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413화 (413/577)

< 드림팀 >

“방정식 실장도 최대한 그런 감성을 살렸다고 했습니다.”

너무 르네상스의 기사 같은 온전한 풀 플레이트 부류의 방어구가 아니다. 그렇다고 산적이 입을 법한 허접한 가죽으로 디자인된 느낌도 적었다.

딱 적당히 그들의 중간지점으로서 갑옷들은 최대한 활동성 위주로 맞추어져서 호쾌한 액션이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마저도 생기는 디자인이

었다.

“보스는 팬텀 비스트로 해보지요.”

더 워쳐를 해본 사람들은 잘 아는 초반부 보스 몬스터다. 처음 만나는 보스인 주제에 마지막 보스보다도 어렵다는 악명을 가졌는데 생김새는 그

냥 불덩이 똥개라고 보면 된다.

그런 주제에 쫄다구들을 소환해서 번거로웠고 가장 악독한 건 맞은 것 같지도 않은 모션에 스턴이 계속 들어오는 기존 워쳐의 시스템이었다.

‘괜히 워쳐1을 욕하는 게 아니었지.’

초보들에게 극악의 경험을 심어주는 보스 몬스터를 새 버전으로 만났다.

배경은 어두운 밤.

불붙은 초원이다.

타오르는 불꽃이 원형의 링처럼 만들어진 배경 속에서 끔찍한 유령 개들과의 한판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그래픽을 수정하면 꽤 호러틱하게 변할 수 있겠어.’

일단 바로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기본적인 움직임과 공격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이제는 몹이 없어도 칼질이 가능하군요.”

온전한 액션 RPG와 같은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리듬 게임이라는 것도 나름대로 고증을 한 결과라는 게 웃기지.’

더 워쳐의 세계관에서 주인공인 게랄트는 대단히 뛰어난 검술을 보유하고 있다. 원작 소설에서 표현하기를 ‘게랄트의 검술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라고 나온다.

그것을 게임에 반영했기 때문인지 빠르게 검을 회전시키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 오른손에 쥐었던 검을 왼손으로 바꾸기도 하면서 굉장히 화려

한 동작을 보여준다. 하지만 의도가 좋았다고 해서 결과물이 시궁창인 걸 감안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춤을 추는 것 같은 묘사에 비해 더 워쳐의 캐릭터 모션은 그 화려한 검술을 따라가지 못해 매우 엉성한 자세를 유지했다. 이 언밸러스로 검이 화

려하게 움직이는 만큼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상은 허공에 검을 휘적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만약 몬스터가 공격을 당할 때 타격감이라도 상당하다면 조금 공격하는 맛이라도 있을 텐데 워쳐는 이후에 나오는 시리즈에서까지 그런 타격감

이 거세된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게임성에 만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너무나도 아쉽던 이 부분이 GF 버전에서는 깔끔하게 해결되어 있었다.

감동적이다.

“모션도 다 새로 잡은 겁니까?”

“그렇습니다.”

“확실히 칼질하는 맛이 사네요.”

컨트롤에 따라 게랄트가 보이는 모든 모션은 검의 움직임에 맞게 동작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검의 움직임은 기존보다 조금 단조로워졌으나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화려해 보이는 효과가 생겼다.

“역시. 이래서 김대익 실장님의 액션은 믿고 봅니다.”

칭찬이 거듭 나왔다.

‘이제 똥강아지 사냥을 나서 볼까.”

악명 높은 팬텀 비스트를 상대하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불붙은 똥강아지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또 짜증 나는 패턴들을 자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건 너무나도 쉬웠다. 내 컨트

롤이 탁월한 것을 고려할 필요도 없이 누가 봐도 이건 단조로울 정도의 보스 몬스터였다.

“이거 왜 이렇게 쉽습니까? 난이도를 하향했나요?”

“그대로 반영한 거였습니다. 원래 팬텀 비스트는 어려운 보스가 아니었거든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 보스는 원래 최종 보스보다 어렵기로 유명한데?

