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F 인터뷰 >
"다솜이 너 여기 간석여중 나온 거 아니야?"
"나? 나 서여중인데?"
"아 그래서 모르는 구나. 태희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인데
"아! 하지 마브
가만히 있던 태희의 반응에 아람은 더 재미있어 하며 말했다.
"동네에 진짜무서운 고등학생 오빠가 있었거든?맨날 애들 돈 때리고 돈 뺐고 그러는 오빤데. 알잖아 윤태희 전매특허! 오지랗! 건너편 중학교 남자애가 그 오빠한테 돈 뺐기고 있는 걸 본 거야 이 지지배가."
"그래서?"
"그 무서운 오빠한테 가서 막 나쁜 사람들이라고 그러면 안 된다고 소리 지르고 그러는데, 솔직히 그런 오빠들이 얘가 그런다고 무서워하겠어? 갑자기 얘마저도 때리려고 진
짜 완전 무섭게..."
"야 손아람.넌거기 있지도 않았으면서 있었던거처럼 그런다?"
태희가 말허리를 자르려고 했지만 이미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들은 청자들은 손아람을 재촉하는 중이었다.
"에이~ 윤태희씨~ 지금 흠미진진해 하는데 산통 깨지 마셔공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래. 다솜이가 엄청 궁금해 하잖아."
서여중을 졸업했다는 다솜은 물론이고. 옆에서 함께 듣고자 하는 아이들이 그런 아람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딱! 태희네 오빠가 군대에서 휴가나왔다고 동생 챙기러 학교에 오고 있었던 거야."
아람은 사람들을 훌릴 정도의 언변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빠져들게 하는 목소리와 이에 어울리는 동작을 잘 맞출 줄 아는 소녀였다.
덕분에 언변 이상으로 집중하게 만들었고 친구들은 마치 자신이 그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면서 완전히 빠져 들어갔다.
"그래서? 그래서?"
"그 남자애들이 태희네 오빠한테 엄청 맞은 거야?"
아람은 손가락을 까닥이며 '그게 아니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단순히 그 오빠들을 때리고 그랬으면 내가 이렇게 멋지다고 하겠어"
맞아. 그거 폭력은 별로야."
"그럼 어떻게 됐는데?"
"태희네 오빠가 짠! 하고 나타나더니 완전히 낮게 콱 깔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
상황에 맞춰서 아람의 목소리도 낮게 깔리면서 친구들은 함께 침을 꼴깍 하고 삼켰다.
"너네 지금 뭐하냐?"
"꺄! 완전 멋져"
대단한 반향을 일으킬 표현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손아람이 재연한 표정과 목소리에는 무언가 긴장감을 맴 돌게 하는 요소가 있었고 친구들은 그 말에 환호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고는 오빠가 눈빛을 쫙! 그거 알지? 눈에서 광선 나가는 거 같은 거! 완전히 그런 눈빚으로 그 오빠들을 쳐다보는데! 그무시무시한 오빠들이 그 눈빛만 보고는 겁먹고그대로 다 도망갔다는 거 아니냐!"
"오오! 진짜 멋지다!"
"그러면 막 무섭게 생기고 그런 거야?"
상상의 날개가 폭력배 쪽으로 흐르려고 하자 주위의 다른 증언들이 더해졌다.
"아냐! 나저번에 태희네 오빠가 학교에서 태희 기다리는 거 봤는데 무서운 외모랑은 전혀 달랐어."
"그래?"
그러는 중에 아람은 아직 말이 끝난 것이 아니라며, 손을 꽈악 펄쳐 친구들의 입을 막았다.
"나 아직 말 안 끝났다
"어? 여기서 뭐가 더 있어?"
"그날 이후로 그 오빠들을 우리 학교 근처에서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 아니냐!"
"에? 정말?"
"진짜 그 날 이후로 학교주변 일대에서는 절대 양아치 짓을 하는 남자가 없었다니까? 어때? 어때? 진짜 덧있지?"
이것과 관련된 배후 스토리가 또 다시 펄쳐지려는 순간이었다.
"그만! 이제 오빠 회사 가야 돼!"
듣다듣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결국 태희가 나서서 대화를 종결시켰다. 하지만 아람은 굴하지 않으려 했고 결국 태희는 친구가 원하는 대답을 해준 뒤에야 그녀의 입을 막을 수 있었다.
"나머지 얘기는 나중에 또 써먹어야지~!"
"하지 마!"
그렇게 일곱 명의 여학생들이 우르르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태희야. 근데 너희 오빠는 어떤 회사 다니셔?"
"지난번에 보니까 너 고액 스터디. 그것도 오빠가 내주는 거라며?"
"진짜? 돈 짱 잘 버시나 보다."
"무슨 회사야?"
"오빠 회사? 이름이 뭐였더라? 게이머스 포럼인가 하는 이름일걸?"
