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299화 (299/577)

< 놀면서 버는 중~ >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4위와 8위를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순위상승이다. 홍보팀장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열을 올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제대로 된 보고를 드리겠지만, 최근 며칠간 매출의 상승폭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GGT의 인지도 역시 크게 상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회장님이 방송에 출연하신 덕분이며 이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단발성에 지나지 않고 충분히 장기적으로 이어나가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예상합니다.”

이해했다. 이 어울리지도 않는 조합의 인간들이 진격하는 군인처럼 회장실로 찾아온 이유!

‘나보고 방송에 제발 좀 더 나와달라, 이거군?’

달콤한 꿀 같은 성과들이 이렇게나 많지 않으냐, 너만 나오면 된다!

이 소리를 하는 중이었다.

‘기분이 나름 괜찮은데?’

그간 언급되었던 방식과는 다른 의미로 좋았다. 그냥 ‘방송의 결과가 좋습니다.’ ‘회장님이 계속 출연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식이었다면 움직이는 게 내키지 않았을 테지만, 이런 다양한 부분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조건이라면 충분히 출연할 용의가 있다.

‘인기 때문이 아니라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경영적인 근거가 되어줬거든.’

마음은 일찌감치 있었다. 여기에 당위성을 만족했으니 내 대답은 시원하게 나왔다.

“아주 좋군요. 출연하겠습니다.”

“아, 네. 역시 회장님이 방송에 계속 얼굴을 비추시는 건 저어되시겠지만··· 네?”

“출연하신다고요?”

“이렇게 빨리?”

뭐가 빠르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굳이 따져서 묻지는 않았다.

“그럽시다.”

“···정말이십니까?”

“아니. 제가 평소에 언제 거짓말을 하고 그랬습니까?”

농담인지 연이어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재차 확답을 주자 비로소 저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특히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한 두 사람에 비해 김선일 국장의 얼굴은 괴이하게 보일 정도로 신기한 얼굴이었다.

‘누가 보면 프러포즈라도 성공한 줄 알겠네. 엄청 부담되는군.’

아름다운 미녀였다면 혹 모르지만, 남자들끼리는 손사래를 치고 싶을 따름이다.

아무튼, 출연을 결정했으니 여기에 개인적인 욕심을 한 숟가락 얹기로 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제가 이래 봬도 한 기업의 오너 아닙니까?”

“네. 그렇죠.”

“그런 제가 직접 출연하는 것이고 이게 또 방송국의 인지도와 게임의 인지도를 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기존의 GGT와는 어울리지 않더라도 스튜디오와 라인업을 화려하게 짰으면 싶군요.”

“화려하게 하라고 하시면···”

“우리도 유명 연예인들에게 MC 좀 보라고 하고 또, 게임 하고 싶은 연예인이 있으면 같이 게임도 하고 그러는 걸 말하는 겁니다.”

게임 채널에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일단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다고 했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나쁘게 보는 시선이 남아 있다. 미래에는 마약과도 같은 사대 악이라고까지 치부할 정도이지 않던가!

연예인은 자고로 이미지로 먹고산다. 당연히 ‘게임을 좋아해요.’라고 밝히기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방송 출연을 고사하는 일이 잦았다. 또한, 일반인과 연예인은 몸값이 다르다. 게임 채널에서 고액 출연료의 연예인을 쓰는 건 가성비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이건 파산의 지름길과도 같았다.

‘하지만 나는 다르지.’

타당한 이유가 물론 있다. 나라는 녀석의 등장으로 일단 과거보다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것.

또, 어른들과 달리 어린 학생들의 시선에는 온라인 게임을 나쁘게 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어른보다 학생에게 인기가 많은 연예인을 섭외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앞의 이유보다도 가장 중요한 진짜배기가 있으니 그건 내가 부자라는 점이다.

‘내 취미라고. 내가 나온다잖아. 짱짱하게 해보고 싶단 말이야.’

2005년 현재, 공중파 예능에서 최고 자리에 있는 MC들이 받는 회당 출연료는 500에서 800만 원 사이다. 최대치인 800만 원으로 치고 최대 월 5회 출연으로 계산한다고 했을 때, 한 달에는 4,000만 원의 출연료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런 연예인이 이런 인터넷 방송에 올 이유가 없으니까 그 두 배를 부른다고 치면 8000만 원이 된다.