“애초에 디자인부터 어렵게 디자인하지 않은 몬스터였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이 워낙에 꼬여져 있고 전투 액션이 워낙 허접··· 이

아니라, 썩 매끄럽게 만들어지지 못한 탓에 어려운 보스가 되어버린 거였죠.”

“오호라.”

“게다가 회장님은 워낙 게임을 잘하시기로 유명하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쉬운 보스라 한들 회장님처럼 이렇게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는 그런 보

스는 아닙니다.”

너무 쉽게 공략이 가능해서 딱히 그의 말에 공감이 가진 않았지만, 이런 것은 나보다 김대익 실장이 더 전문가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다

만, 높았던 내 기대치를 만족시켜주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이런 심리를 읽었는지 김대익 실장이 내게 제안했다.

“최종 보스를 테스트해 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잘 아시다시피 기존보다 다양한 장비들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강화 시스템까지는 아니

더라도 주술 부여를 추가할 예정이고요.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기존에 있던 난이도와 밸런스 등의 레벨 시스템을 새로이 개편할 수밖에 없습니

다.”

하긴 그것도 그렇다. 여러 장비가 생긴다는 것은 기존의 시스템보다 더 좋은 장비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고 조금 더 다양한 전투를 위한 주

술 부여 같은 것들도 결국 전투 시 플레이어들에게 추가로 이점을 제공하는 의미였다.

당연히 기존의 게임과 비교해서 난도가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지금은 최종 보스를 꽤 고난도로 설정해둔 상태입니다. 이후로도 계속 조정해나갈 예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회장님께서 먼

저 테스트를 한 번 해주셨으면 합니다.”

김대익 실장이 이 말을 했을 때 나는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뭐지?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깜짝 선물을 준비한 것 같은 이 기분은?’

갑작스레 주변 개발자들이 티 나지 않게 내 쪽을 흘낏 보고 있었다.

‘역시, 그건가?’

짐작이 된다.

지금까지 GF에서 총력을 다해 개발한 게임들의 특징이 무엇인가?

어려움이었다.

맵 디자인부터 몬스터들의 복잡한 패턴 등등 플레이어들에게 학을 떼면서도 승부욕을 자극하는 요소가 우리 게임의 특징이다. 그런데 재미난 점

은 이점에 자극받는 건 개발자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별한 방향성은 개발자들 스스로 일종의 변태성을 만든다. 바바리맨 같은 변태성은 아니고 ‘더욱더 어려운 난이도를 통해 플레이어들을 최대한

괴롭혀 보겠다.’는 것과 같은 변태성! 이 욕구는 플레이어들이 욕하면서 괴로워할 때 비로소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개발자들이 창의력을 아무리 발휘해봤자 손쉽게 깨버리는 비공식 유저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다. 괜히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공공연하

게 내 컨트롤을 거론하면서 게임 실력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즉, 지금 이 보스는 단단히 준비했고 나한테 거는 복수전이라고 보면 되겠는데?’

김대익 실장이라면 어설프게 그냥 한 번 삐끗하면 원킬이 나서 클리어가 어렵다거나 하는 유치한 방법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수치를 높

게 설정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디어를 짜내고 짜내서 창의적인 패턴을 개발했다거나 그런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면 나도 기대가 된다.

“좋습니다. 어디 한 번 확인 해 봅시다.”

“그럼, 일단 장비부터 더 높은 등급으로 설정을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최종보스는 문자 그대로 게임의 막바지에 만나는 피날레와 같다. 가장 강력하니만큼 스토리상 이 보스를 상대할 즈음에는 최종 장비를 다 맞추

고 만나러 가게 된다. 그러니 그에 걸맞은 장비를 착용하고, 진행해야 테스트라는 기본 조건에 맞았다.

무기는 조금 전에 사용법을 익힌 장검 계열로 유지한 채 ‘더 워쳐, 와일드 울프’의 최종 보스인 ‘잭 더 알데스버그와의 대결 무대로 캐릭터를 이

동시켰다.

‘역시 끝내주는 스토리야.’

오래 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셰익스피어 이후로 완전히 새로운 창작은 없다. 그 셰익스피어가 16세기의 인물이다.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작품이 나왔던가.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RPG들을 하다보면 여기저기 클리셰가 범벅인 경우가 다반사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일들을 왕왕 경험하기 일쑤다.

