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111화 (111/577)

< 지팡이 업데이트 >

59. 지팡이 업데이트

"대단해. 그동안 열심히 일 했구나!"

회사일로 바쁘던 중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즐거운 메시지를 발견했다.

『*공지*

안녕하세요. 플레지 문영팀입니다.

수정 개편 및 업데이트 사항들을 알려드립니다.

(1) <퀘스트> '매지션의 졸업식' 추가. 15레벨 이상의 매지션은 게론에게서 졸업시험을 받게되있습니다. 졸업시험을 통과하면 마나의 지팡이를 얻을 수 있으며 이 아이템에는 유효타격을 입힐시 상대방의 10MP를 빼앗아오는 기능이 있습니다.

(2) 오크 다리에서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텔레포터 1186를 추가하였습니다.

(3) 몬스터 수정 : 해골 종류의 몬스터와 스파토이가 '낮시간에는 약해지도록 수정하였습니다.

(4) 상점에 새로운 아이템인 '지도'가 추가되었습니다. 이를 구매할 시 현재의 캐릭터 위치가 지도상에 표시 됩니다.

(5)셸로브가 초심자의 섬에서 출현하는 비율을 1/3로 낮추었습니다.

(6) 여관의 사용 시간이 4시간으로 늘었습니다.

(7) 토템은 종류별로 겹치기가 가능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

(20) 안사락스가 돌아왔습니다. 기존의 버그는 모두 수정되었으며 더욱 강력해진 만큼 안사락스의 공략은 매우 험난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확실한 준비와 각오로 무장하시기를 거듭 당부 드립니다...』

플레지의 업데이트 소식들이었다.

'드디어 나왔군.'

마나의 지팡이.

매지션의 전력을 대폭 강화시켜주는 아주 훌률한 아이템이다. 이것이 추가된 것만으로도 쾌재를 부를 정도인데 안사락스마저 돌아왔다고 한다.

자잘한 녀석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보스 몬스터의 귀환!

두 팔을 벌리고 열렬하게 환영할 따름이다. 아울러 엠씨소프트가 안쓰러워졌다.

'얘들이 아직 모르나보네. 안사락스가 강화되었다고 해도 마나의 지팡이랑 같이 내놓으면 그 효과는 반감되거든.'

잡지 말라는 몬스터와 사냥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장비를 함께 내놓는다니. 개발사가 나중에 알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뻔하다.

기쁜 마음으로 홈페이지와 기타 게시판의 현황을 구경했다. 이후 퇴근시간이 되기 무섭게 우리 전용의 게임방인 간석동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실내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녀석들은 친구가 들어왔는데도 본체만체하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뭐가 이리 번잡스럽냐? 급한 일이라도 생겼어?"

"여~ 왔어? 급한 일은 오늘 생겼지."

"너님이 말한 지팡이가 오늘 나왔잖아. 엄청 고가에 팔릴우리들의 귀염둥이가."

진수와 성찬이가 바삐 손을 놀리며 대꾸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정하고 투자를 해보기로 했음!"

"와장창 할 정도로 크게!"

"큰 투자라니?"

"흐흐흐. 이것을 보시라~"

두 친구가자랑스럽게 말하는투자. 그것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일이었다.

"시중에 나온 지팡이를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그러니 우리가 직접 생산하는 거야."

아르바이트생에게 3일짜리 계정을 꾸준히 만들어서 15레벨의 매지션을 양성한다.퀘스트를 마치고 보상인 마나의 지팡이를 현금으로 직접 구매한다.

"지팡이 3개당 1만원으로 사면 게임하는 만큼 돈이 팍팍생기는 셈이지. 알바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음!"

"돈은 계좌로쏴주면 되니까 알바도편하고 나도 편하지."

"실제로 만나고 자시고가 필요 없으니 이 얼마나좋은 일이냐. 어때? 우리가 머리 써서 만들어낸 방법이?"

포인트는 직접고용이 아니라는 점.

'이 녀석들이 요런 발상을 해낼 줄이야.'

장난스럽게 '너만빼면 우리도 거물이라고~'라고하던 것이 아예 빈맡은 아니었나보다. 실제로 이 시점에서는 선구자적인 저방법은 나중에는 심심찮게 사용되는 방식에 들어가니 말이다. 그런 것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스스로 선택해서 진행한다는 점은 대단했다.

"잘해봐라."

"당근이지"

씨익 웃은 진수가 내 어깨를 터 짚으며 사극 톤으로 말했다.

그런데마이 베스트프렌드여! 한가지를 알아야한다네.

이 마나의 지팡이는 언제까지 모아둬야 하는 것이느뇨?"

"우리에게는 팔아야 할 타이밍이 필요하오!"

성찬이까지 가세하는 꼴에 나 역시 장단을 맞추었다.

"오래."

"오래?"

"아주 오랫동안 묵혀야 하외다."

둘이 장난스러운 표정이 한 번에 가셨다.

"헐? 야. 이거 그때까지는 막말로 현찰이 빠져나가는 계획이라고."

"그런데 오래라니?아주 오랫동안이라니! 얼마나묵혀야하는 거냐?"

'대충 2년에서 3년사이에퀘스트가사라졌던 거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흐름을 알기는 하지만 정확한 시기까지 기억나지는 않았다.

완벽한 핀 포인트를 짚어주지는 못하니 최대한 근사치를 찾기로 했다.

'퀘스트가 사라진 다음에 마나의 지팡이 가격이급등하기는 하지. 그런데 이후로도 대략 3년간은 꾸준히 상승하거드)

때문에 바로 정리하기 보다는 그만큼 기다렸다가 정리하는 것이 더욱 이득을 볼 수 있다. 즉, 투자는 2~3년간 하고 남은 3년은 묵혀놨다가 잘 숙성되었을 때 팔아버리는 막대한 이익을 보게 된다.

여기서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예측이 어떻게가능했는지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

퀘스트가 사라지는 시기와 아이템 값이 오르는 시기 등등에대해서 어떻게알려주고설득시키느냐는 부분이다.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친구들이라서 참 편하게 넘어갈 수있다.

"6년."

"6년이나?"

이거면 된다.