집에서의 분위기는 '콤퓨타인가 뭔가로 잘 하는가보다.하는 아버지와
"아들 파이팅!하는 어머니, 마찬가지로 IT관련의 복잡한 업무를 한다고만 여기는 태희였고 태식 역시 제 입으로 크게 자랑하지 않는 편이었다.
'잘 나가는 회사의 대표면 충분하니까.'
오히려 가족의 걱정은 다른 점에 있었다. 근래 들어 자꾸만 돈을 펑펑 쓰려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근검과 절약으로 살아온 그들에게 이러한 과소비는 금기나 마찬가지이고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단다-라는 잔소리가 걱정과 함께 잔뜩 나오기 일쑤였다. 이것이 누적되니화목한 가족이지만 의외로 일적으로는 잘모르
는 처지가 된 상태다.
반면 게임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의 입장은 달랐다.
"진짜? 진짜? 게이머스 포럼?"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다송이 눈을 빛냈고 아람이 그녀에게 물었다.
"알아? 그게 뭔지?"
"응. 너 몰라?"
"당연하지! 처음 듣는데?"
"그거 있잖아. 클로버 다이스! 우리가 같이 하는 거."
"어라? 그게 거기 거였어? 회사이름이 클로버 스팅인 줄알았는데?"
"아니야. 그건 그... 브라우저? 게임? 아무튼 그런 거 이름이고 클로버 다이스 만든 회사가 게이머스 포럼이래."
"아자"
즐겨 하는 게임의 관계자가 친구 오빠라고 한다. 이건 분식집에 가서 친하다고 잔뜩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소리로 번역되어서 들렸다.
짱이다.그럼 태희 너는 막 그거 오빠한테 이야기하면 50같은 거 막 공짜로 받을 수 있고 그런 거 아냐?"
'이럴까봐 회사 대표라는 말을 못하는 거거든?!"
혹시라도태식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담을 안겨줄까봐조심하는 그녀였다.
"난 그런 거 관심도 없고 관심 있어도 오빠한테 그런 거해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거든?"
"우와~! 잘됐어! 나는 있으니까 너 관심 없으면 나만 부탁 좀 해주라."
"몰라! 손아람! 너 집에 가! 너네도 가서 오빠 귀찮게 그런 거 부탁하고 그럼 진짜 나 화낸다?"
"오구오구~ 우리 태희 화나쪄여? 오구오구~"
"우으으!"
나름 진지하게 화를 내보려 한 건데, 친구들은 오히려 그런 태희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던 모양새다. 결국 그녀의 얼굴만 빨개지고 끝이 났다.
강남역까지는 무려 이동 시간만으로 시간을 잡아야 하는 대장정에 속한다. 인천에서 강남까지의 거리 자체는 크게
멀지 않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고속도로도 불편하고 특히 지하철은 엄청나게 돌아서 가는 노선상태였다.
그 탓에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여간해서는 인천 여고생들이 강남까지 가지는 않는 편이었다. 다행인 점은 분위기를 띄우고 말재간이 빼어난 손아람의 합류 덕분에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부분이었다.
"드디어 도착~!"
"태희야.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거니?"
"가만히 있어봐. 오빠한테 전화해볼게."
개찰구를 나오면서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신호음이 들리기 무섭게 태식이 전화를 받았다. 아울러 휴대폰의 목소리보다도 옆의 친구들의 소리가 더욱 먼저 들렸다.
"태희야! 저기 손 흔들고 계신 분이 오빠 아니야?"
사람 많은 강남역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큰 키의 남성이 있었다. 한손에는 휴대폰을 들고서 환하게 웃고 있었기에 그가 누구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오빠~!"
"어? 친구들도 같이 왔네?"
"네~"
"안녕하세요!"
그는 같은 교복의 여학생들을 보고는당황한제스처를보였다. 애매한 음을 짓고는 그거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다 같이 여기까지 올 정도면... 아니다. 힘들었지? 어디 카페라도 가서 얘기할까?"
태식의 말에 태희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어차피그녀들이 받은 숙제는 조원들 중 한 사람을 택해서 가죽의 직장을 조사하고 이를 발표하는 것이다. 어차피 카페에 들어가봐야 다시 회사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사이에 돈만허루루 쓰게 된다.
이건 과소비였다.
"오빠 회사로 가도 돼?"
"회사? 안 될 건 없는데, 가면 다들 일하고 있어서 조용히 해야 하거든. 그래도 괜찮겠어?"
남자나 여자나 가릴 것 없다. 고등학생이 친구들과 뭉쳐
있을 때는 어느 쪽이나 시끄럽기 마련이다. 딴에는 조심하고 조용히 한다고해도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태식은 잘 알았다.
이런 우려에 걱정하지 말라며 학생들이 서로서로 대답했다.
"음. 내가 애들 조용히 시킬게."
"네! 저희 완전 조용히 잘 있을 자신 있어요1"
"진짜요! 그런데 운동하세요?"
"..그래. 무슨 일인지는 회사에 가서 듣자."