‘1년이면 9억 6000만 원!’

입이 떡 벌어지고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천문학적인 돈일 수 있다. 그러나 GF 홀딩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푼돈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스포츠카를 몇 대씩 차고에 처박아 두기를 하나, 수억 짜리 시계를 종류별로 모으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는 써도 된다.

거기다 GGT와 LON 온라인의 성공에 대한 키를 가진 프로라는 가치를 부여하면 투자에 대한 명분도 명확해지니 이리로 보나 저리로 보나 쓰는 게 좋다!

“연예인 MC 1명에 우리 해설자와 캐스터 1명씩. 총 3명이 진행하도록 구성해보세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2명의 연예인이 추가가 되면 너무 난잡한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늘어날 것이다.

‘뭐 그것까지 내가 생각할 필요는 없고.’

다만 이건 강조해야 한다.

“얼마의 출연료를 지급하든 상관없습니다. 어떻게든 섭외하도록 하세요. 대신 섭외 대상을 물색할 때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그저 인기 있고 유명하니까 섭외해서는 안 된다는 것. 실제로 게임을 좋아하는 연예인이어야만 한다는 겁니다.”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도 좋아할 연예인이 방송에 출연한다면 GGT의 인지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게임도 모르면서 방송을 진행한다면 인지도는 상승할지언정 장기적으로 볼 때 방송에는 불리함으로 작용하리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게스트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게스트요?”

“회장님과 한 팀이 되어 줄 고정 게스트를 출연시키는 방향이 있고 아니면, 지난 방송처럼 추첨을 통한 게스트 출연이 있습니다. 또, 그냥 랜덤으로 한 팀이 되는 방법 등등의 여러 가지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회장님은 어떤 게 좋으시겠습니까?”

이미 처음 등장부터 게임을 잘한다고 알려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아무나와 막 같은 팀을 해서 게임을 하다보면 처음의 그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어쩌면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길 위험도 있었다.

‘지금 수준에서는 프로리그에 출전하는 팀이랑 붙어도 자신 있으니 어찌하든 상관없지.’

패배로 말미암은 이미지 실추 따위는 일어날 리가 없다.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으니 자율권을 그에게 주기로 했다.

“뭐든 상관없습니다. 그냥 최대한 게임과 방송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알아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회장님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이제 끝이 나나 싶었더니만, 김선일 국장은 아직도 할 말이 있나 보다. 주저주저하던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방송을 준비하려면 그게··· 조금··· 있어야 합니다. 꽤 말이지요.”

“그게 뭡니까?”

“네. 예산이 추가로 배정이 되어야···”

GGT는 인터넷 방송이다. 하루에 18시간을 방송하는데, 이 모든 제작비를 다 합쳐도 공중파 드라마 1회분의 제작비에도 못 미친다. 이런 방송국에서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서 제대로 방송을 준비한다면 당연히 현재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 연예인을 부르라고 내가 말해놓고 자잘하게 책정해줄 줄 알았나?’

내심 한숨 쉬고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홍보팀장님. 들으셨죠?”

“네.”

“제가 허락했다 말하고 예산을 새로 집행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GGT는 특별 예산이라는 명목하에 새로운 방송 프로를 제작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회장님과 한 판」.

‘센스하고는. 에이.’

인터넷 방송답게 입에 잘 붙지 않는 제목을 가진 이 방송은 특별 예산 덕분에 회당 1억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허가받았다.

*

정력적으로 일하는 인재. 충분한 지원.

두 가지가 어우러지니 회장님과 한 판에 출연할 연예인이 쉽사리 결정됐다. 의외였던 부분은 메인 MC를 맡을 연예인보다 함께 게임을 하게 되는 게스트가 더욱 빵빵하게 섭외됐다는 점이었다.

“세계적인 국산 게임이 많아져서 그런가? 원래보다도 더 게임을 즐기는 연예인이 많은 모양이야.”

