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434화 (434/577)

< 하나 더 >

실제 개발인력은 미국에 거의 다 있고 창업자인 미카엘과 로널드는 물론이며 사무실도 프랑스보다 미국 지부가 열 배는 더 크다.

하지만 미국은 지부고 본사는 프랑스다.

이 경우, 자신들은 프랑스 기업일까? 미국 기업일까?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오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으로 엉켜버렸다.

[그렇지만 미국 지부가 훨씬 크고 실제 수익도 미국에서 거의 다 내고 있으니까. 미국 기업도 맞는 거 아닐까?]

[저들이 그렇게 인정을 해주느냐가 문제지.]

위기의 순간 찾게 된 구명줄!

간절하게 바라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는 말처럼 천금 같은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유리성 같은 위태로운 기회였다.

[어떡하지? 진짜 어떻게 해?]

[젠장! 나라고 알겠냐? 에이 모르겠다. 일단 질러!]

[그냥 해보라고?]

[일단 가서 매달려보고 안 된다고 그러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아. 어쨌든 우리도 미국에 발붙이고 수년을 살아온 회사잖아.]

[···그래. 벌써 겁먹고 우린 안 될 거야. 이러는 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지.]

[바로 그거야.]

둘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하자.]

[준비? 무슨 준비?]

[그냥 가서 돈 달라고 할 거야?]

[그건 아니지.]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개발한 게임. 그리고 앞으로 개발할 게임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준비해서 찾아가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든 투자를 받아내는 거지.]

둘은 이 기회가 아나킨 스튜디오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집중해서 GF에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가자!]

포트폴리오를 완성함과 동시에 둘은 LA 행 비행기에 올랐다.

*

미국은 세계 최강의 경제력을 보유한 나라다. 20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까지 부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라는 땅덩이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잠재력 때문이다.

단순히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고 이렇게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할 수는 없다. 만약에 그렇다면 미국보다 더 큰 땅을 가진 캐나다와 러시아가 미국보다 더 강력한 나라로 성장했어

야 한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미국과 비슷한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인구수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중국은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나라가 되었어야 맞았다.

그런데 왜 미국만 가능했을까?

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추월할 수 없는 것일까?

유럽은 연합을 맺었음에도 미국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걸까?

‘스타 드래프트만 해봐도 누구나 알 수 있지. 전략 게임에서 입구 막기가 자신의 진영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말이야.’

가장 큰 이유는 그 어떤 국가도 가지지 못한 지정학적인 유리함이다.

북쪽으로는 빽빽하게 들어찬 산맥과 숲들이 캐나다와의 국경을 단절시키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광활한 사막과 고지대들이 멕시코와의 국경을 완벽하게 분리해주고 있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 군사적인 문제에서 경제력의 소모를 막아줄 수 있는 효율적인 방패 역할을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서쪽으로는 태평양이, 동쪽으로는 대서양이 있어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완벽한 고립을 이루었다.

이렇듯 미국은 지형을 통해 그야말로 완벽한 입구 막기를 시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민자의 국가인 미국은 처음 만들어진 당시에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던 유럽 열강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이전까지는 절대 다른 나

라와 엮이지 않겠다는 공표를 했었고 세계 대전 이후에도 종전과 동시에 발 빠르게 세계정세에서 빠져나왔다.

이렇게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고립주의 정책을 펼치면서도 19세기에 다른 그 어떤 국가들보다 빠른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내기에 이른다.

어떻게 고립주의를 펼치는 미국이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나, 이거 비슷한 이야기를 옛날에 학교에서 배웠던 거 같은데?]

[그럼 대답해 볼래?]

레이먼 브라더스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던 알버트가 이번에는 꽤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라이온맨의 주인공이 되어 대답했다.

[근데 기억이 안 나.]

[그런 얘기를 진지하게 하지 말라고.]

지켜보며 웃던 사라가 거들었다.

[당연히 안 나겠지. 팝이 학교에 다니던 때면 벌써 시간이···]

[그만! 그만해! 굳이 나이 이야기는 안 해도 되는 거야.]

[알았어. 그만할 게.]

