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이 많다 >
“나그네로크는 첫날 이후 계속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습니까?”
“꾸준히 더해가고는 있지만 플레지와 뉴 온라인에는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만과 일본은 작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게임으로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플레지와 뉴 온라인은 현재 꿈속 미래보다 훨씬 큰 점유율을 가진 상태다. 확고부동하게 아성을 구축한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의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는 후발주자들에게 길을 내어주지 않을 성싶었다.
‘하긴. 지금 정도만 해도 충분히 성공했잖아.’
모조리 독식하지 못했을 뿐, 국내 온라인 게임을 지배하는 두 개의 축 중 하나가 뉴 온라인이다. 더군다나 아쉬운 성적인 나그네로크조차도 피크 타임 때의 동시접속자는 1만 5천 명까지 들어온다. 10위권 이내에 진입하는 수준이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한 수준이었다.
특히 작은 국내 시장보다 더 크고 넓은 국외에서의 성과가 조만간 나타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왜 게임사들이 한국에서 테스트하고 외국에서 팔아먹는 일을 자행하는 이해 됐다.
현재 게이머스 포럼에서 게임으로만 벌어들이는 매출은 약 150억 원이다. 이 중 국내 매출이 70억이고 국외에서의 매출은 80억이었다. 이것만 보면 양쪽이 비등한 편이지만 확장성을 따지면 이야기는 한참 달라진다.
또한, 조만간 뉴 온라인과 나그네로크가 상용화를 시작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큰 차이를 보일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한국을 테스트 삼는 일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쯤이면 서류 결재는 대충 마쳤고.”
나는 대표이사실에서 해야 할 일들을 얼추 마친 뒤 나는 친 뒤 몬스터 프레데터스와 신규 엔진의 개발이 한창인 GF엔진 TFT로 향했다.
E3 출품을 위한 기대작인 몬스터 프레데터스. 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고민한 부분 중 한 가지가 바로 디자인이었다.
‘일을 자꾸 늘려서 그런지 계속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하더라.’
아트 디렉터를 추가로 영입한 이유는 기존의 직원들에게서 아쉬운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인정받을 실력과 재능을 갖춘 아트 디렉터가 우리 회사에는 이미 세 명 있었다.
뉴 온라인의 길남주 실장, 나그네로크의 원작 만화가이자 디자이너인 임형진 AD, 샤이닝 로드의 강성규 AD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실력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진짜배기였다.
그러나 몬스터 프레데터스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느냐, 라는 관점에서 물어보면 고개를 흔들게 된다.
‘길남주 실장은 너무 어두워.’
그는 혼자서 뉴 온라인의 초기 아트 콘셉트를 모두 잡았을 정도로 훌륭한 디자이너다. 하지만 어둡고 차가운 속성을 가진 그림이기에 몬스터 프레데터스와는 합이 맞지 않았다.
‘임형진 AD나 강성규 AD는 너무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이야. 가벼운 게 문제지.’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아야 하는데 이런 것을 요구하고 수정하게 만들어서 뽑아내기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 때문에 새로 아트 디렉터를 영입했으며 그가 바로 방정식 AD였다.
“벌써 작업을 시작하신 겁니까?”
“예. 여기 분위기가 작업하기에 너무 좋아서 바로 원화를 그리게 되네요.”
갓 군대를 전역한 23살의 남자 방정식. 그는 딱히 봐줄 만한 경력이 없다. 게임업계나 만화계에서 딱히 두각을 드러내거나 하는 것이 없는 인물이며 그나마도 소울 슬레이라는 게임에서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게 전부다.
실력만큼 적당히 자신감도 있고 군대에서 배운 사회생활 덕분에 자신을 때로 낮출 줄 아는 일반인이었다. 증명할 것 없는 그를 일반 원화가도 아닌 AD로 내가 채용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 못했고 의문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밀어붙였다. 당장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꿈속 미래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간 네스트의 개발자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무조건 이 사람이 해야만 해.’
그는 몇 년 후에 팬더그램에 채용되어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킹덤 언더 플레임의 후속작품 원화를 담당하고 한국에서도 북미에 먹힐 콘셉트 아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그리고 방정식이 제작한 드라간 네스트는 중국에서 대박 성공을 이루어내지. 정작 당사자는 그 열매를 먹지 못하지만.’
드라간 네스트가 중국에서 성공했을 시기에 방정식은 퇴사해서 다른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을 보면 여러모로 안타깝다. 재주를 곰이 부렸지만,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상황이라 그렇다. 쪽쪽 빨리면서 대우는 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형 인재인 셈이다.