분명 처음 보는 인물임에도 보자마자 ‘아! 이 녀석이 흑막이구나.’라거나 ‘이 자식이 배신하겠군.’과 같은 본의 아닌 예지능력의 체험 말이다. 이

게 다 정형화된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나와서 비슷한 행동을 하므로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워쳐1은 최종보스의 설정만으로도 능히 차별점을 짐작할 수 있다. 최종장까지 가기 전에는 보스 몬스터의 정체를 짐작하기 매우 어렵고

대부분이 끝까지 플레이하고서야 ‘뭐야? 얘가 최종 보스였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불타는 방패 기사단의 최고 지휘관인 잭 더 알데스버스.

그는 크메리아에 창궐하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시민을 지키는 일을 하던 의로운 캐릭터이며 주인공인 게랄트의 적, 살라만드라에 대항해 한두 차

례 도움을 주기까지 하는 캐릭터다.

원래 이런 도움을 주는 캐릭터가 최종보스가 되는 클리셰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워쳐에서는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는데 그 이유

는 등장씬에 있다. 게랄트가 괴물들에게 포위당하여 위험에 빠졌을 때 구해주고는 ‘이로써 빚을 갚았다.’라고 한다.

분명히 이전에 별다른 접점이 없었음에도 과거의 빚이라고 하니까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이 인물에 대한 의심보다는 또 다른 둘 사이의 인연에

집중하게 된다.

‘마지막에도 반전이 있고.’

최종 보스의 당연한 운명답게 그는 게랄트에게 쓰러지게 된다. 그리고 그를 처치하고 펜던트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은 게임 초반에 게랄

트가 한 소년을 구해주고는 선물한 펜던트다.

이후 소년은 게랄트를 인생의 롤 모델로 삼게 되고 엘프들의 마법으로 타임리프를 하여 알데스버그가 된다. 과거로 간 그가 게랄트의 가르침 대

로 행동하며 성장한 뒤 훗날, 게랄트가 해준 말을 그에게 되돌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그가 위쳐1의 최종보스가 되는 이유는 미래 예지라는 특별한 능력 때문이다. 세계의 종말을 보았기에 이를 대비하고자 자신이 직접 권력을

잡아 사람들을 이끌고자 하고 이로서 여러 사건을 일으킨다.

‘그리고 자신의 롤 모델이자 스승과 같은 존재인 게랄트에게 쓰러지지.’

이렇게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최종 보스라니!

“준비되셨습니까?”

“저야. 뭐 언제든지.”

워낙 매력적인 보스라서 조금 깊게 생각하고 있었던 탓일까. 잠깐 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보스와 장비 세팅이 완료된 모양이다.

“시작하겠습니다.”

초반에 워쳐가 되고 싶다는 소년에게 답변하는 선택지 중에는 ‘기사가 되는 것은 어떻겠니?’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이 조언에 따라서 결국 기

사가 된 소년답게 최종 보스는 풀 플레이트 메일에 카이트 실드까지 중년 기사의 풀 세트를 장비한 모습이었다.

‘기본 패턴을 봐 볼까?’

드래곤 소울을 만든 우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워쳐를 하면서 플레이어가 가장 짜증 날 때는 적들이 치사하게 다구리를 좋아할 때였다. 특히 알

데스버그는 이 중에서도 특별하리만큼 야비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매력적인 최종 보스라고 생각한 놈이 이렇게 말하는 건 조금 어색하지만, 캐릭터가 매력적인 거랑 패턴이 야비한 건 다른

이야기지.’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같잖은 쥐새끼를 십 수 마리나 소환해서 함께 싸우는데 딱 잡몹 수준이라서 쥐들 하나하나는 별로 강하지 않았다. 다만,

숫자가 많아서 상당히 짜증을 유발했다.

원작 그래픽에서는 미흡함으로 어떤 방식의 공격인지조차 잘 모르겠던 쥐새끼들.

