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공지 >
- 흥부탈 : 아··· 누웠어요 ㅜㅜ······ yyy.
- 태양궁수 : 저도요 ㅠㅠ ··· yyy.
안사락스의 발작 패턴이 끝나고 화면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두 명의 엘프가 차디찬 바닥에 누워 케첩을 뿌려둔 상태였다.
매우 준수한 성적이라 하겠다. 기존 멤버들에게는 두 번째 트라이지만 저들은 첫 시도가 아닌가. 긴장을 꽤 했을 텐데도 매우 잘해주고 있는 것이다.
“두 명 빨리 부활해주고 전투 재개.”
발작 이후 안사락스의 발톱을 맞는데 헤이스트 전과 후의 차이는 매우 컸다. 구운몽 캐릭터마저도 간담이 서늘할 만큼 브레스는 브레스대로 딜이 들어오면서 평타는 페이즈 2때처럼 체력을 싹둑싹둑 잘라버렸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매지션의 회복 지원이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강력한 데미지다.
‘그래도 어렵다뿐이지 불가능하지는 않아. 이제 끝이 보인다!’
페이즈 4에서도 확실하게 잘 싸워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놈의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다, 고 자신하는 그때였다.
- 안사락스 : 크아아악!
포효는 포효대로 지르고 이름이 나왔을 때는 ‘하찮은 것들!’이라며 용언을 날리던 보스 몬스터가 발작 패턴 때처럼 비명을 질렀다. ‘2차 발작인가?’ 싶어 긴장할 즈음, 놈의 몸에서 녹색 가스가 확 뿜어져 나왔다.
‘중독··· 이 아니다?’
해독하러 엔트의 가지를 사용하려는데 무시무시한 기세로 나타난 가스가 안사락스의 몸으로 송두리째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헤이스트, 불굴의 물약이라는 3차 가속 버전처럼 자체 속도 향상 버프를 걸고 맹렬하게 발톱을 휘둘렀다.
“이 새끼 가속 쓴다!”
“이거 완전히 한 놈을 끝장내겠다는 건데!?”
“젠장! 아무래도 너를 노리고 넣은 패턴 같아!
용언을 써주면 그게 고마울 만큼 강력한 평타 딜링이었다. 제아무리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스킬을 쓰는 동안에는 스킬 모션 때문에 평타를 사용하지 못하니 내게는 오히려 그게 편했다. 그런데 이제는 팀원들이 편해지고 나만 죽기 살기의 상황이 되었다.
『Hit Point : 43/668』 ···
『Hit Point : 392/668』 ···
『Hit Point : 112/668』 ···
『Hit Point : 488/668』 ···
생명력이 오래간만에 널뛰기를 반복했다. 정말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가 차오르며 아슬아슬하게 명줄을 이어갔다. 대신 팀원들은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안심하고 안사락스에게 맹공을 가했다. 마지막 패턴임을 직감했기에 한 행동이다.
여기서 그만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빠작!
끅!
흐억!
발톱에서 범위 형 꼬리치기로의 발 빠른 공격 전환!
장비가 조금 부족한 엘프들이 케첩을 뿌리며 쓰러졌다. 그뿐만 아니라 검과 지옥검 같은 서열 2위, 3위라 해도 버티기 버겁다.
“나이트들 빠지라고 해!”
“안 돼. 우리도 지금 그런 채팅 쓸 여력 없다!”
“손 놓으면 너마저 죽는다고!
강하다. 확실히 새로 개편한 만큼 용이라는 녀석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하게 해준다.
- 악마혈 : 이럴 수가!
- 치명타 : 아··· 잘 버틴다 했는데 결국 죽었네요. ㅠㅠ
- 지옥검 : 으으··· 수치다!
- 검 : 제길!
멤버들의 시체가 늘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결국 주변의 나이트들 전원이 내 주변에 사이좋게 누워있는 판국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데스나이트로 변신한 나만이 남아서 안사락스에게 근근이 버티는가 싶은 그때였다.
- 쿠아아악!
확실히 놈도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었던 것이 맞았던 모양이다. 거대한 몸체가 쓰러지며 승리의 징표와도 같은 골드와 아이템들이 선물 폭탄처럼 흩날렸다.
“잡았다! 예쓰! 잡았다고!”
“오예!”
환호하는 두 친구와 함께 기쁨을 나눴다.
- 지옥검 : 와 진짜 세지긴 했네.
- 악마혈 : 잡기는 잡았는데 경험치 손해가···
- 치명타 : 꼬리치기만 알았어도 눕지는 않았을 거예요. ㅜㅜ
- 악마혈 : 총군주님처럼 평타에 꼬리치기 다 맞으면서 버틸 수도 있고.
- 범 : 총군주님은 오래 걸려서 힘들다뿐이지 혼자서도 싸울 만 하실 거라는 데 한 표!
