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447화 (447/577)

< 실수 >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이타이시호에 괴수들이 난입하는 장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지옥도가 펼쳐져 버리는 이타이시호.

필사적으로 도망하는 생존자를 맹렬하게 추격한 괴수의 마지막 공격!

이로써 영상이 끝났다.

[아··· 뭔가 아쉽다. 더 보고 싶어.]

[그러게. 꽤 재미있었는데.]

[아류건 뭐건 게임도 이렇게 재미만 있다면 나는 인정.]

[솔직하게 말하면, 아류작에 이런 말을 하긴 싫은데 예전 데모랑 새로운 데모 버전은 정말 달라. 이전이랑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어 있었다니까?]

영상 재생을 위해 암전되었던 무대.

[어? 뭐지? 새로운 사람이 무대에 있는데?]

덕분에 새로운 인물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지?]

그리고 그의 머리 위로 조명이 떨어진다. 그리고 경악에 가까운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우오오!]

[와아아!]

[뭐··· 뭐야? 왜 그래? 저 사람이 누군데 그래?]

[멍청아! 비카미 신지잖아! 비카미 신지!]

[맙소사! 진짜야! 진짜 비카미 신지야!]

바이로 해저드를 베낀 게임에 대한 분노로 행사장에 찾아올 만큼의 열정을 가진 이들이 비카미 신지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잘 짜여진 GF의 올가미에 걸린 그들은 이제 분노에서 열광으로 변해간다.

- 엄청난 환호성.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전혀 예상 못 한 인물의 등장은 행사장 전체를 뜨겁게 달궜고, 비카미 신지는 그들의 함성 때문에 한동안 입을 뗄 기회조차 찾지 못할 정도였다.

[어떻게 된 거야? 비카미 신지가 여길 어떻게?]

[워낙 처음부터 바이로 해저드의 아류작이니 뭐니 하니까. GF에서 손을 쓴 거 아닐까?]

[비카미 신지가 참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류작이 아닙니다! 뭐 이런다고 우리가 넘어갈 거 같아?]

[하긴 그건 그래.]

흥분한 표정으로 애써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귀에 비카미 신지의 목소리가 강하게 박혔다.

- 제가 케코에서 나와서 새로운 스튜디오를 설립했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분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탱고 게임즈라는 새로운 스튜디오를 설립한 상태이지만, 재밌게도 탱고 게임즈를 설립하고 가장 처음으로 참여한 게임은 다른 회사의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뭐야?]

[설마···]

[에이. 아니겠지.]

잠시 웅성거리도록 두었던 비카미 신지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 맞습니다. 데들리 스페이스! 저는 최근 몇 개월간 저는 바이셜 게임즈와 동고동락을 하면서 데들리 스페이스의 개발에 참여했고, 지금 이 게임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아아!]

- 이곳을 찾아주신 많은 분들이 바이로 해저드의 팬이시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제가 참여한 이 게임이 바이로 해저드의 아류작입니까?

[으아아아! 절대! 절대 아니지!]

[누가 아류작이라는 그따위 소문을 냈어? 너냐! 너냐고!]

[이 새끼! 너였잖아! 이 미친 새끼야!]

[아아아! 이게 왜 아류작이야! 이제부터는 비카미 신지가 빠진 케코의 바이로 해저드가 아류작이다!]

[비카미 신지! 비카미 신지!]

[비카미 신지!]

원래 팬이 안티로 돌변하면 무섭듯이 안티가 팬으로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티의 모습으로 불타오르던 게이머들이 비카미 신지를 확인하고부터는 데들리 스페이스를 목이 터지라 연호했다.

행사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도 비카미 신지의 등장에 흥분하기는 마찬가지.

[어쩐지 소극적으로 대응하더니만 저런 한 방을 준비했었어?]

[와아··· GF. 진짜 빈틈없구나.]

[올려! 빨리!]

그들은 조금이라도 뒤처질 새라 현장에서 빠르게 기사들을 업로드 했고 당연히 그 기사들을 확인한 커뮤니티에도 난리가 났다.

【데들리 스페이스 발매에 자신감을 보였던 GF! 그 자신감의 원천은 바이로 해저드의 아버지 비카미 신지!】

【데들리 스페이스의 발매 현장은 비카미 신지로 열광 그 자체!】

【바이로 해저드의 아류작? 아니! 우리가 진짜 계승자다! GF의 당당한 선언!】

└ 데들리 스페이스 발매 현장에 비카미 신지 등장함!

└ 데들리 스페이스 발매 현장. 난리남! 비카미 신지가 데들리 스페이스에 참여했다고 공식 선언!

