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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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스타와 함께한 알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데들리 스페이스 촬영 현장! 그곳에는 어떤 숨겨진 인물이!?】
【오랜만에 다시 그 얼굴을 드러낸 위로라 호로위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존재감 과시하는 위로라 호로위츠와 캘리 하트브룩!】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라이언 맨 효과이자 뛰어난 배우, 알버트의 힘은 과연 컸다. 다른 두 여배우의 등장은 흥미로운 감초 정도의 역할이 전부였지만 알버트 만큼은 기사들의 80%를 점령하며 강한 파급력을 일으켰다.
그런데 시각을 바꾸면 살짝 다른 해석이 나온다.
“김유천 실장님은 지금 이 기사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확실히 알버트씨의 인지도는 정말 대단하군요. 아직 방송이 나가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기사가 도배되다니요.”
“그리고요?”
“다른 배우들도 임팩트가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알버트씨를 메인으로 진행된 촬영이자 인터뷰였음에도 다른 사람들이 한쪽 지분이라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 묻히지 않을 만큼 존재감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맞다.
절반의 물을 두고 ‘반밖에 안 남았잖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이나 남았네.’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이 둘 사이에 거짓은 없으며 무엇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달리 여겨질 뿐이 된다. 그리고 가치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에서부터 발견할 수 있다.
“분명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알버트를 제외하고는 단 한 줄의 기사도 찾아보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보세요. 무려 열 개 중에 두 개가 나머지 두 배우의 기사입니다.”
알버트와 함께한 촬영 현장에서 잊혀진 배우들이 20%나 기사를 점유했다. 빼어난 연기력을 나는 직접 보았고 대외적으로 그녀들을 찾는 이들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즉, 저평가된 아주 좋은 주식이라고 봐도 된다.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상품을 선점하는 건 이제까지 내가 사업해온 가장 중요한 기본 방침 아니겠는가.
“드라마 하나를 만들어야겠습니다.”
“네? 갑자기 드라마를요?”
김유천 비서실장이 내 말에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건 마냥 떠올린 무책임한 상상이나 돈 낭비가 아니었다.
‘깜빡 잊고 있었지 뭐야. 본래 데들리 스페이스는 멀티미디어 믹스였어.’
촬영에서 배우들이 보여준 모습 덕분에 기억난 것이 있다. 본래 데들리 스페이스는 게임만이 아니라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한 멀티미디어 믹스 작품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꿈속 미래에서 괜히 망한 게 아니지.’
호러인 데다가 SF라는 장르적인 특성, 여기에 마케팅 능력 부재 등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졌다. 그러는 바람에 게임은 플레이해봤어도 다른 작품은 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조차도 ‘그냥 그런 게 있데.’라는 이야기만 떠올랐으니 오죽했겠는가.
하지만 내가 작정하고 지원이면 본래의 미래와는 확실히 달라질 수 있다.
“무턱대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 GF에는 애니메이션 회사도 있고 코믹스도 있으며 넷플렉스까지 있습니다. 이런 우리가 잘 만들어진 세계관을 두고 게임만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확실히 그건 그렇고 할 역량도 충분히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회장님. 과연 그게 잘 될까요? 지금까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성공한 사례는 찾는 게 매우 힘들 정도입니다. 그 반대의 사례면 모르지만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긴 하다.
‘게임이라는 복합장르는 태생적으로 가장 후발주자니까.’
주류와 비주류로 보면 된다. 일찍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요새 것들은 책만 보는 머저리들이다.’라는 소리가 흔했고 텔레비전이 만들어지자 ‘요새 것들은 바보상자에만 몰두한다.’라는 비난이 팽배했다.
어이없게도 바보상자인 TV를 욕하는 시절이 되자 ‘마음의 양식인 책! 책! 책을! 읽읍시다!’라며 책 읽기를 강요하는 사회 조류가 생성되었고 말이다. 이렇듯 시대흐름으로 보면 되고 작금은 영화나 다른 문화들은 격조 있지만, 게임은 아이들이나 즐기는 한 단계쯤 낮은 문화로 평가받고 있었다.
즉,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출시되면 일단 평가절하되고 색안경을 쓴 채 경원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국은 정도가 지나친 편이지만,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대놓고 욕하는 수위가 낮다뿐이니 전 세계 공통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았다.
