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124화 (124/577)

< 업데이트 후 공성전 >

66. 업데이트 후 공성전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사실인데, 각 서버의 최강자를 기리는 동네킹이벤트는 플레지 전체가 관심을 갖는 이슈라고한다.

스스로 '나름 고수'라고 어깨를 으쓱이는 유저는 자신의 레벨과 장비로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기대했고 일반유저들은 '누가 가장 강할까?'라는 호기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 열품에서 벗어난 서버가 있으니 바로 켄헬 서 버였다.

- 여기 짱이 누구인지 물어보면 바보인증!

- 켄헬이면 무조건 구운몽.

- 서버 최강자잖아. 용도 잡는단다.

- 그러고 보면 이름 잘 지었네. 동네킹! 우물킹!

-동네 꼬꼬마들의~ 챔피언~

그들은 '우리서버에서 누가가장 강할까?'라는 의문을 전혀 갖지 않았다. 켄헬의 운영자역시 같은 뜻인 모양이었나보다. 다른 서버는 운영자가 나서서 이벤트를 더욱 흥하게 만들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는데 켄헬만은 아무런 조짐도 없었다.

그즈음 게이머스 포럼에 소문이 퍼졌다.

- <켄헬 서버 특급소식!!! 동네킹 이벤트에 구운몽 불참!!!>

- <좋은사람들 유저한테 들었음! 구운몽 안 와요!!>

출처는 알 수 없었으나 '내가 동네캉' 이벤트에 구운몽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정보가올라왔다. 처음에는'뭐?하던유저들 역시 곧 '하긴.'으로 반응이 바뀌었다.

- 구운몽 정도면 굳이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 내가 얼마나쎈지 확인 할필요가 없잖아?

- 그래도 서버 최강자가 빠진 서버 최강자전이라니 뭔가 김새는 느낌도 있네.

- 차라리 잘된 거 아닌가? 구운몽님이 나오면 완전 재미없었을 텐데 그나마 이제는 '누가 진정한 2인자냐1?' 이런거라도 볼 수 있잖아.

- 에이 2등이야... 어? 누구라고 꼽기 어렵다!???

- 이거 박빙이야! 구운몽 아래는 다 짭이라고!

- 에이 그건 좀 심하다.

- 그럼 구운몽 최강이 아니라는 거임?

- 그건 아니고.

당사자는 전혀 관심 없는 상태에서 켄헬 서버의 글이 도배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꽤 지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때의 소감도 '그냥저냥'이었다.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거나 딱히 불쾌하지 않다. 저들이 알고 누구보다도 내가 잘 얄듯이 어차피 내가 최강이니까.

그보다는 다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업데이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공성전!

동네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아무리 외치고 상품을 획득해봐야 영지를 뺏기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더군다나우리 길드는 모두가 적대 세력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공공의 적이니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야 됐다.

'바뀐 공성전 시스템에 가장 먼저 적응해야해.'

공성전은 길어야 나흘에 한 번이다.

플레지에 존재하는 성은 오크요새까지 포함하여 총 4개이니 따지고 보면 거의 매일 공성전이 일어난다고 봐도 될 수준이라고 할수 있다.

이중에서 우리는 칸트와 기단을. 오크 요새와 위더우드는 올포원이 소유했다.

2대 2의 대등한 상태.

-우리가 승리했다!

- 드디어 진짜배기 성을 차지했다!

- 켄헬 지존이 멀지 않았다!

라이벌 구도!

덕분에 올포원은 어깨에 힘을 팍 주고 있었다. 최강자를 끊임없이 노린끝에 비로소 성과를 이룩한것이기에 여타의 길드들 모두가 부러워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게이머스 포럼을 보다보면 종종 길드차원에서 적 길드원을 사살하고 해당 스크린 샷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올포원에서 우리 길드원을 사살하고 올린 게시물들도 상당했다.

성에서도 대등하고길드원의 자체 전투력 역시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증명이다.

'근성 있게 열심히 해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하지만 이는 외관상의 모습일 뿐이다.

실상은 의도적으로 성을 내뤘고 길드원들이 전투력을 증명한답시고 올린 저들의 스크린 샷들은 모두가기습에 당한 것들이었다. 제대로 전투를 벌였을 때 90%이상 우리 길드원이 승리하는 실정이다.

재미난 것은 이러한 상황을 우리 길드만 안다는 점이었

다. 언론 플레이나 바람잡이를 전혀 하지 않으니 이런 식의 분위기가팽배해졌고우스운 사실은올포원 역시도저리 주장하다가 "맞아! 우리가 이길 수 있어!"라는 자기 설득을 당해버렸다.

그 탓에 올포원은 기단성을 차지하고자거침없이 공성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들의 빈틈을 제3의 길드가 노렸다.