└ 미쳤다! 비카미 신지가 케코에서 버림받고 이제 바이로 해저드와는 안녕이구나 했는데! 진짜 계승작을 만들어 냈구나!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당장 데들리 스페이스 구입하러 간다!

└ 나도 지금 바로 사려고! 미쳤다 진짜!

└ 이거 G 크로스 독점이라며? 그럼 G크로스부터 사야겠네?

└ 당연한 거 아냐?

└ 재지 말고 그냥 사. 어차피 G크로스 존나 싸!

└ 저렴하니까 이참에 사두는 것도 좋지. GF 하는 거 보면 쩌는 게임들 수두룩하게 더 나을 듯!

한편, 비카미 신지의 등장으로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모두 끝이 났다고 여길 즈음이었다.

이젠 스타 개발자가 아니라. 진짜 스타가 등장할 차례였다.

[어? 뭐야!?]

행사의 초반부터 별다른 행동이나 호응 같은 것 없이 그저 무대의 한쪽을 차지하고만 있던 데들리 스페이스의 코스튬 플레이.

이들 세 사람이 무르익은 분위기를 확인하고는 슈트의 헬멧을 벗어 던졌다. 확 모이는 조명과 함께 목이 터질 것만 같은 환호성이 다시금 강타했다.

[알버트다!]

[위로라 호로위즈!]

[캘리 브룩하트야!]

[뭐야? 저 배우들이 행사 처음부터 그냥 저렇게 얼굴 가리고 대기하고 있던 거야!?]

[오오! 저들은 여기서 이렇게 실물로 보다니!]

[미쳤다! 게임이랑 너무 잘 어울려!]

시시가각 반사적으로 대응한 기자들의 기사가 인터넷에 즉각 올라갔다.

【데들리 스페이스 발매 현장! 의리의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하다!】

【지구? 아니, 이제는 우주다! 영웅 라이언 맨이 아서로 등장!】

【스타의 코스튬 플레이. ‘잘 어울리죠?’ 놀라운 매력 뽐내는 위로라 호로위즈와 캘리 브룩하트.】

└ 소리 질러-!

└ 미쳤어! 처음부터 무대 위에 있었는데, 헬멧으로 얼굴 숨기고 있어서 아무도 몰랐다고!

└ 난 알았지. 딱 티가 나더라고! 뭔가 느낌이 있었다니까?

└ 아! 내가 왜 이 행사를 안 갔지?

└ 병신같이··· 세상에 나 같은 멍청이가 또 있을까··· 비카미 신지에 알버트라니···

└ 내 인생 최대의 실수다. 이런 행사를 놓치다니.

오지 않은 수많은 팬의 한탄.

그들의 후회가 큰 만큼 행사는 더욱 열기로 불타올랐고 이는 구매욕으로 이어졌다. 실로 열화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렇게 이날 하루에 데들리 스페이스는 40만 장이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고 이 판매량에 힘입어 G 크로스 역시 10만대나 판매되었다.

‘이러다가 판매량에서 게임 스테이션도 이겨버리는 거 아냐?’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꿈마저 잠시 꾸게 할 만큼의 고무적인 성과였다.

154. 실수

【ZBox 360, 게임 스테이션3, VVii, G 크로스 상반기 승자는 G 크로스!】

【G 크로스 초기엔 부족한 성능이지만, 창의적인 시장 개척으로 콘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 지금은 훌륭한 게임으로 정상을 향한다!】

【누구도 예상 못 했던 데들리 스페이스의 화려한 데뷔!】

【데들리 스페이스 출시 1주일 판매량 100만 장 돌파! 그에 힘입어 G 크로스 판매량 700만대를 향해 달린다!】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G 크로스의 예상치 못한 선전으로 인해서 안 그래도 전쟁 통이던 6세대 콘솔기기들은 때 아닌 춘추전국시대를 겪고 있었다.

2005년에 발매한 ZBox 360은 초기에 빠르게 시장을 점유했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현재까지 2,800만 대를 판매한 상태이며, 닌텐두의 뷔는 게임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크게 환영받고 지금까지 3,200만대라는 엄청난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한편, 본래 콘솔 업계 제왕이었던 게임스테이션은 현재까지 2,200만대의 판매량으로 부진 하는 중이다. 콘솔의 부진으로 타이틀의 판매량도 하락하여 게임스테이션 출시 이후로 지금까지 약 4조 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G 크로스는 어느 정도일까?

“제대로 경쟁하는 줄 알았는데 보고서에 적인 숫자를 보니··· 이거야 원.”

G 크로스의 현재까지 판매량은 약 672만대.