"망할. 엄청나게 장기투자네."

"까짓 거 해보지 뭐. 오케이. 그때까지 작정하고 질러주게 겠음!"

그간의 내 행보와 우정이라는 보정 수치가 더해져서인지

'그런가보네' 하고 수긍해버린다.진수와 성찬이의 성격이 무던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내심 웃으며 녀석들을 응원했다.

'힘내라. 나는 무려 15년 이상을 보고 텐션에 장기 투자 했으니까.

장기 투자의 선배인 셈이다.

물론. 물론 그 전에 빼먹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다 빼먹을 계획이라 마냥 묵혀두어야만하는 아이템과는 비교할수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사무실까지 왕림해주신 거 보면, 안사락스가 부활했다는 소식 때문이겠지?"

"그동안손가락만빨던 레이드 팀이다시부활하는 거냐?"

"당연하지."

"오오!"

"녹색 용 둘리 잡으러 가자!"

"그런데 바로는 안 돼."

"엥?"

"왜?"

"부활한 안사락스가 얼마나 강력한지 확인을 해봐야지."

이번 안사락스의 부활은 본래의 내기억과는 완벽하게 달라진 부분이었다. 꿈속의 미래정보에 따르면 플레지의 안사락스는 현 시점을 기준으로 1년간은 아무도 공략을 못한 보스 몬스터에 속한다.

이것을 초창기에 때려잡았고 용의 공격을 유저가 정면으로 견뎌내는 방식으로 이루어 냈다. 당연히 개발사의 업데 이트 그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정보가 중요해. 패턴을 얄아낸 다음에 어떻게 공략을 해야 하는지 전략을 짜야 하니까."

"그게 정상적인데,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되게 낯설다?"

"너님은 나타날 때마다 정답을 가져오는 타입이었거든."

"신소리는 그만하고 같이 가보기나 하자. 6층까지 커버좀 해줘."

안사락스를 확인하는 목적으로 혼자 가는 것은 미친 짓에 들어간다. 너무 많은 몬스터들 탓에 몰려서 움직이지 못하거나 가는 길에 상당한 물약을 소모하게 될 것이 뻔하다.

"우리 말고 길드 애들이랑 가삼."

"자판기 신경 쓸 거 많아. 돈 벌어야 해서 곤란해."

"그럴 수는 없지. 길드원들을 어떻게 막 부려먹냐?"

"헐~ 윤 사장님 말씀하시는 거 보소?"

"우리는 막 대해도 되고 길드원은 안 되냐?"

"어."

"헐~ 윤 사장님 대답 단호한 거 보소?"

"젠장. 내가 더럽고 치사해서 같이 가 준다."

투덜투덜 거리면서 녀석들은 컴퓨터 자리를 옮겨 매지션캐릭터로 접속했다. 둘 다 이번 업데이트가 되자마자 마나의 지팡이부터 매입한 모양이었다.

진수와 성찬이는 각각 +7 강화를 마친 상태의 아이템을 들었다.

이 정도면 현재의 시점으로는 무한한 를 보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마나 걱정이 없으면 마법의 효율은 당연히 높아진다.

주로사용하던 스킬의사용 횟수가늘어나는 것뿐만이 아니다. 사장되다시피 했던 마법이 재조명받게 되어서였다.

"역시 해골에는 턴 언데드! 이거 마나 걱정 없이 쓰니까

장난 아닌데? 애들이 막 바스러져."

"드디어 매지션도 레벨 업 걱정을 덜어도 되는 시대가 찾아오는구나."

희희낙락하는 진수와 성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지 션 캐릭터의 초창기부터 존재해온 마법인 턴 언데드는 단한 번에 언데드 몬스터를 죽여 버리는 대단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나 인기는 별반 없는 편이었다.

많이 써봐야 25번이 한계여서다.

'확률 마법.

턴 언데드는 확률성 성공 마법이다. 성공한다면 일격에 언데드를 잠재울 수 있지만 실패할경우 }/『만 허공에 붓는 양상이 되어버린다.

높게 쳐줘서 70%의 성공률을가지고 있다고 해도 309%는ㅑ8를 낭비하는 셈이었다. 이럴 바에는 소환수들과 같이 때려잡으면서 치료 마법을 사용하는 편이 철씬 경제적이다.

그리고 마나의 지팡이는 이런 고민거리들을 싹 날려버렸다.

소환수를 소환하고서 언데드 몬스터들은 턴 언데드 마법으로 잡는다. 그 이외의 녀석들은 지금까지처럼 소환수와 함께 때려잡는 것이다.

"턴 언데드는 쾌감이 있어."

"한 방에 뽀작! 부숴지는 맛!"

언데드가 넘쳐나는 용의 던전에서는 안성맞춤인 사냥 방식이었다.

게임을 즐기는 우리들답게 용의 던전 7층까지를 신바람나게 내려갔다. 사냥은 진수와 성찬이가 했지만 마나의 지팡이를 쓰면서 쾌재를 부르는 모습을 보자니 나까지도 덩달아서 재밌어졌다.

"드디어 7층 도착!"

"태식아. 안사락스는 너 혼자 확인? 같이?"

"당연히 혼자하지."

기존의 안사락스조차도 브레스한 방에수많은 고레벨유

저들을 눕혀버리곤 했다. 이런 판국에 개발사가자부하리만큼 업그레이드마저 이루어졌다.

같이 들어가는 건 그냥 나 혼자 살겠다고 친구들을 고기 방패로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케이."

"그러면 관람객 모드로 자리를 바꿔보겠음."

드르륵-

의자를 쭉 밀고 은 두 명이 내 양옆에서 모니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7층에 진입했다.

이제 하나씩 확인할 차례.

"맵 디자인이나 별다른 오브젝트는 없고.'

어렵게 만든답시고 7츰마저도 자잘한 몬스터가 배치되었으면 어쩌나, 아주 조금은 우려했는데 다행히 그런 방식은 선택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오래도록 잠수함패치를 감행했는데 결과물을 그

런 식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사락스의 디자인 역시 그대로."

오랜만에 마주한 안사락스.

용가리와 닮은꼴인 외관 역시도 바뀐 부분은 없었다.

