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F 인터뷰 >
물론단순하게 개발에 '얼만큼 참여했는가'라는 잣대만으로 메인이 누구인지를 판가름할 수는 없다. 임학규 대표 없이 김재용 실장만으로는 결단코 나그네로크와 같은 게임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어? 그런데 이러면 또 이상해지는 거 아닌가?'
여기서 의문점이 생겼다. 나는 세 명에게 엔진 개발을 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간 서러웠으니 이번에는 내이름을 내세우겠다!'라고 하면 다른 두 명이 가만히 있겠는가.
"엔진 개발이 김재용 실장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범용 게임 엔진을 개발하라고 말씀하셨죠? 어차피 여기 조기웅 선배나, 김강철 선배 그리고 저의 경우 모두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릅니다. 각기 서로가 자신
을 가진 부분을 담당하고 개발한다면 제 이름이 메인으로 존재하는 지분이 생기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하.'
이런 세세한 것까지는 몰랐다. 나야 그냥 '게임 엔진을 잘개발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다 잘하겠지. 지갑을 화끈하게 열어주면 다될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막상 말을 들어보니까 '이걸 왜 미처 몰랐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참으로 상식적이어서 당연한 이야기였다.
"김재용 실장님의 말에 대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30 그래픽 라이 브러리의 경우는 여기 조기웅 실장이. 디벨롭먼트 툴은 김재용 실장이 뛰어납니다. 그의 둘은 지금 나그네로크의 제작과정만 보아도 출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원지 모르겠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가자.'
사람이 매사에 솔직할 필요는 없다. 그냥 맥락상 이해하면 된다고 본다, 라는 식으로 스스로 위로하고 넘어갔다.
'제스처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마 국내에서 이보다 더 편리한 툴을 제작하는 개발자는 없을 겁니다. 생각보다 엄청 귀찮은 작업이거든요."
처음의 충격이 가셨는지 이제는 저들이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그 전에 대표님이 원하는 범용 엔진이라는 게 어떤 엔진을 말씀하시는 건지 듣고 싶습니다."
미래 지식에 근거하여 확실하게 대답했다.
"어떤 장르라도 모두 통용 될 수 있는 범용 엔진입니다.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통합게임개발 솔루션이라 할수 있군요. FPS를 만들고자하면 FPS가 되고 어드벤처를 만들고자하면 어드벤처가 되는 그런 엔진입니다."
"예?"
떨떠름한 반응이 돌아왔다.
"죄송한 말이지만, 그건 무리입니다."
"개발을 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만들 수는 있겠지만..."
FPS에는 FPS에 필요한 엔진이 있고, RPG에는 RPG에 필요한 엔진이 있습니다. 그래픽 라이브러리라면 모를까그모든 걸 합친다는 건 효율성이 너무 떨어질 겁니다."
'어? 안 불가능한데? 나 진짜로 봤거든?'
개발과 관련된 정통한 미래지식은 나에게 없었다. 그러나 신작 게임이 출시되면 그 게임의 홍보에 늘 포함되는 이야기가 바로 엔진이라는 것쯤은 안다. 그때마다 나는 유명엔진을 사용했다는 홍보와 더불어서 장르가 다른 여러 게 임들이 같은 엔진을 사용했던 것을 보았었다.
"저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대표님. 이것은 '휴대폰과 컴퓨터를 합쳐서 컴퓨터폰을 만들쟈와 비슷한 겁니다."
"잘만들어진다면 엄청 좋겠죠. 하지만 휴대폰으로도, 컴퓨터로도 모자란 성능은 오히려 외면 받게 됩니다."
'지금 말한 그 휴대폰과 컴퓨터를 합친 스마트 폰이라는 녀석이 나중에는 휴대폰 시장을 전부 장악한답니다.
지금의 이야기에서 나는 오히려 희망과기회를 발견했다.
분명히 미래에는 이루어진 일이다. 그런데 현재는 이러한 소프트웨어는커녕 개념조차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완벽하게 최초!'
뭐든지 처음이라는 것은 엄청난 힘과 선점효과를 갖는다.
그것은 인터넷과컴퓨터의 발달로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활발해지면서 점점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해봅시다."
"대표님!"
"가능합니다."
저들의 표정에서 감정의 흐름이 보였다. 처음에는 충격.
