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286화 (286/577)

< 좋다면서 왜?! >

124. 좋다면서 왜?!

칼리버 온라인의 출범을 기대하고 있던 인원은 기존의 LON유저만이 아니었다. 이미 국내 e-sports에서 스타 드래프트의 자리를 대체할 국산 게임을 기대하고 있었고 그들이 보았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게임이 바로 칼리버 온라인이었다.

덕분에 칼리버 온라인은 정식 서비스로 오픈하기도 전인 오픈 베타 서비스 기간에 대회를 여는 기염을 토했다.

이른바 칼리버 온라인 프로 리그!

게임 채널 중 최고라고 치는 올게임 넷에서 칼리버 온라인 리그를 발 빠르게 열었고, 덕분에 LON에서 난다 긴다 하는 클랜과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칼리버 온라인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들이 칼리버 온라인으로 이렇게 쉽게 옮기게 된 이유도 나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에는 LON과 칼리버 온라인의 플레이 방식이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몫을 차지했다.

물론 중립 몬스터를 사냥함으로 용병을 소환하는 방식이 다르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오히려 다른 유저들보다 이들에게 더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고수의 플레이가 눈을 사로잡고 신규 유저가 유입되어 뜨거운 반응이 계속 이어져만 갔다.

- 오늘 칼리버 리그 본 사람?

- 대박 아니었냐? 나는 헌터로 그런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거 오늘 처음 알았음.

- 분위기 보니까 LON에서 클랜 소속이던 사람들 다 팀 짜서 칼리버로 넘어간 거 같던데 이러면 LON은 망한 거 아냐?

- ㅋㅋㅋㅋ 말해 뭐해. 당근 망했지.

- 이제 방 만들어 봤자. 사람도 안 온다고 함. ㅋㅋㅋㅋ

- 야들아. 갈아타. 거긴 난파선이여~

- 관짝에 들어가서 무덤 판 지 오래임.

LON의 장점은 워드래프트Ⅲ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라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인데 칼리버 온라인은 무료 게임이다.

이점이 상대의 장점을 가볍게 찍어 눌렀다. 비록 오픈 서비스가 끝나면 일부 유료화가 진행되겠지만 게임 자체는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 여기에 거기에 프로 리그까지 만들어진 지금 상황에서 LON은 버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뿐인가? 새로운 장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 뭔데 죄다 칼리버 얘기냐?

- 안 궁금했는데 하도 떠들어서 함 해봄.

- 얼~ 이거 잼따? 근데 템이니 뭐니 복잡한데?

- 프로들 거 따라 해 봐. 템 트리 다 나왔응께.

방송과 리그의 소문을 통해서 방문한 사람. 우연하게 광고 보고 들어온 누군가 등등 아직 LON을 하지 않았던 게이머와 유행에 뒤처지기 싫은 이들이 꾸준히 유입되었다. 어느덧 그 지표는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냈다.

【칼리버 온라인 오픈 1주일 만에 동시접속자 10만 명 달성!】

무려 동접자 10만 명!

이는 최상위의 대형 게임사를 제외하고는 한 곳도 없는 경이적인 수치였다. 이를 모노 소프트라는 신생 업체가 그것도 달랑 하나의 게임으로 이루어냈으니 게임계는 물론이고 투자자들도 모두 난리가 났다.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완전 대성공입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이게 다 모두가 힘쓴 덕분이지요. 게다가 이런 성공을 이루어낼 거라고 이미 LON 때 공개가 된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입죠!”

“맞습니다!”

“대표님의 게임이 성공하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 승부는 끝났다.’

윤태식 회장에게 발목을 붙잡힐지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 이를 확실한 선점 효과로 찍어 눌렀다. 이제는 순풍을 타는 배처럼 쾌속하게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이제 그 녀석은 연연하지 않고 본격적인 내 사업을 시작해보자.’

이를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자본이다.

10만 명이라는 동시 접속자라는 금자탑을 쌓은 만큼 칼리버 온라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달 10억이라는 비용이 필요하게 되었다. 단순 유지비가 그리되었으니 10억을 벌어야 본전치기라는 소리다.

‘게다가 여기에 들어간 비용을 다 따져보면 최소 30억은 벌어야 본전치기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익 아이템이 필요하다. 성주환 대표는 회의를 소집했다.

“유료화에 대한 기획은 아직이야?”

