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133화 (133/577)

< 물의 도시 >

- 몬스터 프레데터스의 유저들은 자신의 아지트를 만들고 획득한 부산물을 통해서 내부를 꾸밀 가구들을 제작하게 됩니다. 또한, 보물 상자를 제작하여 자신만의 공간에 지금까지 획득한 전리품들을 보관할 수도 있지요. 이것이 바로 비밀기지의 콘텐츠입니다.

철저하게 준비한 윤태식 대표의 콘셉트와 개요가 이어졌다.

- 사냥을 통해서 꼭 강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대단한 아이템을 획득할 필요도 없지요. 이런 것 하나하나가 그들이 사냥할 이유이고 강요하지 않는 사냥. 유저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사냥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콘텐츠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김대익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건 어디까지나 서브 콘텐츠이지 결단코 메인 콘텐츠가 될 수 없었다. 막내인 그가 아는 것을 다른 개발자들이 모를 리 만무하다.

끝으로, 자신들이 아는 것을 윤태식 대표가 모른다는 것 역시 말이 안 됐다.

“그렇다면 다른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 장비 제작입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 이 게임은 레벨도 스탯도 없는 대신, 아이템에 고유의 능력이 존재합니다.

아이템에 대한 개요가 나타났다.

“헉!”

“저게 다 뭐야!?”

“어어···!”

“저걸··· 저 많은 걸 혼자 다 기획했다고?”

화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들이 나와 있다.

한 손 검과 방패, 환두대도, 대검, 활, 렌스, 건렌스, 쌍검···

‘뭐가 저렇게 많아!? 대체 아이템이 몇 가지나 되는 거야?’

순전히 무기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임에도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게다가 고작 첫 기획 발표임에도 해당 무기마다 가지고 있는 성능과 그 특성까지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방어구는 무기에 비해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각 방어구마다 저마다 다양한 특성들을 가졌으며 부위별로 특별한 스테이터스가 존재하고 그것이 일정 수치가 되면 스킬로 변환되는 형태였다.

‘말도 안 돼. 초안인데도 저 정도까지 체계적인 데다가 창의성까지!’

이것은 게임 기획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다. 모두가 기함하는 중에 윤태식 대표의 목소리가 뇌리에 박혀 들었다.

- 레벨이 없고 스탯도 없으며 직업 역시 없습니다. 우리의 고객들은 그저 사냥하고 원하는 아이템을 만들어서 또 사냥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다양한 아이템들은 결국 그들이 사냥에 빠지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화끈한 답변이 나오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역시 이런 성공신화는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니구나. 저 사람은 진짜 괴물이야.’

김대익이 봤을 때 윤태식 대표는 외계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게임 기획자도 아니고 개발자도 아닌 사람이 대형 게임사를 완성했고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제안하며 모두를 선도했다.

‘한국에 또 나오기 힘든 그런 천재야.’

일본의 유명 기획자 그리고 실리콘 밸리의 유명 기획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게임 기획자가 바로 이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완벽한 구성과 기획안이었다. 오롯이 혼자만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업계의 거목으로 본 저들조차 감탄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더욱 어마어마한 점은 아직도 하나가 남았다는 점이다.

김대익이 기대를 담아서 물었다.

“마지막 콘텐츠는 무엇입니까?”

- 이미 여러분 모두가 들어서 알고 계신 부분입니다.

‘역시 사냥이구나.’

- 손맛이지요.

‘엥?’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할 때 당연히 떠올린 대답.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한다.

이 게임은 딱히 정립된 장르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굳이 장르를 넣자면 헌팅 액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게임에서 메인 콘텐츠로 사냥을 뺀 것이다.

이에 대한 윤태식 대표의 대답은 매우 당연했다.

- 사냥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냥은 몬스터 프레데터스에서 무엇을 하든 간에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건데 이를 메인 콘텐츠로 잡고 게임을 제작한다? 참으로 안일한 생각이지요.

‘으! 자존심 상하는데··· 너무 맞는 말이다!’

팩트 폭행을 연신 당한다. 김대익은 자신의 밑바닥과 민낯이 여실하게 드러난 기분이었다. 그러함에도 쾌감이 오는 것은 굵직하고 확실한 대안이 곧바로 들리기 때문이다.

- 그 때문에 몬스터 프레데터스는 단순한 사냥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사냥 그 자체에서 오는 쾌감!

