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응 >
‘20만 명은 우리 회사의 게임을 플레이하려고 구매한 사람들이니까 쓰레기 같은 게임만 아니면 국내에서 20만 장은 보장되었다는 이야기지.’
돈으로 계산하면 대략 80억이 된다.
아주 훌륭하고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게이머스 포럼에 콘솔 게임에 대한 포럼을 추가하세요.”
“네.”
우리 역시 보조를 맞춰서 움직였다.
한국 게이머들은 참으로 억울한 사람들이다. 어떤 국가의 게이머들보다 열정적으로 게임을 하지만 대부분의 명작은 해외 작품이다. 그래서 서비스에 대해서는 늘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편이었다.
그 갈증을 우리가 시원하게 풀어주는 중이다.
“또한, 모니터링 요원들을 배치해서 우리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중 수정에 도움 될 것, 발전에 도움이 될 내용들을 다 긁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기대 속에서 신과 같이의 정식 버전이 발매되었다.
초기 물량은 전 세계 200만 장!
이조차도 일주일이면 다 팔릴 것이라고 진작부터 예측할 만큼 우리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왜지?”
압도적인 평가와 쉼 없는 이슈 속에서도 신과 같이는 150만 장을 끝으로 판매량이 멈추고 말았다.
“모르겠어. 왜 더 안 팔리는 거지?”
아직 발매 후 일주일이 지난 것은 아니었지만, 판매량 곡선이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대로면 200만 장은 절대 달성할 수 없는 목표치가 되고 만다.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들 재미있었다고 했잖아. 말뿐인 게 아니라 정말로 그랬다고.’
신과 같이의 데모 버전은 총 6,783,215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전체 ZBox 판매량의 75%에 이르는 수치다. ZBox를 구매하고 제대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운로드를 받았다고 보면 된다.
이뿐이랴.
게임에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전부 호평 일색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게임은 팔리지 않는 것일까?
깊이 고민하다가 나름의 단서를 찾아냈다.
‘데모 버전을 끝까지 플레이한 유저가 없다는 것에 무언가 답이 있을 거야.’
신과 같이를 다운로드한 게이머들 중에서 직접적인 플레이가 진행된 수치는 60% 수준이었고 데모 버전의 최종 보스를 클리어한 게이머는 12%밖에 되지 않는다.
꽤나 낮은 수치인 셈.
그런데도 특별하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일단 데모를 플레이했던 많은 유저들이 좋은 평가를 했고 또 상당수 게이머가 바로 게임의 끝을 향해 달려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엔드 콘텐츠를 최단시간 내에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헤비유저보다는 라이트하게 즐기는 부류가 더 많다.
‘어차피 정식 버전을 플레이하면 다 알게 될 것들이니까 굳이 끝까지 플레이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래서 낙관했었는데··· 아마도 여기에서 내가 실수했는지도 몰라.’
문제는 이 이상으로는 내가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게 뭘까?’
고민하는 중에도 시간은 쉼 없이 흘렀다.
어느덧 신과 같이가 발매되고 일주일이 지난 2003년 8월 26일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총 집계된 판매량은 168만 장.
“역시 200만 장을 못 채웠어.”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사실 지금처럼 속상해하고 답답해할 이유가 없었다. 게임은 100만 장을 넘기면 일반적으로 대작의 반열에 들어간다. 때문에 여러 매체에서는 ‘역시 실패하지 않는 GF!’라는 표현을 연신 사용했고 마이크루 소프트 역시도 매우 흡족해하는 중이었다.
수익 면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신과 같이는 제작비 160억에 마케팅 비용으로 30억으로 총 190억 가량을 들인 게임이다. 그리고 168만 장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680억이니 누가 봐도 훌륭한 성적이다. 객관적으로는 손뼉을 아낌없이 쳐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남들이 성공이라 할 지라도 이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였다.
‘200만 장을 가볍게 찍고 300만 장까지도 탄력받아서 시도해볼 게임이라고. 그런데··· 분명히 더 잘 될 수 있었는데··· 뭐가 문제였던 거지?’
오만이 아니다. 이조차도 작금의 시기를 고려하여 겸손하게 발언한 것일 뿐, 실상은 400장까지는 해줄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사의 회장이기에 앞서 나부터가 게이머다. 이건 그만큼 팔릴 만큼 재미있었다.
이것이 168만 장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 이유였다.
‘더 이상은 내 기억을 뒤져도 소용이 없어.’
전가의 보도처럼 언제 어느 때에도 좋은 답안지와 방향을 짚어주던 꿈속 지식이 소용없는 시점이다. 그렇기에 나는 직감에 의존하여 외부에서 답을 찾고자 움직였다.