현재까지 나온 유료화 아이템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신규 캐릭터.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면 게임 내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구매하거나 현금으로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단, 두 가지가 완전히 동일 할 수는 없다.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캐릭터의 인벤토리 3칸이 모두 오픈되지만 게임 머니로 구매할 경우 해당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서 인벤토리를 오픈해야 하고 또 50%의 확률로 인벤토리가 망가지게 되어 있었다.

둘째는 아이템.

각 캐릭터는 게임 내에서 모두가 가지는 6개의 인벤토리와는 별개로 사용할 수 있는 최대 3칸의 추가 공간을 가졌는데 이것이 인벤토리다. 이 공간에 넣을 수 있는 아이템은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구매할 수 있는데 매 게임 2개 이상의 아이템을 사용하게 되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아지는 구조였다.

즉, 아이템을 꾸준히 쓰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것이다.

‘꼭 구매해야만 하는 아이템을 넣은 건 아니니까. 게임 내에서 밸런스가 무너지는 일은 없어.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 최소 30억을 벌기 위해서는 더 있어야 해. 그리고 꾸준히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안정적이며 확실한 수입원.

지금 성주환 대표가 부단히 머리를 써가며 찾는 요소였다. 하지만 그걸 찾기가 쉬웠다면 윤태식 회장이 때를 기다리며 LON을 묵혀뒀을 이유가 없다.

“그게···”

“으음···”

회의실에서는 우물쭈물하며 아무도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주환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재촉하고 대안을 마련하라며 저들을 쥐어짜는 것뿐이었다. 여전히 게이머스 포럼에서 진작부터 이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지 않은 이유를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깨달았다고 해도 이미 늦은 시점이다.

수입원을 무조건 찾아내야만 한다!

“다들 정신 좀 차려. 이미 부분 유료화로 돈 잘 뽑아먹는 게임들 많잖아. 그 게임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을 우리에게 맞게 바꿔서 팔면 되는 거 아냐?”

“현재 칼리버 온라인의 규모와 비교할 수 있는 게임은 캐주얼 레이싱 게임뿐입니다.”

“하지만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레이싱 게임에서는 성능 좋은 자동차를 팔아서 수익을 냅니다.”

“···우리가 도입하면 바로 밸런스가 무너지겠지.”

마음이 급해도 성주환 대표 역시 잘 아는 부분이다. 이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고 공짜라며 마시는 양잿물과도 같았다.

먹으면 죽는다.

칼리버 온라인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선택지.

‘일단 이런 아이템은 배제하자.’

욕심껏 엄청난 투자금을 끌어왔고 적당한 수입을 챙기기는 했으나 그는 막장 아이템에 관심을 둘 만큼 멍청한 인물이 아니었다. 게다가 칼리버 온라인의 미래는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펼쳐진 마당이다.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더 찾아봅시다.”

“네! 대표님!”

그렇게 개발사가 작은 근심거리로 고민하는 와중에도 칼리버 온라인의 대외적인 지표는 여전히 성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픈 베타 서비스를 끝내고 정식 서비스를 향해갈 무렵, 호재가 발생했다.

【칼리버 온라인! 그 인기에 힘입어 무려 0.8%의 시청률 달성!】

1%도 안 되는 시청률이지만 이는 게임 리그방송으로서는 2005년 시점에서 오직 스타 드래프트만이 달성한 기록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스타 드래프트마저도 결승전 정도 되어야만 1%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유저들이 보이는 칼리버 온라인의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척도이자 더 커지리라는 상징적인 숫자이기도 했다. 이대로만 가면 제2의 국민 게임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유저와 개발사의 입장은 엄연히 달랐다.

오픈이라는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한 그날.

“매출이 얼마라고?”

“2··· 2천만 원입니다.”

풍요 속의 빈곤!

성주환 대표와 모노 소프트는 웃을 수 없었다.

“2천···? 그래 2천··· 고작··· 2천······.”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베타 서비스를 시행하고 5월 말이 되어서 정식 서비스를 진행하게 된 칼리버 온라인의 첫 주 매출은 2,000만 원. 아직 3주가 남았으니 단순 계산으로 곱하기를 더 한다고 해도 30억은커녕 1억도 나오지 않는 숫자였다.

이는 서버의 유지비용도 되지 못하는 수익이다.