- 흥부탈 : 찬성합니닷!
- 태양궁수 : 저도 한 표입니다!
- 치명타 : 우와··· 그냥 부럽!
상처투성이의 승리라서 그럴까. 기쁘기도 하지만 얼떨떨해하는 반응이 더 크게 보였다. 이런 팀원들의 대화를 보며 나는 내심 고개를 저었다.
‘초창기라면 모를까 지금의 안사락스는 절대로 혼자서 해볼 만한 녀석이 아니야. 그뿐만 아니라 꿈속이랑은 업데이트 속도가 너무 다른 수준이 됐어.’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허를 찔렸다. 아무래도 내가 플레지 세계의 발전을 엄청나게 가속한 것 같다.
하지만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이 있듯이 큰 피해를 봤지만 우리는 승리했고 그 과실은 실로 달콤했다. 거듭 생각하는 바지만 잘 싸웠지만 졌다는 것보다는 이겼다는 결과가 사람을 더욱 뿌듯하게 해준다.
“여전히 부자구나.”
“영자들이 그래도 양심은 있었네. 안사락스가 떨구는 아이템은 안 바꾼다더··· 바뀌었다!?”
“염병! 투망 어디 갔어? 싸울은 또 어디 갔고?
보석은 예전처럼 다이아몬드를 팍팍 뿌려주었다. 그러나 값비싸기로 정평이 나 있는 투명망토와 싸울아비 장검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주요 재료인 ‘대지 여왕의 숨결’이 보였다.
“꼼꼼하게 치사한 것들 같으니.”
“그럼 이제 우리도 싸울을 제작해야 하는 거야?”
“뭘 물어보냐. 그렇게 된 거지. 쳇!”
주요 재료는 줄 테니까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라는 의미다. 난이도는 훨씬 올라갔는데 수입은 오히려 줄었으니 좋은 기분일 리가 없다. 가뜩이나 인원수도 늘렸는데 수입이 줄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바로 그때 못 보던 아이템이 보였다.
「지룡 안사락스의 근력 부츠」
‘헐. 이런 것도 있었나?’
생경하다. 현재는 물론이고 꿈속 미래에서의 나 역시 고가의 플레지 아이템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고 있었다. 마치 경차를 몰아도 드림카는 페라리인 것처럼 게임에서의 0.01%는 어떤 장비를 차는지 골수 플레이어들은 이목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룡의 벨트와는 다른 아이템이었다. 동경만 했던 꿈의 아이템이 아니라 ‘지룡 안사락스의 근력 부츠’라는 건 생판 처음 등장한 것이다.
‘마침 잘 됐어.’
가뜩이나 피해는 크고 수입은 줄어서 실망스러운 분위기인데 반전해주기 딱 좋았다. 나는 경쾌하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 구운몽 : 새로운 아이템이 나왔네요. 일단 이름만 봐도 대충 어떤 아이템인지는 알 수 있겠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 하겠죠?
당연히 모두가 동의했다.
열화와 같은 의견들을 수렴한 뒤 부츠에 확인 마법석을 사용했다.
『+0 지룡 안사락스의 근력 부츠
클래스 : 모든 클래스 / AC : 3 / 근력 +1 / 땅 속성 저항 +10% / 마법 저항력 +1% / 재질 : 가죽 / 무게 : 15.00
지룡 안사락스의 힘이 담긴 부츠. 착용 시, 독에 대한 저항력이 대폭 상승한다.』
보는 순간 운영진이 제정신인가, 싶었다.
“와! 이거 완전 대박 아이템이네!”
진수가 나보다도 더 난리를 쳤다. 그의 말대로 이 아이템은 수룡의 벨트만큼이나 끝내주는 아이템이다.
- 지옥검 : 캬~! 그래! 이런 놈을 잡았는데! 이 정도는 줘야지!
- 검 : 싸울보다 좋다!
- 악마혈 : 이 맛에 용 잡는다!
현재 우리 길드는 전원이 싸울아비 장검을 보유하고 있다. 외부에 판매하는 것들 역시 재고에 불과하며 넉넉하게 길드원들의 몫을 빼어놓는다고 해도 필요한 수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비싸지만 불필요한 싸울아비 장검 대신 비싸고 쓰기 딱 좋은 부츠가 등장했다.
능력치를 높여주고 방어력 역시 현존하는 것 중 최고에다가 마법저항력, 여기에 안사락스 사냥에 안성맞춤인 독 저항까지 가진 물건이다.
아울러 ‘근력 부츠’라는 말이 묘한 기대감을 품게 했다. 얼마든지 ‘민첩 부츠’처럼 다른 능력치가 달린 아이템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옥검 : 다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가 용을 사냥할 수 있는 건 다 총군주의 강력함 덕분입니다. 당연히 처음 발견한 이 희귀 아이템은 총군주님의 소유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인정하십니까?