“영화라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극장을 찾아가는 첫 단계부터 큰 걸림돌이 되니까요. 그러나 드라마는 다릅니다. 일단 재미가 있다는 소문을 타면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겁니다. 게다가 넷플렉스는 본방 사수도 필요 없고 그냥 아무 때나 원하는 때에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코믹북도 좋긴 하겠지만, 일단 우리 바벨의 작가진과의 협의도 필요한 부분이니··· 우선은 드라마와 소설부터 작업에 들어가도록 해야겠습니다.”
여기서 김유천 비서실장은 직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짐작하건대 ‘이 새끼. 이미 하기로 결단을 내렸구나.’라는 투였고 약간은 체념한 것도 같았다.
‘맞아. 그러니 일해라! 핫산!’
우리의 관계는 정해져 있다. 나는 모두의 고민을 듣고 독단적으로 결정할 거다. 그리고 유능한 우리 직원들은 열심히 수행하는 거다.
“그럼, 좋은 작가부터 구해야겠군요.”
“하하! 실장님이 이제야 제 마음을 딱딱 캐치하시네.”
“······.”
“맞습니다. 우선 소설 작가는 ‘문학계의 대부’ 같은 그런 고리타분한 수식어가 붙은 타입은 제외합니다. 절대로. 무조건!”
“네, 회장님.”
중요해서 거듭 강조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꿈속 미래의 데들리 스페이스 소설은 집필한 작가가 문학계에서도 알아주는 소설가이며 대학교수까지 하는 필력 대단한 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일반적인 장르 소설과 달리 데들리 스페이스의 소설판은 고급스러운 문체를 자랑하는 작품이 나왔고 폭삭 망했다지.’
고객을 만족시키는 대신 작가 본인이 만족스러워하는 작품이 나와 버리면 매우 곤란하다. 유려하고 멋진 문체보다는 그냥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히는 그런 소설이 대중성은 더 높다.
“SF 장르 문학에서 잘 먹히는 부류를 구하세요. 아니면 러시아의 서브웨이 작가도 좋긴 한데··· 아닙니다. 이건 배제합시다.”
말하다 흐리고는 정정했다.
서브웨이 작가는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작가 중에는 최고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서브웨이라는 훌륭한 작품이 있다. 괜히 데들리 스페이스를 맡겼다가 두 가지가 모두 부족해질 수 있으니, 그냥 다른 작가를 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누가 좋을까?’라며 뇌리의 기억을 열심히 검색하는 그때 김유천 비서실장이 말했다.
“일단은 이곳 북미에서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에는 북미와 영국에서의 판매량이 전 세계 판매량을 좌우하지 않겠습니까? 이들 정서에 통하는 작가 중에서 찾으면 될 것 같고요.”
“역시 김 실장님이군요. 아주 좋습니다. 최대한··· 그 뭐지? 상업적인? 그런 작가로 잘 좀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시작한 이 계획은 데들리 스페이스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됐다.
【넷플렉스 드라마 자체 제작 확정!】
【알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인공을 맡은 게임, 데들리 스페이스가 드라마로도 탄생한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과연 GF는 이번에도 성공할 것인가?】
【넷플렉스 자체 제작 드라마. 역대급 제작비로 벌써 떠들썩!】
【위로라 호로위즈 데들리 스페이스로 복귀 선언!】
【게임에서 드라마로. 과거의 엘리스 캘리 하트브룩의 복귀!】
└ 뭐야? 뭐냐고!
└ 세상에! 맙소사! 알버트와 캘리가 여기서 이어지냐?!
└ 나 지금 라이언 맨이 외계인들 절단내는 상상함. :)
└ 위로라는 외계종족이랑 뭔가 잘 맞는 듯?
└ 가위손 무시하냐!
└ 그딴 게 중요하냐? 라이언 맨이라고! 알버트를 드라마에서 본다니까!? 우와아아!!
└ 엘리스 무시하지 마!
└ 이래서 애들이란.
발매도 하지 않은 드라마의 제작 확정 소식.
오직 그것만으로도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와 ‘!!!’로 정리할 수 있는 수많은 댓글을 통해 이들의 화제성을 크게 실감했다.
“돈의 힘이 좋긴 좋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자본주의의 승리다. 누구나 뛰어난 발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데는 돈이 필요하기 마련 아니겠는가. 게이머로서 ‘이 작품 후속작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또는 ‘아! 이걸 왜 이렇게 내보냈어? 좀 고치지!’와 같은 불만족스러운 부분들을 마음껏 채워서 세상에 내보이는 후련함.
그리고 이 모두가 성공하며 다시금 더 큰 돈으로 선순환을 이루는 쾌감!
