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착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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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미, 서유럽과 북유럽. 그리고 중국과 대만까지 준비 완료!
이번의 해외 마케팅 전략 역시도 국내와 같은 방식을 선택했다. 별다른 홍보 없이 그냥 오픈하는 거다. 그리고 진행 과정은 한국에서와 동일했다.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나 영향력이 대동소이하거든. 상황이 유사하니 결과도 비슷비슷하게 나오는 거지.’
조금 다른 곳이라면 중국과 대만 정도인데, 여기는 아예 연예인들을 섭외했다고 한다. 덕분에 한국보다 더욱더 빠르고 크게 반응이 올라오고 있단다.
그 상태에서 라이언 맨 애니메이션의 1화를 풀었다.
- GF에서 베스 애니메이션 광고하던 거 오늘 나오는 거 맞죠?
- 맞을걸요? 저도 지금 공개되길 기다리는 중.
- BES 스토리 무비라던데 이거 봐야 게임 스토리가 이해되는 건가요?
- 아마도 확실하게 그러지 않을까.
└ 뭐라카노?
본래 이 애니메이션은 바벨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 헐커를 중심으로 광고를 준비했었으나, 게임 개발이 생각보다 훨씬 빨라지는 바람에 스토리 무비라는 식으로 광고를 때려 넣었다.
‘이게 의도한 건 아닌데 의도한 것처럼 되어버렸더라.’
갑작스럽게 장난감의 형태로 게임 설정을 바꾸지 않았던가. 이후로 각 캐릭터의 스토리 같은 내용을 급하게 바벨에서 구상하고 그 설정에 맞춰서 새로이 개발하긴 했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 탓에 게임만 즐기면 스토리를 데빌즈 소울처럼 잘 모르게 됐다.
‘그래도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이렇게 게임 스토리에 관심이 있을 줄이야.’
원래 한국 게임들은 스토리보다 전투가 재미있느냐? 이런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한국 게임이 스토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것 중 하나가 스토리에 많은 돈을 투자해서 나름대로 짜임새 있게 구상을 해봤자 게이머들은 ‘스토리 따위는 스킵!’이라며 건너뛰기 때문이
었다.
스토리가 중요한 RPG가 이러한데 FPS나 MOS 장르 같은 게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막상 ‘너희들을 대신해서 우리가 중간 생략해버릴게.’라고 상품을 내놓으니 다들 스토리를 엄청 궁금해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 덕분에 지금 애니메이션을 공개하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온 것이다.
“뭔 연애도 아니고. 좋다고 할 때는 싫다고 하더니 시들시들해지면 저쪽에서 불 타는 건가?”
사람 심리라는 건 참 속단하기 어렵다.
- 그거 GGT 유료 회원들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에요?
- 그럴 걸?
- 쳇. 그럼 다운 파일 뜰 때까지 기다려야겠네.
└ 파일다운 받아서 보는 게 뭔 자랑이라고 이렇게 대놓고···
└ 넌 다운 한 번도 안 받아봤냐? 원래 세상이 다 그런 거야.
└ 뭐야 이 사람. 이상한 포인트에서 존나 긍정적이네. 세상이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다운 받는 게 문제잖아.
- 아. 얼른 보고싶당.
“크! 감격적이다.”
우리의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은게 아니다. 내가 감동한 타이밍은 저러한 문제의식이 발의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게임이든 영상이든 다운받아서 보는 게 그냥 당연했었는데 지금은 댓글에서 타박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어. 바로 이거야. 우리는 당당하게 도둑질했던 거지 그게 정상이던 게 아니라고.’
당연하던 걸 당연하게 쓰면 댓글에서 지적하는 내용이 생기고 있었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저작권에 대한 한국의 인식이 이만큼 발전했다는 이야기이고 여기에는 내 지분이 제법 있으리라고 자부한다. 공익광고 스러운 캠페인부터 참 많은 노력을 해왔으니까.
“그나저나. 불법 다운로드로 사람이 이렇게 싸우는데 막상 완전 무료 공개에다가 광고도 없이 볼 수 있다는 걸 알면 벙 찔 사람들이 꽤 나오겠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것으로 인지도 상승을 노리는 전략!
꿈속 미래의 바벨보다 더욱 대성공을 이루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 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 곳에서나 스트리밍이 가능하고 그거로 부족하면 다운로드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뿌리고 싶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손해라서 그 방법은 포기했다. 유효한 데이터를 축적할 좋은 기회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의 애니메이션을 보는가, 애니메이션을 본다면 집중해서 다이렉트로 보는가 중간 중간 화면을 넘기면서 주요 장면만 보는가, 만약 주요장면만 본다면 어떤 장면에서 많은 집중도를 가지는가 등등이지.’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런 데이터들이 모이면서 지금보다 더 안정적이고 오래갈 수 있는 진짜 브랜드를 만들어낼 원동력이 된다. 이래서 사업하려면 ‘그냥 좋아서’라는 이유로는 오래가지 못하고 열심히 계획적으로 머리를 굴려야 롱런하는 거다.