MC는 가수이자 배우로도 상당히 성공한 연예인이라 할 수 있는 장나리였다. 나로서는 이따금 동안 미모로 사진을 본 기억이 있었다. 꾸준한 선행과 부지런한 활동으로도 이미지 역시 아주 좋았던 것으로 안다.

‘LON 온라인의 특성상 여성유저보다 남성유저가 많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대부분이 남자일 테니 기왕 연예인을 넣는다면 여성을 넣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단순하지만, 진리를 가지고 섭외를 시작했고 때마침 LON에 빠져서 즐겨하고 있던 장나리씨가 섭외에 응한 것이다.

‘장나리씨 정도면 굉장한 대어를 낚은 거지.’

이어서 게스트로 나와 함께 게임팀을 이룰 팀원은 2005년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남성 아이돌그룹인 신성이었다.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 한창 노력해야 하는 신입 아이돌이 아니라 어엿한 선배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방송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수락했다.

‘요즘은 드라마를 틀어도 신성, 가요방송을 틀어도 신성, 예능을 틀어도 신성이 나온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제 그 목록에 게임방송까지 추가된 셈이다.

이렇게 연예인들이 섭외되었다는 소식이 퍼짐과 동시에 세간에는 다양한 논란들이 일어났다.

【연예인은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도덕성 없는 스타의 선택!】

【연예인이여! 공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라!】

이른바 공인이 가져야 할 덕목과 바람직한 행동거지에 대해 설교하는 기사의 전형이 부지기수로 나왔다.

“이 녀석들은 공인의 기준이 이상하다니까. 게다가 연예인이 무슨 성직자냐?”

핀잔하면서도 저들의 논리가 과장되었을 뿐, 아주 논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나도 잘 알았다.

연예인에 주로 열광하는 주요 팬층은 10대에서 20대의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연예인들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큰 영향을 받고 연예인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받는 것도 받는 것이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이냐를 고려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 방송에서 게임이나 한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 꼰대들 또 난리네.

- 으아! 이러다 듣보잡으로 게스트 교체하는 거 아님?

- 장나리랑 신성에서 모창 가수로 바뀌면 저주할 테다!

- ㅋㅋㅋㅋ 그것도 대박 반전일 듯.

강한 언론의 비난이 쇄도하게 되자 LON과 GGT를 지지하는 팬들 사이에서도 다들 ‘하차하는 것 아니냐?’ 등의 우려들이 나왔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신성의 멤머들이야 애당초 이런 구설수가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고 장나리도 어려 보이는 외모로 마냥 여리게 생각하면 오산일 만큼 자기 소신이 명확한 편이었다.

오히려 ‘게임은 잘못된 게 아닌데, 게임을 잘못 되었다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틀린 것 아닐까요? 저는 이 게임 방송에 함께하면서 제가 옳았고 그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거예요.’라며 멋진 인터뷰까지 진행했을 만큼 의지를 보여주는 중이었다.

그 기사를 보고 출연료를 올려주고 싶었을 정도였으니 할 말 다 한 셈이다.

“어쨌건 마케팅 효과는 시원하게 보겠군.”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런저런 구설수로 왁자지껄한 우리 방송!

회장님과 한 판은 10대와 20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음과 동시에 30대 이상에게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으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난 톱클래스 초대석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우리 윤태식 회장님이 드디어 게임 플레이를 결정하시면서 이렇게 다시 만나 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GGT의 새로운 방송 회장님과 한 판의 배재석.”

“양진수입니다.”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시청자들의 채팅을 바로바로 확인하면서 라이브로 방송하던 톱클래스 초대석과 달리 회장님과 한판은 녹화 방송으로 진행된다.

‘아무래도 연예인들이랑 하는 거고 기왕 돈 들여서 하는 것이니 확실한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하거든.’

생방보다 녹방이 안전한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 아니겠는가. 게다가 아무리 인터넷 방송국이라고는 하도 이 역시 엄연한 방송국이다.

본격적으로 녹화와 편집을 통해 제대로 된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송들이 계속 나와 줘야만 진짜 방송국다울 수 있으며 이것이 일반 스트리밍과의 차별성을 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놀면서 버는 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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