참으로 만족스럽다.
“회장님. 외람되지만, 이건 돈만으로 가능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요? 역시 출중한 능력을 갖춘 나···”
“네. 알버트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
흐뭇하게 웃으며 ‘미래의 선견지명을 가진 본인의 능력이다!’라는 말을 되뇌려다가 자연스러운 척 입을 다물었다. 그러며 슬쩍 김유천 비서실장을 보았는데 한창 기사들의 반응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전혀 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알버트의 영향력을 비교하고 분석 중이었다.
‘벌써 이만큼 급이 올랐었나? 라이언 맨 1 개봉 이후로 대스타가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만, 리벤져스가 나오기 전인데?’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농담 따먹기나 주고받아서 그렇지 격세지감과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상으로 그는 손색이 없는 정도가 되었나 보다.
“회장님은 바벨은 인수하셨으면서도 아직 바벨의 힘을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에이. 그럴 리가 있어? 내가 이게 얼마나 뜰 줄 알고 게임부터 고급 시계를 본떠서 얼마나 사전 밑밥을 깔고 갖은 수고를 다 했는데.’
“라이언 맨 영화 제작에 들어가면서 캐릭터들의 외모를 최대한 알버트 씨와 비슷하게 맞췄고 영화 개봉 이후로는 바벨의 코믹스들 중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라이언 맨은 곧 알버트가 되는 겁니다.”
하긴, 이 이야기는 나도 듣고 웃은 적이 있었다.
“일전에 인터뷰 도중 한 꼬마가 빔을 쏴달라고 하기도 했었죠?”
아이는 아마도 알버트가 진짜로 라이언 맨으로 변신하고 손에서 빔도 쏘면서 영화를 찍은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원래 어릴 땐 다 그런 거니까.’
불현듯 불륜 드라마에 나왔다는 이유로 다른 배역이나 광고 등등에서 낙오된 채 동네 노인들에게 ‘그럼 못써!’라며 혼쭐이 났다는 어느 여배우가 떠올랐다. 이런 걸 보면 현실과 설정을 구분 못 하는 건 아이와 노인이 가진 공통분모 같기도 했다.
‘철없고 보살핌이 필요한 거로 보면 애나 늙은이나 비슷비슷한 게 참 많은 것 같다만, 나도 나이 들면 그리되려나? 최대한 건강하게 늙어야 주위에 민폐 안 끼치고··· 아이고.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퍼뜩 고개를 흔들어서 정신을 차려본다.
데들리 스페이스 드라마는 게임의 배경보다 그 이전 프리퀄을 다룬다. 즉, 게임의 배경이 되는 우주선에 ‘왜 끔찍한 괴물들이 등장하게 되었는가?’를 묻고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시즌 2의 스토리가 될 부분이 게임으로 제작된 거라서 드라마는 시즌제 같은 것 없이 완결로 끝이 날 예정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
“그런데 지금 기사들을 보면 알버트가 출연하는 걸로 혼동하기에 십상이겠더군요.”
맞다. 라이언 맨이 게임처럼 온갖 공구로 괴물을 처리하는 걸 기대하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아마도 드라마가 업로드될 때까지 이런 오해를 유지하고 있으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리라 봅니다. 사람들은 원래 자신이 기만당했다고 생각하면 그 배신감에 치를 떠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놔두는 편이 좋지요.”
“네, 회장님. 두고두고 이것을 가지고 이야기하게 두었다가 불이 꺼질 때 즈음 ‘알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사실 출연하지 않습니다.’라고 발표하면 더욱 많은 논란을 낳을 것입니다. 결국 그 논란이 다시금 화제를 재생산할 테고요.”
우리는 악당들의 작당 모의처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일종의 어그로다. 특히 할리우드 같은 경우는 이런 어그로가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죽하면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들 중 일부는 연예계 활동은 안 하고 이런 어그로를 통해 만들어진 가십만으로도 먹고 사는 인사도 있지 않겠는가.
‘섹스 비디오 유출로 유명한 어느 여성들처럼.’
유명함에서 이유는 부차적이다. 우선 유명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많은 이의 관심을 끌어모은다면 그때부터 영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마케팅이란 참 사람의 감정과 심리를 잘 다뤄야 했다.
“회장님.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중요한 건 드라마가 아닙니다.”
왠지 모르게 ‘그것을 알고 싶게’ 만드는 멘트를 하며 김유천 비서실장이 말했다.
< 배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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