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267화 (267/577)

< 덤벼봐 >

***

안도 쿠라노스케는 일본의 그 누구보다 게임을 사랑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드래곤 소울은 시련 그 자체나 마찬가지였다.

“다들 중고시장에 던지는 바람에 이제는 중고 가격마저도 반 토막이 났어.”

심경이 여러모로 복잡했다. 이런 걸 사겠다고 그 피로함을 무릅쓰고 줄까지 섰던 건가, 하는 후회감도 들었다. 그게 쌓이니 이제는 게임에 대한 원망마저도 커져갔다.

‘나도 중고로 팔아버릴까?’

한 번 구매한 게임은 절대 팔지 않는 주의였지만, 이 게임은 정말 해도 해도 답이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게임은 많이 익숙해졌어.’

초반에 엄청나게 죽어댔던 것과 달리 이제는 꽤 익숙하게 몬스터들을 잡아낼 수 있게 됐다. 최상위에 속하는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5%의 게이머에 당당하게 속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지치는 이유는 평론가들의 말처럼 횡설수설하는 게임의 스토리 때문이었다.

‘도저히 이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뭔지를 모르겠어. 열심히 싸우는 데 목적을 모르기 때문인지 의욕이 나지 않아.’

근래에 정말 자주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게임을 중고마켓에 넘겨주지 못했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다.

그렇지만 그냥 게임을 플레이할 자신은 없었던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의 공략을 검색하고 플레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제발 오늘은 제대로 된 선구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간절한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일본의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드래곤 소울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초창기 유레카를 외쳤던 그 게시글처럼 이번 글도 압도적인 조회수와 댓글을 자랑했다.

허겁지겁 마우스 좌클릭을 연타한다.

- 요즘 드래곤 소울 때문에 패드를 던져버린 친구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내가 이번에 얻은 정보를 모두와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어.

- 아마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플레이 한 친구들 대부분은 지금쯤, 계승의 제단 뒤편에 있는 망자의 도시에서 방황하고 있을 거야. 맞지?

- 나도 이제 막 망자의 도시를 클리어한 입장이라 많은 걸 알지는 못해. 하지만 망자의 도시를 클리어할 수 있었던 핵심 정보를 공유할게.

- 참고해야 할 정보 중 하나는 망자의 도시를 클리어하고 종을 울려도 주인공의 목표를 알 수 없다는 점이야. 왜냐고? 울려야 할 종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거든.

“아하! 그렇지!”

딱 가려웠던 부위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글이었다.

- ···여기까지는 다들 이해했지? 그럼 이제 진짜 중요한 정보를 알려줄게. 망자의 도시에 처음 입성하면 작은 샛길을 하나 발견할 수 있어.

- 이 게임은 괜히 그런 곳에서 싸우다가 떨어지면 위험하니까 대부분 빠르게 샛길을 넘어가거나 몬스터가 이쪽으로 오게 해서 싸우는 데 익숙해졌을 거야.

- 하지만! 여기서는 그러지 마. 무조건 샛길에서 그냥 싸워! 그러면 몬스터의 공격에 의해서 벽이 무너지게 되는데 그 안에 상인이 있다는 말씀!

- 그리고 그 상인을 죽이면? 무려! 소울+창포검(무기)+비밀 열쇠를 주거든! 이 무기만 있으면, 첫 보스를 비교적 손쉽게 사냥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이후 비밀 열쇠를 통해서 숨겨진 상인을 또 만날 수 있어.

- 미노타우루스라는 보스는 상당히 무시무시하긴 한데, 이것도 특별한 공략법이 있어.

“이건 전혀 몰랐는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안도는 고민했던 만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게임은 절대 그냥 직선으로 나아가면서 클리어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거야. 무언가 있을 거 같으면 들어가서 샅샅이 확인하고, 또 다른 곳을 확인하고 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야 게임도 이해하고 공략법도 찾아낼 수 있어.

- 끝으로 굉장한 조언을 하나 해줄게. 절대로! 계승의 제단에 있는 싸가지를 공격하지 않도록 해. 이미 때렸다면··· 어쩔 수 없지. 제단의 불은 포기해야 할 거고, 나라면 그러느니 그냥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선택을 하겠어. (사실 그렇게 다시 하는 중이야)

이번 선구자의 글은 정말이지 암흑 속의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그야말로 굉장한 공략법이 수록되어 있었다.

배경 스토리와 관련된 조각 하나를 밝혀냈고 아무도 찾지 못했던 비밀 상인과 또 상인을 죽여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나아가 보스를 사냥할 수 있는 공략방법이 담겨 있는 굉장한 소스였다.

‘대··· 대단해! 내가 죽어가면서 만든 공략북이랑은 뭔가 달라!’

이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정보 중 하나는 어쩌면 이 게임에 담겨 있는 스토리가 횡설수설이 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퍼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좋아. 대장부가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지! 아즈미 짱! 다시 가는 거야!”

안도는 고작 한 편의 공략글을 읽은 것뿐이었지만, 자신의 마음속에서 죽음에 대한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지난 회의가 끝나고 공략을 적당히 풀어가며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여론은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전 세계의 게이머스 포럼 사이트에 하루 2개씩 일반 유저의 공략으로 가장한 게이머스 포럼의 공략글이 올라간 결과, 이를 통해 영감을 받은 일본의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각성한 그들의 게임 진행도는 실로 눈부실 정도였다.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게이머의 숫자가 30%를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5%에서 30%로 늘어난 게 뭐 얼마나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드래곤 소울은 200만 장이 팔리고 100만 장이 여러 주인을 돌고 돌게 된 게임이다. 판매된 건 200만인데, 게임을 설치한 인구는 350만이라는 아주 특이한 구조인 것!