[그래도 하던 이야기는 계속해 줘야지. 그래서 우리 미국이 어떻게 초강대국이 된 건데?]

같이 대화하면서도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이 미국인에게 미국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른 국가와 동떨어진 환경. 단순히 그것 하나만으로는 절대 초강대국이 될 수 없지. 사실 미국이니까 그게 무조건 장점인 거지 다른 나라였다면 갈라파고스와 되어서 오히려

역성장했을 거야.]

오직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

그것은 바로 동물의 혈관처럼 미국 전역에 연결되어 있는 방대한 강줄기였다.

미국의 온난화 지역에 있는 이 강들의 길이는 모두 합하면 무려 23,600Km에 육박한다. 그리고 이러한 강줄기 중에 배가 드나들 수 있는 물길이 무려 12개나 된다.

국가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물류다. 물류의 발달은 그만큼 더 많고 더 넓은 지역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 물류의 수단 중 가장 효율이

뛰어난 것은 트럭이나 기차가 아니라 배다.

당연히 운항 가능한 수로가 많은 나라는 그렇지 못한 나라와 비교해서 엄청난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 괜히 독일에서 무리수를 두어가며 대운하를 건설했겠는가.

‘그걸 우리나라에서 똑같이 적용하려는 사람이 권력을 쥐고 있지.’

아무튼,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육로를 통한 물류도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고 이제는 대형 트레일러로 물류비용에 상당한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발전된 대형

트레일러와 비교해서 화물선은 14배라는 압도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러니 발전이 덜 된 19세기에는 얼마나 더 큰 효율을 발휘했을까.

[아 참. 한국말이야.]

[왜?]

[보니까 너희 나라에서는 운하 때문에 엄청나게 욕하더라. 그런데 너는 지금 운하가 있어야 좋다는 이야기네? 그 정책을 지지하는 거야?]

[그건 아니야.]

[왜? 수로가 엄청 효율적이라며?]

[입장 자체가 다르거든.]

[뭐가 다른데?]

[한국이나 독일은 배가 다닐 수로를 완성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그냥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강에 배만 띄우면 그게 대운하가 돼. 즉, 애초에 효

율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지.]

[아··· 그런 거야?]

[게다가 한국은 강의 수량을 따져봤을 때 대운하가 필요하지 않거든. 있어서 나쁠 건 없는데 만드는 비용에 유지비용을 따지면 효율을 따지는 게 코미디일 정도지. 다만, 대운하

라는 개념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야. 원래 정치인의 메시지가 그렇잖아. 생판 없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을 토대로 섹시한 메시지를 뽑아내고 표를 얻는 것.]

[이해했어.]

이렇듯 미국 본토 전역으로 이어진 수로는 물길만으로도 미국 전역에 자원을 수송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 덕분에 미국은 발전 초기에 철도나 도로 같은 기간 시설에 들어갈

자본을 아끼고 수로만으로 방대한 미국 영토의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세기의 미국 산업은 그냥 민간이 자유롭게 이루어낼 수 있도록 완벽한 자유를 보장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에 성공하게 된다.

한국, 독일, 소련이 산업화를 위해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고, 계획과 전략을 쥐어 짜내서 겨우겨우 이룩한 것과는 완벽하게 대비되는 상황이라 말할 수 있다.

[이제 비교적 쉽게 다음으로 나갈 수 있지.]

수로로 발전한 미국의 경제는 이제 육로와 철도망을 연결할 여유를 가졌다. 그리고 이것들이 이어진 후에는 이전과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내게 된

다.

[미국의 축복은 또 있어.]

[또?]

[최강대국이 되려면 이런 운을 여러 개 타고나야 하는 거야.]

미국이 가진 지정학점 이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위도 48도로서 온난한 기후에 속하는 곳은 농사짓기 좋고 사람이 살기 좋다. 여기에 광활한 평야 지대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가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옥한 곡창지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국내 최대 곡창이라 할 수 있는 호남평야의 약 70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 비옥한 곡창 덕분에 미국은 3억이 넘어가는 자국민들에게 완벽한 식량 자급을 할 수 있었다. 아울러, 그러고도 남아서 수출까지 가능하니 이 어찌 대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또? 아직도 남았어?]