"불쌍하게도. 기껏 돈 되는 게 위더우드인데 그걸 뺏기냐"

지금의 올포원은 달랑 오크 요새만 갖고 있다.

이들 전에 '야로'라는 닉네임의 유저가 중립 충군주라는 타이틀 하나만을 내걸고 400명의 일반 유저들을데리고공성전에 참전!

위더우드 성을 접수해 버려서다.

기막힌 사실은 위더우드 성을 접수할때까지만해도 야로의 길드원은 달랑 그 혼자만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재미를 본 야로는 같은 방식으로 기단 영지를 노렸고 올포원은 분노를 참은 채 계획대로 기단을 노리는 중이다.

때문에 삼파전 양상이 될 예정이었다.

이런 판국이니 동네킹 이벤트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런 싸움보다는 이쪽이 더 비중있고 중요하며 보는 맛이 날테니까.

- [귓속말] 구운몽 : 오늘이 바로 지금까지 준비했던 우리의 비밀 병기를 꺼낼 날이라고 생각이 되는 군요. 어떻게 준비는 잘되어있습니까?

- [귓속말] 구도자의길 : 완벽합니다. 삼파전이 아니라 중립 길드와 올포원이 힘을 합쳐도 다 막아낼 자신이 있습니다.

여타의 길드들과 달리 우리는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매지 션이 아니면 길드원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덕분에 꽤 오랜시간을 4명의 매지션만으로 유지해온 기형적인 구조였다.

"하지만 구도자의길 덕분에 발상의 전환이 가능해졌지.'

우리 길드가 매지션을 받지 않은 이유는 한 명의 배신자

가 전쟁을 말아먹는 것이 가능해서다. 확실하게 동제할 수 없는 전력은 차라리 쓰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 내 주관이고 지금까지 승승장구를 해왔다.

그러나매지션 클래스를 보강하면 길드 전력이 배가되는것은 사실이다.

이를 한참동안 지켜보던 구도자의길은 믿을 수 있는 유저가 없더라도 매지션을 부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매지션 클래스는 매지션끼리 배치하는 거였다.

'거참. 간단한 건데 나는 이걸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아무래도 '여차하면 내가 강화능력을 활용해서혼자성문을지키고무쌍을찍으면 돼'라는 식으로 대충 넘긴 탓이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초창기에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지금은 플레지를 재밌는 게임으로 여기는 심리도 한몫했다고 본다.

너무 여유 있어지다보니 살짝 나태해진 셈이다.

구도자의길이 찾아낸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매지션끼리 두는 거지. 이러면 일반 길드원들이 대치중에 날아갈 일이 없어지니까."

어차피 공성전 혹은 수성전에서주요 포인트에 자리를 잡는 건 나이트와 엘프다. 내가 우려한 것은 요충지를 지키는 중요 전력이 강제 이탈하면서 적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사태다.

하지만 매지션들을 사이사이에 두지 않고 이들만을 따로 모아서 부대로 운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배신자가 제아무리 매스텔레포트를 사용해도 같은 매지션 그룹만 날아가니 화력이나 회복력은 일순간 줄어들지라도 포인트는 여전히 꽉 막은 상태가 된다.

얼마든지 전열을 재정비하고 합류할 수 있는 것이다.

이토록 단순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매지션 부대를 양성하기로 결정했다. 리더는 구도자의길이었고 마법사들로만 이루어진 보조 길드의 이름을 '마력의사람들'이라고 하였다.

이들이 바로 오늘 공성전의 히든카드다.

*

오늘 있을 기단 성의 수성전을 위해 일찍 퇴근했다.

향한 곳은 간석동의 사무실.

레이드와 공성전을 벌일 때는 원활하게 소통을 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러기에는 진수와 성찬이가 있는 이곳 작업장이 최적이었다.

벌컥 문을 열며 들어서자 과자와 음료수가 컴퓨터 옆에 세팅된 모습. 우물우물 씹어대는 언제나와 같은 자세로 진수와 성찬이가 대답했다.

"요~ 브라덜~"

"왔쌉?"

힙합은쥐뿔도 모르면서흉내를 내는 진수와성찬이였다.

예전과 다르게 녀석들은 놀랍도록 외모가 닮아가는 중이었다. 볼이 통통해지고 가슴과 배의 둘레가 점점 커져만 갔다.

앉아서 마우스만 클릭하는 채로 연신 주전부리를 먹다보니 살이 무진장 찌고 있는 것이다.

'이야말로 남자들이 꿈꾸는 아지트지.'

살이야 찌면 어떠랴. 놀고먹으면서 돈을 버는데 말이다.

물론 정작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꼬박꼬박 운동으로 현재의 몸을 유지한다. 꿈속 미래에서처럼 비만과 고혈압등등의 각종 성인병을 한 보따리로 끌어안고 싶지 않아서다.