ㆍ그렇다면 패턴의 변화나 데미지 상승이겠구나.

에상하고 맑은 물약을 먹어주면서 바로 돌격했다. 마주해오는 1차 공격은 용의 숨결!

-쿠아아!

아니나 다를까. 확 뿜어지는 안사락스의 브레스에는 두가지가 달라져 있었다.

데미지 상승!

"꽤 아픈데. 이 정도면 매지션만이 아니라 엘프들도 한 방에 누워버리겠어."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독까지 걸린다?'

이전의 브레스는 '지릉 안사락스'라는 콘셉트에 충실할정도로만독의 속성을 지니고있었다. 확률성이었으며데미지도 통상의 것들과 다르지 않았다. 초당 -1이라서 화면을 가리는 녹색안개 같은 귀찮음을 제외하면 사실상 치명적인

부분은 없었다

쿠분는 없었다.

반면에 지금의 브레스는 독이라는 본질에 충실했다.

"태식아. 피가 40씩 빠지는데?"

"운몽이 캐릭터가 저렇게 쭉쭉 빠질 정도면... 이거 살벌하긴 하네."

플레지에는 총 3가지의 독이 존재한다.

첫째는 마비의 독.

주로 구울이 사용하는데 중독되고서 일정 시간 내에 해독하지 못하면 마비가 되어서 물약도 마시지 못한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는 침묵의 독.

현재가스트가 사용하며 효과는 스킬과 채팅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비와 같은 개념에 속하지만 몸 전체가 아닌 혀만 마비시키는 타입이었다.

셋째는 주기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일반적인 독이다.

체력을 도트 데미지로 가먹는데 플레지에서 이를 경계하는 유저는 없는 편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초당 1이 줄어드는 것이 고작이라서 번거로울 뿐이니 크게위협적이지는 못했다.

반면에 안사락스는 40씩 줄어들었으니 여타 몬스터의 40배는 강력한 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만하면 나중에 나올 라미아의 독보다도 강한 수준이야?

그리 생각하다가 내심 웃어버렸다. 최강의 보스 몬스터인 지륭의 독이 고작 일반 몬스터만도 못한 것 자체가 콘셉트 상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지금이 정상적인 셈이었다.

어쨌거나 이러면 해독 아이템이 필수가 된다.

'지금은 없으니까 물약으로 버티고.'

남은 패턴을 더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근접전의 차례다.

'이쪽 데미지는 예전 그대로네.'

다행히 발길질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대신 근접한 상태여도 안사락스가 여전히 브레스를 사용한다는 점만 예전과 바뀐 부분이었다.

하지만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이점은 운영자가 버그임을 거듭 확인했을 때부터 짐작했다. 아울러 땅에 숨어서 체력을 회복하는 패턴 역시도 개선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여기까지만 보자. 중독 데미지가 빡세서 더는 못 버티겠

물론 2페이즈에 돌입하면 다른 패턴이 나올는지는 모른

다. 하지만 나 혼자서 거기까지 확인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해독 포션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더 버티려다가는 모두가심혈을 기울이는 구운몽 캐릭터가죽어버릴 판국이었다.

이 정도만 알아내도 충분하다.

바로 귀환의 돌을 사용하여 마을로 돌아왔다. 이때 잠깐렉이 발생했는데 그 탓에 약간의 체력적인 여유를 갖고 귀환했음에도 자칫 구운몽 캐릭터가 사망하기 직전에 이르렀다.

"약! 약 먹어!"

"으아아! 눕는다"

'아! 깜짝이야.

나보다도 구경하는 진수와성찬이가더 호들갑이었다.귀가 따가워서 움찔했다가 얼른 대처했다.

재빨리 맑은 물약을 마셔서 회복하는 채로 상인 1186에게 해독 포션을 구매하여 사용했다. 이로서 중독 상태를 해

제한 후에야 친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저거 어떻게 잡냐? 브레스 계속 사용하던데?"

"구운몽이야 버틴다지만 우리들은 그냥 녹아버릴걸?"

"글쎄다. 지금부터 짱구 좀 굴려보자."

지금까지의 내용들을 토대로 공략법을 정리해보았다.

우선 안사락스가 강력해지기는 했다. 그러나 내가 탱킹할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약간 상향되었으나 그만큼 드래곤 슬레이어의 '브레스 데미지 반감 효과가 더욱 커진 셈이었다.

'안사락스는 브레스를 사용할 때는 평타로 공격을 하지 않았거든.

상승된 브레스이지만 드래곤 슬레이어가 위력을 반감시킨다.

그 사용횟수만큼 위력적인 평타 공격이 줄어들었다. 때문에 나에게는 예전이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었다.

문제는 나만 버틴다는 것이다.

:팀원들 전부한테 +8강화 마방 세트를 지급하는 건 미친짓이고.'

유지중인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제아무리고강화 장비를 착용해도 매지션은 체력의 총량이 적다. 종잇장 같은 몸으로는 세트를 맞춰봐야 견뎌낼 도리가 없었다.

즉,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브레스를 버티는 것이 아니라 브레스를 사용하지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물론 존재한다.

"오크 숲으로 가야겠어."

< 지팡이 업데이트 > 끝

"에? 거긴 왜

"안사락스 잡으려고."

"오크 숲에 안사락스를 약하게 만드는 무슨 퀘스트라도 600

"아니. 가스트가 있지"

전혀 모르겠다는 두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내가 선택한 안사락스의 브레스를 봉인하는 방법은 플레지의 3가지 독 중에서 침묵의 독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브레스도 엄연히 스킬이니까 이 독에 걸리기만 하면 안사락스는 근접공격밖에 할 수 없게 돼."

플레지는 테이밍 되는 순간 자신의 스킬을 상실한다거나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몬스터는 고유 스킬을 여전히 사용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하면 안사락스에게 침묵의 독을

걸 수 있었다.

"오오! 그런 방법이!"

"그런데 가스트가 안사락스한테 접근이나할 수 있겠어?

개가 공속은 빨라도 이속은 영 엉망이잖아. 가다가 브레스한 방에 죽을 걸?"

"당연히 죽지. 그럴 때마다 살려야 하고."