물론 제삼자인 나로서는 그가 완벽한 희생자인지 내부 갈등 때문에 밀려난다는 식의 이유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대신 하나는 확실하게 안다. 몬스터 프레데터스를 담당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재라는 것. 나아가 확실하게 보상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려주실 원화가 엄청 많습니다.”
“네. 들었습니다. 배경 자체는 얼마 되지 않고, 몬스터도 그렇게 방대하지 않지만, 아이템은 정말 방대하더군요. 여기에 각 파츠마다 룩의 변화까지 주겠다고 하셨다면서요?”
수긍하자 그가 앓는 소리를 냈다.
“보통 작업은 아니겠군요.”
그는 엄청난 분량의 원화를 그려야 한다는 말에 마치 자신이 없는 것처럼 고개를 젓고 있었지만, 방정식의 노트에는 이미 상당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밑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럴 때는 명성이 있는 게 참 편해. 어지간하면 스카우트가 이뤄지거든.’
긴 소개 필요 없이 명함 정도만 내밀어도 ‘당신이 게이머스 포럼과 뉴 온라인의 그···!’라며 마음을 열어준다. 이건 플레지로 골드만 벌었다가는 결단코 이루지 못할 사회적인 명예의 힘이었다.
‘아직 자세한 설명을 듣지 전인데도, 콘셉트를 잘 맞춰서 그림을 그려주고 있어.’
마음에 든다. 지금 딱 이 그림만 보아도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일찍 데려온 탓일까? 터트릴 포텐은 갖고 있지만 아직은 미완의 인재라는 느낌이 크다.
야생적인 느낌을 보강해야 할 성싶은데, 이는 충분히 설명으로 수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방정식 AD님. 지금 노트에 있는 그림을 대충 보니까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렇지만 느낌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어떤 것이···?”
말끝을 얼버무리며 그가 긴장했다. 요즘 들어서 이런 일이 잦아졌다. 나는 똑같이 행동하는 데 대표라는 직함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상대방은 알아서 조심한다. 이럴 때마다 미묘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앞으로도 잘 해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제 안목이 맞았음에 뿌듯할 따름이니까요. 단지 한 가지를 놓친 듯 보여서 그럽니다.”
“예. 말씀만 해주십시오.”
“이 게임의 컨셉이 ‘오직 사냥’이라는 것은 이해하셨지요?”
“네.”
“즉, 키워드는 야생. 그리고 수렵입니다. 이 관점으로 방정식 AD님의 그림들을 보면 마음에 들긴 하지만 야생과 수렵의 느낌을 살리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그는 내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열의를 보였다.
“우선 몬스터를 먼저 설정하고 해당 몬스터의 특징을 확실하게 살린 아이템부터 그리는 편이 더 마음에 들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직접 채광하거나 원하는 아이템을 위해 사냥해야 하는 만큼 조금 더 야만적이고 야생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설명을 들은 방정식은 그제야 내 의도를 알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금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실력 있고 성공하는 사람들한테는 정확하게 공통점이 있어. 집중력이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금방 빠져드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야.’
소위 말하는 될성부른 나무가 다진 떡잎의 자질이 바로 저것 같았다. 게이머스 포럼의 기존 개발자들과 비교해도 절대로 꿀리지 않을 모습이다.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모습은 보기가 좋다. 하지만 창작은 작업하기 시작하기 무섭게 미친 듯한 속도로 완성되고 뚝딱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그가 원활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고 조심스레 다른 게임 개발자들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곳 여기저기에는 일명 ‘스켈레톤’이라고 불리는 임시 자료들로 가득했다. 이는 몬스터 프레데터스의 아트 디렉터가 이제야 합류했기 때문인데 그 탓에 캐릭터, 배경 등의 골격만 잡은 상태다.
이 현장에서 개발자들이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 개발자들은 콘솔 게임 개발에 무지하다. 이들을 돕기 위해서 나온 팬더그램의 개발자 몇 명은 양자간의 차이를 이해시키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으아- 콘솔은 아무리 생각해도 버튼이 너무 적습니다.”
“꼴랑 많아봐야 8개밖에 안 되니 뭘 하기가 힘들어.”
현재 이들이 하고 있는 작업은 컨트롤러를 통한 액션 제어함수의 구현작업이었다. 문외한이 보자면 엄청나게 복잡하고 긴 무언가로 여겨지겠지만 개발자가 아닌 나 같은 놈은 이렇게 이해하면 정말 쉽다.
‘조이스틱 버튼 설정 작업.’
