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121화 (121/577)

< 드래곤 아머 >

훌륭한 틈새 공략이다.

기회가 오자마자 이때다 하고 치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아람이라는 친구는 뭘 해도 될 것 같다.

"이건 과제랑 상관없는 질문이지? 대답 안 해도 되는 거지

"응! 하지 마. 하지 마."

아람은 물론이고, 그 옆에서 함께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은 아이들의 얼굴이 약간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지만, 태희는 오히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럼 다음 질문."

제대로 하려는 듯 필기구를 꺼내며 여진이 물었다.

"회사 이름이 게이머스 포럼인데 회사 이름이 가진 의미가 뭐예요?"

"지금이야 게임에 관련 된 거라면 모든 걸 다 하려고 회사를 키우고 있는 중이지만, 원래 우리 회사는 게이머스 포럼이라는 사이트로 시작했거든."

그녀가 토막토막 메모를 했다.

"게이머스 포럼 사이트는 여러 게임들을 조금 편하게 하자라는 취지로 공략을 공유하는 사이트야. 그래서 게이머들끼리 게임에 대한 집단 토의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의미로 게이머스 포럼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지."

감춰진 진실은 '꿈 속 미래에서 플레지로 가장 유명했던 사이트의 이름이 이거였어.'지만 그리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태식은 회사가 커지고부터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최대한 번듯한 것을 정했고 그렇게 정해진 내용이 바로 지금의 인터뷰 답변이었다.

"그러면 지금은 정확히 어떤 것들을 해요?"

각자가 담당한 것이 있는지 이번에는 다솜이 질문했다.

"게이머스 포럼은 당연하고 그때부터 함께 했던 게임 아

이템중개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이더스 포럼도 하고 있어. 최근에는 클로버 스팅이라는 신규 브라우저를 출시해서 다양한 게임들이 유저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통을 하는 역할도 하고 있지."

대답하면서 변해가는 표정을 보고 태식은 직감했다. 알기는 하는 것 같은데 막상 들어보니 뭔 이야기인지를 도통알수가 없다, 라는 역력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착실한 여고3학년생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다음은 진주의 차례였다.

"그럼 오빠는 게이머스 포럼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서 하고 계세요?"

"어? 모르고 왔어?"

"그게... 원래는 다솜이 아빠였는데 급하게 바뀐 거라서요~"

아까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

피식 웃은 태식은 간단하게 대답하려다가 머리를 갸웃했다. 직함은 분명하다. 그런데 막상 어떤 역할인지를 말하려하니 이게 의외로 모호했다.

"잘 모르지만. 굳이 말하자면... 멀티플레이어라고 할 수있어"

"에? 자기가 하는 일도 몰라요?"

고민해서 가장 정확한 대답을 해주었는데 아무래도 별로 였던 모양이다. 태식은 다시 대답했다.

"우리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에이~ 그게 뭐예요~"

"그건 회사 대표가 하는 일이잖아요~"

"그렇지. 오빠가 회사 대표이사니까."

"아...?"

메모하던 친구들과 빙글빙글 웃으며 구경중이던 아람이가 서로를 보았다.

"네?"

"에?"

"에엑?"

"설마? 에이~ 아니죠? 그치? 아니지 태희야?"

딴청을 피우는 그녀였다.

친구들이 입을 크게 벌렸다.

"맙소사!"

"진짜인가 봐!"

"진짜요? 진짜진짜진짜 진짜요?"

"이런 깍쟁이 녀석! 친 오빠가 클로버 스팅의 주인인데!

그걸 여태 숨겨왔던 고야?"

아이들은 태식이 게이머스 포럼의 대표라는 말을듣고는 장시 패닉에 빠졌다가, 패닉에서 깨어나고 부터는 이제 인터뷰가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빠! 그럼 클로버 스팅은 오빠가 생각한 거예요? 클로 버 다이스도요?"

"뭐. 그렇지. 개발이야 개발자들이 했지만."

"와아! 진짜 대단하시다. 어떻게 이런 회사의 대표가 되셨어요?"

"젊잖아요!"

"처음에 게이머스 포럼이라는 사이트로 시작했다고 했지? 그때는 회사가 간석동에 있었거든? 그게 잘되다 보니까 프로게임 팀도 창단하게 되고 그러다 게임도 만들고...

그렇게 하다보니 지금이 됐네?"

그때 다솜이 손뻑을 쳤다.

"아! TFA!"

"어? 알아?"

스타 드래프트의 인기가 절정에 달아오르는 2003년~2005년에는 여성팬들도 꽤 생겨난다. 하지만 현재는 아직 여성 팬들이 흔치 않았다. 그럼에도 듣자마자 라는 이름을 말하는 것은 굉장히 의외에 속했다.

"그럼요! 제가 김요한 선수 팬이예요!"