태식은 조용히 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으나 이를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가 태희와 친구들을 안내한 곳은 게이머스 포럼의 간부 회의실이었다. 펑균적으로 높은 데시벨을 자랑하는 여학생들의 목소리인 만큼 마음껏 대화해도 크게피해주지 않는 자리에 온 거였다.
"가서 마실 것좀 챙겨올 테니까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응."
응.
"네~"
그리고 태식이 회의실에서 나가자. 아이들은 역시나 장님이 눈을 뜬 것 마냥 재잘대기 시작했다.
"오빠가 있다는 게 이런 거였어? 완전 다정해! 언니랑은 진짜 달라!"
"아냐. 오빠라는 게 다 이런 건 절대 아냐."
"인정! 우리 집에도 한 마리 있는데 개랑은 전혀 달라!"
아이들은 여기까지 오는 내내 태식이 태희를 배려하는 모든 것을 스캔했고 이는 손아람에게 들었던 중학교 때의 구버전이 갱신됨을 의미하였다. 당연히 대화 소재가 더해졌으니 이야기 나누기 딱 좋았다.
한편, 냉장고에서 여러 음료들을 꺼내는 태식을 보고 김지애 팀장이 물었다.
"대표님 어린 애들이 왔던데, 누구예요?"
"그냥 동생이랑 동생 친구들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식의 입장에서는 동생과 동생의 친구들이지만 직원들
의 입장에서는 무려 대표의 가족과 그 친구들이었다. 개인적인 일에 직원들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라면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주기 딱 좋은 타이밍이기도 했다.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저 경영관리 팀에서 나왔다고 이제 막 거리 두시는 거예요?"
"그럴리가요."
"비켜 봐요. 무슨 대표씩이나 돼서 이런 걸 직접하고 그래요."
김지애 팀장은 그가 쟁반에 올려둔 음료를 직접 들고는 앞장섰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해서 태식은 얼결에 그대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와아"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김지애 팀장의 모습에 아이들은 자신들이 떠들고 있던 것도 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에 나갔을 때의 내 모습!이 딱저 모습이었다.
김지애팀장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는 가볍게 웃으면서회
의실에 음료를 두고 윙크를 보였다. 그리고 또각또각 구듯소리만을 남기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달칵!
문이 닫히기 무섭게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우와! 오빠 여자 친구예요?"
"태희야! 완전 강적인데!?"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분위기가 원래 평소에도 아이들은 태희를 놀려주는 것에 큰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고 악의적인 모습은 없었고 그저 그만큼 가까운 사이로 보인다.
501... 이런 소리를 하는 거야~"
"우... 우리도 해볼래~"
"다솜이가 아람이한테 못 된 걸 배웠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태희가 말을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으며 저항해 보지만 이미 아이들의 입에서 웃음이 크게 터진 뒤였다.
태식 역시 김지애 팀장이 정말로 애인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 거 아냐."
"그럼요? 그럼 뭔데요?"
"그냥. 직장 등료야."
"에이~"
"우~ 재미없다"
아이들이 아무리 소리를 쳐봐야재미없을 게 재미있어지는 건 아니었다. 섭섭하다고 없는 말을 지어낼 필요가 없기에 태식은 그냥 조용히 웃어넘겼다. 그리고 이들이 여기가지 은 이유를 꺼냈다.
"그 비상사태라는 게 대체 뭐야?"
"그게. 여기 다솜이랑, 여진이랑 진주랑 나랑 이렇게 넷이서 같이 같은 조거든?"
"이 친구는?"
"얘는 아니야. 그러니까 쫓아내도 돼."
딴청을 피우는 아람이를 쿡 짚어서 가리키는 태희였다.
당하기만 할수는 없다는 태도였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의 공격은 아람이에게 별다른 데미지를 주지 못한 것 같았다. 휘파람 부는 척을 하며 유유히 넘긴 것이다.
결국 한숨을 폭 내쉬었고 상황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조별 발표 숙제를 위해서 찾아왔다는 이야기였다. 태식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간단한 일인 데다가 고등학생 다운 부탁이라서 웃음만 나왔다.
"그럼 내가 월 해줘야 하는 거야?"
흔쾌히 승낙하자 친구들이 끼어들었다.
"저희가 질문하는 거에 대답을 해주시면 돼요!"
"회사 견학도 시켜주시면 좋은데 그건 어렵죠?"
"가능해. 다만 일에 방해가되지 않도록 정말로 말없이 따라다녀 되는데, 괜찮겠어?)
"당연하죠!"
"와! 오빠 최고예요!"
"야! 내가 오빠 귀찮게 하지 말랬지!?"
"에이~ 숙제를 위한 거잖아."
"맞아. 이건 다른 거지."
그 말에 딱히 반박을 할수 없는 태희는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이렇게 민페를 끼칠까봐 마지막까지 버렸던 거였다.
"아무튼 그 인터뷰라는 거부터 해보자."
질문을 하라며 자세를 잡으니 손아람이 물었다.
"여자 친구 있어요?"
"오빠 얘 쫓아내!"
< GF 인터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