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148화 (148/577)

< 원 스텝, 투 스텝 >

74. 원 스텝, 투 스텝

리얼 팜 이외에도 클로버 스팅에는 다양한 무료 게임이 존재한다. 피로도를 회복하는 동안 클로버 다이스나 판타지 스팅을 즐길 수 있고 그러다가 회복되면 다시 리얼 팜을 하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동시에 여러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우리가 이벤트로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미래의 모바일 세대와는 다르게 현재의 게이머들은 빠른 템포로 여러 가지를 간단히 즐기는 방식에 익숙하지 못하기에 그렇다. 능력 부족이라는 것이 아니라 낯설다는 말이 옳겠다.

‘여기에 실물도 챙길 수 있는 점을 계속 강조해야지. 쿠폰으로 쌀이나 채소, 고기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계속 상기시키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거야. 이건 리얼 쿠폰이라고 이름 붙여야지.’

열정의 원동력은 자고로 보상이다.

그리 생각하며 직원에게 가장 힘이 되는 말을 해주었다.

“실패하더라도 책임은 대표이자 기획자인 제가 지고 가는 겁니다.”

원래 책임지는 자리가 윗자리 아니겠는가. 든든한 기둥이 되어 줄 테니 마음껏 솜씨를 발휘하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착각인지 모르지만 대답 소리와 고개를 숙이는 각도가 더 커진 것 같았다.

아마도 내 말이 꽤 그럴듯했나 보다.

하하하.

*

리얼 팜이 착착 준비를 마쳐가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주력 게임인 몬스터 프레데터스의 개발을 확인할 차례다.

“오셨습니까.”

김강철 팀장은 TFT에 내가 나타나자마자 재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질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내가 궁금해할 만 한 개발 현황을 노련하게 브리핑해 주었다.

“GF엔진의 개발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간 상태입니다. 몬스터 프레데터스는 대표님의 지시대로 GF엔진의 모체가 되는 액티브 플레어의 엔진을 활용하였고 배경 없이 전투와 관련된 부분들을 구현했습니다.”

지금 내가 수립한 개발 방식은 비용을 늘리는 형태였다. 액티브 플레어로 1차 개발을 진행하면 추후 다시 GF엔진으로 이식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그래픽과 해상도 역시 수정하는 만큼 이중고가 발생하며 개발 비용은 급등해 버린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게임 개발사들에서는 절대적으로 피하는 개발 방식. 그런데도 추진한 이유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개발비가 3배쯤 오르고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지. 어차피 돈 벌려고 만드는 게임도 아닌 데다가 지금 타이밍은 돈으로 시간을 사는 편이 훨씬 나아.’

게임을 팔아서 돈을 벌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돈이야 많이 벌면 벌수록 좋다. 하지만 이 몬스터 프레데터스 개발의 가장 큰 목적은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훌륭한 엔진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광고하고 ‘한국의 게임사도 세계를 무대로 한 콘솔 게임을 발매할 수 있다!’는 점을 만방에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즉, 적당한 때에 몬스터 프레데터스를 완성해야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덕분에 본래 70억이던 몬스터 프레데터스의 개발비용이 200억으로 치솟았다. 적은 돈이 아니지만 뉴 온라인과 미르의 전사2만으로도 한 달에 200억을 벌고 있고 나중에는 300억 수준이 될 전망이니 해 볼만한 투자다.

또한, 목돈으로 한꺼번에 나가는 것도 아닌 만큼 너끈하게 감당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대단한데? 전투를 벌써 구현했다니.’

나는 자석처럼 붙어서 따라오는 김강철 팀장에게 말했다.

“전투가 구현됐다는 건 일단 사냥 자체는 가능하다는 말씀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테스트를 해봐도 괜찮겠습니까?”

“네. 하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는 점을 참작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는 몬스터 프레데터스의 전투 테스트 버전이 설치 된 컴퓨터를 안내했다. 기대감을 품고 자리에 앉은 뒤 곧바로 게임을 열어보았다.

‘아직은 초라하네.’

화면에는 익숙한 기사의 옷을 착용한 여성과 완성된 몬스터의 목록이 보이는 중이었다.

“어떻게 플레이하는 겁니까?”

