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름신과 드라마 >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게이머스 리포트가 오픈하고 일주일에 접어들었다.
엉덩이가 무거운 유명 평론가들의 리뷰는 아직이지만, 정성스런 리뷰들이 게이머스 리포트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글들은 역시나 드래곤 소울에 관한 내용이었다.
【드래곤 소울 스토리에 대해서】
드래곤 소울의 ED를 본 사람이 전체 플레이어 중 15% 정도로 확인이 되고 있어.
하지만 많은 닝겐들이 ED까지 보았음에도 도무지 이 게임의 스토리를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있더라? 그 부분이 안타까워서 내가 찾아낸 스토리를 공유해볼까 해. 상당히 길어질 거 같으니까··· 시간 많을 때 읽어보는 게 좋을 거야.
이러한 서문으로 시작하는 일본에서 작성된 리뷰는 조회수가 무려 30만에 달하면서 비전문가의 리뷰를 견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다.
- 드래곤 소울의 오프닝은 어떤 닝겐의 독백(?)을 기반으로 한 영상을 보는 거야. 일종의 구전으로 이어진 전설 같은 영웅담이라고 할 수 있어. 일단 이 부분은 마지막에 다시 이야기 하는 것으로 하고··· 우선, 주인공의 시작부터 설명하도록 할게.
리뷰는 딱히 전문성이 느껴진다거나, 게임 자체를 이해하기 좋게 설명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스토리를 자기 나름대로 편하게 설명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 ···그렇게 해서 우리의 주인공은 결국 모든 왕을 죽여서 힘을 빼앗고 그 힘으로 죽은 태양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제단으로 가지.
그런데! 맙소사! 그 모든 게 드래곤의 음모였던 거였어!
태양이 죽어가고 있던 건, 태양의 힘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드래곤이 다시 힘을 가지면서 약해졌던 거지!
└ 이름이 드래곤 소울인데 드래곤은 몇 마리 구경도 못 하다가 마지막에야 생뚱맞게 나오길래 ‘이게 뭔가’ 했었거든. 그런데 그런 이유였어?
└ 근데 드래곤이 힘을 가지는 거랑 태양이 약해지는 거랑 무슨 관계인데?
현재의 분량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하게 수정되었던 이 글은 중간중간 댓글을 통해서 받은 질문이나 상황에 맞는 댓글들을 함께 리뷰에 넣음으로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대까지 형성시켜주었다.
- 이건 1회차만 클리어해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고 2회차까지 클리어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야. 그러니까 가려둘게.
보고 싶은 사람만 드래그해서 보도록 해.
- 이 게임에서 가장 충격적인 반전은 바로··· 오프닝이 거짓말이라는 거야.
초기의 서사는 말 그대로 구전을 통해서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지. 그리고 그걸 들은 우리는 그게 당연히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진행하게 돼. 하지만 태양은 처음부터 드래곤의 것이었고 태양의 힘을 가진 건 드래곤의 힘을 훔쳤던 거였어.
즉, 힘의 주인이 힘을 다시 찾아가니까 태양의 힘이 약해졌던 거야.
└ 아! 그래서 달의 힘을 가진 난쟁이 닝겐들만 드래곤을 죽일 수 있었던 거구나!?
└ 드래곤 소울도 나름대로 깊은 스토리가 있었군. 난 그냥 닥치는 대로 다 때려잡고 죽이는 그런 게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 재미있다. 그럼 이 게임은 ED가 두 개인 거야?
드래곤 소울의 엔딩은 총 3개다. 하지만 두 가지는 같은 결과를 가져가고 영상도 많은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사실상 두 개로 봐도 무난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나저나 역시 세상은 함부로 보면 안 돼. 오프닝이 거짓말이라는 건 찾기가 어렵게 만들었는데 벌써 그걸 찾아내다니.’
드래곤 소울은 게임 내부에 거짓말쟁이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 또한, 오프닝이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믿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도록 전체 내용이 조절했기에 이를 찾지 못해도 나름대로 스토리를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고 나니까 왜 꿈속 미래에서 포럼소프트가 원래 스토리를 공개하지 않는지도 알겠단 말이지.’
대부분의 거짓말은 아이템의 설명을 통해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지만 몇몇 거짓말은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도록 만들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가장 정답에 가까운 이 리뷰에도 본래 우리가 제작한 스토리와 전혀 엉뚱한 답을 내놓은 내용도 많았다.
‘아마 끝까지 못 찾는 내용도 많을 거야.’
그리고 이런 점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은 후속작을 제작할 때 전작의 스토리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대충 끼워 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제작자한테는 아주 편해.”
역사와 스토리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이전 작품에서의 오류나 이어지는 내용에서의 오류가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어쩔 수 없었는데 이미 완성된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거기에서 새로운 역사가 파생되어 이어지게 되는 게 후속작이다.
그런데 그 스토리를 완벽하게 만든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다.
하지만 드래곤 소울은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다.
왜?
1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들도 1의 이야기를 제대로 모르니까!
‘그래서 2에서는 그냥 이건 사실 이거야. 이래 버리면 아! 그게 그랬구나! 하고 넘어가게 되어버리는 거지.’
만약 그것도 오류가 있을 것 같다면?
얼추 ‘그렇지 않을까?’ 수준만 넣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된다.
‘이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충 아무렇게나 넣어버리면 그걸 가지고 뭔가 대단하게 해석해서 넣어버리거든.’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
지금도 이 리뷰 덕분에 다양한 과장 해석이 태어나고 그걸 가지고 많은 유저들이 토론을 이어가면서 앙상하게 뼈대만 그려두었던 게임의 스토리에 살을 찌워가는 중이었다. 이를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러다 고의로 빼놓은 퍼즐을 엉뚱하게 채워 넣는 것을 보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
‘저게 저런 식의 해석도 가능했었구나?’
