다 바쳐서 희생하지는 않으나 난민 또는 피해자를 위한 성금이 있을 때 전화하고 봉사하며 기부하는 정도의 선의. 그만큼의 정의를 가진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대대적으로 기사를 내며 움직인 GF와 GGT의 행보를 따라온 연출가들 역시 그러했다.

【GF 그룹 충격 발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뿌리 뻗을 미디어 제국을 세우겠다.’ 선언!】

【GF 그룹 한중 합작 방송 제작. 예능과 드라마를 넘어 영화까지 다양하게 만들 예정.】

【아시아에 머물면서 한류라는 것 인정 못 해.】

【GF. 아시아를 넘어 미국을 정복하는 모습 보여주겠다.】

기자들의 거짓말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없는 사실을 날조한 건 아닌데 자극적이면서도 교묘하게 의도적으로 비틀어 버린다.

‘미국 정복이라니. 한심하기는.’

문화를 가지고 남을 지배하고 말고를 거론하는 것만큼 멍청한 게 어디 있으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저들도 먹고살아야 하니 사유는 이해되고 황색 저널리즘의 특색이 본래 저러하니 그냥 넘어갈 뿐이었다.

어쨌거나 한국이 발칵 뒤집힐 만큼의 파급력은 확실하게 일으켰다.

“경력 PD들의 연봉은 7,000만 원부터 시작. 히트작이 있으면 1억부터 시작. 대형 PD들은 2억. 그 후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순수익의 10%는 제작진들을 위한 인센티브로 사용됩니다.”

파격적인 조건은 모두를 움직인다. 돈을 보고 홀린 PD들부터 성공을 꿈꾸는 이들,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다소간의 불합리를 외면하고 있던 이들에게 이르기까지 말이다.

‘공영방송이 아무리 잘났다고 떠들어봤자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물이야. 그런데 우리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갈 바다와 연결된 강이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능력 있는 PD들이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면, 젊은 친구들은 그것이 인터넷이건 TV이건 상관하지 않는다. 특히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제 TV를 굳이 집과 같은 정해진 장소에서 TV로만 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매체의 주류가 급속도로 바뀌는 것이다.

‘본래의 미래에서도 일어난 일이지.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로 케이블에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투자를 감행했고 공중파에서는 만져볼 수 없는 엄청난 연봉에 현혹된 PD들이 공중파를 등지고 케이블로 옮겨갔거든.’

이후 공중파는 드라마고 예능이고 할 것 없이 꾸준히 몰락하는 데 그곳의 인재를 빼내온 케이블은 꾸준히 승승장구하고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대세가 공중파에서 케이블로 옮겨왔다는 것이 확실하게 못 박힌다.

나는 그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다.

“돈이 좋아. 돈이 최고야. 짜릿할 정도로.”

세상은 돈의 논리로 흐른다. 그리고 큰돈이 있으면 시기를 내 뜻대로 조절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나이 불문. 배우를 꿈꾸는 자 모두 도전하라!】

【오디션에만 올라도 최소 드라마 1편 조연 보장!】

평소에 TV 프로그램을 즐겨보던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명한 쇼 프로에 대한 정보는 줄줄이 꿰고 있다. 아이티 강국이라는 건. 다양한 정보의 호수 속에서 살아간다는 이야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성공할 게임과 영화를 쏙쏙 뽑아내고 만들어냈듯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서도 선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향후 대한민국을 수십 년간 들썩거리게 만드는 대표적인 콘텐츠로는 무엇이 있던가?

【대국민 오디션 슈퍼액터 K! 모두가 뽑은 배우의 탄생!】

스타를 꿈꾸는 일반인부터 연습생,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무명의 중고 연예인, 지금 한창 인기 있는 스타의 친구 등등 오만가지 사연으로 경연하는 프로그램.

바로 오디션이다.

‘하나씩 분야를 넓혀가자고.’

시작만 배우로 했을 뿐, 가수 쪽 분야에도 발을 뻗칠 요량이다. 이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은 정직하게 연출된 경쟁을 통해 매력 있는 일반인이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저들의 성공에 일조하며 뿌듯함을 느끼게 되리라!