- 좌호법 : 당연히 인정합니다!
- 지옥활 : 인정합니다.
- 치명타 : 만세!
- 황성찬허좁 : 옳소! 다 가져라!
욕심이 분열을 일으키기 마련인데 지옥검이 타이밍을 제대로 자르며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반박하거나 불화의 싹이 미처 나오기 전에 아이템 분배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장판을 깔아주면 내쪽에서는 말하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 구운몽 : 추측입니다만, 앞으로 근력이 아닌 민첩이나 지능과 같은 부츠가 나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를 대비해서 적정 클래스별로 보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연이어 3개까지 근력의 부츠만 나오면 이후부터는 그간 아이템 혜택을 받지 못한 엘프와 매지션부터 아이템을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 분노의활질 : 옳습니다! 엘프들도 좀 챙겨 주십쇼!
- 태양궁수 : 감사합니닼!
- 지옥활 : 조온~ 명!
- 윤진수허좁 : 우리 모두 마법의 신발로 갈아신는 그 날까지!
- 범 : 달려요!
그렇게 쫄깃한 아슬아슬함을 느낀 안사락스 레이드를 마쳤다. 비록 완벽한 공략은 아니었지만 오늘 익힌 패턴을 통해 수정 보완하면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
여기에 3차 도전을 위해 나만의 특별한 업그레이드 의식을 치렀다.
공개적으로는 결단코 자랑할 수 없는 독자적인 스펙 업!
바로 강화 쇼다.
「+3 지룡 안사락스의 근력 부츠가 한순간 은색으로 빛납니다.」
「+4 지룡 안사락스의 근력 부츠가 한순간 은색으로 빛납니다.」
「+5 지룡 안사락스의 근력 부츠가 한순간 은색으로 빛납니다.」
「+6 지룡 안사락스의 근력 부츠가 한순간 은색으로 빛납니다.」
부츠의 안전강화가 다른 일반 아이템처럼 +4라는 사실 따위는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짜라짜라짠~! 요기서 한 박자, 두 박자 반쯤 쉬어주고.’
예감이 알려주는 데로 요리조리 움직인 뒤 느낌이 왔을 때 강화 마법석을 사용한다. 그러면 모두가 꿈꾸는 일을 매우 손쉽게 실현하게 된다.
「+7 지룡 안사락스의 근력 부츠가 한순간 은색으로 빛납니다.」
“좋았어. 적당하게 여기서 멈춰줄까나?”
뭐든지 욕심을 많이 부려서는 좋을 게 없다.
“매번 보는 거지만 이 새끼는 뭔가 이상해. 저게 저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라고.”
“나도 강화해볼까? 그래! 지르는 거야!”
“멈춰! 태식이 따라 했다가 또 몽땅 날린다!”
이로서 완성된 장비를 교체 착용했다.
『+8 지룡 안사락스의 근력 부츠』
5%라는 마법 저항력을 가진 수룡의 벨트보다는 4%나 부족한 1%짜리 저항력이 살짝 아쉬웠지만, 이 부츠는 고맙게도 인챈트당 +1%씩 추가 저항력이 부여됐다. 덕분에 지금은 무려 9%의 마법 저항력을 가진 아이템으로 탈바꿈했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구운몽 Lv : 53(7%)
===========================
Hit Point : 668/668
Mana Point : 67/67
Amor Class : -63
===========================
Weight : 52%
Hungry : 100%
===========================
STR : 22 DEX : 12 CON : 18
INT : 8 WIS : 9 CHA : 12
===========================
Magic Level : 0
Magic Bonus : -1
Magic Resist : 35%
===========================
Tendency : Lawful 32767
===========================』
여기서의 핵심은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는 점이다. 보호 망토 따위는 이제 집어치워 버리고 마법 망토를 착용한 상태에서 -63방어력이다.
이 정도면 싸울아비 장검이나 레이피어는 거의 박히지 않을 정도의 수치다. 만약 공격성공 보정이 있는 카타르나 메일 브레이커에 당하더라도 박히지만 체력 소모는 매우 적다.
반사 방패를 착용했으니 에너지 볼트 혹은 콜 라이트닝과 같은 광선 계열의 마법은 100%로 흡수해버리고 일반 마법에 대한 저항력도 무려 35%에 달했다. 굳이 때마다 장비를 교체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는 완벽의 경지라 자신한다.
“이름하여 극강이시다!”
“극강이기는. 너는 그냥 미친 괴수다. 괴수라고.”
“아니다. 이놈은 괴수도 부족해! 조금 더 강한 발음이 필요하다. 앞으로 널 굇수라고 부르겠노라!”
진수성찬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굇수라는 단어? 처음 등장하게 되는 날이었다.
< 긴급 공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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