[어.]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이미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으나 다른 국가가 미치도록 부러워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광활한 미국의 토지! 이 놀라운 대평

원이 방대한 미국의 수로와 완벽하게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수량이 확보되어 있으니 농사를 지음에 걱정이 없고 또 그렇게 경작된 농작물은 수로를 통해 전국 곳곳에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이러니 다른 국가가 아무리 애를 쓰

고 발버둥을 쳐도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미국이 GDP 대비 무역 의존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모르지. 근데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국이고 마이크루에 와플이 있는 나라니까 어마어마하지 않겠어?]

[미국은 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20%밖에 되지 않아.]

[적은 거야?]

[적은 거지. 참고로 대한민국은 110%거든.]

[응? 100%가 최대 아냐?]

[GDP 대비 의존도라는 건 수출액과 수입액을 더한 금액이 GDP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규모인가에 대한 이야기지. 그래서 얼마든지 100%를 넘어갈 수 있어. 그리고 이게 높

으면 그만큼 경제적으로 불안해진다는 이야기가 돼.]

[아하.]

[이러한 환경 덕분에 미국은 늘 수출에 있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거지.]

[우리나라가 진짜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얄미운 대답이기는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이렇듯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최강국에 살고 있다는 것 정도야 당연히 알지만, 자신들의 왜 대단하고 어떻게 위대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살아간다. 아니, 그것만 모르면

다행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미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세계 지도를 놓고 미국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조사 대상 중 11%에 달하는 청년들이 자신이 사는 미국의 위치

를 알지 못했다지 않던가.

‘한국처럼 지도로 보면 조막만 한 것도 아니고 세계 3위의 거대한 땅덩이를 가진 나라를 위치조차 모른다니.’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실이 그러니 참으로 세상이 요지경인 것이다.

[음··· 그 말을 듣고 보니 이건 좀 많이 부끄럽네. 공부하긴 해야겠어.]

[그래. 꼭 공부하고, 우선은 다시 자랑스러운 미국 이야기를 해줄게.]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미국 서부는 태평양과 인접해 있으며 태평양 연안에는 대한민국의 총인구와 맞먹는 5,000만의 인구가 살아가고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는 대서양과 함께 그 두 배인 1억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통해 세계 모든 시장과의 교역이 가능했다.

이렇듯 전 세계의 시장에 아무런 제약 없이 도달이 가능한 미국은 아시아의 경기가 침체하면 대서양을 통해 유럽과 교역을 하면 되고, 유럽의 경기가 침체 되면 태평양을 통해

아시아와 교역하면 된다.

즉, 미국은 다른 국가가 침체에 빠졌다고 그 여파로 침체에 빠질 염려가 없고 오히려 미국이 침체에 빠졌을 때는 다른 나라들이 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아! 본론이구나! 그래서 이게 지금 상황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말했잖아. 미국은 다른 나라들의 침체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다른 나라는 미국의 침체에 영향을 받는다고. 그러니까 이번 대공황으로 전 세계의 경제가 한 번에 와장창 무너져

내리게 된다는 말이야.]

[그럼 GF도 위험하잖아?]

[글쎄. 우리는 크게 걱정할 건 없어.]

[왜? 이번에 돈 많이 들여서 콘솔도 개발했잖아.]

[그래서 대박이 초대박이 됐거든.]

[응?]

[이번 경제 위기 때문에 사람들의 씀씀이가 줄어들게 됐잖아. 그럼 비싸고 좋은 제품보다는 가격 대 성능 비가 좋은 제품을 찾겠지?]

[그렇지.]

[그리고 우리 G 크로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제품이거든.]

저렴한 가격, 훌륭한 퀄리티.

이 가격에 절대로 대체품을 찾아낼 수 없는 콘솔!

그러면서도 집과 바깥을 아우르는 휴대 가능한 기기이니 전력 효율도 훌륭하다. 이 장점들은 지금과 같은 경제 침체에 더할 나위 없는 강점이 된 것이다.

< 하나 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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