“지금의 화제성만 유지할 수 있다면 시청률은 그대로 보장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시작이 배우일 뿐, 차차 가수, 뮤지컬 등등 분야를 넓힐 테고 흥행에 따라 시즌제 역시 염두에 두라고 전하십시오. 그리고 언급한 요리 프로그램들도 잊으면 안 됩니다.”

오디션과 더불어서 시대를 점령하는 게 바로 쿡방이다. 나는 이를 한참 앞당겨서 우리 방송에 적용함과 동시에 개인적인 욕심을 살짝 더했다. 예능의 소비재로서가 아니라 진짜 고수들의 진검승부와 같은 형식으로 출발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다.

단순히 가슴에 배지를 달아주고 ‘맛있었습니다!’라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건 내 욕심이 맞았다.

“예상보다 요리사를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합니다. 자기만의 노하우를 공개하는 점은 물론이거니와 대결 방식이다 보니 패배했을 때의 리스크가 부담된다는 이유입니다.”

진검승부의 짜릿함은 관객에게는 즐거움이지만 참가자들에게는 두려움이 된다. 기존의 방송국에서도 창의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섭외의 어려움 때문에 방향을 선회한 것 같았다.

‘그럼 예능으로 시작해야지.’

우선 비법 운운하고 노하우를 핑계로 댄 요리사들은 제외하게 말했다. 몇 개에 연연한다는 건 쥐고 있는 기술이나 자존감이 달랑 그것뿐이라는 의미에 불과하고 혹시라도 ‘이건 정말 아껴둔 건데 특별히 알려드립니다.’라는 언급을 하면 볼썽사나워진다.

‘미국에서는 당당하고 솔직한 게 좋다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겸손함의 미덕이 으뜸이거든.’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말이듯, 똑같은 행동을 해도 고마움이 떠오르기 전에 생색내는 것으로 비치기에 십상이다.

“패배 시의 리스크를 줄여주면 되겠군요. 냉장고를 터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냉장고를 턴다니요?”

“연예인을 섭외해서 그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재료만으로 단시간에 원하는 요리를 해주는 겁니다. 특정 메뉴가 아니라 주관식으로 먹고 싶은 요리의 주제를 정하면 양쪽에서 만들어내는 방식이지요. 곧잘 하지만 비전문가인 요리사도 섭외하고.”

“능력보다는 창의력이 돋보이고 재료의 한계와 시간의 압박이라는 명분이 생기겠네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이름표를 떼는 술래잡기와 외국인들을 모아서 회담하는 아이템은 순조롭게 섭외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렇듯 미래의 포맷을 두루두루 가져와 우리 방송에 착륙시키는 중이다.

158. 내거 아닌 내 캐릭터

‘놀자!’

2008년 12월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를 돌며 열심히 일했다. 한국에 온 뒤로는 소시민으로서는 할 수 없었던 재벌로서의 공익적인 업무를 나름대로 완수했다. 비록 나에게는 일탈이지만 국내의 근무 환경과 방송계를 확 뒤바꾼 업적이라 자평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진짜로 놀자!’

게임 개발이 그렇듯 방송 역시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깔아둔 로드맵을 따라서 GF 그룹이 열심히 움직이는 바로 지금!

그 어떤 위기도 없으며 회사의 방향, 비전을 제시해주지 않아도 되는 공백의 이 시간!

나는 한 명의 게이머로 돌아가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그간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선사하는 최대의 휴가이자 사치인 셈이다. 스타트 게임은 추억을 되새길 겸 플레지를 선택했다. 사이트에 접속하고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하자 묵직함이 우선 나를 반겨주었다.

“진짜 많이 변했구나. 용량이 이렇게 커졌었어?”

무려 20Gb 이상의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보였다. 예전에는 50메가였는데 그 시절과 비교하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비대해졌다.

‘하긴 그건 진짜 너무 오래전이긴 한가? 짜장면이 몇백 원 하던 때가 있었다고 하는 어르신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어. 쌍쌍 아이스크림이 100원이었을 옛날이··· 별로 안 그립군. 지금은 대박으로 성공한 재벌이고 그 시절은 마냥 어리기만 했을 과거니까.’

