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323화 (323/577)

< 프로젝트 >

한편, 방송을 보며 현장의 열기를 물씬 느낀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자신의 감정을 적었다.

- 뭐야? 이거 분위기 괜찮은데?

- 그러게? 생각보다 연출 같은 거도 잘 잡은 거 같고~

- 놉! 아직 경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설레발 쩔죠~? 이래놓고 경기 시작하면 옵저빙은 물론이고 해설진이랑 캐스터 완전 따로 놀고 산만할 가능성 엄청날 텐데.

- 놉! 원래 맛집 음식은 냄새부터가 달라. 여기는 스타트부터 기대된닼!

- ㅋㅋㅋ 허접한지 아닌지는 지금부터 보면 될 일 아니겠냐.

- ㅇㅇ 누가 찐따인지는 결과가 말해줄 거임.

무수히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니 늘 그랬듯 갑론을박이 한창이었다. 긍정을 표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정적인 사람의 수도 비슷비슷하게 나온다. 모두 관전하는 내 소감은 이렇고 말이다.

‘딱 좋아.’

초반의 분위기 덕분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일단 안심이 된다.

힐끗.

관람 중인 시청자들의 숫자를 확인했다.

“만 명 넘었네.”

최대 기대치로 2만 명을 염두에 뒀었으니 막 시작한 상황에서 1만 명이면 괜찮은 숫자다. 하지만 내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개막전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빠르게 채워진 시청자들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다.

*

【GF 독자 중계로 개막한 LON 챌린저십, 결과는?】

【세입자의 홍보로 유명해진 맛집. 그러자 점포를 두고 떠나라는 건물주】

【결과는 화려했으나, 주인 없는 e스포츠가 얼마나 갈까?】

【e스포츠 경험 없는 GF에서의 독자 중계에 대한 우려.】

【역시나 문제 많은 LON 온라인 챌린저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다년간의 노하우가 축적된 올게임 넷의 중계와 비교할 바 아냐.】

【여전히 e스포츠의 주역은 스드 프로리그.】

LON 온라인 챔피언십의 개막전이 방송으로 나간 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무섭게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LON 온라인 챌린저십에 관한 기사 중 90%는 전부 챌린저십과 나, GF를 싸잡아서 디스하는 내용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기사 제목만 따서 보고서를 만들면 세상에 이토록 처참하게 망가진 프로젝트가 더 있으랴 싶을 정도다. 그러나 이를 보는 내 심정은 지겨움일 따름이다.

‘얘들은 정말 반전도 없어. 예상하는 그대로 진행되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야.’

공포 영화에서 ‘자, 이제 3초 후 귀신이 나올 겁니다. 하나, 둘, 셋!’하고 ‘으악!’ 비명을 지르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나.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덜컹!’ 소리를 내고 불쑥 튀어나와야 깜짝 놀라는데 말이다.

이렇듯 호평보다 혹평이 가득한 인터넷 기사들이었으나 이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인 기사들이었다.

‘나한테도 기자들이 사실만을 보도한다고 순진하게 믿었던 시절이 있었더라지. 지금이야 좋은 점과 나쁜 점에서 나쁜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정도지만, 나중에는 정보를 왜곡하는 지경에 이르니 현재 시점을 귀엽게 봐줘야 할지도 모른다만.’

불편한 단어인 기레기를 곧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과연 챌린저십은 실패한 리그일까?

전혀 아니다.

‘완전 대박 났지. 내가 우리 집안일이라서 포장하는 그런 게 아니야. 정말 대박이었어.’

약 1만 명의 시청자로 시작한 챌린저십은 개막전 이후 3일 만에 최대 시청자 20만 명까지 치고 올라가면서 팬들의 인기를 체감하게 해주었다.

물론, 기사 중에 여전히 e스포츠의 주역은 스드 프로리그라는 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뿐이다.

길어야 2년 이내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국내에서는 리그의 인기가 스타 드래프트 쪽이 아직은 많은 편이지만 이를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여기저기 돈이 빠져나갈 곳이 많은 스드에 비해서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챌린저십이 영업이익률 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최고가 아닌 딱 지금 수준만으로 봐도 순이익은 스드보다 LON 온라인이 낫다.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팬들의 반응이다.