“현장 반응을 직관해볼까나.”
현장이라고 해봐야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GF 테크랜드의 VOD 상황실로 가는 것뿐이다.
이 애니메이션이 이번에 그룹에서 핵심 이벤트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만큼 VOD 상황실에는 김선일 사장과 권문수 상무가 직접 나와서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곳 상황실에는 직접 출력되는 국내 현황은 물론이고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데이터 현황이 출력되도록 디스플레이를 준비해 두고 대기 중이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이미 서버에 접속한 이용자들이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지금 오픈 됐습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직원들과 함께 추이를 지켜보았다.
중국, 대만, 일본, 한국.
이 네 개의 나라에서 가장 먼저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중국은 국가 특성상 우리가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데이터 집계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중국을 제외한 3개의 나라 중 대만과 한국의 그래프가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도 완벽하게 성공입니다.”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권문수 상무다. 한국과 미국을 계속 오가야 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번 애니事抉퓻? 많은 공을 들였던 만큼, 그는 빠르게 치솟는 이 그래프에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완벽하게 성공이냐에 대한 부분은 일본의 추후 반응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반면에 두 국가에 비해서 일본은 그래프 상승속도가 한참 쳐지는 데 이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분명히 이 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인데 게임 사양을 아무리 낮춰도 60%가 BES를 돌릴 수 없을 정도의 똥 컴을 사용한다.
당연하게도 게임을 못하니 게임으로 홍보한 애니메이션 역시 별 반응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는 일찍부터 예상했었기에 조금의 충격도 아니었다. 그저 생각할수록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당장이야 반응이 뛰어나게 오는 건 아니지만, 일본 법인의 분석에 따르면 일주일 정도 후에 제대로 반응이 올 거라고 했습니다. 또한, 대만과 한국에 비교해서 반응이 적을 뿐, 일본에서도 이 정도면 준수한 반응입니다.”
하긴, 저쪽이 정상이고 무시무시하게 치솟는 대만과 한국의 반응이 비정상이기는 했다. 일본에서도 조만간에 애니메이션 자체가 반응을 얻으면 대만 그 이상으로 그래프가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한국 시청자는 몇이나 되는 겁니까?”
디스플레이에 그래프와 함께 숫자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내 자리에서 숫자까지 바로 알아보긴 불편했다. 이럴 땐 그냥 잘 보이는 사람에게 숫자를 불러달라고 하는 편이 편하다.
“현재까지는 2만 명이입니다만······.”
권문수 상무가 여전히 신이 난 목소리로 그래프에 나오는 숫자를 말하고 있던 그 순간이었다. 대만과 비슷한 속도로 올라가던 한국의 그래프가 한순간에 훅 치솟는다.
“5만! 갑자기 5만까지 올라갔습니다.”
“뭐지? 서버에서 정보가 바로 전송이 안 된 겁니까?”
“확인해보겠습니다.”
관련 부서에 연락해서 상황을 알아보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물어보지 않아도 태블릿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 시발! 공짜다! 무료다!
- 거지 깽깽이들아 다 붙어! 공짜라고!!!!!
- 완전 개쩔! 유료 아니라 무료임! 광고도 없음! 빨리 붙으셈!
입소문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메시지.
‘공짜다!’가 확산되며 무료에 혹한 고객들이 우루루 몰려든 것이다.
- 미쳤네? 대한민국 최고 갑부 회사라더니 이런 애니메이션을 그냥 무료로 풀어버리네!
- 에이. 무료로 풀 정도면 애니메이션 수준 알만함.
- 노노. 물론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기대하면 떨어지는데 TV 판이랑 비교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준임.
- 내가 보기엔 TV판이 아니라 요즘 나오는 일본 애니랑 비교해도 훨씬 퀄리티 좋다. 요즘은 일본 애니도 옛날만 못 해서리. 아~ 버블의 시대~ 황금경제여~
- 위에 닥치시고.
- 으헹~ 이글아이 목소리 진짜 죽인다.
- 난 후덕한 진호 아저씨 얼굴이 생각나서 웃김ㅋㅋㅋ
- 목소리‘만’으로도 얼마든지 섹시해질 수 있다능
좋은 건 나누어 쓰고 널리 알려야 한다는 미덕!
게이머들은 이러한 정신에 투철함과 사명감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이번 애니메이션이 유료가 아니라 무료로 공개된 거라는 정보를 열성적으로 커뮤니티에 뿌렸고 그 덕분에 포기하고 있었던 무료 이용자들이 시청을 시작하면서 한순간에 3만 명이 불어났다.
‘굿굿. 아주 좋아.’
공짜 손님이라 씁쓸해한다? 그건 멍청한 거다. 저 고객들이 어떤 이들인가! 소문 듣자마자 찾아왔다는 건 그들도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궁금해서 커뮤니티에 올라올 떡밥을 계속 기대하고 기다렸다는 이야기다. 즉, 열성 팬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통계들이 사업가들에게는 정말 의미가 크다.