이래서 성공한 사람은 현재를 이야기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잘나가던 왕년의 시절에만 머무르나 보다. 이런 심심한 잡생각을 하며 모니터 화면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그만둘 때까지는 600Mb CD 한 장만으로도 어떻게든 설치가 됐던 게임이 20Gb가 되었다. 이건 밀린 콘텐츠가 많으니 즐길 거리도 많다는 의미다. 나는 웃으며 다운로드를 클릭했고 짬짬이 홈페이지의 업데이트 공지를 읽었다.

『[업데이트 공지]

안녕하세요. 플레지입니다.

1. 인챈트 된 무기류도 상점에 판매되지 않도록 변경되었습니다.

2. 일부 정령 마법 시전 시 마법 아이콘이 나타나지 않던 문제가 수정되었습니다.

3. 마법 회복 속도가 상향되었습니다.

플레지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별거 아니고.’

『[업데이트 공지]

안녕하세요. 플레지 운영팀입니다.

특별한 변신 이벤트를 준비하였습니다.

1. 상아탑 마법사와 보스 NPC로 변신한 조수들에게 일정한 골드를 지급하면 대화를 시도한 조수와 같은 모습으로 레벨에 맞게 변신이 가능합니다.

2. 마을 주변에서 출현하는 ‘상아탑’ 동물들을 사냥하시면, 신기한 가죽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3. 상아탑 마법사에게 신기한 가죽 5장을 가져가면 ‘변신 주머니'로 교환 가능합니다.』

‘이것도 지난 거고.’

쌓인 공지들을 클릭해가며 읽다 보니 불필요한 내용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오래간만이라 그런지 제법 재밌었고 한 가지 정보도 알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업데이트 시기가 꿈속 미래보다는 빨라지기는 했으나 내용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약 패치, 이펙트 수정, 방어구 업데이트 등등은 필요 없고··· 옳지. 이건 볼만하네. 2004년에 다크 엘프가 나왔었구나. 제법 빨리 나왔네.”

원래 초기에 구상했던 플레지는 원작 만화와 가장 유명한 테이블 RPG D&D를 적당히 섞은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기사, 마법사, 엘프, 도적, 대장장이 등의 캐릭터들로 구성을 할 예정이었는데 기술력의 부재로 도적과 대장장이는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그 탓에 드워프였을지도 모를 대장장이 클래스의 역할은 엘프의 숲에서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형태로 타협했고 도적 대신에는 암살자에 가까운 클래스인 다크 엘프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우리 회사 게임이 아니라서 나도 100% 정확한 정보는 모르거든. 만나서 이런 걸 물어보기에는 그간 너무 바쁘게 지내기도 했고.’

어찌 됐건 다크 엘프라는 직업군은 무려 6년 만에 신규 클래스로 등장했다. 이런 걸 보면 정말 플레지는 대단한 게임이 분명하다. 고작 다섯 개의 클래스. 심지어 왕자와 공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달랑 네 개의 클래스로 이 기나긴 시간 승승장구한 것이 아닌가.

참 단조로운 게임이지만, 그 단조로움 덕분에 손이 느린 아저씨들에게 오래오래 사랑받고 말이다. 세상일에는 참 신기한 게 많은 것 같다. 하기야 미래를 꿈으로 접하고 성공하는 삶을 사는 나 같은 녀석도 있으니 이보다 기상천외한 일이 또 없으리란 법도 없다.

『 신규 클래스 소개

* 일루셔니스트 *

오래전, 자헬과 야키의 반란이 있고 난 뒤 실피는 스스로 자신의 힘을 봉인하였고, 실피를 따르는 마족들은 마계에서 나와 시간의 틈새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기르가스의 출현을 통해 시간의 틈새가 깨어지며 실피를 따르는 마족들이 세상에 드러난다.

마족들은 고유한 기술인 큐브의 힘으로 자신들의 거처를 섬의 형태로 공중에 띄워 인간들의 접근을 막는 동시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였다.』

캐릭터의 배경설명이 부실하다. 그러나 업데이트 공지를 차분히 읽으면 맥락은 알 수 있었고 공식 홈페이지보다 우리 GF에서 운영 중인 포럼에 훨씬 상세한 분석 게시물들을 볼 수 있으니 상관없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일루셔니스트 전용 마을은 상아탑과 연결되며 그 마을에서는 엘프 마을의 어머니 나무와 같은 효과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일루셔니스트들은 키링크 라는 전용 무기를 사용하고 10레벨마다 상위 단계의 마법을 최대 4단계까지 익히는 게 가능했다.