게임 컨트롤러는 숄더라고 부르는 버튼까지 합쳐서 최대 8개의 버튼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의 키보드는 사용 가능한 버튼이 수십 개나 되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제약이 명확한 셈이다.
‘요건 내가 도와줄 수 있지.’
구현원리를 설명하라고 하면 찍소리 못할 테지만 적당히 아는 척하는 정도는 가능했다. 더군다나 이미 일본에서는 사용하고 있는 방법인데 콘솔과는 거리가 먼 한국의 게임 개발자들이라서 아직 개념을 떠올리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하세요.”
“아! 대표님 오셨습니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현재 대세의 게임기라고 할 수 있는 컨트롤러들은 모두 방향키를 두 개나 사용하지 않습니까?”
“네.”
“아날로그를 이동에 사용하게 되면 십자키는 그냥 남는 키가 되지요.”
“그렇죠.”
“간단합니다. 그것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하세요. 그러면 사용할 수 있는 키가 늘어나게 됩니다. 단, 키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조준이라던가 하는 그런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정도로 하는 게 좋겠군요.”
“이럴 수가!”
“그런 방법이!”
유레카를 외쳤다는 아르키메데스처럼 이들이 감탄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너무 반응이 격해서 민망할 따름이다.
“저희가 요 며칠 동안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고 고민하고 있던 걸 대표님이 오시니 5초 만에 해결됐습니다. 이걸 알면서 그렇게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계신 건가요?”
“대표님, 혹시 저기 다른 별에서 오신 거 아니시죠?”
“말도 안 돼 진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실 수가 있으신 겁니까?”
‘이거 진심이야 아부야? 그거 맞지? 회장님이 무조건 샷을 치면 ‘나이 샷!’하고 열광하는 그런 거. 여기서 내가 잘난 줄 알면 막 나갈 테지만, 나는 정상인이라서 절대 속지 않는다고.’
당신 덕분에 엄청난 고민의 시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다! 를 열렬하게 외치는 조이스틱 버튼 설정 개발자들.
달콤하게 아부하는 이들을 피해서 얼른 떠났다.
“그럼 수고들 해요.”
“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다시금 여기저기 깍두기처럼 기웃기웃했다. 내가 조언만 하고 들락날락하는 정도로만 개발실을 방문하는 이유는 게임 개발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물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를 가졌기에 그것과 비교해서 ‘부족해요’라는 정도를 요구할 뿐이지 답답하다고 내가 직접 뛰면서 해낼 정도의 역량은 없었다. 감사한 점은 이런 식의 참여만으로도 직원들이 뜨겁고 열렬하게 호응해준다는 사실이다.
‘캬~ 이 뽕 맛에 취해버리면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돈다는 느낌이 들기에 십상이라니까. 진짜 아부라는 게 이렇게 무서워.’
다들 바쁜 와중에 나 혼자 느긋했다. 대작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구경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렇게 겉으로는 꼼꼼한 척, 내심은 대충 눈으로 훑으면서 지나가는데 한 개발자의 화면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한 개발자가 스켈레톤 캐릭터로 허수아비 같은 것을 공격하는 모션을 만들고 있었다. 그냥 맨몸의 캐릭터가 몽둥이 같은 거 달랑 하나 들고, 허수아비를 치는 동작이다. 그런데 그 이펙트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오! 분명 스켈레톤에 불과한데 저런 타격감이 나와?’
엄밀하게 비교하면 몬스터 프레데터스의 스타일에는 맞지 않는다. 지나친 감이 있을 정도라서다. 하지만 살짝만 덜어내면 정말 완벽하게 여겨질 만큼 잘 만들어진 이펙트였다. 멈춰서 이를 보고 있자니 선배로 보이는 중견 개발자가 그에게 한소리 했다.
“김대익. 너 또 하라는 건 안 하고 이펙트 확인하고 있었냐?”
“시키신 건 다 하고 하는 거라고요.”
“시키는 거 다 했으면 개발 끝나냐? 다들 정신없는 거 안 보여? 일손 부족하겠다, 이거다 싶은 걸 찾아서 하던가 모르면 물어봐서라도 해야 할 거 아니냐.”
“이거다 싶은 거 하고 있던 건데요?”
“아··· 갑갑한 자식 같으니. 야, 인터페이스 조정도 안 끝났는데 무슨 이펙트를 벌써부터 작업해? 그건 때가 되면 알아서 다 넣을 수 있는 거고 지금은 해야 할 다른 일이 넘쳐나잖아. 그게 안 보이냐?”