“원하시는 아이템을 착용하고 싸우고 싶은 몬스터를 선택해서 전투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착용 가능한 방어구는 가죽 세트, 철판 세트, 비늘 세트의 세 종류. 무기는 활, 한 손 검, 환도, 대검, 창으로 총 5가지가 구현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구현이 되었군요.”

“현재는 단순하게 디자인만 들어갔을 뿐입니다. 아직 아이템 성능 같은 것은 미구현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엔진 개발하랴, 게임 개발하랴 얼마나 바쁘겠는가?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 한다.

‘어떤 몬스터와 전투를 해볼까?’

본래 초기의 몬스터 프레데터스는 ‘공룡 프레데터스’라는 명칭을 농담 삼아 붙였을 정도로 몬스터 대부분이 공룡을 닮았던 게임이다. 하지만 한국식 몬스터 프레데터스에는 아직 공룡의 모습을 닮은 몬스터가 없었다.

이유는 개발자들의 우려가 생각보다 커서다. 지금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게임을 개발하는 데 익숙하지도 않은 몬스터를 넣었다가는 자칫 망해버릴까 두렵다는 것.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좋을 리가 없기에 의견을 받아들였고 지금은 다이어 베어, 그리핀, 스콜피언이 구현되어 있었다.

‘시작은 다이어 베어. 공격 무기는 환도로 하자.’

방어구로 철판 세트를 입고 해당 몬스터를 클릭했다. 그리고 전투 시작을 누르자 체스 판 같은 곳에 다이어 베어와 내 캐릭터가 나타났다.

전투화면으로 바뀌니 내 캐릭터와 비교하면 거의 버스 크기만 한 대형 곰이 생겼다. 체구에서 엄청나게 차이 나는 만큼 시각적으로 풍기는 포스와 압박감이 상당하다.

‘투박한 그래픽에 이 정도면 완성된 후에는 모두가 감탄밖에 할 수 없는 게임이 되겠어.’

곰이라는 동물은 물기는 물론이고 앞발 공격을 매우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육중한 체격에서 나오는 몸통박치기까지 참 다양한 패턴이 가능한 녀석이다. 과연 이 몬스터로 어떤 패턴을 구성했을지 기대가 된다.

일단은 플레이 방법 자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살짝 거리를 벌려보았다. 그러자 곰이 달려들지 않고 어디선가 나무를 뽑아서 내던지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뭡니까?”

“저희 개발자 중 한 명이 장난삼아 넣은 겁니다. 어떻게··· 그··· 뺄까요?”

나무에 맞아 보니 내 캐릭터가 잠시 넘어졌다. 그사이에 달려들어 몸통박치기로 이어지는 연계기까지 사용한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대로 살리지요.”

“예, 대표님.”

“하지만 주변에 뽑을 수 있는 나무나 바위가 있을 때에만 사용하는 거로 합시다. 지금 같은 식이면 몬스터라기보다는 마법사 같으니까요. 가능하겠습니까?”

“복잡할 것 같기는 하지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곰에게 딱 붙어서 환도를 휘둘러보았다.

이펙트가 화려하게 터졌다. 정말이지 타격감 하나는 나무랄 데가 없으리만큼 좋았다. 만족스러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적당히 싸워준 뒤 전갈로 교체했다. 얼마나 게임이 잘 빠졌나를 보려고 맛을 보는 만큼 굳이 끝까지 붙들고 싸울 이유가 없다.

다이어 베어와 마찬가지로 환도를 들고 전갈을 선택하자 화면으로 온몸이 푸른 수정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멋진 몬스터가 나타났다.

이 녀석 역시도 곰과 같은 크기. 버스만큼 거대하다.

‘이건 별로네. 내가 아무리 덩치를 키우라고 말했다만 죄다 이 정도 크기로 만들어버리면 오히려 특색이 없어지잖아.’

다이어 베어야 곰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갈마저 이런 것은 심해 보인다.

“판타지이기는 해도 전갈이 너무 크군요. 어색할 정도이니 인도코끼리 정도로 줄입시다.”

“바로잡겠습니다.”

곰은 포유류의 한 갈래로 네발 동물이다. 평상시에는 네 발로 움직이다 전투를 위해서 두 발로 서는 동작이 필요했다. 반면에 전갈은 여섯 개의 다리가 지탱하고 두 개의 집게발로 공격하기에 일어서는 동작이 필요 없다. 곰보다는 복잡한 패턴이니 그만큼 까다로웠다.

