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245화 (245/577)

< 반응 >

보통 이런 선택지들은 무엇을 선택하든 그냥 제작자가 의도한 대로 진행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7인의 추종자들 역시 언제 심취했었냐는 듯 대화했다.

[이런 거야 뻔해. 뭔가 대단히 할 것처럼 해뒀겠지만, 그래 봤자 결국 다 같거나 딱 하나만 게임 오버가 되는 식이겠지.]

[어차피 인원도 많은데 다들 나눠서 선택해볼까?]

[좋아. 바로 얄팍한 조잡함을 확인해보자고.]

7명이다. 2개씩 나눠도 한 사람이 남을 정도의 인원이기에 그들은 A에 두 명, B에 두 명, C에 세 명으로 나누어 게임을 진행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거리고 말았다.

[역시. 뭐 아무것도 없네.]

[이런 게임들이 다 그렇지.]

A를 선택한 사람과 B를 선택한 사람은 별다른 이벤트 없이 넘어갔다.

C를 선택한 사람은 경찰의 눈에 그의 뒷모습이 잡히는 영상이 추가되었으나 거기서 끝일 뿐, 별다른 사건조차도 없이 다음 장면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제 처음으로 선택지가 나온 지문에서부터 상황이 급반전할 정도의 대단한 변화가 생기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이들에게는 전혀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다.

그러던 때였다.

이후 진행되는 스토리에서 임무를 받던 중에 C를 선택한 사람들은 임무가 변경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뒤이어 A와 B역시도 두 번째 선택지를 마쳤을 때는 완전히 나뉘었고 같은 과정을 2번 더 겪자 똑같은 타이밍에 7명 전부가 각기 다른 임무를 받게 되고 말았다.

[뭐야? 왜 같이 게임을 진행하는데 받을 수 있는 임무가 다 틀려?]

[오오! 추격전이다! 이야! 난 이런 차량 추격전이 좋더라!]

[와! 짭새 놈들 무슨 운전을 이렇게 잘 하냐!?]

[응? 짭새라니?]

[추격전이라며? LA시가지를 벗어나는 임무 아냐?]

[맞아.]

[그거 짭새가 쫓아오는 거 도망치는 거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브룩스 파이낸스 놈들이 쫓아오는 거잖아.]

[둘 다 게임을 발로 했냐? 나도 아까 그거 깼는데, 그거 비버리지 놈들이야.]

어찌 알겠는가. 신과 같이 에서는 딱 한 개의 챕터에 있는 임무만도 숫자가 208개에 달하고 모든 것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서 그에 맞는 스토리를 위해 배치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같은 게임을 하지만 유저들은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도 사람은 직감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공략 공유도 거의 불가능한 거 아냐?]

[아니지. 어차피 이런 것들도 결국 다 정해진 규칙이 있을 거고 그런 거로 공략은 더 활발하게 교환이 될 거야.]

[그렇기는 한데··· 이거······.]

다시금 ‘제법 할 만하다.’는 말이 나오려던 것을 꾹 참고서 바꿔 말했다.

[추격전이 내가 생각했던 그런 맛은 아니네.]

[뭔가 속도감이 확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그뿐이겠어? 핸들도 뻑뻑한 느낌이야.]

진행 루트와 완성된 미션에 따라서 적대관계와 우호 관계가 달라진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점점 쌓여진 관계는 결국 서로 다른 상대와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오! 이거 자동차로 부딪칠 때는 손맛이 아주 좋······ 흠.]

말실수하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할 만큼 신과 같이에 완벽하게 몰입한 7인의 추종자들.

어느덧 열심히 플레이하다 보니 챕터 1의 보스전에 가까이 다가가는 중이었다.

신과 같이의 액션성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는 보스전은 LA 시가지 그 중 코리아타운의 중심 광장에서 진행된다. 적의 숫자는 50여 명, 주인공은 30여 명의 부하를 이끌고 적들을 물리쳐야 한다. 튜토리얼에서 경험했던 그 전략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때가 온 것이다.

[이거 뭐야?]

[대규모 싸움이길래 무쌍처럼 하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냥 죽어버리네?]

물론 전략만 잘 짠다고 게임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GF에서 만드는 게임은 절대로 전투를 쉽게 만들지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 주인공은 파이프를 들고 있는 부하,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부하. 이런 여러 가지 스펙을 가진 부하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해야 하고, 또 그 상태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면서 적의 보스까지 처단해야 한다.

[무슨 게임이 이래? 내가 지금 한 가지 게임을 하고 있는 게 맞긴 한 거야?]

한 번에 여러 가지 장르의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도 전혀 중구난방이 아니라 탄탄하게 이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와 얘네는 이걸 지금 깨라고 만든 거야? 데모 버전의 끝을 보지 말라고 만든 거야?]

콘솔을 통한 전략 게임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전략적인 배치에 실패했고, 또 어떤 이들은 전략적인 배치에는 성공했지만,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컨트롤이 부족해서 실패하곤 했다.