「쏭캐와 배재석 의외의 캐미!」

- 캬~ 진짜 경기 도중에 조금만 지루해질 거 같으면 둘이서 나누는 만담이 지루함을 날려주는데, 보는 맛에 이어서 듣는 맛까지 기가 막혔음.

- GGTV에서 독점 중계에 캐스터도 송승현? 이거 ‘웬 듣보잡?’ 그랬는데! 와 멱살 캐리 인정!

- 적재적소에 딱 알맞은 드립력! 명 캐스터로 인정해야 한다.

짤막짤막하게 올라온 게시판의 글들을 보면 성공한 파티의 주최자는 다 나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지칠 줄 모르는 쏭캐. 그 드립의 향연.」

[아! 우리 회장님이 좋아하시는 아누비스가 나왔네요!]

[왕귀형 영웅의 상징적인 존재죠!]

[이 왕귀형 영웅의 특징은 의대생과 같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어쨌든 버티기만 하면 의사가 돼요! 미래가 확실하죠! 근데 그때까지 버티기가 힘들어요!]

[(경기 중 카메라에 잡힌 커플에게) 카메라를 피하시는 건가요? 옆의 남성분에게 안기시는 건가요? 피하실 거면 확실하게 피하세··· (안길 듯 배 쪽에 얼굴을 숨기는 여성을 보고) 아이고! 그만요!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시는 건 심히 곤란합니다!]

[우리의 가여운 왕따 아무미는 야카지 아나요! 3코어! 4코어! 가 나는 순간 그냥 눈 마주치면 차렷 자세로 죽는 거예요!]

- ㅋㅋㅋㅋ 완전 라디오임. 읽었는데 들리는 기분~

- 앞으로도 쏭캐의 충만한 드립력이 더욱 풍성한 경기를 만들어 줄 것 같아서 챌린저십. 많은 기대가 됩니다.

- 2222 진짜 재미있음.

- 솔직히 e스포츠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LON도 전혀 안 해봤는데 경기는 의외로 보는 맛이 있네요?

- 축구, 야구랑 똑같음. 야구 좋아하는 팬들 중에 야구 할 줄 아는 사람들 얼마나 있겠어?

참으로 흐뭇할 뿐이다.

“사업은 역시 합동 플레이야.”

혼자서 다 잘할 수는 없고 나만 잘해서도 제대로 된 결과를 보기 어렵다.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사람을 잘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며 내 성공의 발판에는 당연하게도 꿈속 미래의 지식이 가장 큰 몫을 해주었다.

검증된 실력자를 실수 없이 컨텍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130. 연계

성공리에 잘 진행하던 LON 온라인 챌린저십이 어느덧 막을 내릴 즈음이 다가왔다. 국내에서는 이지스 게임단이 무난하게 1위를 할 것으로 점치는 중인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2006년 제1회 챌린저십 리그의 결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리그가 아직 진행 중임에도 보고를 진행하는 것은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낸 덕분에 이벤트 전을 기획하는 것이 좋을지 어떨지를 계획하기 위해서다.

“일단 해외의 리그야 시작하기 전부터 흥행이 예상되었으니 국내부터 보고를 듣도록 하지요.”

솔직한 말로, e스포츠의 종주국이 한국이라고는 하지만 이 좁은 땅덩이에서 흥행을 해봤자 얼마나 흥행을 하겠나? 사실 국내 리그에서의 흥행은 거의 기대치가 없었다.

‘애초에 국내 선수들은 수준이 높으니까 나중에 해외에 판매할 중계 수수료만을 노렸었거든. 애국심이건 뭐건 상관없이 우리나라가 작다는 건 팩트니까.’

국내에서 이익이 날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 안 했다.

실제로 리그를 준비하면서 발생한 광고 수익 역시도 해외와 얼마나 큰 격차를 보이는지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국내에서의 흥행도가 기대 이상이었기에 이 결과가 더 궁금했다.

더군다나 총 50경기가량의 토너먼트로 기획했던 대회도 16강까지 조별 리그 형식으로 꽤나 판을 키웠던 덕분에 경기 숫자가 대폭 늘어난 상황이다.