다음은 기대, 열망. 그리고 다시 충격, 답답함으로 귀결됐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닥치고 진행 아니겠는가.
이러한 내 발언에 저들은 설득이 어렵구나, 라고 실감한 듯이 다른 식으로 대응했다.
김강철 팀장이 딱 짚고 들어왔다.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에 대해서 제한 없이 지원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전에 최소 10인 이상의 개발자가 사용할수 있는 사무실을 하나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제대로 된 물리효과를 표현하려면 카이스트와의 협업을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엑? 카이스트?
공부에 큰 관심을 두고 살아오지 않은 나 같은 녀석한테는 그냥 머나먼 세계의 학교라고 할 수 있는 이름이다. 이과의 끝판 왕'이라는 이미지는 자리 잡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서울에도 한국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있잖아.'
왜 멀리 가려는 걸까.
"가까운 서울대를 두고 굳이 대전까지 가시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단순히 뛰어난 학생 훅은 교수와의 만남의 문제라면 가까운 서울대를 선택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카이스트는 연구중심의 학교입니다. 개인적으로 보건데 서울대보단 카이스트와의 협업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진짜야 거짓말이야?'
모르겠다. 이건 김강철 팀장의 말이 맞는 건지 어떤 건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확신이 없다면 굳이 가정도 있는 양반이 대전까지 가서 일을 하겠다고 할 이유가 없으니 나를 놀리려는 맡은 아닐게 분명했다.
'하긴 탱크를 사달라는 것보다야 낫지.'
한 게임 개발자가 '대작을 내 놓을 테니 탱크를 사주십시오"
라고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확실한 무언가를 제작하기 위해선 그것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법이라는 의미였다.
저 요청은 타당한 이유가 있고 필요하기에 밝힌 것이 들림없었다. 그러므로 내가 보일 반응은 '진짜에요?라며 묻는 것이 아니다.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습니다. 대전에 사무실과 함께 대전에서 생활할 수 있는 사택도 준비하지요."
"사택이요?"
"사모님과 함께 하기 싫으신 거라면 그에 맞게 해드리겠습니다. 훅시 그런 건가요?"
괜히 짓궂은 표현을 사용하자 김강철 팀장은 소문낼 사람도 없는데 과하게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라고 반복했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후 조기움 실장은 파견 형태로, 김재용 실장은 이직의 헝태로 게이머스 포럼에 들어왔다.
대망의 게이머스 포럼 게임엔진 TFT(Task Force Team)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팀은 가장 최근에 완공된 8층에 자리를 잡았고 핵심멤버들이 이제 막 자리에 왔음에도 새로운 인재들이 꽤 모여있었다.
내가 잘 모르는 게임인 '닐'을 개발하던 개발자들인데 도중에 실장이 회사와의 트러블로 회사를 나왔고 그 탓에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단체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실장급과 그쪽 라인의 일부를 빼고 붕 떠버린 이들을 한꺼번에 채용했다.
"알겠습니다. 새로운 엔진 개발은 기간을 얼마정도나 예상하십니까?"
"그래픽 라이브러리의 경우는 지금 새로 영입한 개발자들이 꽤뛰어난 3D 게임의 엔진을 개발하고 퇴사한 인력들이라 생각보다 쉽게 끝날 것 같습니다. 저희가 타이밍이 참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맡은 엄청나게 뛰어난 그래픽의 무언가를 제작하기 보다는 그래픽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가볍고 구동하기 좋은 형태로 개발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제작을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아니요. 이건 노력이 아니라 무조건 그렇게 완성이 되어 야만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어지간해선 회사의 사람들에게 무조건 해야 한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절대로 양보할수 없다.
미래의 기억까지 가지고 와서 게임을 만드는데 '개적화, 발적화'라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개발자면 직접 엄청난 녀석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이전의 나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수 없는 삶을 살고 있고, 감히 생각지도 못한 성공과 도전의 삶을 살고 있다. 놀라운건 그럼에도 점점 더 아쉬운 것이 많아져 간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그런가.'
하고 싶은 것도 점점 많아진다.
64. GF 인터뷰
한가하게 새로 나온 게임을 글기려고 자세를 잡았을 때혔다.
'얘가웬일이지?'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 오빠! 나 지금 완전 비상사태인데 훅시 좀 도와줄 수 있어?