콕 짚어서 말하는 것을 보고 '설먀하며 물었다.

"다른 선수도 아니?"

"아뇨!"

"혹시, 지욤도 아니?"

"데브

태식은 둘의 공통점으로다른 게이머들에 비해 훈훈한비주얼을 떠올렸다.

"나중에 사인도 받아 주실 수 있어요?"

"원한다면 그야 물론이지."

"와! 오빠가 진짜 대표님 맞으시구나!"

처음에는 나름대로 형식이 있어보였던 인터뷰는 이때부터 엉망진창으로 진행됐다. 과제를 하려는 목적은 말끔하게 사라진 채 자신들의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질문들만 쭉쭉이어졌고 질문이 질문을 생산하며 끝이 없는 미로로 점차말려들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젊음의 패기와 열정 앞에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동생인 태희는 차마뭐라 말하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민망해할 따름이었다.

구원의 손길은 바깥에서 다가왔다.

또또또

독똑똑.

"대표님. 김정규 팀장입니다."

이 기회를 놓쳤다가는 다시금 시달릴 게 분명하다. 태식은 이 기회를 단박에 낚아채.

"여기까지 해야겠다. 나가서 무슨 일인지 대화좀하고 올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고 벗어났다.

"대표님. 크라비티의 임학규 대표가 잠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일본 수출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라는데..."

"당장 처리해야겠군요."

"그렇게까지 급해 보이는 기색은 아니었습..."

딱 자르고 말했다.

"아닙니다. 그럴 수야 없지요. 단지... 음! 김정규 팀장님.

여유가 있으시다면 부탁하나를 해도 되겠습니까?"

"네, 언제라도 시켜주십시오."

"저기 안에 있는 아이들이 저의 여동생과 동생의 학교 친구들입니다. 제가 시간여유만 있었다면 직접 회사 구경을 시켜주었을 텐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 곤란하네요."

"제가 임학규 대표에게 잠시 미뤄..."

"그래서! 가장 믿음직한 김정규 팀장님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믿고 가셔도 됩니다!"

가슴까지 두드리며 호언장담한 김정규 팀장은 완벽하게 처리하고야 말겠다는 호연지기를 보이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뒤이어 여학생들의 시선을 일제히 받고는 귀까지 빨개진 얼굴이 되었다.

*

회사 업무로 바빴던 탓일까, 견학을 마칠 때까지도 태식의 회의는 끝이 나지 않았다. 결국 김정규 팀장의 극진한대접을 받은 학생들은 감사의 메시지만 남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 탑승했다.

"아~ 태희네 오빠 진짜 멋있어. 회사도 진짜완전 깔끔하고 멋있지 않았냐?"

"와! 건물도 엄청 크던데! 그거 그럼 그건물도태희네오빠 건물인 거야?"

"아. 뮈래! 너희들 때문에 오빠한테 창피해 죽겠어! 아주브

"우리가 참피해? 그런 거야? 우리가 창피한 거야?"

진짜? 정말?"

"그게... 어휴"

부개역에서 다솜이 내리기 전까지, 아이들의 입에서는태희 오빠라는 단어가 끊이지를 않았다.

65. 드래곤 아머

오래간만에 플레지를 들여다 볼만한 공지가 올라왔다.

『* 업데이트 공지

안녕하세요. 플레지 운영팀입니다.

변함없이 플레지를 아껴주시는 수호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8월 18일 오전 9시에 업데이트되는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ㅣ . 초보존 추가.

① 스타트 포인트를 다각화하였습니다. 엘프는 기존과 동일하게 엘븐 우즈에서 시작하지만 로열과 매지션은 희망의 섬, 나이트는 수련자의 계곡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② 새로이 추가 되는 초보존은 12레벨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12레벨 이하의 캐릭터는 자유롭게 왕래할수 있으나 그 이상의 레벨은 초보존의 수호대에게 강제로 쫓겨나게 됩니다.

③ 초보존 마을에는 치료사가 있으며 무료로 HP를 회복시켜 줍니다.

④ 초보존은 평화지역으로 PK가 불가능합니다.

⑤ 경험치 페널티가 5레벨에서 12레벨로 변경되었습니다. 이제 11레벨까지는 사망 후 경험치 다운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핑계대기는."

경험치 페널티에 대한 부분을 마치 '신규 유저들의 유입과 그들이 초반에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게 하려는 업데이

트로 위장하는데 실상은 '피노가다'라고 불리는 작업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었다.

플레지에는 죽어서 레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최소 수준인 5레벨 구간에서 레벨업과 레벨 다운을 반복하는 노가다가 있었다. 이를 하는 이유는 레벨 상승시의 체력 수치와 다운 시의 하락 수치가 무작위였고 잘하면 5레벨에 체력을

1,000까지도 만드는 것이 가능해서였다.

