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 메이커 >
이를 다른 게임 유통사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모름지기 사업에서 벤치마킹은 일상화다. 흡사 '동종 업계의 누군가가버젓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나라고 가만 히 있을 소냐! 같이 성공해보자!"라고 하듯이 우리의 방법을 고스란히 따라한 것이다.
'이래서 이슈는 또 다른 이슈를 낳는다고 하나보네.
호소문으로 글을 올려서 동정표와 관심을 사면 판매부진으로 힘들어하던 게임이 팔려나가는 방법.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밀본 침략의 역사를 그대로 담은 게임! 난중일기.>
하지만시도는같았으나과정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 와. 얘네 게임사 직원들 아니냐? 하다하다 이제는 이런거도 직원들한테 시켜?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대. 야이~ 역사책이나 제대로 읽고 게임을 만들 던가~
- 이 게임을 하다가 역사를 잊을 뻔했다!
- 근데 역사가 아니라 과거이지 않음?
- 역사나 과거나 어차피 그게 그건데, 중요한 건 이 게임더럽게 재미없음. 차라리 그 돈으로 치킨을 사먹는 걸 추천합니다.
- 치킨을 모욕하지 맙시다. 국내 게임 중에 치킨 먹을 걸 아낄 게임은 찾기 힘듦!
- 치킨이면 양반이지. 이 게임하다가 나는 담배가 늘었에!
부정적인 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저들의 마케팅은 대차게 말아먹은 셈이다.
"이런 것도 다 타이밍이 있는 거라고."
똑같은 방법이지만 다른 결말을 맞이한 이유는 이러하다.
일단힐의경우는 강과바람. 그리고 K모사가꾸준히 싸움을 해왔다는 과거가 존재한다. 또한 이를 대부분의 유저들이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때문에 호소문이 제대로 동했던 것이다.
아크록스 역시 '스드의 아류작'훅은 '짝퉁'이라는 말로유명세를 탔다는 배경이 있었다. 이러한 기조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 우리의 포인트다.
반면에 다른 게임 유통사들은 이러한 전후 과정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상술이냐?'라는 반감을 대번에 심어주었고 실제로도 호소문 이후 수익이 늘어났다는 정보를 고객들이 잘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역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클로버 스팅이라는 성공 사례를 본 이들은 결코포기하지 않았다.
<액티브보다 우리가 원조다!>
<진정한 한국 최초의 메카닉 FPS! 풀 메탈 에이지1>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광고.
이건 굉장히 신선하고 얼핏 보면 먹힐 것도 같았다. 하지만 포장지와는 달리 내용물이 영 엉망이었다. 막상 플레이 해보면 웃음만 나올 정도의 졸작인 것이다.
'3D이기는 3D인데 영 통나무가 움직이는 느낌?
통나무도 그냥 통나무가 아니다. 어설픈 종이접기로 만든 통나무였다. 이런 결과물을 가지고 어그로? 끌면서 홍보했으니 유저들은 더욱 분노했다. 아울러 역으로 우리 게 임의 매출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 풀 메탈 에이지를 하고 액티브를 해보니 액티브에 대한 찬사만 나옵니다.
- 당신은 그래도 다행입니다. 전 액티브 플레어를 먼저하고풀메탈 에이지를 구매했습니다. 이 게임을 돈 주고 샀다니-..! 요즘 잠도 제대로 안 옵니다.
- 위에 분들 다들 액티브 홍보팀에서 나오셨나 봐요? 풀메탈 에이지는 액티브 따위와 감히 비교해선 안 되는 위대한 게임입니다! (나만 당할 수는 없지!)
덕분에 액티브는 갑자기 다운로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3주째에 접어든 6월 29일 현재까지의 액티브의 다운로 드 숫자는 무려 12,000!
액티브 단 하나만으로 2억을 돌파한 것이다.
힐은 총 누적 판매액이 7,300만원.
아크록스는 1억 9,600만원.
집계하면 세 게임의 촘 판매액이 4억 8,500만원으로서 3주 만에 본래 목표치의 2배를 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액티브 플레어에서 난 수익 4억. 코룬과 임진왜란2에서 발생한 수익 2억을 합치면 10억이 넘는 총 판매액을 달성한 거지."