‘지금의 이 5만 명은 당장 대기할 수 있었던 인원이라고 보면 돼. 그리고 당장 대기하고 있었던 인원이 아니더라도 지금 BES를 플레이 중인 유저라면 언젠가는 한 번 정도 영상을 틀어보겠지.
이를 추산하면 얼추 30만 명 정도는 확보한 셈이 된다.
- 어? 근데 나는 지금까지 라이언 맨이 로봇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네요?
└ 그거 안에 사람 타고 있는 거임.
└ 응? 사이즈가 사람 사이즈인데 그 안에 사람이 타고 있다고요?
└ ㅇㅋ 로봇에 사람이 타고 있다기 보다는 갑옷을 입은 개념? 그거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잘 빠진 첨단 갑옷인 셈이죠.
- 흐앙~ 난 이글아이랑 허커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 기다렸는데 라이언 맨 개 멋있다.
- 아. 오늘부터 라이언 맨이다.
- 저도 이제 라이언 맨만 팝니다.
애매한 사거리, 애매한 딜량, 애매한 탱킹 능력.
게임에서 라이언 맨이 갖게된 이미지들이다. 제작자인 우리는 다른 캐릭터들과 비교하여 압도적인 성능을 보유하도록 만들었으나 이는 캐릭터를 잘 활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방법을 이해하기 전에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전부인 애매한 캐릭터로 보일 뿐이다.
그 탓에 좋은 성능에 비해서 인기가 너무 떨어지는 캐릭터였는데 그런 라이언 맨이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무덤을 뚫고 나왔다.
- 얘네 진짜 미친 게 뭔지 아셈?
└ 뭐임?
└ 진짜 잘하는 사람들 플레이 영상 한 번 보고 애니메이션 봐 보시면 전투 스타일 진짜 비슷함. 단순 스토리가 아니라. 각 캐릭터 활용 방법에 대해서도 무의식적으로 설명해주는 거.
- 아! 어쩐지 이상하게 처음 해보는데도 뭔가 활용법을 알 것 같더라니.
- 존나 짱짱맨!
- 라이언 맨 개 사기잖아.
라이언 맨의 공격 기술들이 낮은 딜량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딜러 주제에 강력한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어떤 캐릭터들보다도 우월한 이동 성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부스터를 활용한 빠른 기동. 거기에 밸런스를 위해 무한하게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하늘을 나는 시늉도 가능한 캐릭터가 바로 라이언 맨이다.
컨트롤이 부족한 유저는 하늘 높이 올라가서 데미지는 부족하지만 긴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로 지원 사격만 해도 1인분은 충분했고 컨트롤이 좋은 유저는 근접기인 리펄서 건과 기동력으로 히트 앤드 런을 잘해준다면 혼자 3인분도 거뜬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라이언 맨의 활용 방법이 완성형으로 구현되어 있지.’
게이머라서 확실히 느끼는 지점도 있다. ‘아! 저 기술이 저렇게 쓰이는 거구나!’라는 것 말이다. 이게 실력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인기가 많은 캐릭터의 장점은 그만큼 집요하게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활용방법과 공략이 커뮤니티에 꾸준히 올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새로이 시작하는 유저들은 그 공략을 보고 또 쉽게 접근하는 구조를 탄생시킨다.
「무덤 뚫고 나온 슈퍼 히어로 라이언 맨 공략」
「라이언 맨 이것만 따라하면 너도 에이스」
- 근데 이거 처음에는 홍보 안 한다고 망한 게임이라면서 떠들썩하지 않았나?
- ㅇㅇ
- 와. GF는 대체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드네. 홍보비에는 돈도 안 쓰더니, 그보다 몇 배는 돈이 들어갈 애니메이션은 공짜로 뿌려?
- 자체 제작이기까지 함. ㄷㄷㄷ
- 심지어 게임 대사는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들도 다른 작품이면 원톱 수준의 성우들로 꾸려짐.
- 그래서 이거 다음 편 언제 나옴?
- 현기증 나요.
- 내 평생 16년에서 살다보니 게임 스토리 애니메이션 기다리는 날이 올 줄이야. 사람이 오래살고 볼일 임.
└ ??? 평생 16년? 나이가···???
- 근데 게임은 장난감이고, 얘들은 실물이던데. 왜 다들 BES 스토리라고 하는 거? 이거 그냥 완전 별개의 애니메이션 아님?
- ㄴㄴ BES스토리 맞음. 얘네가 범 우주적인 존재가 사용한 마법에 걸려서 장난감이 된 거.
└ 그런 내용은 어디에서 볼 수 있어?
└ 이 정도는 공식 홈피에 다 있음.
게임 캐릭터도 결국 부익부 빈익빈이다.
“애니메이션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라이언 맨이 없는 5대 5게임의 비율이 30.12%였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공개 후 일주일째인 현재, 라이언 맨이 없는 게임의 비율은 1.4%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비록 BES 한정이었지만, 이제 라이언 맨은 헐커와 스파이더 가이를 누르고 가장 인기가 많은 슈퍼 히어로가 되었다.
< 착착착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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