하지만 이제는 몸통 박치기라는 확실한 패턴으로 직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숫자가 많아서 번거로울 뿐, 너무 단순해.’

게다가 기사의 정석이라고 해야 할까? 알데스버그 역시 평상시에는 카이트 실드로 방어를 하다가 빈틈이 보이면 빠르게 달려와서 장검으로 찌

르는 패턴과 방패치기를 사용할 뿐이었다. 타이밍의 문제일 뿐, 패턴이 단순하니 곧 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임팩트 있는 스킬이 없는 건 원작의 느낌을 헤치지 않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

아이스스톰의 대표 게임인 악마 시리즈에는 인상적인 네임드 몬스터가 있다. 바로 도살자인데 이 녀석은 화려한 스킬 없이 빠른 공격속도와 강

력한 공격력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마찬가지로 개선된 위쳐1의 최종 보스 역시 단순하지만 명쾌하며 강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단지, 맵기로 따지면 외국인에게 맞는 매운맛

의 느낌일 뿐. 한국인인 나한테는 조금 부족했다. 그렇게 의아해할 무렵, 이상한 반응이 들렸다.

“오? 오오!?”

“역시 달라.”

“과연 회장님인가!?”

찌릿-!

내 생각과 달리 개발진들은 그런 공격을 가까스로라도 피하고 반격의 타이밍을 보고 있는 내 모습에서 놀라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자

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은 개발자는 주변의 살기를 감지하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벌써 크리쳐들이 절반이나 죽었어.”

“망했어. 회장님은 게임계의 악마야······.”

“이렇게 힘들게 만든 보스가 첫 트라이에 쓰러지는 거야?”

“아니. 한 방에 클리어가 가능하면 우리 같은 개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해?”

“그냥 수치만으로 한 방에 죽도록 설정해서 클리어를 막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

“회장님 성격 모르냐? 그런 방식으로 어렵게 하는 거 완전 싫어하시잖아. 그랬다가는 그거 수정하기 전까지 출시도 못 할 걸?”

쥐새끼들이 너무 많아서 몸통 박치기를 피하는 것이 까다롭거나 말거나. 침착하게 하나씩 제거해나가다 보니까. 주변 개발자들의 입에서 탄식이

끊이질 않는다.

“맙소사 방금 봤어?”

“아니. 대체 뭘 어떻게 하신 거지?”

“저런 움직임이 원래 가능했어?”

쥐들의 몸통박치기 그리고 그 공격을 피하는 루트에 딱 들어오는 보스의 마법인 얼음 감옥.

이것은 도저히 피할 수 없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패턴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것을 회피에 이은 회전 공격으로 마치 두 번의 회피를 사용한 것 같

은 효과를 만들어서 파훼했다. 그러자 놀람과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다 잡혔어.”

“아직 희망을 잃지 말자! 알데스버그 자체도 상당히 잘 만들었잖아.”

그렇게 제법 까다롭기만 할 뿐, 딱히 불가능하다고는 느끼지 못한 소환수들의 처리가 끝났다.

“이미 쥐새끼들과의 협공에서도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반면에 회장님 체력은 풀이고.”

“공략 불가의 인위적인 패턴 말고는 방법이 정말 없을 것 같은데······.”

진짜 보스와의 1대 1이 되자 알데스버그는 기사의 정석과도 같이 다른 패턴을 보여주었다. 철저하게 중갑과 방패를 활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기

회를 보면 여지없이 치고 들어오는 과감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단순한 패턴이지만 그만큼 정석이었고 치명적이다.

‘드래곤 소울이었다면 패리나 뒤잡 같은 것으로 치명적 공격을 넣을 수 있겠지만, 이건 워쳐니까.’

그런 플레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법을 잘 활용하면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뭐야? 이런 플레이도 있었나?”

아까 헬 비스트를 상대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마법으로 몬스터의 자세를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회를 틈타면 짧은 시간에 최대

한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뭐 이런 단순한 건 원래 개발자들도 계산하고 만든 거였겠지만.’

문제는 그것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나라는 것이다. 기회가 날 때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법을 사용하고 빠르게 데미지를 가하는 방법을 몇 번

사용하니, 순식간에 알데스버그가 쓰러져버렸다.