‘역시나 타격감은 좋은 편이고.’

컨트롤하며 기습적으로 쪽지시험을 보듯이 김강철 팀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전갈은 서식지가 어디입니까?”

“네?”

“전갈의 서식지 말입니다. 몬스터를 만들기 전에 해당 몬스터가 존재할 생태환경을 먼저 구상하라고 말씀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게··· 그냥······.”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러면 곤란하지.’

누누이 이야기했던 부분인데 개발자들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금 이 전갈은 마치 바위를 타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다가 모래를 이용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따끔하게 짚어주었다.

“우리는 단순하게 사냥하고 부산물을 획득하는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배경이 판타지니까 용이 불을 뿜듯이 전갈꼬리에서 독 대신 레이저가 나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이유가 ‘그냥’ 이어서는 안 됩니다.”

“네.”

“현실적이지 않은 기술이 있다면 해당 기술에 맞는 장기나 내부기관이 있다는 설정을 넣으면 됩니다. 하지만 서식지가 어디인지도 몰라서야 그런 구조를 생각해낼 수 있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이 몬스터가 어디에서 어떤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가, 어떤 이유로 이런 지역에서 사는가, 그로 인해서 어떠한 패턴을 갖게 되었는가, 되묻고 답을 마련하세요. 이것들이 모여서 꼭 정복하고 싶으며 설득력 있고 강력한 몬스터가 완성되는 겁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정상의 작은 오류 하나가 일류 게임을 삼류 게임으로 떨어뜨린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해결될 일을 번거롭다는 이유로 외면했다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꼴은 못 본다.

“명심하겠습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에 지나쳤나 싶어 격려도 해주었다.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느껴집니다. 게임이 부족해서 화를 낸 게 아니라 잘 만들어놓고 사소한 것 때문에 이미지가 깎이는 걸 우려하는 겁니다.”

“네!”

“그리고 타격감만큼은 그 누구도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네요.”

내가 원했던 타격감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현재 시점으로 견주자면 누가 봐도 국내 최고의 손맛을 가진 게임으로 완성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빠졌다.

“대표님이 이펙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던 개발자 덕분입니다. 거의 혼자서 모든 이펙트를 개발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요?”

“그냥 실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효과 분야에서는 가히 천재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얻어걸렸네.’

의외의 선견지명을 발휘한 셈이니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 친구 이름이 뭐였지요?”

100명이나 되는 TFT직원인 만큼 들었다가도 까먹기 일쑤다. 아닌 말로 내가 지나가는 식으로 조언해주는 개발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한번일 테지만 내게는 익숙한 수십 번 중의 하나다.

“김대익입니다.”

“그 친구가 작업하는 것을 한번 보고 싶네요.”

“바로 저 자리입니다.”

현재 내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

구석진 자리에서 혼자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앳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다가가니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을 것 같은 풋풋한 외모의 사내가 업무에 심취해 있었다. 제대로 집중한 나머지 내가 바로 뒤에서 구경하고 있음에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상태다.

***

김대익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개발에 열중하면 주변 환경의 변화나 그 어떤 것도 잘 모르는 편이다. 사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도 잘 듣지 못한다. 동료들 역시 이러한 성향을 알아서 작업 중에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집요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대익아. ···야 인마. ···김대익.”

귀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은 김강철 팀장이었다.

“잠시만요.”

김대익은 여느 때처럼 말하고 하던 작업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기실 대한민국의 게임 개발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업적인 형태가 아니었다. 제법 잘 알려진 회사조차도 몇 년 전으로 돌아가면 동호회 수준이었고 오히려 그런 만큼 도제 시스템 같은 수직적인 관계가 지배적이었다.

반면에 한국 게임계의 새로운 물결인 게이머스 포럼은 이런 구조를 타파한 상태다. 실력과 결과, 확실한 보상 체계. 가장 높은 대표부터 권위를 내려놓고 카리스마로 휘어잡으니 그 밑에서 감히 속칭 ‘꼰대 짓’을 부릴 분위기가 아니다.