"부활"

"돈 엄청 깨지겠는데?"

"안사락스 잡아서 나오는 것에 비하면 푼돈이지."

마법석인 부활의 돌을 통해서 테이밍된 몬스터가 죽자마자되살린다. 그렇게 조금씩 접근시키다보면 아무리 이동속도가느린 가스트라고 해도 언젠가는 안사락스에게 접근할수 있다.

'유저들만의 레이드 파티를 끝까지 고수하고 싶었다만.'

딱 보는 순간 꼼수라는 생각보다는 당당하게 이겨냈다는 느낌을 주는 데에는 기존의 방식이 더욱 그럴듯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으니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여기서 멤버를 교체했다.

"이제 너희들은 쓸모가 없어졌다. 바쁜 너님들은 가서 자판기를 돌려라!"

"헐!?"

"왜12

안사락스 공략에서 매지션의 테이밍은 마법은 쓸모가 없다. 이유는 가스트가 죽어버릴 경우 부활시킨 후 다시 공격명령을 내려줘야 하는 것에 있다.

죽을 때마다 재차 내려줘야 하는 공격명령. 이것은 안사락스가 화면 내에 들어와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 범위는 브레스의 범위와도 같다. 그러니 종잇장 같은 매지션으로서는 테이밍한 몬스터랑 주인이 사이좋게 죽어버리는 결과만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엘프가 써줘야 한다는 말씀."

5클래스의 마법인 테이밍을 엘프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40레벨이 되어야 한다. 필드에서는 레벨만으로도 고수로 인정해주는 높은 레벨이다. 하지만 우리 길드에는 매우 흔한 수준이다.

"그런데 6층까지 내려가는 건 또 노가다잖냐."

"우리 빠져도 괜찮음?"

"자판기 하느라 바쁘잖냐."

"그럴 거면 진작에 빼줬어야지!"

"쉬는 김에 더 쉬련다. 얼른 범이나 불러."

'예쁘지도 않은 것들이 츤츤거리기는.'

피식 오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 [귓속말] 구운몽 : 범아. 사냥 중?

- [귓속말] 범 : 아! 형님 오셨어요? 지금 바로 갈까요?

- [귓속말] 구운몽 : 어. 조금 전에 왔다. 오크 숲 카신으로 와라.

- [귓속말] 범 : 예이~ 바로 가겠습니다~

순간이동 조종반지쯤은 길드 멤버들에게는 흔한 액세서리에 속한다.

범이가 단박에 날아왔다.

- 범 : 형님. 저 왔습니다~

- 구운몽 : 범아. 가스트 하나만 꼬셔봐.

- 범 : 가스트요? 가스트는 왜요?

열심히 진수와 성찬이에게 했던 말을 죄다키보드로 재탕하려니 갑자기 지치는 기분이었다. 이럴 때는 나이와 계급으로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 구운몽 : 일단 해봐.

- 범 : 예이~ 아 맞다! 저 그런데 마돌 없어요;::

소비 아이템인 마나의 돌. 금방 오라는 말에 득달같이 날아왔으니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럴 때는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 다 해절된다.

"진수야. 마돌 가지고 와라."

"싫은데? 내가 네 이동 창고냐?"

"퍼뜩 뱉어라."

"싫다. 그런데 몇 개 필요하냐?"

"60개"

"안 가!"

말은 저리하면서도 귀환하더니만 바로 챙겨서 다시금 날아왔다.

그렇게 범이는 마나의 돌 70여개를 받고서 가스트를 무난하게 테이밈했다.

이제 테스트를 하면 된다.

- [귓속말] 구운몽 : 물약 가득 챙겨서 용던 입구로 와라.

- [귓속말] 범 : 어?형님 설마 안사락스트라이 감니까?

- [귓속말] 구운몽 : 바로는 아니고 공략법에 대한 시험중이야.

- [귓속말] 범 : 알겠습니다~ 와~ 이거 저랑 해서 성공하면 천하의 구운몽 형님과 함께 공략법을 찾아낸 인물이 되는 거잖아요! 대박이다!

별 게 다 대박이다 싶다.

- [귓속말] 구운몽 :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빨리 준비해서 와. 그리고 엔트의 가지도 많이 챙겨. 브레스 맞으면 독걸리더라.

- [귓속말] 범 : 브레스요? 이제 브레스도 맞으면서 잡아야돼요?

- [귓속말] 구운몽: ㅇㅇ 꾸준하게 번갈아가면서 쓰더라.

- [귓속말] 범 : 넵~ 알겠습니다~

이렇게 우리들 네 명은 새로운공략을 위해서 다시 7층에 장입했다.

- 구운몽 : 일단은 내가 가장 앞장설 거야. 그리고 매지션들은 안사락스 공격에 당하면 안 되니까 나는 안 보이고 범이만 보이는 정도의 거리를 맞춰서 와. 그리고 범이는 안사락스를 발견하면 바로 활 땡기고.

- 범: 예압~!

- 활성찬호좁 : 매지션'들'이라니! 이름을 불러라!"

- 윤진수호좁 : 맞다!

- 구운몽 : 알았다 쌍호좁들아.

- 황성찬호좁 : ...기분 나쁜데?

- 윤진수호좁 : 그냥 매지션 들로 쿨.

- 범: ㅋㅋㅋㅋㅋ

- 구운몽 : 가자.

2차로 안사락스 테스트를 시행했다.

- 쿠아아!

안사락스의 입이 열림과 동시에 초록색의 가스가화면을 가득 메운다. 그와 동시에 범이의 체력이 빠른 속도로 쿨어

들었지만 진수와 성찬이의 힐 원조로 버텨냈다.

그상태로 화살을 연신 쏘았고 가스트들은 느릿느릿하게 안사락스 쪽으로 이동했다.

'쥔짜 욕 나오게 느리네.'

원래도 이동속도가빠른 몬스터는 아니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욱 느리게 느껴진다. 결국 안사락스와의 거리를 절반 쯤 줄였을 때 브레스가 다시 날아왔고 의심할 것도 없이 가스트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 구운몸 : 부활.

- 범:넵.

