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225화 (225/577)

< 마다가스칼의 개봉 >

이건 정말 센 거다. 현재 스텔라는 미국 내의 MP3 플레이어 점유율 26%로 2위를 차지했고 유럽에서의 점유율은 62%로 점유율 1위! 전 세계로 따지면 점유율 38%로 역시 2위에 해당한다.

‘아쉽게도 혁명의 선두주자인 와이팟을 이기는 건 무리더라고.’

그렇다고 해도 그 누구도 감히 스텔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팔리는 스텔라이지만 아직까지 메인 모델은 없었다. 늘 사람보다는 상품 그 자체만 보여주면서 광고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에밀리를 넣기로 한 것이다.

‘스쿨 오브 밴드에 에밀리가 출연한다는 전제하에.’

즉, 영화에 출연하지 못한다면 에밀리가 스텔라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것도 나중으로 미룰 것이다.

나는 준비한 이 무기들을 파라마운틴과의 미팅 날에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번에 나온 담당자는 제롬이라는 인물이었다.

[에밀리를 스타로 만들어줄 특별한 소스를 가지고 있다고 하시던데, 그것부터 볼 수 있겠습니까?]

‘여기 직원들은 죄다 이런 태도인가?’

아놀드와 분명히 다른 사람인데 제롬 역시도 ‘시답잖은 소리 말고, 본론부터 갑시다.’라는 기색이었다. 최소한 감독이랑 짐 블랙과 인사 정도는 하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안 뽑을 거라면 인사할 가치도 없다.’ 같은 분위기였다.

‘정떨어지네. 너네는 내가 갑이 되면 아주 제대로 갑질을 해줄 테니 두고 보라고.’

꼴 보기 싫은 것들과 질질 끄는 대화를 하는 쪽은 내 쪽에서도 사양한다. 나는 가지고 온 노트북에 빔 프로젝트를 연결했고 곧이어 프로젝트에서 영상이 나타났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실사와 같이 제작한 단편 영화인가요?]

[단편 영화가 아니라 게임 내부의 스토리 영상입니다.]

[게임이라고요?]

[네.]

내 말에 제롬은 조금 전보다 더더욱 관심이 없어진 얼굴을 보였다. 오히려 지루하다는 투였다.

영화판에 게임을 들고 오니 오히려 부정적인 첫인상을 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500만 장이자 총 수익 $306,800,000를 보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거 요즘 한창 유명한 게임 아닙니까?]

[맞습니다. 에밀리도 성우로 참여했었죠.]

[오! 그래요?]

잘 만든 게임 영상보다는 얼마나 돈이 되는지에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두 개의 게임을 합친 수익이고, 개발사 수익이 아니라 전체 총 판매 수익을 의미하는 거지만 어쨌든 큰 숫자는 눈을 사로잡는 법이지.’

총 수익이 무려 3억을 넘어가는 대단한 히트작이라는 것.

이 점에 제롬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두 개의 게임을 만들었던 개발사에서 총력을 기울여서 만드는 차기작에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라······. 좋군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상의 캐릭터가 아닙니까. 실제의 배우에게까지 영향력이 있겠습니까?]

[그건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얼굴만큼은 확실히 기억에 남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겠군요.]

그렇게 약간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첫 번째 영상이자 소스가 끝났다. 연이어 다음을 보여주었다.

[이건 무슨 영상이죠?]

[CF입니다. 물론, 정식 광고영상은 아니고 정식으로 촬영하기 전에 임시로 콘셉트만 잡은 겁니다.]

[광고라고요?]

[네.]

마치 스파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연출.

영상 속의 에밀리는 어설픈 스파이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조직의 비밀 무기인 초소형 폭탄을 스텔라에 넣은 채 목표물의 예상 이동 경로에 놓았다.

하지만 가만히 두었다가 폭탄을 터트리려던 그녀의 계획은 아무도 없는 곳에 놓인 스텔라를 매번 누군가에게 도난당하며 실패하고 만다.

『[참을 수 없는 유혹 스텔라.]』

그리고 한 편의 CF가 더 나왔다.

앞서와 이어지는 에피소드였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는 곳에 잘 숨겨서 폭탄을 터트리는 데 성공하는 CF였다. 하지만 폭발은 스텔라의 케이스를 넘어서지 못하고 에밀리는 울상을 짓고 말았다.

『[터지지 않는 강력함 스텔라.]』

메시지의 자막이 선명하게 남으며 영상이 종료됐다.

이 CF들의 포인트는 에피소드가 아니었다. 당장 자신의 표정만으로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에밀리의 코미디 연기에 주안점을 두었고 스텔라가 가진 세계 38%의 점유율은 2분에 한 대씩 팔릴만큼 판매량과 인지도가 대단하다는 것.