물론, 이 정도만 해도 본래의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어마어마한 성과이며 신규 콘솔이 단단하게 입지를 다졌다고 평가할 정도다. 그러나 고무적인 일이라 해도 경쟁 종의 판매량을 보니 아쉬운 숫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차이가 심하니 아직은 갈 길이 멀군요.”

“회장님. 그렇게 생각하기엔 저희 콘솔은 다른 콘솔들과 출시 시기의 차이가 꽤 큽니다.”

ZBox는 2005년에 출시, 나머지 콘솔들도 2006년에 출시되었다. 그리고 G크로스는 2008년에 출시했으니 확실히 단순 판매량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 그렇다. 그 이상이 가능할 것 같다면 ‘조금 더!!’하고 바라게 된다.

“G 크로스는 충분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수요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요.”

“생산이 못 따라가고 있으면 공장을 늘려야겠군요.”

“네. 그렇지 않아도 이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걸 생각하면 공장을 늘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중국 시장이요?”

쑤전팽이라는 튼튼한 동아줄이자 막강한 배경을 둔 황금의 대륙!

어마어마한 이권을 챙길 수 있는 기회의 시장이다. 하지만 비장의 카드는 함부로 쓸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쉽사리 ‘내가 그 유명인사랑 호형호제하는 사이야!’라고 말하는 녀석들은 99%가 사기꾼인 것이다.

진짜 인맥이자 회심의 카드를 겨우 자랑한답시고 허투루 쓰는 사람은 없다. 갖지 못한 이가 있는 척 하듯이 어설프게 면식만 간신히 튼 인물이 목적을 갖고 설레발 칠 뿐이다.

“중국은 우리가 직접 만들지 말고, 라이선스를 주도록 하세요. 그들은 해외 브랜드보다 자국 브랜드가 박힌 게 더 잘 먹힙니다.”

“네, 회장님. 괜찮은 기업을 찾아서 라이선스 계약하는 쪽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G 크로스는 됐고··· 데들리 스페이스 쪽 차례군요. 어때요, 판매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까?”

일단 인터넷 기사를 보자면 인기가 한도 끝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런 기사들은 판매하는 입장에서 자료를 넘겨준 후에 기사가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이지 당장의 상황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회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이미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긴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콘솔의 판매량이 아직 부족하다 보니 현재는 판매량이 둔화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만에 100만 장을 돌파했고 그렇게 열흘 정도가 지났으니 살만한 사람들은 다 산 거라고 봐야겠지.’

이제 여기서 판매량을 높이려면 여집합에 속했던 이들을 구매층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재미는 있을 것 같지만, 공포 게임이라 선뜻 구매할 결심을 하지 못하던 이들. 바로 이 층위를 현혹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자극할 효과적인 수단은 방송이다.

“게임이라는 건 원래 남이 하는 걸 구경하다 보면, 나도 하고 싶어지는 법이거든.”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만 나가보세요.”

“네.”

김유천 비서실장을 사무실에서 내보낸 후 인터넷 창을 열어서 GGT에서 운영하는 개인방송 사이트에 접속했다. 내가 직접 방송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면 게임보다도 윤태식이라는 사람이 더 주목 받을 테니까.

‘그러니 적당히 요즘 추세를 보고 마땅한 스트리머를 골라서··· 어라? 이거 왜 이래?’

북미의 방송을 보다가 기함하고 말았다.

“버려진 쓰레기로 집 짓고 생활하는 법? 고작 이런 거로 방송을 해? 순위도 높고?”

한국이 아니라서일까. 북미의 개인방송에서 최상위 시청자들을 보유한 채널의 콘텐츠가 나로서는 정말 기상천외할 따름이다. 현대 인류는 원시적인 삶에 대해 동경하는 본능이라도 있는지 정말 아리송해진다.

‘신경 쓰지 말자. 나랑은 다른 영역이야. 어디보자··· 게임을 찾으면··· LON 챌린저의 교육 방송, 나만 따라오면 너도 챌린저, 챌린저가 알려주는 특급 명강의···”

게임 관련 스트리밍을 찾아보니 LON 온라인의 인기를 반영하듯 상위권 대부분이 우리 게임이었다. 한편, 콘솔 게임의 영역에서는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도무지 나오는 게임이 없었다.

‘왜일까? 콘솔 게임으로 방송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이유가 뭐지? 인기가 없어서는 아닐 텐데.’

고민해보고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다.

2009년은 인터넷 방송의 초기 시대다. 콘솔에서 인터넷 방송에 관련된 것들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일반 스트리머들이 콘솔로 방송하는 것과 관련한 지식이 있을 리도 없었다. 지금은 미래처럼 모든 것들을 간편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스마트한 시대가 아니니까.

< 실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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