범이는 가스트가 쓰러짐과 동시에 바로 붙어서 가스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되살아난 가스트는 세 걸음도 가기 전에 다시 브레스를 맞고 쓰러졌다.

"답답해서 내가 죽어버릴 것 갇아."

"태식아. 차라리 여러 마리 데려오는 게 낫지 않냐?"

"어차피 범위 데미지야. 많으면 그만큼 눕는 놈들도 많아

지고 부활하느라 손만 바빠져."

가스트를 5번 정도 부활시켰을 때 비로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드디어 녀석들이 안사락스를 향해 빠른 주먹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또 죽었다.

"완전 개 허접해!"

"구려! 가스트 약해!"

나름대로 꽤 악명이 높기는 하지만 가스트는 일반 몬스터다. 최강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버틸 수 있을리 만무하다.

결국 근접한 상태에서도 가스트는 몇 번이고 죽었고 그때마다 다시 부활을 시키는 일이 반복됐다. 덕분에 범이는 활을 들고 안사락스에게 거의 근접한 채로 활 공격을 하는 중이고 진수와 성찬이는 안사락스의 브레스의 범위에 거의 아슬아슬한 위치에 서서 힐을 걸어주었다.

'설마 안사락스한테는 이런 상태이상은 안 먹히도록 한건가?'

두자리 숫자가 넘어가도록 죽고 부활시키는 일이 반복되자 없던 의구심마저 생겼다.

그 무렵. 타이밍 좋게 가스트가 일을 해냈다.

"어? 안사락스 이거 독 걸린 거 맞지)"

"원래 녹색이라 헷갈리는데? 맞나?"

"맞는 거 같은데?"

독에 걸리면 초록색으로 변하는데 안사락스는 원래부터 초록색깔이라 시각적으로는 참 애매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안사락스가 독에 걸렸다고 확신할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브레스를 쓰지 않고 근접 공격만을 해서였다.

이러면 이야기가 완벽하게 달라진다.

"이거 4인 레이드 가능하겠다."

"이걸?"

"우리 넷이서?"

"마나의 지팡이 있잖아. 서먼으로 버그 소환한 다음에 일제히 공격시켜. 너도 같이 때리면서 마나 회복하고 채워지는 족족 마법을 갈긴다. 그동안 가스트도 두드려 패니까 독

이 유지될 것이다! 오케이?"

안사락스는 드래곤답게 MP가 많으며 회복속도 역시도 엄청나다. 매지션 유저의 입장에서는 거의 전지전능한 수 준이니 아무리 지팡이로 빼앗아도 절대로 바닥나지 않는 셈이었다. 여기에 버그 베어 8마리와 같이 공격을 한다면 오히려 효율은 더욱 높아진다.

"오오! 대박!"

"가자"

충분히 확실한 가설!

희희낙락해서 일제히 공격하고 마나를 회복하며 퍼부어댔다. 이렇게 스킬을 난사하는 싸움이 몇이나 되랴싶을 정도다.

하지만 딱 한 가지를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

-쿠아아!

느닷없이 뿜어진 안사락의 브레스 공격!

크억-! 어억!

침묵의 독이 유지시간을 마치고 풀려버렸다.

긴긴 시간을 연신 때렸는데 추가로 독을 걸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브레스 한 방으로 그 많던 버그베어와 가스트, 매지션이 몰살당하고 말았다.

"가스트 새끼! 가스트 이 조루독 새끼!"

"으아! 망했어! 내 경험치!"

50 음... 미안-...

울분에 찬 두 친구를 두고 얼른 키보드를 두드렸다.

'살사람은 살아야지.'

- 구운몸 : 범아 귀화...ㄴ...

쉬링!

'철 빠른 판단일세.'

범이는 진수성찬이 쓰러지자마자 상황 파악을 마치고 곧

장 귀환했다. 나 역시 '환'이라는 말을 치지 않고 재빨리 마을로 돌아왔다.

휘링!

녹색 안개가 싹 사라진 깨끗한 마을.

그굿에서 두 녀석이 연신 푸념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그 시간이 짧았는데 이는 다른 가능성을봐서였다.

"공략법은 100%로 나온 거고, 태식아. 저거 가스트 독만 유지되면 초 소수정예로 레이드 가능한 거 아니냐?"

"우리끼리 완전 독식 가능할 삘인데? 맞지? 그렇지?"

10명, 20명과 나눌 필요도 없는 독점 파티!

그대박의 기대감이 경험치의 상실감을 어루만져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두 친구의 욕심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간단한 현실인식이면 충분했다.

"물론 가능하지."

"흐흐흐"

"먹자!"

"그런데 빅사리 날 때마다 너네만 죽어."

"...아! 가스트 새끼브

"쪽수로 어떻게든 보강하면 안 될까?"

"그럴거면 안전하게 레이드 팀을 굴리는 게 나아. 플레지 경험치는 너희도 알다시피 극악이니까."

주사위를 굴려서 1~5가 100번 나오면 심리적으로는 이렇게 기대한다. '다음은 6이 나오겠지'라고. 하지만 확률은 언제나 1/6이다.누적되어서 특정숫자가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초기화되어 똑같이 적용된다.

가스트의 독은 걸릴 수도 있다. 숫자를 늘리면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불발이 나면 전멸이었다.

"그냥 예전 파티 정도만 되어도 꿀 빨았잖냐."

"아깝다. 으으!"

녀석들은 아쉽기는 하지만 곧 그 감정을 떨쳐냈다.

- 범 : 형님! 이거면 다 된 거 맞죠? 드래곤 레이드 팀 부활!?

- 구운몸: ㅇㅇ

- 범 : 예쓰! 알겠습니다! 바로 전달할게요!

뒤이어 소식은 레이드 팀원이 다시 뭉칠 수 있는 신호탄이되었다.

업그레이드 된 안사락스는 연락 받은 팀이 집결한 이듣날, 즉시 깔끔하게 사냥했다. 구성 인원은 이전과 동일했는데 대신 구성에는 변화를 주었다.

이번에는 용사 콘셉트를 버린 만큼 테이밍을 적극 활용한것.

매지션은 장로를 테이밍해서 딜량을 높였고 엘프는 전원이 가스트를 테이밍 하여 침묵의 독을 거는 확률을 끌어올렸다.