‘전체 50경기 정도였던 것이 32강만으로도 100경기가량이 되었으니.’

물론, 여기에는 살짝 과장이 들어갔다. 다전제로 진행되는 토너먼트를 단판 승부로 바꾼 거라서 실제 게임의 총량은 아주 조금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50이랑 100이 주는 느낌은 꽤 차이가 크다.

이리저리 생각하는 도중에 보고가 이어졌다.

“광고 매출 중에서 LON 온라인 챔피언십 리그의 운영기금으로 낙점된 금액은 총 4억 5천만 원입니다. 이 중에 3억 3천만 원이 준결승 이후의 경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광고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후반부에 광고가 급증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후반부 경기에 광고 매출이 거의 몰려 있었다.

‘4억 5천만 원을 8팀으로 분배하면 팀당 5,60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인가,’

초기에 잡아 왔던 수익으로 1,250만 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자면 엄청난 차이였다. 게다가 이 수익이 전부 고작 25일간의 경기만으로 나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오로지 한국 내에서 만든 수익이라는 것으로 볼 때 더 고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4천만 원 이상의 연봉을 보장하기로 했으니 이 돈은 분배가 아니라 추후 연봉에 합산되어 나갈 겁니다.”

유럽이나 북미의 팀들은 광고 수익을 일종의 중계료 개념으로 게임단에 제공하고, 그것으로 게임단이 스스로 선수들에게 연봉을 주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반면에 한국은 우리가 직접 연봉을 주는 시스템이다.

팀으로서는 연봉도 받고 상금도 따로 챙기는 셈이니 여기에다가 중계료까지 따로 챙겨 줄 이유는 없었다.

“대신 챔피언십에 참가하지 못한 남은 팀들에게 소정의 참가료를 지급하도록 합시다.”

“소정의 참가료라면 얼마 정도를 집행하면 좋겠습니까?”

총 63개의 팀 중에서 챔피언십에 올라온 팀은 8개뿐이다. 남은 55개의 팀은 추후 리그가 확장돼서 팀을 늘리기 전까지 챔피언십 리그로 올라올 수 없게 되었으니 일종의 위로금 형태를 지급할 필요가 있었다.

‘100만 원씩만 돌려보면··· 헐. 이것도 무시 못 하네? 5,500만 원이잖아.’

숫자가 여러모로 폭력이다. 팀이 많아진 만큼 200만 원씩 돌리면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게 된다.

하지만 자고로 곳간에서 인심 나오는 법 아니랴.

“200만원씩 해서 딱 1억 1천만 원으로 하죠.”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돈은 낭비하면 안 되지만 쓸 때는 팍팍 써야 한다고 본다.

“좋습니다. 대충 궁금한 건 들었으니까 나머지는 제가 서류를 보는 거로 하도록 하고···”

시선을 보고서에 잠시 두었다가 물었다.

“챔피언십을 시작하기 전에 월드 LON 클래식 매치에 대한 건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예. 올라오기 전에 보고드릴 준비를 완료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국제 대회를 열게 되면 대회 자체로는 이익률 마이너스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유럽, 북미, 중국에서 전부 꽤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어째서 그것들을 다 합친 국제 대회는 마이너스가 되는 걸까?

이를 물으니 답변이 돌아왔다.

“국제 대회이니만큼 더욱 큰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데 광고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넷플렉스가 가진 지금의 규모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저희의 판단입니다.”

“어디 보고서를 좀 봅시다.”

이익집단의 가장 대표적인 단체라고 할 수 있는 회사는 이익에 민감하다. 그런 만큼 작은 적자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대회는 조금 애매했다.

“20억?”

“그렇습니다.”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LON 온라인 챔피언십 사업부의 입장에서야 적자가 뻔히 보이는 사업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이익을 만들어내는 신규 사업부에게 굳이 계획에 없던 적자 사업은 부담으로 다가왔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금권국가에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제법 많다.

“국제 대회에 대한 추가 예산을 배분하도록 하죠. 진행하세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적자든 흑자든 내 입에서 허가가 내려오면 뭐든 상관이 없어지는 법이다.

< 프로젝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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