이외, 또 다른 신규 클래스인 드래곤 나이트는 ‘위와 같음’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었다. 마을이 드워프 성과 연결되었고 그곳에서도 어머니 나무와 같은 효과를 받으며 체인 소드라는 전용 무기를 사용한다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일루셔니스트와의 차이점은 전용 마법 15레벨마다 총 3단계까지 존재한다는 점뿐이군. 하여간 단순한 게임이라니까.’

플저씨로서 말하자면 이 게임의 장점은 바로 단순함이라 할 수 있다.

『[업데이트 공지]새로운 에피소드 물의 도시 운디네]

안녕하세요. 플레지입니다.

새로운 스토리가 업데이트됩니다.

* 배경 *

기르가스가 시간의 틈새를 깨고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마계에 봉인되었던 암흑룡 헬카스가 깨어났다. 암흑룡 헬카스는 세상에 흩어져있던 수하들을 모으고 있다. 그의 목적은 생명의 나무를 찾아 각인하여 원초적인 자신의 힘을 되찾는 것.

한편, 헬카스의 부활을 알게 된 켄헬은 야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마족이 생명의 나무를 먼저 찾는 것만이 헬카스의 부활을 막는 것이라고 한다. 야키는 언데드 마족 중 특별부대를 편성하여 아덴 월드에 파견하고, 용족을 견제함과 동시에 생명의 나무를 찾도록 명한다.』

역시나 스토리가 중요한 RPG의 배경을 시크하게 무시해주는 매력이 철철 흘렀다.

“추억 돋네, 추억 돋아. 맞아. 플레지는 이런 게임이었지.”

공지만이 아니라 막상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이런 불친절함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런데 플레지를 즐기는 게이머들은 전혀 불만스러워하지 않는다.

게임이라는 분야에서는 전투민족인 한국인들은 스토리 따위보다 몇 검을 차고 방어력이 얼마나 나오느냐, 마법 저항력은 얼마냐 같은 부분에 더욱 포인트를 주기 때문이다.

‘원작은 4년 전에 완결됐어.’

일단 가장 큰 변화는 플레지의 원작 스토리가 종료되었다는 것이었다. 본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이 플레지였으나 오랜 시간 게임이 이어지면서 업데이트가 이루어졌고 결국, 원작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해졌다.

덕분에 이제는 원작을 벗어나 플레지만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중이었다.

‘시공의 균열은 두 곳 다 업데이트됐군.’

과거의 전설적인 존재들을 만나서 싸운다는 설정인 시공의 균열은 일종의 인스턴트 던전이다. 진짜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플레지에 요즘 스타일의 인스턴트 던전을 구겨 넣으려다 보니 꽤 무리한 것이 여기저기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름 노력한 흔적이 느껴지는 던전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콘텐츠만 이어지면 그건 플레지가 아니다.

“속성 강화. 이 빌어먹을 것도 빨리 나왔네.”

유저들의 돈을 빨아먹기 위한 업데이트!

이른바 속성 강화는 ‘돈 없으면 게임하지 마.’라는 분위기의 상징과도 같다. 원래도 돈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 사이의 갭이 상당히 큰 게임 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하던 시절까지는 어떻게든 기득권에 끼어들면 함께 나아가는 게 가능했었다.

하지만 속성 강화의 등장부터는 돈이 없으면 그 기득권층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해져 버린다.

‘그래서 내가 이쯤부터 플레지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구경하는 위주로 하면서 정작 나는 플레지가 아닌 게임 스테이션을 하거나 그랬지.’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돈슨이네 뭐네 하는 회사가 있으나 진짜배기로 악랄하게 돈을 뽑아가는 원조는 플레지였다. 이건 내가 국내 게임 업계의 분위기를 제아무리 바꾸고 올바른 가챠 문화를 조성하려고 해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플레지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최대한 아름답게 기억하는 이유가 어쩌면 현재가 너무 끔찍해졌기 때문일지도 몰라.’

웃기는 건 이런데도 GF의 게임들 때문에 순위권이 조금 밀렸을 뿐, 여전히 플레지는 국내 게임 중에서 매출 최상위권의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 내거 아닌 내 캐릭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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