이 판단은 매우 유효했고 계획대로 안사락스를 잡아내는것에 성공했다.

- 구운몽 : 수고들 하셨습니다.

- 세이하 : 우와 운영팀 빡치겠네요. 기껏 수정해서 꺼냈는데 당일에바로 공략법 찾아내고 이튿날에처리했으니 ㅋㅋㅋㅋ

- 비전 : 안사락스는 여전히 든든한 우리의 돈줄!

- 구두름검 : 그런데 어째 강해졌는데 더 잡기가 쉬워졌습니다?

- 구도자의길 : 마나의 지팡이. 이게 정말 물건입니다.

MP를 수급할 수 있게 된 매지션.

이들 덕분에강력한 공격마법을 사용했고 또한테이밍 덕분에 안사락스 사냥은 이전보다 훨씬 더 여유가 생겼다.

가스트가 안사락스에게 침묵의 독을 거는 과정까지만이 문제 될 뿐, 딱 한 번만이라도 적용된다면 그때부터는 조금도 걱정할 이유가 없는 셈이었다.

다만, 긴박감은 줄어들었지만 뜻하지 않은 난제로 예전만큼의 1일 2회씩의 사냥은 하지 못하였다. 이유는 안사락스에게 추가된 스킬인 버로우 때문이었다.

-세이하: 악! 또 숨어?

- 범: 아... 무슨 두더지 게임도 아니고 완전 짜증나네요!

- 지옥검 : 또 기다림의 시간이구나.......

안사락스는 지름이다. 기본적으로 땅에 대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이번 업데이트로 위기를 느끼면 땅 속에 숨어버리는 확률성 패턴이 생겼다. 이따금 손실된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는 나오지 않는 것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몬스터 중에서는 스파토이가 이와 유사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사락스의 버로우는 그보다 철씬 악질이었다.

- 황성찬허좁 : 나와라! 나와!

번쩍!

- 활성찬허좁 : 디텍을 쓰는데 왜 나오지를 못하니. 아이고!

스파토이는 마법인 디텍션을 사용하면 버로우 상태가해제된다. 그러나 안사락스에게는 어떤 것도 통하지가 않았다. 땅 속에 숨어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닭 쯧던 개의 심정으로 지붕만 쳐다보게 된다.

들어갔던 녀석이 땅위로 다시 나오는 시기는 단 하나.

소모된 체력이 모두 채워졌을 때다. 쉽게 말해 풀피가되어야만 밖으로 나온다는 말이고, 이는 처음부터 다시 사냥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음과 동시에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래서 2회 사냥이 불가능하게 됐다.

그나마 회사에서 퇴근하고 온 직후에 진행하는 저녁 레이드면 기다려볼 법 하지만 출근 전에 진행하는 오전 레이 드에서 버로우를 해 버리면 답이 없었다.

'맞아. 첫 드래곤 슬레이어 팀도 결국 이것 때문에 사냥을 몇 번 못한 거라고 했어.'

우리야 물약과 테이밍에 사용하는 마나의 돌, 부활의 돌정도만 있으면 안사락스 사냥이 가능하지만 초창기의 레이 드 팀은 안사락스의 데미지를 담당해 줄 탱커용 몬스터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때사용된 몬스터가싸이클롭스였고 이 몬스터는 테이 밍 하기 위해서 메이플 완드로 변신을 시켜야 한다는 추가 조건이 들어갔다. 메이플 완드는 상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필드 드랍용 아이템. 이를 400회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을 모으는 등의 노력이 추가된다.

때문에 드래곤 레이드는 1회 시도에 100만~200만 골드의 지출이 발생했다. 이토록 큰 준비와 작정을 하고 돌입했는데 지금처럼 안사락스가 버로우로 숨어버리면 어떻게될까.

'날아가는 거지.

여러모로 여유 있는 나와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른 이들이 초창기 드래곤 레이드 팀이었다.

그리고 안사락스의 버로우는 해결법을 그들조차도 찾아

내지 못했다. 이는 있는데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당초부터 엠씨 소프트가 불가능하게 설정한 것이라고 보아도좋다.

'운영팀에서 바로 반응할 줄 알았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건 좀 의아하다만.'

나로서는 나쁠 것이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길 따름이다.

< 지팡이 업데이트 > 끝

- 구운몽 : 해산하고 저녁 레이드 때 봅시다.

- 지옥검 : 알겠습니다. ㅜ.ㅜ

- 세이하 : 안사락스 미워요. ㅠ.ㅠ

- 범 : 오늘은 복권 안 사야겠어요. ㅠㅠ

하루의 시작을 레이드와 함께하다보니 오늘의 운세를 점치는 역할도 이눔이 하는 마당이었다. 그리 메시지를 남기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님은 이만 출근할 테니 자판기 관리 잘 해. 기분 나쁘다고 꼬장 부리면 안 된다."

"너는 안 억물하냐?"

"나는 이게 번번이 이러니까 약이 엄청 올라."

솔직히 말하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다지 억울하다거나하는 감정은 없다. 전과 달리 지금은 정말 재미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거고, 꾸준히 최강이라는 드래곤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 거니까.

"서버를 통들어도 우리 팀이 최고잖아. 게다가 가뜩이나 안사락스가 뿌려주는 템들 때문에 파묻힐 정도이고."

"그건 그렇지만..."

"좋게 생각해."

다른 아이템은 몰라도 악세사리는 정말 골칫덩이다. 이많은 녀석들을 꾸준히 쓰레기통에 버려서 삭제하는 것도 귀찮은 일. 그 정도로 아이템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

"하긴..다이아몬드도지금 너무 많아서처치 곤란이니까."

"맞아. 특히나 최고급 다이아몬드는 네 말만 믿고 열심히 모아뒀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야? 지륭님이 하도 선물해주셔서 사서 모을 필요가 없을 정도잖아."

"어허. 믿음이 부족하기는. 나를 믿고 걱정 말고 계속 모아둬"

현재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급 다이아몬드의 숫자는 무려 2.200개를 넘었다.