‘이런 문제점은 개발자보다 오히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더 쉽게 발견하는 경우들이 많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미치다시피 한 이들을 나는 매우 가까이에 두고 있고.’
조언이 필요하다고 일반 유저들에게 체험을 시켜준 뒤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 게이머스 포럼 게시판에 가서 유저들과 담화를 나누지 않아도 됐다.
‘실시간 게임 방송.’
유저들이 아무렇지 않게 게임 개발자들을 욕할 수도 있고 또 감탄할 수 있는 곳.
남들을 불쾌하게 할 정도의 욕설이 아니라면 해당 게임에 대해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곳.
‘우리 회사의 프로게이머들도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지.’
유저들에게 공략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게임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영상을 보면서 게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 바로 실시간 게임 방송이다.
본래는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클로버 스팅에서 스트리밍은 물론이고 채팅까지 가능하도록 개발이 되었다.
“살짝 민망할 뻔도 했고.”
인터넷 방송류는 우리가 가장 발 빠르게 만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들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원래 이런 류에서 가장 발 빠른 이들은 음지였기에 현시점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의 사이트들은 일명 야동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BJ보다는 PJ라는 단어가 사람들은 익숙한 시점이지.’
PJ. Broadcasting Jockey의 줄임말인 BJ가 다른 포르노 자키의 줄임말이다. 덕분에 현재 인터넷 방송은 성인물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가득 가지고 있었고 본의 아니게 BJ라는 명칭을 우리가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어차피 그 방송들은 대부분 사라질 방송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그런 음지의 방송이나 학습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클로버 스팅이 최초가 맞긴 하니까 그거에 만족하고 있다. 다만 이 방송은 나중에 익히 알려진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들처럼 누구나가 원하면 방송을 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다.
‘그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와 트래픽은 아직까지는 감당하기 어렵더라고.’
결국, 안정적이고 원활한 방송을 위해서 게이머스 포럼 측의 프로 게이머들과 테스터들이 스케줄을 맞춰서 방송을 진행하는 형식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을 통한 하나의 TV 채널 같은 것이 만들어진 셈이다.
“오늘 방송 중에 신과 같이가 있나?”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클로버 스팅의 방송 스튜디오로 내려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3:50 김요한의 드랍쉽.」
「15:30 송진호의 2위도 대단한 거야 인마!」
「17:00 생존의 달인 마선생의 몬스터 프레데터스에서의 생존법.」
「19:00 스낵맨의 신과 같이 둘러보기.」
생존의 달인 마선생이네, 스낵맨이네, 뭐 이런 이름은 왜 쓰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신과 같이가 저녁 7시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뒤에서 방송하는 내내 지켜보고 싶다만, 그러면 부담될 테니까.’
방송 스튜디오라고는 하지만 실상 방송국의 스튜디오처럼 대단한 곳은 아니다. 그냥 컴퓨터와 ZBox가 인터넷으로 송출되기 위한 장치가 연결된 자그마한 방일 뿐이다. 그런 곳에 회장님이 행차하여서 뒤에서 지켜본다면 편하게 방송을 어찌하랴.
시간을 확인했으니 내 방에서 차분하게 지켜보기로 했다.
* * *
차지훈은 게이머스 포럼에 프로게이머로 입단했다가 이후 테스터 겸 공략 방송 BJ로 활동하고 있는 게이머다. 별명이 스낵맨인 이유는 연습할 때는 물론이고 게임을 하는 동안에도 간식거리를 옆에서 떼어 놓지 못해서 동료들이 놀리다 보니 굳어진 것이었다.
“슬슬 내 차례네?”
앞서 방송을 하고 있는 마영한. 일명 마선생의 방송이 슬슬 끝나갈 때가 되었기에, 그도 슬슬 몸을 풀기 시작했다.
“후우~ 끝났다!”
“영한아 고생했다.”
“고생은 무슨. 지훈이 형. 오늘 사람들 좀 많은 거 같아.”
“많아? 얼마나?”
“오늘 내 방송은 시간이 안 좋았잖아? 그런데도 500명이나 있더라고.”
“진짜? 대박 많네?”
당금은 게임에 관련된 방송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500명의 시청자를 대박이라고 할 만큼 초창기이고 작은 시장이었다.
그만큼 인터넷 방송의 미래가 그토록 거대해질지는 당금의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시점이었다. 그렇기에 게이머스 포럼 소속의 프로게이머들은 윤태식 회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평균보다 높은 대우는 물론이고 호구지책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형 시간대에는 2,000명도 넘을 수 있어.”
