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푸니르 >
「오프로더의 실험실! 제101장! 다마스커스의 새로운 발견!」
△ 알림 : 오프로더의 실험실은 플레지 서버 내에서 테스트 한 것으로 실제 데이터 수치와는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카타르
타격치 10/12
사용 가능 : [로열] [나이트] [엘프]
재질 : 철
무게 40
여기 한 자루의 칼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플레지가 의존해온 무기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검이 있습니다.
다마스커스 검
타격치 10/11
사용 가능 : [로열] [나이트] [엘프]
재질 : 철
무게 45
지금까지 2인자 취급조차 받지 못한 장비지요.
하지만 이 오프로더가 감히 단언합니다. 이제 카타르의 시대는 갔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마스커스 검이 예전 광전사의 도끼처럼 리뉴얼이 되어서?
천만의 이야기입니다. 패치 대상이 아닐뿐더러 다마스커스 검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쭉 그대로의 성능을 지켜왔거든요. 그럼에도 주류로 급부상하리라 말씀드리는 건 신규 몬스터 때문입니다.
터틀 드래곤 : Lv : 24 성향치 : -22 방어력 : -25
HP : 280 MP : 10 이동속도 : 느림
이 몬스터가 카타르의 시대를 저물게 했습니다. 자세한 실험 내용은 아래를 정독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프로더의 글은 멋들어진 스토리 텔링이나 문체를 자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관되며 진실성이 느껴지는 강점을 가졌고 누구나 한 번쯤은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 목적 : 터틀 드래곤 1시간 사냥에 획득 가능한 골드가 어느 정도인가?
◇ 조건 :
? 엘프 : ‘활’ 사용
? 나이트 : 대형 몬스터 특화 무기, ‘대형 도끼’ 사용
? 나이트 : ‘다마스커스 검’ 사용.
☆ 스펙
? 엘프 : 레벨 33, 민첩 18, +6 크로스 보우
? 나이트 : 레벨 33, 근력 16, 체질 18
+6 다마스커스 검 착용 시 방어력 ?32,
+6 대형 도끼 착용 시 방어력 ?26방.」
* 사냥은 충분한 수량의 물약을 사용하여 진행.
* 1시간 동안 ‘총수익’ - ‘총지출’로 최종 산정.
(총 지출에는 초록 물약과 불굴의 물약, 엘븐 와플을 함께 계산한다.」
그의 실험 방식은 매우 심플했다. 그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따라하기 매우 용이하다.
「터틀 드래곤은 마리당 최소 700골드 ~ 최대 1200골드 가량을 드랍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현존하는 몬스터 중에서 보스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습니다.
이 몬스터를 1시간씩 사냥했을 때의 1차 결과입니다.
? +6 크로스 보우 : 터틀 드래곤 사냥 : 총수익 ‘7만 1천 골드’ - 총지출 ‘2만 2천 골드’ = 실수익 ‘4만 9천 골드’
? +6 대형 도끼 : 터틀 드래곤 사냥 : 총수익 ‘9만 3천 골드’ - 총지출 ‘4만 1천 골드’ = 실수익 ‘5만 2천 골드’
? +6 다마스커스 검 : 터틀 드래곤 사냥 : 총수익 ‘11만 2천 골드’ - 총지출 ‘2만 9천 골드’ = 실수익 ‘8만 3천 골드’
보시다시피 다마스커 검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일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2차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6 크로스 보우 : 실수익 5만 1천 골드
+6 대형 도끼 : 실수익 4만 8천 골드
+6 다마스커스 검 : 실수익 8만 8천 골드.
실험은 모두 5차까지 진행하였으며 보시는 바와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토록 큰 차이가 난 것은 물약 수급에 쓰는 시간 차이 때문입니다.
대형도끼는 터틀 드래곤을 사냥하는 속도가 가장 빠르지만 그만큼 물약의 소비가 커서 마을에 자주 다녀와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다마스커스 검은 1번의 물약 구매로 충분히 1시간을 사냥할 수 있었습니다.」
“포인트를 잘 짚었네. 마음에 든다.”
단순히 ‘다마스커스가 손상이 안 되니까 좋아요’의 수준이 아니라서 더 흡족했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골드 수급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다. 유저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 믿고 보는 오프로더! 진짜 내가 이런 진짜 공략 때문에 다른 사이트를 못 이용한다니까. 질이 다르잖아.
- 근데 뭐? 한 시간에 최소 8만 골드를 벌어들여?
- 무한 불굴을 사용하면서 8만을 벌면··· 와··· 나도 무한 불굴 해보고 싶다.
- 걍 다마라도 괜찮으려나?