이런 상품의 광고 모델이라는 것만으로도 에밀리는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포인트였다.

[현재 MP3플레이어 시장은 와플의 와이팟과 케이리버의 스텔라, 이 두 가지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최소 두 배 이상의 성장을 예상하고도 있지요.]

팬심을 발휘하여 대형 비즈니스처럼 각 잡고 제대로 브리핑까지 했다. 이런 배우를 너희가 발로 걷어찰 셈이냐! 라는 내 일갈을 못 알아들으면 제롬은 뇌가 없는 공기 인형에 불과할 것이다. 당연히 그는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었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에밀리 양에게 감히 고작 잘나가는 매니저를 붙이라는 등의 하찮은 소리를 했었다니···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롬은 귀인을 모신다는 듯 한없이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감독과 작가에게 이토록 대단한 배우를 구했다는 사실을 극찬했다.

담당자가 호의적으로 나오니 이젠 더는 막힐 것이 없었다.

작가는 본격적으로 감독과 짐 블랙에게 에밀리를 소개했고 배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쪽에서는 계약에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5,000달러에서 시작한 개런티 협상은 결국 1만 1천 달러에서 끝이 났다. 대신 스텔라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건 영화 개봉 이후부터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래도 아역 조연이 데뷔작에서 1만 달러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거지.’

툭하면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500만 달러와 1억 달러 사이를 오가는 액수가 나오기에 일견 ‘겨우 1만 달러?’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에밀리가 어디까지나 아역 조연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스쿨 오브 밴드는 출연하는 연기파 조연의 개런티조차도 10만 달러가 채 안 되는 저예산 영화임을 고려하면 이는 충분히 고무적인 액수임을 알 수 있다.

‘됐어. 할 만큼 다 했다. 이 앞으로 에밀리가 삑사리 나고 못 나고는 내 탓이 아니야. 스타트로 나는 더할 나위 없는 베스트를 끊어줬다고.’

창창한 대스타의 미래를 내가 망가뜨렸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자신한다. 또한, 게임 제작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크게 무언가를 해냈다는 흡족한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그녀의 계약을 잘 마무리 짓고 마다가스칼을 지켜보는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회장님! 완성했습니다!”

릭이 작업을 시작한 지 2주를 조금 넘어선 16일째의 날에 기괴한 완성품이 나타났다. 건물 한 층을 전부 콘솔로 채운 복잡 괴이한 디자인. ‘이게 바로 공대 감성이다!’라고 주장하듯 아름다움 따위는 개나 줘버린 디자인의 슈퍼컴퓨터실이었다.

여기서 나는 개발자들과 나의 차이를 크게 느꼈다.

“오오!”

“정말 아름답습니다.”

감탄해 마지않는 황홀한 모습들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 해괴한 슈퍼컴퓨터가 어떤 물건인지는 공감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건 대박입니다! 너무 빨라요!”

“렌더링이 아주 완벽하고 빠르게 되고 있어요!”

특히 감동의 도가니에 푹 빠진 최종인 대표는 눈물을 글썽일 정도다.

“지금 이 속도는 디지니가 와도 안 될 겁니다!”

‘···그건 아닐걸요?’

그 무지막지한 회사는 무려 세계 16위의 슈퍼컴퓨터를 쓰고 있다고 한다. 그에 비교하면 우리는 한참이나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 성능만 해도 우리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결코, 꿀리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다.

‘게네는 만드는 것도 그만큼 많잖아. 효율성으론 우리가 나아.’

거기에 슈퍼컴퓨터 제작이라는 기적을 이뤄낸 릴이 추가로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건 당장 4,000개의 드림 퀘스트를 모두 활용하는 건 어렵지만 제어 CPU를 추가 제작해서 1테라급의 슈퍼컴퓨터 두 개를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쩌면 2테라를 가진 것보다 업무 효율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

‘프로그래밍까지 전부 끝나면 약속했던 것보다 추가금을 더 줘야겠어.’

그리 생각하며 나는 기쁨의 흥겨움으로 얼싸안은 마이코닉스의 직원들을 보았다.

‘엄청 좋은가 봐.’

공대 감성은 참 모를 종류의 것이었다. 고작 성능 좋은 컴퓨터 하나가 생겨났을 뿐이고 자신들의 자산 역시 아니며 엄연히 회사의 물건이다. 그런데도 최종인 대표를 비롯한 모든 직원은 행복회로가 풀로 가동 중이었다.