구름 위에서 지내는 듯이 낙관하고만 있던 성주환 대표로서는 억장이 무너지고 분노가 치미는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아니! 지금 동시접속자가 10만 명을 넘기고 있는데!”

인기라도 없으면 혹 모른다. 문제가 있어서 욕을 동이째로 마셔대는 수준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반대다.

인기? 넘친다.

반응? 뜨겁다.

재미? 끝내준다.

그런데 돈이 안 되고 있었다.

“우리 칼리버 온라인이 부분 유료화 게임들 중에서 현재 2위야! 2위! 1위 게임은 매출이 얼마인 줄 알아? 50억이라고! 그런데 뭐? 2,000만 원? 한 달 하면 높게 쳐줘서 1억이라 치자!”

쾅!

“1위와의 차이 무려 50배란 말이야! 50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게임 잡지나 게임 리그에 관련해서는 연신 칭찬과 좋은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곳간이 텅텅 비어가는 것을.

드르르륵!

그때 휴대폰의 진동음이 테이블을 타고 울렸다. 발신자의 이름을 보고 성주환 대표가 눈을 질끈 감았다.

투자자였다.

‘젠장. 할 말이 없어!’

지난번과는 다른 의미로 휴대폰이 뜨끈뜨끈 달아올랐다. 그의 태도 역시 뻣뻣하던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연신 숙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과가 말해주지 않던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억만이라도 나왔으면 좋으련만.’

투자자들의 차갑게 식은 눈.

조곤조곤하게 실적을 가져오라는 소름 돋는 목소리.

한없이 움츠러드는 자신을 경험하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이제는 10만 명을 훌쩍 넘어선 동시접속자가 더는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떨쳐내도 자꾸만 들러붙는 좀비 떼를 보는 기분이다.

‘가만히 있으면 매달 9억이나 손해 보게 만드는 새끼들! 재미있다며 지갑은 죽어도 안 여는 거지새끼들 같으니! 내가 너희 때문에 매달 9억을 손해 봐야 한다고!’

이미 오픈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는 동안 10억을 손해 봤다. 뿐만이랴, 회사 유지비는 물론이고 이럴 줄 모른 채 그간 펑펑 쓰며 고급 사무실에 비품 등 다양한 것들에 쏟아부은 예산이 허다했다.

그 탓에 막대한 투자금 중 운용 가능한 현금은 달랑 30억뿐이었다.

이 돈으로는 어찌어찌 연명하며 버틴다고 해봐야 고작 3개월이 한계다. 노발대발하며 회의실을 나선 그가 대표실에서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 돼. 내가 망한다고? 이렇게나 잘 나가는데? 이만큼이나 인기 있는데? 빌어먹을! 이토록 많은 새끼들이 내 게임을 하고 있는데!?”

칼리버 온라인을 검색해 보라.

이렇게 극찬받고 인기 있는 게임이 또 어디 있는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역작이 또 어디 있으랴!

‘이런 거지 같은 놈들! 좋다면서! 좋다면서 왜?!’

고작 3개월 후면 게임이 망한다는 사형선고를 받다니. 성주환 대표는 그야말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빠지도록 움켜잡아도, 술을 들이 부어도, 백방으로 알아보아도 수익이 나지 않았다.

결국, 남은 수는 단 하나였다. 저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

“오팀장. 방법이 없어. 우리··· 그거 합시다.”

“네? 그거요?”

“맞아요. 원래 우리가 잠깐 할까 했다가 고민한 그거.”

우물쭈물하던 그가 되물었다.

“강화 아이템이랑 캐릭터 강화요?”

끄덕.

입술을 질끈 깨물며 그가 결정했다.

‘잘 만들면 뭐하나. 국민성이 거지같은 것을. 젠장··· 내가 망치는 게 아니야. 공짜만 바라는 이 거지 근성이 게임을 망치게 하는 거라고!’

유료 강화.

이는 게임 내의 밸런스를 파괴하는 아이템이기에 절대 만들어서 판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요소였다. 그렇지만 내놓지 않으면 자신이 말라죽을 판이니 어쩌겠는가.

‘투자금을 회수시켜주지 않으면 그 전에 내가 횡령으로 잡혀갈 거야.’

죽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한다.

‘유저만이 아니라 투자자 새끼들도 다 똑같아.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죄다 도둑놈들!’

< 좋다면서 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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