- 걍 다마 수준이면 다른 거 잡으세요. 이건 못해도 +3 다마 정도는 쓰는 사람들이 하기에 좋습니다. 시간 대비 효율이 걍 다마면 차라리 은장검 사셔서 해골 잡으시는 게 나을 듯.
게시판에는 다마스커스에 대한 이야기 잔뜩 올라왔다. 순식간에 이목이 쏠렸고 높은 관심만큼이나 플레지 속 시세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뜨거운 감자~’
서버의 다른 장사꾼들은 자판기의 주인이 진작부터 다마스커스 검을 사재기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 때문에 기를 쓰고 기를 쓰고 카타르의 시세를 지키려 들었다. 실제로도 잠깐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 아무리 그래도 사냥은 카타르입니다.
- 맞음. 언데드류는 은장검, 일반 사냥에는 카타르죠.
- 다마스커스는 고작 터틀 드래곤 하나 때문에 쓰는 거 아니겠어요?
- 괜히 비싸진 값에 사서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네요.
게임 내에서의 노력 외에 온라인상에서도 소문을 퍼트리며 대응했다. 꽤 조직적인 모습인데 아마도 너무 자판기 상인만 이익을 보자 어떻게든 힘을 합쳐서 대항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공공의 적으로 몰릴 정도이니 지수랑 성찬이가 크기는 많이 큰 모양이다.
‘그런데 니네들 말은 힘다구가 없거든.’
저들이 온라인에서 여론을 만들려고 하는 글들은 일견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를 잘 못 짚었다. 바로 안정적인 수입이 주는 매력을 무시한 것이다.
‘하루에 10시간만 게임을 해도 80만 골드거든. 이건 달리 해석하면 며칠 만 눈 딱 감고 고생하면 고강화 장비를 구매할 수도 있고 현금으로 팔면 짭짤한 수익이 난다는 뜻이기도 해. 고작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비싼 몸이다, 이거야.’
물론 오프로더의 보고서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경쟁자가 치열하지 않은 시점에서 독점으로 사냥하며 올린 자료라는 부분이었다. 지금이야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면 다 내 것’이 가능하지만 소문이 나서 너도나도 모여 버리면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그래도 이편이 낫고. 수입이 줄어들어도 다른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는 효율이 좋거든.’
시간이 흐르자 예상했던 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장사꾼들은 필사적으로 카타르의 시세를 보호하려 들었다. 치솟는 다마스커를 낮추려고 발버둥했다. 그러나 큰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값은 껑충 뛰어올랐고 그중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매물은 +5와 +6의 다마스커스 검이었다.
오프로더의 자료가 말해주듯이 +7 이상의 검으로 괜히 무장할 이유가 없었다.
이때부터는 진수와 성찬이의 징징거리는 소리도 싹 지워졌다.
- → [귓속말] 구운몽 : 어떠냐? 이 형님의 솜씨가.
- → [귓속말] 황성찬허좁 : 와~ 한순간에 폭등했다. 내가 대충 6다마를 싸게 살 때는 14만, 비싸게는 20만에 샀거든? 근데 지금 최소 30만에서 32만이야. 진짜 너님의 예측이랑 설계는 거의 초능력 수준임!
+7부터의 시세는 아직 오르지 않았다. 일단 최고수급의 유저들은 대부분 다마스커스 검보다 자신이 소유한 카타르를 선하는 성향이 컸다. 또한, 장사꾼들이 최대한 고강화 카타르의 시세를 보호하는 중이다.
‘그래 봤자 결국 내려갈 놈은 내려가게 되어 있지만 말이야.’
업데이트 시기는 이미 내 꿈속의 플레지와는 많이 차이가 났다. 하지만 순서는 똑같은 흐름을 보이는 중이었다. 이 기억에 따르면 조만간 보스 몬스터들의 리뉴얼이 진행 된다.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도 검이 손상된다.
카타르가 확실하게 저레벨 유저의 레벨 업용 장비로 전락하는 것이다.
‘어디 그때까지 잘 가지고 있어 봐라. 너희들이 미련을 가지면 가질수록 진수랑 성찬이는 수익을 늘릴 거라고.’
이로써 남은 콘텐츠는 딱 하나뿐이었다.
“용 잡으러 가자.”
70. 파푸니르
파푸니르.
현실에서는 지크프리트의 노래에 등장하는 악의 화신과도 같은 욕심 많은 드래곤이다. 본래는 인간이었다가 자신이 약탈한 황금을 지키기 위해서 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플레지에서는 신이 낳은 자식이자 각 원소를 상징한다는 설정을 가졌다. 지크프리트가 싸웠던 그 파푸니르와 비교할 때도 한참 강력한 존재로 묘사된다.
‘말하자면 물의 화신 정도라고 해야 할까?’