만약 이를 시중에 푼다면 30만골드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최고급 다이아몬드는 단번에 3만골드 이하까지 떨어

질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50~100개가 추가되고 있으니 처치 곤란을 입에 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만만하다. 드래곤을 잡는 파티는 오직 우리뿐이고 싸울아비 장검은 독식하게 된 마당이다. 이런 판국에서 플레지 운영팀이 할 선택은 싸울아비 장검의 제작 10를 앞당겨서 등장시키는 것이 된다.

'예전에도 그랬었거든. 애당초 제작 장비로 등장할 계획이 없었던 싸울아비 장검이 제작 아이템으로 등장한 이유가 초창기 드래곤 레이드 팀의 독식 때문이었으니까.'

결국 이번에도 동일하게 행동할 것이 분명하다.

'맞다"

싸물아비 장검 제작을 생각하다가 놓쳤던 한 가지를 떠몰렸다.

"야. 환전 난쟁이들. 아직도 있냐?"

"환전 난쟁이?"

"있는데

'오호!"

내가 확실히 돈이 많아지기는 했다. 짭짤한 골드 벌이가 아직 남아있는데도 흘려넘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플레지는 여가생활이자즐기는 대상으로만 여겨서인 것 같다.

'그래도 생각난 김에 챙기고 가야지.

알면서도 놓치고 가면 괜히 손해본 기분에 빠지곤 한다.

악착같이 모으지는 않더라도 적당히 챙기기는 해야겠다.

"지금부터는 다이아 사는 건 보류해두고 골드에 여유가 되는대로 최고급 사파이어를 모아둬."

"응? 어차피 이제 골드 무게도 사라져서 최사..."

"아!"

진수가말하는 사이에성찬이가손뻑을 치켜끼어들었다.

놀라움과 기쁨의 표정을 지었는데 그것은 깨달은 자의 얼굴이었다.

"우왁! 뭐냐? 그 표정은1?"

이를 본 진수가 기겁했다. 성찬이는 오히려 가소롭다는

투로 대구했다.

"아직도 모르겠냐?"

"뭐가?"

"골드 무게가 사라졌잖아. 그러니까 사둬야지."

"그러니까 왜?"

"이 멍청아. 지금 태식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냐? 골드 무게가 사라졌다고"

"그러니까! 그게 왜! 무슨 상관이냐고! 이 똥멍충아"

"야이! 니가 똥멍충이지! 내가 똥멍충이냐!?"

버럭하는 두 친구를 내버려두고 나는 내 출근 가방을 챙겼다. 그 사이 격분한 녀석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짜샤! 골드가 무거워서 나온 아이템인데 골드가 더 이상무겁지 않으니까 존재할 이유가 없잖아. 그럼 환전소가 사라지겠지?"

"그렇겠지."

"그러면 최고급 사파이어는 이제 더 이상 환전의 용도가 아니게 될 거 아냐?"

"그런데 그게 뮈?"

"플레지는 꾸준히 업데이트가되고 있어. 나중에제작아이템에 최고급 사파이어가 들어가는 최고 아이템이 등장하

게 된다면? 사파이어 가격이 얼마나 올라갈 것 같냐?"

"어? 어어!? 그러네?"

"그래! 이 똥멍충아! 아니 똥똥멍충아!"

"뮈? 내가 똥똥멍충이면 너는 방구멍충이다!"

"뭐래? 똥이 더 더럽거든?"

'...나쟤네들 몰라요.'

두 바보들이 행여나 눈치 챌지 모른다. 나는 도둑처럼 은밀하게 빠져나와서 회사로 향했다.

**

한편, 엠씨 소프트의 두 선후배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태양 선배. 제아무리 구운몽이라고 해도 이번 안사락스는 못 잡겠죠?"

"형욱아. 당연한 소리를 몇 번이나 하는 거냐? 이번에 잡으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

"하긴, 수십 번이나 시뮬레이션했으니까요. 유저들 스펙

을 업그레이드시켜서도 했는데 전부 실패했었으니까."

"테스트에 시간이 휠씬 더 걸린 마당인데 잡 힐 리가 없지. 우리는 두 발 쭉 펴면 돼."

이는 자체 평가는 물론 수십 번의 데이터가 증명해 주는 내용이었다. 새로 업데이트한안사락스가 유저들에게 잡힐확률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를 확실하였기에 그들은 안사락스에 대한 로그를 확인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고 그 탓에 일찌감치 잡혔으며 유린당하는 상태임을 알지 못했다.

60. PC패키지, 딜을 걸다

강남역 인근의 술집.

세 남성이 앉은 자리에는 30분간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하아"

"후우"

"어휴"

축 처진 어깨와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그저 한숨만 내뱉을 따름이었다. 아마도 한숨 소리만으로 땅을 꺼트릴수 있다면 지금 들려오는 이 세 남자의 것이 이에 해당될 정도다.

그러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조소를 지었다.

씀쓸함 가득한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냐."

"그러게요. 시장이 이래버릴 줄은......."

"능력이 없어서그런 거지 뮈. 우리도 온라인게임이나개발하면 괜찮았으려나?"

비식거리며다시금 한숨을내쉬었다. 그들은 아마추어게 임 개발팀인 강과 바람의 기획팀장, 김무곤과재미소프트의 기획팀장인 김강철, 조이메가의 기획팀장인 성주환이었다.

가만히 소주잔만 바라보던 김무곤이 말했다.

"그래도 형님들 두 분은 게임을 팔지도 못하고 버리게된건 아니니까요. 우리 '힐'보다야 '액티브'랑 '아크록스'가 휠씬 사정이 낫죠"

그의 말에 성주환이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다. 차라리 게임을 못 팔더라도 너처럼 인정이나마받았으면 좋을 텐데."

"우리는 그냥 사람들이 별 관심도 없다."

김강철 역시 들고 있던 술잔을 입에 털어 넣고는 말했다.

"이슈조차도 없어. 그냥 아무도 몰라."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인데도 자학개그가 되어버리는 판이었다. 김무곤은 콩나물무침을 먹으며 화를 삭였다.