“야. 그렇게 사람이 많으면 정신 사나워서 방송할 수나 있겠냐? 채팅도 안 보이겠다.”
“하긴.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읽고 답하면서 게임 하려면 엄청 어렵겠지?”
“당연하지. 아무튼. 고생했다.”
클로버 스팅의 스트리밍은 하나의 방송이 끝나면 다음 방송을 준비해야 했고, 그런 준비시간 동안 광고가 나가는 형태다. 슬슬 광고가 끝나가고 있으니, 잡담을 끝내야 했던 것.
‘그래도 진짜 2,000명이 넘었으면 좋겠다.’
이들은 충분한 연봉을 받고는 있지만, 단순히 고정된 연봉으로는 의욕을 돋울 수 없다는 존경스러운 윤태식 회장의 지침에 따라서 광고 송출 때의 인원에 따른 추가 보너스를 받았다. 그렇기에 시청자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차지훈은 희망을 안고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신작 게임을 둘러보는 코너!”
지훈의 눈이 재빨리 현재 시청자의 숫자로 향한다.
‘오! 688명이다!’
시작부터 영한이 말했던 500명을 한참이나 웃돌았다.
현재까지 그의 최고기록은 1,250명인데 왠지 이를 넘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확히는 1,246명이지만 반올림은 인정해줘야지.’
마음이 가벼워지니 말도 경쾌하게 나왔다.
“스낵맨의 신작 게임 둘러보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 오늘 신과 같이 하는 거 맞죠?
“물론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몇몇 시청자들의 질문이 날아왔지만, 그는 저녁 7시 메인 타임을 잡아낼 정도로 뛰어난 BJ다. 여유롭게 시청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신과 같이를 실행했다.
- 둘러보기면 정말 맛만 보는 건가요?
“네. 게임을 공략해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만한 여유의 시간을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신작 게임이 나오고 한 달간은 완벽한 공략을 해드리지 않아요.”
- 아아··· 난 클로버 스팅의 이 제도가 제일 안타깝더라.
- 왜요? 저는 이래서 좋던데?
- 공략을 못 보면 게임 클리어를 못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 입장도 좀 이해를 해주셨으면 싶거든요.
- 맞아요. 인정!
- 특히나 GF에서 만든 게임들은 난이도가 아주··· 그냥 무자비하잖요.
- 너무 어려움! 느와르마저 이럴 줄은 몰랐어요!
앞 다투어 성토의 글이 올라왔다.
“한 달이잖아요? 그냥 게임 자체를 한 번 즐겨보세요. 즐기시다 보면 직접 공략하는 맛을 또 아시게 될 겁니다.”
- 클로버 스팅에서 방송하시는 분들은 이미 개발진에게 공략에 대한 정보를 다 넘겨받고 하시는 거잖아요?
불퉁한 시청자의 글에 차지훈이 얼른 대답했다.
“개발진에게 그런 걸 넘겨받다니요. 정말 오해이십니다. 저희는요. 테스트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저희 테스터끼리도 대화를 못 해요.”
- 왜요?
“테스터끼리 공략을 공유하면 정확한 테스트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대화를 못 하게 해요.”
테스터끼리 공략 공유도 못 하게 하는데, 개발진과 공유를 한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냥 엄청난 플레이 타임 덕분에 게임에 대해서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시작하겠습니다.”
올해의 게임 중 가장 화려하다고 극찬을 받는 신과 같이의 오프닝 영상이 나오자, 채팅창에는 영화 예고편이라는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차지훈은 소속 회사의 칭찬이 연신 나오자 괜스레 우쭐한 마음마저 들었다.
“튜토리얼은 GF답지 않게 난이도를 상당히 낮춰놓은 편이니까 별다른 설명 없이 빠르게 넘기겠습니다.”
- 에? 튜토리얼이 쉽다고요?
- 아니던데?
“에이~ 저 안 속습니다~”
그는 올라오는 채팅을 무시하고 매우 빠르고 익숙한 모습으로 부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그리고는 적의 우두머리를 타격할 수 있는 최단 루트를 활용하여 말한 대로 가볍게 끝내버렸다.
- 우와 튜토리얼이 이렇게 쉬웠구나.
- 이분이 하시면 튜토리얼이 아니라 그냥 다 쉬운 게임으로 전락하시는 거 같달까?
- 이렇게 게임을 잘 하시는 분이 왜 프로 게이머를 못 하시고···
- 쉿! 그건 금지어라고요···!
- 어엇? 그래요? 죄송합니다. 저는 진짜로 안타까워서······.
< 반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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