이런 무지막지한 보스 몬스터인데 플레지 운영진은 ‘구운몽님의 드래곤 레이드 팀이라도 쉽사리 공략할 수 없다.’는 발언마저 했다. 필시 그 난이도는 안사락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그래 봤자 파푸니르지.’
사람의 상상력은 한계가 있다. 제아무리 플레지가 경쟁작도 나오고 업데이트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내 꿈속 미래 지식의 범주 내에 있을 수밖에 없다. 알음알음 업데이트된 이 기억이 곧 지금의 개발자들이 최선을 다한 미래의 결과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저들 구성원들이 몽땅 바뀌었다면 혹 모르지만, 그게 아니니 파푸니르의 패턴은 내 손 안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초창기 파푸니르부터 최후의 파푸니르까지 중에서 과연 어떤 속도로 수정해 나갈지 지켜보겠음!’
과연 지금의 수룡은 몇 번째 버전일지 기대하며, 직접 가늠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런 작업은 혼자보다는 당연히 진수성찬과 함께 하는 편이 낫다.
자고로 게임은 같이 해야 제맛 아니겠는가.
6시 정각에 칼 같은 퇴근을 하고 간석동의 사무실로 직행했다. 이후 바로 본 게임에 들어갔다.
“오늘은 파푸니르랑 면담만 할 거야. 대충 정리하고 수중 던전에 들어갈 준비 해 봐.”
내가 플레지에 매우 정통하기는 하지만, 워낙 긴 시간의 정보를 기억해내다 보니 실수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아바르의 축복에 대한 것인데, 나중에는 잡화상에게도 구매할 수 있게 되지만 지금 같은 초창기에는 NPC인 아바롤을 통해서만 제작할 수 있었다.
‘제작인데 막상 제작은 아니었어. 내가 이래서 착각했다고.’
명칭은 재료를 구해와서 뭔가를 만들 때 사용하는 ‘제작’이 맞다. 그런데 막상 플레지에서 시도하면 놀라운 메시지를 보게 된다.
‘제작 재료가 골드야.’
개당 360골드. 채집이나 사냥을 통해서 얻는 부가 재료 따위는 전혀 필요 없었다. 돈이면 된다.
“이게 판매지 무슨 제작이냐?”
대체 무슨 생각으로 넣은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찌 됐건 덕분에 아바르의 축복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인어의 지느러미를 확보해야 한다고 착각을 해버렸다.
실제로도 이 재료를 모으라고 먼저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으니, 엉뚱하게 시간과 골드를 허비한 셈이다.
그때 성찬이가 내게 물었다.
“오늘 파푸니르 잡는 거냐?”
“아니. 사전답사다.”
“그렇다는 건 아직 파푸니르를 잡기 위한 전략이 확실하지 않다는 거지?”
“그렇지. 운영자가 도발까지 해줬는데 내 쪽에서도 철저하게 준비해야지 않겠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수와 성찬의 입에서 길고 긴 한숨이 뿜어져 나온다.
“뭐야? 갑자기 뭔 한숨이냐?”
“너야 파푸니르한테 죽을 걱정이 없겠지만 우리는 아니거든. 한방에 끔살이라고.”
“그러잖아도 매지션은 경험치 올리는 게 쉽지 않은데 파푸니르에 대해 모르는 지금 너랑 같이 간다? 죽을 가능성 엄청 높은 거 아니냐?”
두 친구에게 내가 핀잔을 줬다.
“매지션한테 레벨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래? 필수마법 다 익혔고 팍팍 쓸 정도만 끝이라고.”
“아니거든! 중요하거든!”
“엄청 중요해! 우리도 바포메트!”
“특히 데스나이트!”
“변신하고 싶단 말이다!”
경험치 다운이라는 리스크를 안기는 싫다는 말이었다. 이런 지방방송을 확 끄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하는 수 없지. 그러면 파푸니르 레이드 너님들은 빠지는 거다?”
엄청 열을 내던 두 녀석이 이 한마디에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닫았다.
당장 매지션이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구도자의길이 직접 키운 마력의사람들 덕분에 이제는 매지션도 부족하지 않다. 내가 없으면 드래곤 레이드는 꿈꿀 수 없는 고난이도의 사냥이지만,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누가 바뀌어도 사냥할 수 있었다.
나는 픽 웃고는 친구들의 투정을 치워버렸다.
“만족할 만한 수익과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명예가 있잖냐. 이 정도만 해도 경험치 다운을 상쇄시킬 만큼 매력적이라고. 안 그래? 인정함?”
“오케이. 인정.”
“알았음.
“흐흐흐. 좋아. 상황을 다 이해했으면 재빨리 아바롤이 있는 곳까지 길을 뚫거랏!”
“예스~ 마스터~!”
< 파푸니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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