[이건 컨트롤러의 문제야. 컨트롤러가 쓰레기니까 내가 제대로 컨트롤을 할 수 없는 거라고.]

[하여간 2등 게임기는 안 된다니까.]

결국 이들은 데모 버전의 보스를 잡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는 조금 전에 긍정적으로 게임을 말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냐는 듯이 신랄한 혹평이 게임기와 게임 모두를 강타했다.

[뭐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건 알겠는데, 모든 게 전부 어정쩡해. 게임은 다양한 시도보다 한 가지 확실한 재미를 주는 콘텐츠가 중요하지.]

[다양한 시도라는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어딘가에 이미 있는 걸 한곳에서 모은 것뿐이잖아? 이걸 가지고 칭찬하는 것도 우습지.]

그렇다. 이들은 게임 스테이션의 추종자들. 이들은 그 어떤 훌륭한 게임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그 게임이 게임 스테이션으로 나오지 않는 한 절대 칭찬으로 결론을 내지 않을 것이다.

함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는 말이다.

‘이건 사야 해.’

게임 스테이션2의 커뮤니티 모임이 끝이 난 뒤. 모임에 참석했던 회원 중 하나인 케이든은 다른 회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 되어서야 차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게임 스테이션2의 맹목적인 추종자였다. 게임 스테이션을 제외한 모든 콘솔은 열등했으며, 다른 콘솔에 독점으로 공급되는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 스테이션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독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바뀌었다.

‘이제는 더 이상 게임 스테이션이 최고의 콘솔이 아닐지도 모르겠어.’

이미 콘솔이 가지는 성능 자체는 ZBox가 게임스테이션을 한참이나 추월한 상태다. 그럼에도 2등 콘솔이라고 부르는 건 매력적인 게임이 없어서일 뿐이었는데 몬스터 프레데터스와 신과 같이. 이 두 가지 게임만으로도 이제는 그렇게 부를 수 없게 되었다.

게이머이기에 장담할 수 있었다.

‘올해 안에 ZBox의 판매량이 1,500만대를 넘어가게 될 거야.’

어쩌면 2,000만대를 돌파할지도 모른다. 그쯤 되면 이제 ZBox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게임사들이 ZBox에 관심을 보이게 될 거고 수준 높은 명작이 거듭 출시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이런 장기적인 안목까지도 필요 없었다.

‘그딴 것보다 우선은 신과 같이를 하고 싶어. 젠장, 이걸 하려면 어쩔 수 없이 ZBox를 사야만 한다고!’’

케이든은 대단한 이유를 만들어내는 일을 포기했다.

그렇다. 그는 그냥 신과 같이를 플레이하고 싶어서 다른 회원들 몰라 ZBox를 구입하러 게임 매장으로 차를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연신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아는 사람한테 걸렸다가는 회원 자격을 박탈당할지도 몰라.’

이 커뮤니티는 단순히 게임의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다. 상당히 폐쇄적인 곳으로 오직 게임 스테이션을 열렬히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만 공개가 되는 커뮤니티였다. 다른 콘솔을 추가로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회원자격을 박탈당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그렇게 도둑처럼 그가 움직일 때였다.

‘응? 저 사람은?’

조용히 ZBox하나를 집어서 캐셔에게 가져가려던 케이든은 급히 몸을 낮추면서 자신을 숨겼다.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저건··· 회장이잖아?’

대체 얼마나 운이 나쁜 것인지, 몰래 들어온 게임 매장에서 게임 스테이션2 커뮤니티의 회장과 딱 마주쳐 버린 것이다.

그런데 회장의 움직임이 조금 이상했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보면서 뭔가를 숨긴 채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꼭 도둑고양이 같은데, 마치 나처럼 행동··· 어? 나처럼?’

회장의 손에 들린 커다란 박스.

ZBox라는 초록색의 로고를 가린 모양새는 자신이 지금 들고 있는 것과 똑같았다. 게임스테이션2 유토피아라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회장이 몰래 신과 같이와 ZBox를 구매하는 현장이었다.

반사적으로 치미는 배신감!

케이든이 몸을 부르르 떨며 그를 쳐다보던 때였다.

한창 경계 중이던 회장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움찔-

‘맞다! 내 손에도 이게 있었어!’

놀란 케이든이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런데 아뿔싸! 뒤에도 회원 한 명이 있는 것이 아닌가? 추궁하는 기색 대신 자신처럼 혼란스러운 눈동자를 보이며 말이다.

[케··· 케이든!?]

[프란체스코? 네가 여기는 왜?]

[너··· 집으로 바로 간다며?]

[그랬지. 너도 그랬잖아? 그런데 왜···?]

이유는 더 들어볼 것도 없었다. 그의 손에도 커다란 박스가 들려 있었으니까. 모두가 똑같이 ZBox의 로고를 가린 같은 모양새였다. 동시에 충동적으로 움직일 만큼 게임에 흠뻑 빠진 사람들답게 같은 타이밍에 만나고 마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었다.