짧은 시간 동안에 들어온 개발자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이제는 하나하나의 이름을 모두 외우지는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뭐, 솔직한 말로는 그럴 여유 시간에 플레지를 해버리고 마는 타입이라서 주목할 만한 이들만 알고 넘기는 식이기는 했다.
그 탓에 중견 개발자가 부른 김대익이라는 개발자 역시 처음으로 들은 이름이었다.
‘사실 이건 꼰대질이나 꼬장이 아니기는 해. 일은 많고 딱 시킨 것만 하고서 빠져버리는 건 좋지 않으니까. 내가 끼어들어서 판관처럼 결정해 줄 만한 사안은 아니야. 단지··· 저 이펙트가 탐이 나거든.’
전부터 누누이 강조했던 부분이지만, 자고로 몬스터 프레데터스의 핵심은 손맛이다. 중견 개발자의 말도 맞고 김대익 역시도 옳다. 산적한 일을 먼저 처리하는 것과 추후 게임에 들어갈 이펙트를 미리 작업하는 일 모두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적합한 직원은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장에 내두어야 하겠지.’
역시나 깍두기 신분으로 슬쩍 끼어들었다.
“미안합니다. 잠시 실례할게요.”
“누구···? 헙!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합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이 친구 좀 빌려가도 괜찮겠습니까?”
“아! 네! 물론입니다.”
나름대로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대표라고는 하지만 함부로 끼어들게 되면 선배는 선배대로 후배는 후배대로 불편함이 생길 수 있는 상황.
‘웬만하면 기다려주고 싶었지만 느낌이 빡 왔거든. 이 신입 개발자의 기가 죽으면 참신한 이펙트도 힘이 빠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나는 신입 개발자, 김대익을 개발실에서 데리고 나왔다. 회의실로 들어와서 보니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이었다. 갑작스레 오너에게 불려온 참이니 꽤 불안한 모양이다.
기를 살려주려다가 더 주눅 들면 곤란한 일이다. 가볍게 질문했다.
“어때요? 엔진을 개발하라고 그랬다가 갑자기 게임을 개발하라고 하니까 꽤 많이 힘들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대표라고 너무 각 세워서 대답하실 필요 없어요. 힘들면 힘들다, 이야기를 해주셔야 저도 개발자분들이 일하기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돈은 사람이 벌어다 주는 거다. 지금 회사의 직원들은 내게서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하지만 소유물이나 노예가 아니다. 상호간에 계약을 통해서 일하고 임금을 지불하는 관계였다. 자연히 이 사람들을 귀히 대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시금 묻자 김대익이 대답했다.
“엔진을 개발하는 과정도. 또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도 다 재미있습니다. 이건 정말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조금 전에 보니까 선배 분에게 혼나고 계시던데?”
“그게··· 이번 게임의 컨셉이 논 타깃팅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사냥 쾌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사냥의 쾌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런 이펙트를 작업했다?”
“예··· 그게···”
그래. 이런 거다. 내가 원하는 것. 새로운 사람들의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
“마음에 듭니다.”
“아··· 네?”
“조금 전에 작업하고 계시던 그 이펙트.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 저··· 그러니까···”
김대익은 눈을 깜빡이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막 게임을 제작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니 인터페이스부터 맵 그리고 움직임까지 구현해야 할 것이 아주 많다는 것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펙트라는 건 이후에나 필요하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지요.”
이어지는 말을 듣고서야 김대익은 자신이 꾸지람을 받는 것이 아님을 이해한 듯 보였다. 긴장이 풀리고 경직됐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그래도 두 명 혹은 세 명 정도는 미리 이펙트를 만들어 보는 게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군요. 마침 김대익 개발자님의 관심이 다른 것보다는 이펙트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그걸 중심으로 해보도록 하세요.”
그러면서 그에게 내가 원하는 이펙트와 손맛. 그리고 쾌감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관통, 폭발, 베기, 찌르기 등의 여러 가지 속성에 필요한 이펙트.
이들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표현하지는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짜릿함이 없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미리부터 이펙트의 구현을 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이유는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 될 거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몬스터 프레데터스에서 사용되는 무기의 종류와 속성에 대해서 다 숙지하고 계십니까?”
“예!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매주 한 가지의 무기를 가지고 이펙트를 제작해서 제게 보고하도록 하세요.”
“네! 절대 실망하시지 않을 성과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절대로 한 번에 완벽한 무언가를 가져오길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이후에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해나간다면 훌륭한 게임이 되는 거라고 믿는다.
< 일이 많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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