'애초에 체력의 한계치가 1,000이기도 하고 워낙 힘든 작업이라서 그 전에 대부분은 포기하지만.

이는 쉽게 말하면 과거로 시간을 돌려서 시험 전날로 놀아가는 것과도 같았다. 다만 차이점은 시험문제가 어제 그대로 나오는 게 아니라 랜덤하게 변한다는 것!

수학은 올랐는데 영어는 떨어져서다시 어제로 돌아가고.

또 시험 봤더니 영어는 올랐는데 수학은 떨어지는 일을 무한 반복하는 셈이었다. 그렇게 문제만 꾸억꾸역 풀다보면 성적이 찔끔찔끔 오르고 이렇게 몇 달을 반복해서 높은 점수에 도달하는 방법이었다.

참으로 지루하고 오기와 끊기가 필요한 방법인데, 더 대

단한 것은 인간의 의지는 이를 극복할 만큼 강인하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공부를 그렇게 할 근성을 보이는 학생은 적을지 모르나 게임에 있어서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이를 막기 위한 업데이트가 1번의 진짜 내용이었다.

"Ⅱ 새로운 공성전 시스템 추가.

① 공성전 선포로 자유전투구역이 활성화가 된 후에는 자유전투구역 내부에서 사망 시 경험치와 확률적으로 아이템을떨어뜨립니다. 이는 40m-0서버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② 기존의 규칙이었던 '왕좌를 차지하면 승리'하는 조건을 폐지합니다. 업데이트 이후로는 오직 '수호탑 안의 왕관을 쟁취'해야만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③ 각 성의 외성 안에는 수호탑이 존재하며 이 수호탑은 공성전을 선포한 길드원들만이 파괴할 수 있습니다.

④ 부서진 수호탑 안에는 왕관이 나타납니다. 오직 공성전을 선포한 로열만이 바로 옆에서 유리관을 깨고 왕관을 클릭할 수 있으며 이 방식으로만 공성전에 승리할 수 있습니다.

⑤ * 변신 상태의 로열은 승리하지 못합니다.

⑥ 성을 탈환하면 해당 길드를 제외한 다른 길드원들은 모두 성 밖으로 쫓겨납니다.

⑦ 이후 수호탑은 즉시 복구되며 쫓겨난 길드는 바로 공성전을 재 선포할 수 있습니다.

⑧ '부활의 돌'은 사용하더라도 시체위에 사람이나 몬스터가 서 있으면 부활을 시킬 수 없습니다.』

'드디어 이점이 개선되네. 얌체 짓 방지~'

사실 기존의 공성전에서 투명망토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완벽하게 전력의 우위를 점한 우리 서버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다른 서버에서는 수성전때마다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사건이 바로 이거였다. 능력 없는 길드가 오직 투명망토 하나를 믿고 숨어서 성을 차지해버리는 것 말이다.

"부활 업데이트는 우리한테는 영 별로고."

시체 위에 사람이 있을 때는 부활시킬 수 없는 것. 이는 타깃이 우리 길드인가, 싶을 만큼은 공성을 하는 측만 유리한 업데이트였다.

'수성하는 입장에서 상대 길드의 시체 위에 일일이 올라가 있을 수 없으니까.'

아무래도 전략의 변화를 주어서 미리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Ⅲ. 마나의 지팡이를 강화할 경우 기존보다 마나흡수율이 더욱 높아지도록 변경.

Ⅳ. 던전 : 개미굴 던전 추가

위더우드 황무지지역에 개미지옥을통해서 입장할수 있는 '개미굴' 던전이 업데이트 됩니다. 최하층에는 강력한 보스 몬스터인

"여왕 개미'가 출현하는 이곳은 출구가 존재하지 않기에 반드시 귀환의 돌을 소지해야 합니다.

Ⅴ . 투명 망토 상태를 해제할 경우 3초간은 아이템을 집을 수 없게 변경.

Ⅵ. 장비 제작 NPC 추가

기단의 내성에 위치한 NPC 인 이톨핀은 싸울아비 장검과 드래곤 아머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이톨핀이 벌써 등장하다니.

이건 예상 못했다.

"게다가 기단이라고?"

본래제작ㅑ186 인 이돌핀은 수중도시인 운디네가 업데이 트 되고 그 후, 화룡의 안식처가 나오게 될 때에야 그 지역에서 등장하는 녀석이다. 자그마치 2002년은 되어야 나오는 녀석이 지금 등장하다니! 이건 꿈속의 플레지보다 빨라도 한참은 빠른 시점이다.

아무래도 안사락스가 너무나도 빠르게, 자주 잡힌 탓에 이틀핀의 업데이트를 확 앞당긴 것 같았다.

< 드래곤 아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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