화면이 다시 변했다.

액션 영화의 유명한 장면. 만화의 격투 장면들이 재생된다.

- 유저들 스스로 이러한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 이것이 우리가 함께 개발할 몬스터 프레데터스입니다.

‘아아!’

윤태식 대표의 설명이 모두 끝났다.

잠시간의 침묵 후 모든 개발자가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내가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지?’

김대익 그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무언가에 제대로 홀렸던 것 같고 의식을 차렸을 때는 윤태식 대표가 자리를 떠나고 한참이나 지난 뒤였다. 그렇게 모두의 마음속에서 열정의 불을 거세게 지핀 완벽한 기획안이 마무리 됐다.

“그래. 해보자!

“된다!”

“해봅시다!”

불안감은 없었다. 한국의 개발자들이 그동안 개발한 어떤 게임과도 다르지만, 성공을 거머쥘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

“으아~ 이제야 내가 아는 우리 직원들다워졌네. 진작부터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기억을 깡그리 훑은 보람이 있었다.

알아서 척척척.

개념을 빡! 잡아주니 이제야 순조롭게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아자 아자 파이팅입니다.’

경과보고나 받으면서 두 다리 뻗을 수 있는 자리. 이 나태함의 상징이 바로 대표이사 아니겠는가.

이제 유능한 우리 직원들이 열심히 일 해주는 동안 나는 쉬어야겠다.

69. 물의 도시

고인 물은 썩는다. 경쟁 없는 일인자는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지금의 엠씨소프트와 플레지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곳이 되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 현상이었다.

“나왔구나!”

즐길 거리가 가득 나타났다. 나는 즐겁게 공지를 확인했다.

『 * 업데이트 공지

안녕하세요. 플레지 운영팀입니다.

[에피소드 9 : 물의 도시, 운디네]가 업데이트 됩니다.

또한, 정기점검으로 오전 08~10시까지 서비스가 중단됩니다.

운디네의 전체적인 배경 이미지는 물과 호수입니다.

영지에 많은 부분은 3대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숲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하에는 오래전, 아바르의 왕국이라 불렸던 수중 도시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왕국과 드래곤인 파푸니르의 분쟁으로 지금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몬스터의 서식지가 된 상태입니다.

운디네 성에는 아바르의 신전을 통해 수중 도시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입구는 복잡한 미로의 형태이며, 이 지역은 과거에 지하 감옥으로 사용된 만큼 음산한 분위기입니다.

구체적인 업데이트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운디네>

◆ 물의 도시 운디네 영지

운디네 영지는 기단 영지에서 5시 방향, 위더우드 영지에서 2시 방향에 위치.

◆ 로이스 호수와 로아커 섬(Lake Royce & Loacker Island)

로이스 호수는 운디네에 있는 거대한 호수로서 한가운데 위치한 "로아커 섬"은 악어 등의 몬스터 서식 장소로 유명합니다.

* ‘로아커 섬’은 게임 내에서 무작위 텔레포트를 이용해서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운디네 성(Undine Castle)

운디네 성은 2개의 외성문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 하나는 도개교로 되어 있습니다. (도개교는 부서지는 경우 내려옵니다.)

내성을 통해서 아바르의 신전으로 입장 가능하고 운디네 내성과 아바르의 신전사이에 있는 쇠창살문은 오직 성의 길드원들만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운디네 성의 내성문은 부서지지 않는 문으로 설정되었습니다.

◆ 아바르의 신전(Sanctuary of The Avar)

운디네 성과 지하수로(던전)의 중간에 위치합니다.

아바르의 신전을 관장하는 아바롤(NPC)를 통해서 "아바르의 축복" 이라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바르의 축복” 을 복용할 경우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에 호흡곤란으로 데미지를 입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 자학의 숲(Forest of  self-torment)

운디네 동부에서 아덴 남부에 걸쳐서 퍼져있는 깊은 숲으로 PC의 모습을 복제하여 출몰하는 도플갱어(Doppelganger)가 출현합니다. 이 몬스터는 모험자의 모습(호칭, 캐릭터이름, 길드 문장, 성향)을 복제하지만 이는 겉모습뿐이며 고정된 능력과 성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 도플갱어는 죽으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 용안의 등대(Beacon of Dragon’s Eye)

운디네 성 북동쪽에 세워져 있는 오래된 등대. 지하수로(던전)로 연결되는 통로가 존재합니다. 운디네 성을 소유하지 않은 길드원들은 이곳을 통해서 지하수로나 아바르의 신전을 출입할 수 있습니다.