태희는 원래부터 도움을 구하는 성격이 아니다. 혼자서 할수있는 일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대한 시도하는 타입이었다. 그런 만큼 지금처럼 도움을 요청할 때는 최후의 방법을 다 동원하고서도 이루지 못했을 때라는 의미였다.
뭔지는 모르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리라 마음먹으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 나! 나! 지금 삼성역이거든?
"지금 학교에 있어야 할 애가 왜 삼성역에 있어?"
평일 낮에 왜 엉뚱한 곳에 있는 걸까.
'얘가 나처럼 학교를 땡땡이 칠 리는 없는데?'
그 밀에 휴대폰으로 빽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체험학습! 저번에 말했잖아! 나 오늘 코엑스에 대학박람회 왔어! 너무 회사 일만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원래 깜빡 잊었던 내용은 듣는 순간 '팟'하며 떠오르기 마련이다. 가족식사 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떠올랐다.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재빨리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알았다. 그래서 왜? 무슨 일인데? 오빠가 어떻게도와줄수 있을까?"
- 그건 가서 말할게.
'어라? 쉽게 넘어가네? 설명도 별로 없고?'
알았다고 대답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어쨌거나 여기를 오는 중이라는 거구나.'
여전히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족이 찾아온다는데 가만 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태희가강남의 회사까지는 찾아오는 일은 오늘 처음이었다.
공부를 열심히하는 학생에게는 정말로 중요한시기가고 등학교 3학년이다. 태희가 딱 이때이고 강남은 옆 동네라기에는 매우 먼 거리에 있다. 더군다나 성향상 우리 회사의 게임을 썩 좋아하지 않기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도 않아서 억지로 초대하지도 않아왔었다.
'길을 잃지는 않겠지만, 헤매지는 않을까 신경 쓰이네.'
다시 전화해서 길을 알려줄까 하다가 그냥강남역까지 마중을 나가기로 했다.
회사의 위치는 역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했지만 이는 아는 사람들의 사정이다. 초행길이면 헷갈리기 십상이
고 설명해주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삼성역이라고 했으니까 강남역까지는 정거장 3개.'
내가 걸어서 강남역까지 가는 시간과 지하철을 탄 태희가 도착하는 시간은 얼추 비슷할 것이다.
빠른 걸음으로 나섰고 딱 예상했던 타이밍에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
코엑스 대학박람회는 각양각색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붐뻤다. 그 많은 교복들 사이에 윤태희와 친구들 5명이 모여 있었다.
막 통화를 종료한 태희를 보고 다른 조의 친구인 아람이 물었다.
"뭐야? 뭐야? 너희 조 인터뷰는 태희네 오빠로 정해졌어?"
눈빛을 빛내는 것이 '나도! 나도 껴줘!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반응에 태희와 같은 조인 친구들이 대답했다.
"아니. 아직 정해지진 않았어."
"그냥 방금 태희가 오빠한테 전화해서 회사로 간다고 이야기만 했거든."
"만나서 부탁한데."
"진짜? 그러면 백퍼잖아. 나도 갈래!"
손을 번쩍 드는 호응이었다. 이를 보고 가만히 있는 태희대신에 여전히 친구들이 대답했다.
"넌 우리 조도 아니잖아."
"니가 거길 왜 가?"
"왜에~ 태희네 오빠 진짜 멋있단 말이야~"
"뭐야? 왜? 태희네 오빠 잘생겼어?"
"엄청 멋있지! 태희 보면 모르겠냐"
대화가 멈추고 일제히 한 사람의 얼굴을 꼼꼼하게 보았다. 이목구비부터 위아래로 쭉 보고는 하나같이 같은 반응
을 보였다.
"그렇구나"
"태희랑 비슷한 외모라면..."
"우와. 완전 멋있을 듯!?"
이 반응에 의외로 '멋있단 말이야~'라고 했던 아람이 약올리듯이 웃었다.
"아닌데~ 얼굴은 태희가 휠~씬 우월한데~ 태희 오빠는 그냥 그런데~"
"야! 아까랑 말이 다르지 않니?"
"근데 태희네 오빠는 다른 게 있거든~"
"뭔데? 뭐가 멋있는데?"
그녀들의 반응에 아람은 그것도 모르냐면서 되물었다.
< GF 인터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