그렇게 회장과 프란체스코, 케이든은 민망한 웃음과 어색한 행색으로 매장 안에 서서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 오전.

- 게임스테이션2 유토피아는 오늘부로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ZBox와 게임스테이션2 두 가지 모두의 커뮤니티를 새로 오픈했으니 원하는 분들은 이주하시고 원치 않으시는 분들 중에 이 커뮤니티를 잘 운영하실 분이 계시다면 양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스테이션2 유토피아는 그 날로 폐쇄가 결정됐다. 신과 같이를 경험한 모두가 ZBox에서의 정보 공유를 원했기 때문이다.

* * *

- 신과 같이의 유일한 단점은 이것이 데모라는 것이다.

- 달궈진 아스팔트보다 훨씬 더 뜨거운 열기를 가졌던 신과 같이의 데모 반응.

신과 같이의 데모 버전이 공개되는 날에 일어난 사상 최대의 트래픽은 ZBox의 모든 담당자를 환호하게 해주었다. 아울러 마치 영화에 빠져들어서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 같은 환상적인 게임 플레이는 데모 버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을 즐거움으로 미치도록 했다.

“살 맛 나네.”

미디어는 관심을 먹고 몸집을 부풀리게 마련이다. 게이머들이 반응하면 할수록 해당 게임에 관련된 기사는 더욱 많이 쏟아진다. 나는 그중에 제법 마음에 드는 내용을 읽으며 웃음 지었다.

【신과 같이. 우리는 그 속에서 진정한 남자의 냄새를 느낀다.】

신과 같이는 도입부에서부터 매력적인 배경과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의 시작과 중간 중간에 발생하는 이벤트 영상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다.

신과 같이는 기존의 오픈 월드 게임과 비교해서 매우 방대하다거나, 광활한 배경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비록 데모 버전이지만, 배경으로 하는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LA항을 두고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다른 게임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공원, 지하도, 대중교통 등 다양한 시설들은 물론이고 LA 내부의 좁은 골목들까지 소소한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크진 않지만 매우 상세하게 만들어졌다.

그 때문에 오히려 쓸데없이 크기만 하고 할 건 없는 맵들이 수두룩한 게임에 비해서 높은 완성도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쩔 때에는 굳이 이런 것까지 모두 디테일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한 디테일의 끝을 보여준다.

(본 잡지의 기자가 실제 LA 타운에서 찍은 사진과 인 게임 내의 모습을 보라. 게임은 이토록 LA를 사실적으로 그대로 구현해 냈다.)

액션 부분은 총기류보다는 맨손 액션이 많다. 개발진은 매번 같은 액션으로 인한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영리하게 지형에 매우 다양한 오브젝트들을 준비해 놓았다.

파이프는 물론이고 자전거와 블록. 심지어 싸움 중에 파손되어 쓰러진 간판마저도 들고 싸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액션의 형태나 영상이 아니다. 바로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서 스토리의 순서나 방향이 바뀐다는 점이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점이 있다.

신과 같이의 주인공은 경찰이 직업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피아의 간부가 되어 엔딩에서는 우두머리가 될 수도, 이 마피아를 전부 일망타진하는 경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런 기자가 있었다니.”

데모 버전은 고작해야 하나의 챕터다. 겨우 그걸 보고 게임의 전체 방향을 유추해낸다는 것은 꽤 능력 있는 기자라는 이야기였다. 슬슬 다 사라져가는 한국 게임 잡지사에 남아 있기에는 제법 아까운 능력이었다.

그렇다면 게이머스 포럼으로 데려와야 할까?

‘그건 좀 더 생각해보고.’

기왕이면 게이머스 포럼에서 직접 우리 게임을 칭찬하는 기사가 나오기보다는 저런 외부 잡지사에서 칭찬하는 글이 자연스럽고 그림도 괜찮을 것이다. 즉, 그를 고용하기보다는 저 잡지사에 광고비를 지원해서 최대한 오래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쪽이 나았다.

‘사람들 반응도 괜찮은 편이고.’

샤이닝 로드부터 몬스터 프레데터스까지 국산 게임이 ZBox에서 선방한다는 것에 고무된 한국 게이머들은 ‘기왕 콘솔을 살 거라면 애국하는 심정으로 ZBox!’를 외치며 구매했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는 ZBox가 게임스테이션을 앞지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ZBox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못 이룬 걸 한국에서 이룬 셈이다.

“애국 마케팅을 안 했는데 해버린 셈이 됐어.”

자존심의 문제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도 굳이 그런 노력을 할 이유가 없었다. 국내의 콘솔 시장은 ZBox나 게임스테이션을 다 합쳐도 딱히 매력적인 규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매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생기고 애국심이 더해져 버리니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ZBox의 판매량은 무려 30만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의 콘솔시장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 반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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