나뿐만이 아니라 해당 글을 읽어본 기획팀의 직원들조차 상당히 참신하다고 감탄을 하곤 한다.
‘뭐랄까? 오답인데, 정답이라고 해주고 싶은 그런 오답이 나온달까?’
정답이냐 아니냐는 상관없다. 정 괜찮은 오답이면 후속작에서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서 제작해도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글들이 진짜로 드래곤 소울의 판매량까지 견인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기분 좋은 보고가 이어졌다.
“드래곤 소울의 판매량과 판매 상승 곡선. 그리고 올해 말까지의 예상 기대치입니다.”
드래곤 소울의 초도 물량은 전 세계 200만 장이다. 일본에서 100만 장, 국내에서 5만 장, 북미에서 70만 장 마지막 유럽에서 25만 장이 팔렸다.
북미는 70만 장 중에서 50만 장이 중고 시장을 전전했고 일본은 100만 장 중 30만 장이 중고 시장을 점령했던 암흑기가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일본 중고시장 드래곤 소울 예상 수량 12장이지.’
아무리 인기 게임이라도 출시하고 2달가량이 되었는데 중고 수량이 제로가 될 수는 없다.
신품의 절반까지 떨어졌던 중고가는 다시 90%까지 회복하는 것에 성공했고 일본 내에서만 50만 장이 추가로 더 팔려나가면서 자칫하면 골칫덩어리가 될 뻔했던 드래곤 소울이 다시 효자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에 성공했다.
‘북미에서도 100만 장이 추가로 팔렸고 유럽은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알아가기 시작했어.’
올해의 목표 판매량은 총 360만 장이다.
기존의 게임들보다 목표 판매량이 적을 수는 있지만, 상관없다. 맛있게 매운맛은 계속 찾게 되는 맛이고 이 게임은 사람들이 6세대 콘솔을 버리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판매를 이어가게 될 테니까.
“앞으로 개발하게 될 신규 타이틀은 7세대 콘솔로의 이식을 염두에 두고 개발합시다.”
내년 가을이면 ZBox의 후속작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이듬해 가을에 게임스테이션도 7세대 콘솔을 출시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세대의 콘솔이 출시된다고 바로 사람들이 신규 콘솔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아직 출시된 게임이 워낙 적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전 콘솔을 유지하면서 넘어갈 타이밍을 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아직은 6세대를 개발해서 파는 게 이득이지.’
그렇다고 7세대 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일단, 두 세대를 모두 염두에 두고 개발을 한 뒤 차츰차츰 넘어가는 게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후속작으로의 이식을 상정하고 개발하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될 테지만 그때 가서 이식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여유로우리라.
‘실패하면 손해가 클 테지. 대신 게임이 성공한다면 그만큼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줄거야.’
그리고 살짝 재수 없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실패한 게임은 없었다.
119. 지름신과 드라마
게이머스 포럼 내의 간부 회의실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격세지감이야.’
시작을 함께 한 넷젠부터 가장 최근인 마이코닉스의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무려 그 수만 30명이나 된다. 이를 보니 새삼 처음 이 건물에 들어올 때를 반추하게 된다.
강남. 그 지역 빌딩의 건물주.
스스로 ‘성공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장소.
아직 완공도 되지 못했던 이 건물은 완공이 다 되고 난 후에는 빈 곳이 너무 많아서 ‘세를 줘야 하나?’와 같은 고민을 진지하게 하게도 해주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문제였을 따름이다. 지금은 크게만 여겨지던 강남 사옥이 비좁을 만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보라고. 간부들로만 여기를 다 채웠어.’
아무리 넓게 봐줘도 20명 정도가 적당한 간부 회의실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사장으로 봐도 부족함 없는 이들로 30명을 채웠다. 이것이 지금 피부로 느끼는 성공의 지표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더 기분 좋아지는 대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넷젠 먼저 사업보고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이머스 포럼의 장남이라 할 수 있는 넷젠.
이 회사는 현재 나스닥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상태다. 나스닥에 2,400만주로 상장했으며 주당 12달러로 상장에 들어갔다. 내가 보유한 지분이 30%, 4명의 창업멤버들의 지분이 20%, 추가로 사내 간부들이 각 2%의 지분을 가졌으니 48%의 주식이 나스닥에 풀린 셈이다.
“넷젠은 작년 대비 매우 큰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3분기의 매출액은 550억 원, 영업이익은 322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그 와중에 공개한 신작, 다이너스티의 반응이 뜨거웠고 그 효과로 현재 나스닥에서의 주가는 주당 24달러까지 치솟은 상태입니다.”
주당 24달러. 이는 한화로 2만 7천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딱히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워낙 발행한 주식이 많다 보니 이것만으로도 현재 넷젠의 시가 총액은 1조 2천억 원에 이른다.
‘뉴 온라인을 개발한 임원들이 각각 5%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사람들도 이제 600억대 부자구나.’
잠시 뉴 온라인 프로젝트부터 함께 해온 넷젠의 간부들의 얼굴을 보았다. 꿈속 미래에서 저들의 대서특필된 마지막 키워드는 몰락이었다. 아울러 전성기 시절조차도 가장 부자였던 인물이 500억대의 자산을 보유했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 하며 저들의 미래는 달라졌다. 부정적인 모습에서 긍정적으로. 성취한 열매는 더욱 크고 달콤하며 앞으로 이어질 나날들도 탄탄대로일 것이다.
< 지름신과 드라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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