이건 정말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만으로 충분히 유통이 가능하다는것을 증명했다는 확실한 지표였으며 국내의 마켓이 사멸하지 않고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의미여서다.
만약 K모사의 잡지판매로 힐이 엄청나게 풀린 상태만 아
니었다면 3억까지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로서 그날 성주환 팀장을 비롯한 개발자들과 한 내기는 완벽하게 나의 승리로 완료되었다. 승리의 이 기쁨을 나흔자누릴 수는 없다.
"이미진 팀장님. 우리 게이머스 포럼 전 직원이 몇 명입니까
"트레이더스 포럼과 클로버 스팅을 전부 포함한 인원이 라면 총 75명입니다."
결정하기에 앞서서 다시금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렸다.
클로버 스팅 자체 시스템에서 발생한 수익이 7억, 게임에서 발생한 수익 10억.
이 돈은 게임사와 유통사에 떼어주고 세금을 제하고 나면 3억 5천 정도가 남는다. 전 직원들에게 200만원씩 통크게 준다고 해도 1억 5천에 불과하다.
결정을 내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전 직원에게 공지하세요. 고생하셨으니 다음 달에는 1
인당 200만원씩 특별 상여금이 지급 될 거라고 말입니다."
"예, 대표님... 네? 예? 200만원이요?"
당황했는지 이상한 소리를 몇 번 내며 되묻는 이미진 팀장이었다. 사실이라며 거듭 확답을 주자 이내 놀란 얼굴로 '넵!'하며 크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니 김지애 팀장과는 확실히 다른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이만큼의 큰 프로젝트 다음에는 보너스를 지급해왔었는데. 직접 내 입으로 듣는 거랑 한 다리 걸쳐서 듣는 것에는 느낌상 차이가 있었나 보네.'
보너스를 싫어하는 직원은 단언컨대존재하지 않았다. 이미진 팀장만큼이나 모두가 200만원이라는 부분에서 놀라뭄과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이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 와 연결됐다.
<직원들과 수익을 나누는 진정한 상생을 아는 대표 게이 머스 포럼 윤태식>
직원들의 입을 통해 밖으로 퍼져나간 소문이 기사화되어 올라온 것이다. 이로서 약간의 민망함과 더불어 기업 이미지가 크게 좋아졌다.
다만 이것을 보고 내가제일 먼저 확인한 일이 있었다. 바로 얼굴이 공개되었느냐는 것!
'나중에 플레지 하는 대표님이라고 알려져 봐라. 아주 생난리가 나지.
다행하게도 인터뷰만 했지 사진은 노출된 적이 없었기에 내 얼굴은 끝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즐거운 소식의 마지막은 대단히 부풀어 오른 거품값이었다.
과거의 기업평가에서게이머스 포럼의 가치는 60억이었다.
지금은 210억까지 상승했다.
"아주 좋아."
정말이지 일할 맛이 난다.
ㆍ
2억 이상의 판매고를 확인한 김강철 팀장과 성주환 팀장이 기존의 회사를 나와서 게이머스 포럼으로 이직했다. 이과정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워낙 게임 개발자들은 여기저기 잘 옮겨 다니기 때문에 크게 이슈가 되거나 부적정인 소문이 도는 일을 발생하지 않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일단락 짓고새로운 인력이 보급되었다. 어떤 집단이든지 안정을 추구하면 발전과 성공을 이룰수 없는 법이다. 우리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대표이사실로 넷젠의 조기웅 실장, 크라비티의 김재용 실장, 새로이 합류한 김강철 팀장을 호출했다. 모두가 김강철 팀장을 제외하고는 각 회사의 2인자들이다.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게이머스 포럼과 관련된 회사에서 모두 사용될 엔진을 만드는 것이지요."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를 제작하자는 제안이다.
적당히 다른게임의 소스 코드를 재활용하고살짝만 바꿔서 이름을 달리 붙이는 행태가 아닌, 누구에게 내밀어도 출중하기에 당당하며 부끄러움이 없는 개발 소프트웨어를 원한다.
"엔진을 말입니까?"
저들중 나와 가장오래 일을 해왔고 또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조기웅 실장이 의사를 대표하여 반문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모두 각자의 게임에 사용되는게임 엔진을 직접 개발하거나 그것을 주관하신 분들입니다."