김대익 같은 젊은 개발자들이 가장 반긴 점이 바로 이러한 수평적 관계였다. 특히 김강철 팀장은 성과를 매우 중요 하시는 만큼 일이 제대로 집중됐을 때는 자신의 말을 무시해도 좋다고 여러 번 언급한 마당이다.

“커흠! 흠! 대익아?”

“아. 잠시만! 이거 좀 하고요.”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야! 김대익. 그만하고 일어나서 인사하라고.”

‘오늘따라 유난히 부르시네. 무슨 일이 있나?’

“그냥 두세요.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군요.”

그 옆에서 김강철 팀장 외에 다른 목소리가 함께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볼멘소리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 팀장님! 자꾸 방해하시면··· 우악!”

놀라서 다시 의자 위로 벌러덩 넘어졌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재빨리 자세를 바로 했다. 최고 권력자의 아우라는 물론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펙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이이기도 하다. 애당초 존경하던 마음이 함께 하면서 더욱 커졌었기에 느닷없이 보게 된 순간 크게 당황했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김대익 씨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조금 보고 싶어서 왔는데 방해가 됐나 보군요.”

“예··· 아?! 아니··· 아닙니까!”

전신의 근육들이 놀랐는지 저도 모르게 기괴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씨부럴. 혀가 미쳤나?’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민망하다.

다행히도 윤태식 대표는 그의 모습에 별달리 상관하지 않았다. 대신 업무상의 조언을 해주었다.

“대익 씨가 만들고 있는 이 효과는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다만, 한 가지가 아쉽군요.”

‘내 이펙트에 문제가 있나? 실수라도?’

그는 자신의 타격 효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동료는 물론이고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인 김강철 팀장이라고 해도 절대로 곱게 들어주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윤태식 대표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 당장 자신의 잘못이 뭘까 부 터 생각하게 된다.

좋은 점은 존경하는 대표가 두리뭉실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 게임은 배경을 판타지로 잡고 있는 게임이지만 마법도 없고 신도 없으며 딱히 클래스가 있는 게임도 아닙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그게 이펙트랑 무슨 상관이지?’

윤태식 대표는 정확하게 짚어주었다.

“우리는 판타지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겁니다.”

“에?”

“쉽게 말해서, 지금 대익씨가 만들고 있는 이펙트는 타격감과 손맛이 좋습니다. 아주 훌륭하지요. 하지만 이런 이펙트는 몬스터 프레데터스보다는 뉴 온라인에 더 어울리는 이펙트입니다.”

“···!”

“화려한 것도 좋지만 이래서야 내가 ‘게임 속에서 생생하게 사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플레이어가 아닌 그의 아바타가 게임을 하는 셈이지요.”

“···아!”

김대익은 현실적인 게임이라는 의미를 그제야 이해했다.

“게임적인 이펙트가 아니라 조금 더 영화 같은 이펙트가 필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만화적인 느낌보다는 영화 같으면서도 현실적인 효과. 이를 만들어줘야 더 생동감 있는 몬스터 프레데터스만의 특성을 잘 살려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가능하시죠?”

“예! 가능합니다!”

그는 마치 헤드뱅잉을 하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대단하시다! 천재적이셔!’

바로 이런 점이다. 일류 개발자를 견인하며 선도하는 재능. 업계 종사자도 아니었음에도 그가 입지전적인 성공을 쉼 없이 거두는 핵심이 바로 이러한 안목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 감각적인 모습 때문에 김대익은 그를 더할 나위 없이 존경하였다.

“그럼··· 지금 이 해머의 타격을 이렇게 바꾸면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비슷하지만 아직 밋밋하군요.”

“그러면 어떻게···?”

“타격이 되는 화려한 색상은 남겨둡시다. 다만 진짜 타격 부위. 딱 그 부근만 보이게 크기를 줄여보세요.”

“이렇게 말입니까?”

“좋아요. 바로 그겁니다.”

확실히 그의 지적을 받고 새로 만든 이펙트들은 한눈에 사로잡는 맛은 줄었으나 세련된 느낌을 품었다. 윤태식 대표 덕분에 김대익은 영화적인 표현방법과 몬스터 프레데터스에게 어울리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래서 선장이 중요한 거야.’

자부심을 주고 배움이 있는 회사다.

김대익은 게이머스 포럼에 입사한 것을 다시금 만족했다.

***

< 원 스텝, 투 스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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