‘가만있자··· 기왕 슈퍼컴퓨터도 싸게 구매했겠다, 아예 전체다 보너스를 줘도 괜찮겠어.’

정신적인 만족 말고 물질적인 채움도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나는 함께 고생한 모두에게 말했다.

“이달은 전부 보너스가 지급 될 거라고 전달해 주시고 추가로! 오늘은 회식합시다!”

“우와!”

고기는 돼지가 아닌 소로 정했다. 이유는 이곳이 미국이기 때문!

‘여긴 소고깃값이 싸.’

게다가 숙소에는 우리 모두가 회식해도 충분한 식당까지 내 소유로 있다.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랜만에 소고기를 한식처럼 만들어서 먹어 봅시다!”

“우와아아!”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긴 시간 고향을 떠나 머나먼 미국에서 일하는 이들의 한식 파티는 그렇게 열렸다.

106. 마다가스칼의 개봉

슈퍼컴퓨터라는 문제를 해결한 만큼, 마다가스칼의 완성은 5월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에 맞춰서 우리는 5월과 6월에 열리는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출품하기로 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최대한 준비를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마다가스칼은 스토리부터 전체 색채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상업에 특화되었다.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기는 어려운 플롯이라는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영화제에 나가려는 이유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영화제는 후보 정도에만 올라가도 생각 이상의 홍보 효과를 가지게 되니까. 물론, 후보에 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고.’

일반적으로 배급사가 영화계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영화의 제작에 투자함으로써 영향력을 가지는 것.

둘때즌 성공할 것 같은 영화에 많은 푸시를 하고 해당 영화가 성공하게 되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극장가에 영향력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향력을 기본 토대로 극장에게 스크린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푸시도 성공할 확신을 가지고 있는 영화에만 한다는 점이지.’

극장용 영화를 처음 제작하는 우리 스튜디오의 작품에 큰 기대감을 가지고 푸시를 해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대진표를 만들어내는 일에 착수했다.

‘4월 말이면 영화가 만들어지니까 5월이면 충분히 개봉할 수 있어. 하지만 개할 수 있다고 곧바로 할 필요는 없지.’

어떤 영화와 경쟁을 하게 될지 제대로 판단해야만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곽지원 전무에게 일을 맡겼다. 개봉작의 일정을 알아보는 업무였다.

“최대한 구한다고 구하긴 했지만, 아직 공식 발표를 한 것은 아니라서 정확히는 알 수 없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전달받은 서류에는 올해 개봉할 영화의 목록과 예상 개봉 시기가 나와 있었다. 이를 쭉 훑었다.

‘2월부터 4월까지는 어차피 우리랑 관계없는 것들이고.’

애니메이션의 완성인 5월 이후에 주목했다.

‘4월 말 정도야 신경 쓸 만하지만, 여기는 딱히 신경 쓸 게 없으니까 패스.’

문제인 5월에서 나는 혀를 차고 말았다.

첫째 주에는 전쟁하려는 돌연변이와 인간과의 공존을 원하는 돌연변이, 그 둘의 싸움을 다룬 이야기인 X팀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가 개봉했다.

‘X팀 덕분에 만화를 원작으로 한 히어로 무비가 할리우드 영화의 핵심으로 급부상을 했을 정도지. 이거랑 같은 시기에 상영했다가는 좋은 꼴을 볼 수가 없어.’

강적이랑 당당하게 붙을 이유가 없다. 피해서 다음을 노렸는데, 이부의 개봉작도 무시무시한 것들이었다.

‘무려 네오트릭스라니.’

AI에게 인간이 지배를 받고 평생 가상의 공간을 현실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세상인 네오트릭스.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가 바로 5월 둘째 주에 개봉했다.

이러면 결론이 딱 나온다.

‘5월은 헬이야. 무조건 피하자.’

그리고 페이지를 넘겼다.

5월의 마지막 즈음인 30일.

이날에는 애니메이션계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인 미노를 찾아서가 개봉했다. 무려 전 세계 흥행수입 9억 4,000만 달러인 작품이다.

‘최소 3주는 1위를 하겠지.’

분하지만 마다가스칼로는 경쟁할 수 없는 초강자였다.

그러면 이것을 피하면 우리 작품이 독보할 수 있는 틈이 나오는 걸까?

‘뭐가 이렇게 많아?’

6월에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마냥 분노하면 강력한 괴수로 변하는 히어로인 허크와 미녀 4총사 2편, 7월에는 미래에서 온 킬러 로봇과 나중에 더 이상 우릴 게 없을 때까지 우려대게 되는 해적 영화가 나올 예정이었다.

실로 쉴 틈 없이 대작이 나오는 시기였다.

< 마다가스칼의 개봉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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