즉, 지금의 70% 중 절반은 이미 드래곤 소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인 셈이다.

“중고 시장에 풀린 게임들도 빠르게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고작 일주일이었건만 아직 본게임이라 할 수 있는 리뷰 사이트를 공개하기 전에도 드래곤 소울에 대한 평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드래곤 소울은 맵다. 한때 한국에서 유행했던 매운 떡볶이나 유행을 유지하고 있는 불닭 비빔면처럼 아주 매운 게임이다.

하지만 무작정 맵지는 않다. 도전할 의지만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을 정도로 매웠고, 또 매우면서 맛있었다. 원래 이렇게 맛있게 매운 건 한 번 맛보면 그 끝을 보고 싶어지게 되는 법이다.

‘평가? 흥이다! 마음껏 덤벼보라고. 정공법으로 이겨내 줄 테니!’

맵기만 하다며 외면받았던 받던 드래곤 소울은 커뮤니티를 통해 그 속에 숨은 맛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게이머들은 점점 매운맛에 매료되어갔다.

***

어느덧 평론가들의 평가에 휘둘리는 사태를 근절하고자 시작한 게이머스 포럼의 야심작. 게이머스 리포트가 전 세계에 오픈하는 날이 왔다. 이미 리뷰와 관련한 사이트는 많은 시점이었기에 우리는 다양한 리뷰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름하여 <우수 리뷰어 이벤트>.

이는 어떤 게임이든 상관하지 않고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10개의 리뷰에 추천 100개당 1달러의 가치를 부여하고 게이머스 포럼의 스팅, ZBox의 Live, 게임 스테이션의 네트워크 계정에 해당 금액에 맞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였다.

‘스팅 포인트로 받겠다는 사람은 없겠지만.’

미래에도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더더욱 PC게임보다 콘솔 게임 시장이 확고한 시대다. 누군가가 리뷰에 추천한다는 것은 해당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데 많은 추천을 받은 게임은 콘솔 게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굳이 스팅을 넣은 까닭은 콘솔에 ZBox와 게임 스테이션이 있다면 PC에는 스팅이 있다, 뭐 이런 이미지를 게이머들도 모르게 그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게이머스 리포트의 홍보를 하면서 해당 홍보비용으로 스팅의 광고까지 하는 셈이지.’

그야말로 일거양득의 계책이다.

‘숨은 목적 하나가 더 있으니 일석삼조라고 봐도 좋고.’

최근에 게이머들로 하여금 가장 오아시스 같은 리뷰로 작용한 게임이 무엇일까? 바로 드래곤 소울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던 글들이다. 즉, 드래곤 소울의 리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 이들이 추천할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이는 추가로 드래곤 소울을 견인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다.

‘한 번 움직여서 이만큼 수확하는 것이니까 끝내주지.’

물론 이번 이벤트로도 잡지 못하는 한 가지 부류가 있기는 하다.

바로 목적을 위해서 양심을 팔아버리는 일부가 아닌 진짜배기 전문가들이다. 아마추어들의 리뷰들을 다양하게 보유함으로 많은 이용자를 품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전문가들의 리뷰가 없다면 사이트의 신뢰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을 타깃으로 한 이벤트도 준비했다.

<총 고료 20만 달러. 게이머스 리포트 게임 평론 공모.>

한화로 2억이 넘는 돈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모집하는 것이기에 사실 굉장히 소소한 공모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업으로 리뷰를 하는 일부 전문가들과 준비생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을 것이다.

아무래도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보니까 자유롭게 리뷰를 작성하는 우수 리뷰어 이벤트와 달리 게임 평론은 명확한 규격을 요구하는 행사였다.

게이머스 리포트의 오픈 당일의 성적은 문전성시··· 가 아닌, 한적함이었다.

“사이트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이제 갓 오픈 한 사이트라서 별반 반응이 없습니다.”

준비한 이벤트에서조차 썩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이야기지만 이를 실패라고 보는 건 성급한 생각이다.

“괜찮습니다. 시작부터 대단한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니까요. 일단 정기적으로 모니터만 해주시고 당장 게이머스 리포트에서 직접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이곳에서 시작한 정보가 현재 자리 잡은 사이트에 링크로 공개되는 형태를 최대한 활용해주세요.”

후발주자가 선발대를 이기는 방법.

그중에서 정말 전형적이면서도 가장 참신하지 못한 방법이 바로 기생충 전략이다. 이미 잘나가는 사이트에 빌붙어서 해당 사이트의 유저들의 관심을 돌리는 이 전략은 자칫하면 큰 반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입맛만 잘 맞춰주면 아주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서 진작부터 게이머스 포럼에 정보력을 먼저 밀어줬지.’

일본과 유럽 그리고 북미까지 게임과 관련한 모든 커뮤니티 사이트에 침투한 게이머스 포럼의 공략글들. 이들은 이제 게이머스 리포트로 바뀌어서 양산될 것이다.

새로운 정보의 출처가 매번 게이머스 리포트라면?

더욱 빠르게 소식을 알고 싶은 열정적인 이용자들이 우리에게 찾아오게 됨은 자명했다. 그리고 이 순환이 이루어지고 반복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부터는 이미 다른 사이트를 잡아먹고 있는 중이 된다.

다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번역이 문제야. 안정적으로 번역프로그램을 쓸 수만 있다면 독일에서 쓴 리뷰를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읽고 그럴 수 있으면 초반에 부족한 리뷰를 커버해줄 텐데.’

안타깝게도 이 부분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에 사용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개발해서 넣으면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이건 개발인력부터 자금 등을 세밀하게 따질 것도 없이 그냥 돈만 날린다는 결과가 나와서 기각했다.

< 덤벼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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