안타까운 것은 '운동 좀 하지 그러냐?'라는 말을 해봐야 친구들은 귓등으로 듣는 수준이라는 거였다. 역시 건강은 잃어보기 전에는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 못하나 보다.

"그래 내가 왔다. 어때? 길드원들은 다 모여 있냐?"

"아직 안 모였지. 기껏해야 올포원 찌끄레기잖아."

"맞음. 너님이야 말로 왜 이리 호들갑임?"

"엥?"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친구들이나 길드원들 모두 느긋해 보였다.

내 반응을 보고 성찬이가 말했다.

"솔직히 우리 길드가 그냥 세냐? 아주아주 졸라 세다고. 어중이떠중이들이 비벼봐야 흠집도 안 난다 이 말씀~"

"맞아. 올포원 같으면 뚫릴 테지만 사람들 시리즈 길드는 끄떡없다고. 네가 대체 뭐하러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니까?"

"유비무환이라잖냐. 업데이트 때문에 혹시라도 빅사리나면 내가 바로 채워주겠다 이거야."

그 말에 웃으며 대꾸했다.

"잘풀리면 그걸로도 좋고. 싸움 구경 시원하게 하고 가는 거니까."

"알따~"

"여전히 철저한 준비성이라니까."

웃고 낄낄대다가 자리에 앉았다.

'클겨보자.'

대매지션 부대가처음으로 출격하는 역사적인싸움이다.

제대로 즐기려면 간석동 사무실에 오는 게 최고였다. 사운드를 마음껏 크게 들어서 관람해줘야 한다.

'회사에서는 그러면 안 되니까.'

아직은무안해서대표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는 하지만,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나는 대표를 넘어서 회장이라고 불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내 위로는 아무도 없으니 게임을 하더라도 혼이 날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지킬 매너와 도리는 있는 법이다. 나는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남의 회사 게임을 시시덕거리며 할 만큼 몰염치하지는 않았다.

"나는 일단 마력의사람들을 만나고 있을 테니까 너희는 알아서 길드원들 서포트 좀 해주고 있어."

"걱정 마. 우리가 누구냐? 그 유명한 쌍허좁이시다."

"처음에야 길드에 낙하산처럼 들어왔지, 지금은 나름대

로 인정받는 길드 간부라고."

하루에 플레이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아마전서버에서 한 손가락에 꼽힐 만큼 엄청난 시간을 플레지에만 쏟는 이들이 진수와 성찬이었다. 플레지에 있어서는 사소한 우려는 집어치워도 될 만큼의 베테랑이다.

"그래, 그래."

대답하고는 마력의사람들이 대기한 곳으로 캐릭터를 이동했다.

이들은 기단성 주변의 사이클롭스 밭에서 수성전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겸사겸사 사냥도 하고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저들에게 다가가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 구운몽 : 안녕하십니까? 사람들 길드의 촘군주, 구운몽이라고 합니다.

이들과 공식적으로 마주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구도자의길이 내게 허가를 받고 만들어낸 길드였고 우리길드의 숨은 힘, 히든카드인 만큼 노출을 줄이고 비밀리에 양성했다. 그 탓에 호칭은 물론 마크역시 달고 있지 않은 상태다.

- 구운몽 : 오늘까지 우리 사람들의 가족이 된 것을 숨기고 지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플레지를 하는 유저치고 '사람들' 시리즈의 길드가 어디부터 비롯했는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당연히 우리와 대단히 큰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에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었고 말하는 나나 듣는 저들 어느 누구도 크게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저 때가 되어서 '우리도 정식으로 활동하는구나!"라는 정도만 보였다.

- 구운몸 : 바로 오늘 여러분의 데뷔무대가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

- 폭열마법석 : 네!

-매퀵미러 : 존명!

-짜이어볼트 : 예!

- 구운몽 : 전장에서 오늘 화려한 신고식을 제대로 치러

봅시다!

- 턴언데르 : 우와아아!!

- 폭투이럽션 : 우와아아아!!

길드원들이 열화와 같은 호응을 보였다.

만약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와 화면을 제3자가 본다면 '뭐야? 쟤네들 왜 저래?'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손가락이 오글거려서 '놀고들 있네 병신들. 게임에서 대체 뭔G랄이냐?'라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플레지를 해본 사람들은 물론이고 게임에 몰입해본 유저들은 잘 안다.

이게 바로 제대로 즐기는 방식이다. 손가락이 시공의 폭풍으로 사라질 것만 같은 이 멘트들! 오글거리는 대사 하나하나가다큰 어른들을 장난감을 휘두르면서도  '레이저 검!' '빛이여!를 외치던 동심에 빠져들게 해준다.

< 업데이트 후 공성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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