이를 보고 망연자실해 하는 개발자들 사이로 마빈의 물음과 허탈한 김대익 실장의 대답이 들렸다.

[최종 보스는 더 어려워질 거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되면 보스의 난이도를 더 높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보스가 쉬웠던 거 같죠? 하지만 지난번에 당신들이 테스트할 때 했던 것보다 난도를 높인 겁니다.]

[정말입니까?]

[직접 해보면 압니다. 회장님의 플레이가 얼마나 정교했는지를.]

이들의 대화를 듣고는 가볍게 웃었다. 나도 안다. 다양한 능력으로 보정된 내 컨트롤은 상식 이상이라는 것쯤은. 그래서 내가 프로게이머들 앞에

서 실력 자랑을 하지 않는 거다. 억수로 노력한 저들 앞에서 대충 능력으로 실력을 얻은 내가 주름 잡는 건 기만행위에 불과하니까.

“어째 분위기를 보니 다들 제가 실패하길 원하고 있었나 봅니다?”

“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정말 분합니다.”

‘아닙니다.’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김대익 실장은 진짜 그런 의도였다는 것을 바로 시인하고 있었다.

“저희는 지금 이 난이도로 출시하면 굉장한 질타를 받을 거라고 확신했고 그런 만큼 회장님도 이번에는 꽤 애를 먹으실 줄 알았습니다. 물론 클

리어는 하실 테지만 적어도 두 번째, 세 번째에야 가능하리라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성공하셨군요. 저도 꽤 애를 먹었으니까요.”

“그게 무슨···”

“안 맞아봐서 맞았을 때 데미지는 잘 모르겠는데, 보니까 공격의 연계가 상당히 잘 짜여서 있어서 맞았다면 그대로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 대도 안 맞기 위해서 더 기를 썼죠. 솔직히 중간의 몇 번은 저도 아슬아슬했었습니다.”

일반인 기준으로는 그럴 것이다.

“회장님께 리플레이 화면을 보여드려서 얼마나 여유 있게 플레이하셨는지 알려드리고 싶어집니다.”

“거참. 진짜 진땀을 흘릴 정도였다니까요?”

“······.”

“아무튼, 패턴이 아주 좋았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어요. 다만, 다들 아실 겁니다. 한 번의 실수 때문에 허용한 공격이 플레이어를 죽게 만드는 강

제된 패턴은 제가 정말 싫어합니다. 실제 출시에서는 그런 일은 없도록 하세요.”

“당연히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회장님 모드였습니다.”

그 말에 크게 웃었다.

“좋습니다. 좋아요. 이제 게임의 완성까지 잘 부탁합니다.”

재미있는 테스트였다. 김대익 실장과 방정식 실장이라는 두 콤비가 만들어낸 전투의 재미와 워쳐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매력.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게임은 이후 게이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

윤태식 회장이 나간 뒤에도 한동안 개발자들끼리는 여전히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우리 회사 테스터들이 딴에는 게임 좀 한다잖아?”

“장난 아니지. 원래 프로게이머 지망하다가 이쪽으로 넘어온 애들이니까.”

“게다가 걔들도 어지간한 프로게임 팀 애들보다는 게임을 더 잘한다는데?”

“단지 우리 회사 게임단 수준이 너무 높아서 좌절한 거라고 하더라.”

“근데 걔네도 죄다 저거 못 잡았잖아.”

“김대익 실장님도 걔들이 좌절하는 거 보고 이번에는 통할 거라고 믿으셨던 거 같은데···”

“회장님이시니까. 이래저래 최종보스는 회장님이셔.”

“젠장. 망했어. 오늘 김대익 실장님 완전 저기압일 거 같은데.”

“꼬투리 잡힐라. 빨리 일하자고.”

개발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대익 실장에게 시달릴 미래를 고민하던 그들의 고민과 달리 김대익 실장은 유례 없던 칼퇴근

을 해버렸다. 덕분에 워쳐 개발실은 평소보다 훨씬 평화로운 마무리를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 드림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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