◆ 수중 도시 아바르의 왕국(Kingom of The Avar)

아바르가 운디네의 호수 밑바닥에 세웠던 고대의 왕국으로 지금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아바르의 왕국은 지하수로 3층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곳에는 많은 수중 몬스터가 존재합니다.

* 외곽 절벽의 동굴에는 수룡 파푸니르가 있습니다.

<중요 수정 사항 및 추가 내용>

◈ 기단 영지에서 철괴를 활용한 강철 아이템의 제작 가능.

◆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변경.

◈ 친구 시스템이 추가.

◆ 검을 손상시키는 몬스터의 경우 화살 공격의 데미지 50% 적용.

◈ 나이트의 공격 속도가 소폭 향상.

◆ 엘프의 2차 가속 소모품 업데이트······』

쭉쭉 이어지는 각종 사항을 정독했다.

자고로 봄철에 열심히 농사지은 사람만이 가을에 풍성히 수확하는 법이다. 대규모 업데이트는 부단히 노력해온 나와 진수, 성찬이에게 든든한 현찰을 보장해줬다.

첫째는 엘븐 와퍼 등장!

“예상보다 빨라졌지만 그래도 좋아.”

안사락스를 사냥할 때마다 먹어서 적잖은 양을 구운몽이 삼켰지만, 그간 독점적으로 모조리 수매한 마당이다. 값이 껑충 뛰면 뛰는 대로 단물을 쪽쪽 빨아먹으면 됐다.

또한, 친구들한테 부단히 모아두라고 한 두 번째 아이템도 우리의 든든한 비상금이 되어줄 것이다.

- →[귀속말] 구운몽 : 진수야. 다마 많이 모아뒀냐?

- →[귀속말] 황성찬허좁 : 당연하지! 각 서버별로 100개 이상은 쟁여 뒀다. 완전히 광도 때랑 똑같다니까. 무기는 겹치기가 안 돼서 손이 진짜 많이 간다고. 이 정도 수량 확보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는 말씀!

- →[귀속말] 구운몽 : 고생했다.

앓는 소리를 연신 해대기에 바로 칭찬해줬다.

‘바야흐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시점이지.’

플레지는 운디네 영지 업데이트 이후부터 급격한 대격변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1위의 자리를 내려놓지 않았던 넘버원 무기, 카타르. 비록 싸울아비 장검에 비해 다소 뒤떨어지는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카타르는 모두의 워너비였다.

가격 대 성능 비로 보나 사냥용으로는 으뜸이었고 그만한 효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바뀌게 된다.

운디네 영지에 등장하는 새로운 몬스터, 터틀 드래곤 때문이다.

「터틀 드래곤 : Lv : 24 성향치 : -22 방어력 : -25

HP : 280 MP : 10 이동속도 : 느림」

현존하는 최고 레벨들의 사냥터인 용의 협곡. 이 지역의 상위 해골들이 20레벨 후반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24레벨의 몬스터가 얼마나 강할지를 예상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일반 필드에서 등장한다는 점을 보면 더욱 위협적이다.

하지만 이 몬스터가 새로운 시대를 부르는 이유는 강력함에 있지 않았다.

‘돌 골렘처럼 때릴수록 무기가 손상되거든.’

터틀 드래곤은 드래곤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거북이다. 설정상 거북이의 외형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하게도 단단한 갑피를 둘렀고 이 때문에 무기 내구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특징을 가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쓸데없고 귀찮기만 하니 피해버리는 편이 낫다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터틀 드래곤은 돈이 되는 몬스터였다.

‘말 그대로 골드가 되는 귀염둥이지.’

지금까지 몬스터를 사냥할 때, 한 마리를 잡으면 기껏해야 13~150 정도의 골드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이 녀석은 사냥하면 한 번에 700~1100골드가 나온다. 언제쯤이면 좋은 아이템이 떨어질까? 따위의 고민 없이 사냥하면 100% 나오는 수입이다.

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고 터틀 드래곤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문제는 이놈을 잡으려고 하면 무기가 손상되고 활로 공격하면 데미지가 반감되어서 사냥시간이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내구도 손상이 없는 무기, 다마스커스 검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 물의 도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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