나는 수긍하며 말했다.
"저는 여러분이 뭉치면 국내의 그 어떤 회사에서도 따라을 수 없을 엔진을 개발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조기웅 실장이 의문을 표했다.
"당장 게임을 개발하시려는 것도 아닌 것같은데, 굳이 이렇게 갑자기 엔진을 개발하려고 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엔진이 있어야 게임이 만들어지니까요."
"예? 게임을 만들기 전에 엔진을 제작하는 건 맞지만 그것도 어떤 게임을 제작할 거냐에 따라서 그에 맞는 엔진을 제작하는 게 순서일 텐데요."
나는 말에 알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인 뒤 크라비티의 김재용 실장에게 물었다.
"지금크라비티에서 제작하는 나그네로크는 어떤엔진을 사용하고 있으십니까?"
"액트러스를 제작할 때 만든 엔진입니다."
"왜 나그네로크에 맞는 엔진을 개발하지 않고 액트러스의 엔진을 사용하셨지요?"
"개발시간 단축을 위해서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엔진을 개발하는 일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다 보니, 다시 엔진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엔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한 겁니다."
여기서 '바로 이 부분'이라고 짚었다.
"지금 이 나그네로크만 예로 들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게임이 먼저냐, 엔진이 먼저냐.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엔진이 있으면 엔진을 활용한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엔진이 없다면? 그 시점부터 부랴부랴 게임에 필요한 엔진을 개발하는게 가능할까요?"
많은 시간이 추가로 발생하고 예산 역시 더해진다. 때문에 타협하게 된다.
지금까지처럼 타사의 것을 이용하거나 재활용하는 일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고 나면 이후에 개발하는 게임들이 모두 비슷한 환경을 가지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같은 재료로 집을 지으면 제아무리 다른 디자인을 해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고집이 있는 남자다.
"그렇지 않도록 제작을 해야죠. 저는 앞으로 넷젠과 크라비티. 클로버 스팅에서 개발하는 게임에 모두 통용 될 수 있는 범용 엔진을 원합니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또한 현재의 인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확실하게 말했다.
"얼마든지요."
"네?"
"인력, 자금, 모두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가져가십시오. 그리고 제작하세요."
사실 저들이라고 남의 것을 재활용하고 싶은 마음뿐이겠는가. 가능하기만 하다면 시도해보고 싶을 욕심과 개발자로 서의 꿈이 없을 리가 없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적했기에 타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 대부분의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재차 말씀드리거니와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제대로 밀어주겠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주십시오."
이토록 패기 넘치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그간의 노력 끝에 미르의 전사2가 드디어 중국에서 제대로 신드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동시접속자만 무려 50만 명.'
동시접속자 10만 명에서 50만 명이 되었으니 '매출액이 5배가 올랐겠네?'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최대 동시접속자는 5배가 올랐지만 매출은 10배 이상이 되었다. 이전에는 매월 5억의 이익금을 받았다면 이제는 매월 75억이라는 엄청난 이익금이 입금되는 실정이다.
이 정도의 배포는 부리고도 남음이 있다.
잠시간 침묵이 오갔다.
곧 입술을 꽉 깨문 김재용 실장이 말했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임학규 선배와 저는 게임개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모든 게임의 핵심개발자였다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메인에는 임학규 대표의 이름만 나오고 있죠."
그것은 고뇌가 담긴 고백이었다.
"물론 그게 섭섭한 건 아닙니다. 학규 선배가 메인인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저도 제 이름이 당당히 걸릴 수 있는것. 메인으로 무언가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조기웅 실장도 그를 이해한다는 얼굴을 보였다.
조기웅 실장과 길남주 실장.
김재용 실장과 임학규 대표.
이들은 참으로 묘한 관계다.
사실 뉴 온라인은 조기웅과 길남주, 두 사람 중에서도 누가 더 개발에 많은 참여를 했는지를 따지기가 어려웠다. 서로 자신의 파트를 맡아서 했기에 누가 더 잘했다 못했다를 말하기 곤란한 것이다.
반면에 크라비티의 나그네로크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
9뻐 더 많은 참여를 한 사람은 임학규 대표가 아니라 김재용 실장이라고 말이다.
<트러블 메이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