8"주환이 형님. 그런데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요. RTS라는 게 원래 다 비슷한 거 아닙니까? 형네 게임이 스타 드래프트를 표절했다고 악펑이 돌면서 안 팔리기 시작한 건데. 그 사람들은 아크록스를 제대로 해보기는 했데요?"

위로하고 대신 화를 내준답시고한 말인데 애석하게도 그의도는 제대로 된 성과를 보지 못했다.

"무곧아. 솔직히 말해서 내가 기획팀장으로 맡아서 제작완료를 한 거지만... 이건 표절을 안했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예거

상대가 인정해서였다.

얼떨떨해하는 후배에게 그가 말했다.

"원래 우리가 만들 게임은 아크록스가 아니라 퍼스널 오딧세이2였어."

아크록스는 토이맥스라는 대한민국의 게임 개발사에서 제작한 두 번째 RTS게임이었다.

첫 작품인 퍼스널 오딧세이가 엄청난 성공과 흥행을 일으키는 스타드래프트와 동시대에 발매를 하게되면서 시원하게말아먹고 '퍼스널 오딧세이2 대신 스타드래프트에 대항할수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기획으로 제작한두번째작품이기도 했다.

아크록스는 2000년에 처음 발매가 된 당시에는 제1희디지털 콘텐츠 대전에서 수상하고 문광부 공식 지정게임이 되었을 정도로 반짝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는 분위기만 풍기다가 사라져버렸는데 바로 국내 최고의 인기작인 스타드래프트의 표절 논란이 불거져서다.

이때 엄청난 공격과 뭇매를 맞았고 이는 매출에 반영되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게되고 말았다. 이것이 성주환으로 하여금 한숨만 내쉬게 만드는 배경이었다.

"그런데 IMF 때문에 게임을 개발할 돈이 없어지고 선배들은 다퇴사해 버렸지. 사람이 없는 바람에 덜컥 내가 팀장이 된 거잖아?"

"그랬었죠."

저런 속사정은 알지 못했다. 단지 팀장으로 진급했다니

까 마냥 축하했을 뿐이었다. 성주환은 소주잔은 내려놓고 물을 마셨다.

물맛조차 씁쓸하다.

"게임을 제대로 기획할 수 있는 선배들이 다 퇴사하고 나역시도 들어 온지 얼마되지도 않은 신참 개발자였지. 그런데 팀장이라잖아? 이런 판국에 나머지 애들은 오죽하겠냐?

할 수 있는 거라곤 기존에 잘 된 거 최대한 베껴서 만든 거지"

스타 드래프트와 비슷한 디자인.

오프닝 영상조차도 외계종족이 나오는 호러 영화를 그대로 베껴서 만들었다. 그러나 노력과 정성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단순 표절작이라 하기에는 완성도가 높았고 게 임 내의 밸런스 역시도 망하지만 않았다면 지속적인 패치로 맞출 수 있었을 수준은 되었다.

그러나 흘린 땀과 공들인 시간이 아깝다 해도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존재한다.

표절이라는 것이다.

"그랬군요......."

"이제 와서는 진짜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이 가득하니까악펑들이 쏟아져도 감내할 뿐이야. 솔직히 그렇잖아. 들린 말이 아닌데 내가 뭐라고 하냐? 다만, 노력 자체까지 모두 펌하해버리니까... 그냥모든 것을다무시해버리니까... 그냥... 그렇지"

"형도 마음고생이 많으시겠어요."

거듭된 위로에 픽 웃은 성주환이 김무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너만 하겠냐? 너희가제작한 게임이야말로 진짜잘 만들었던데. 그런 '힘'조차도 망하는데 우리야 약과지."

"별밀씀을요."

그의 말에 목 근처를 긁던 그가 여전히 침묵하는 김강철에게 말했다.

"게임의 수준으로 놓고 보면 강철 형님의 액티브만한 게 임이 없죠."

"그러면 뭐하냐?"

막상 당사자는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누구하나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데."

액티브는 대한민국 최초의 메카닉 FPS게임이다.

매년 6월마다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게임 쇼EEE2000에 출품하여 주목을 받으며, 아크록스와 마찬가 지로 꿈에 부푼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정작 국내시장에서는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상태였다. 문자그대로 존재감조차 없는 게임이 된 마당이다.

"아니지. 극소수의 매니아들 때문에 오히려 서버 유지비용만 나가는 판국이니까. 완전히 무관심은 아니지. 젠장!"

재미소프트의 기술력이야 알아주죠."

"맞아. 우리가규모도 작고 돈도 없는 회사지만 그래도 정말 게임을 만드는 기술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거든?"

김강철이 기획팀장으로 있는 재미소프트는 액티브를 제작하기 전에 엑스 툼 3D라는 3D 슈팅게임으로 주목을 받은 회사다. 또한 그 기술력을 인정받음으로서 이번 액티브에서는 확실한 성과를 확인할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졌었다.

그가 이렇게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이상할 것도 아닌 게 액티브는 국내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메카닉 685를 성공적으로 제작한 게임이며 소규모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엔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FPS하면 다들 일단 테이크3부터 떠올리잖아?"

액티브의 자부심은 FPS의 상징이라고불리는 테이크3와 견주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그래픽에 있다.

"그런데 망했지."

현재의 국내 판매량은 참담했다. 제작비의 절반도 건질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더욱 속이 상하는 것이다.

잘 만들었는데 돈이 되지 않는다. 반응조차 처참했다.

이러면 발전의 동력이자 동기가 완전하게 상실된다. 못

했으면 잘하면된다고 스스고 독려하는데 이건 그럴 수조차 없다.

"아 액티브는 진짜 너무 잘 만든 게임인데 국내 시장이 이러니..."

"하는 수 없지. 우리 게임이야 됐고, 무곤이 네 이야기나해봐라. 워낙에 인터넷에 많이 떠돌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한데, 당최 신빙성이 있어야지."

"맞아. 당사자한테직접 들어보자. 뭐가 어떻게된 거냐?"

김강철이 운을 띄우고 성주환이 재촉했다. 이렇게 판이 깔리자 어린 김무곤 역시 자신의 한탄을 털어놓았다.

"뭐 별 거 있나요? 대단한 건 없어요."

"그래도 해 봐."

"저희 게임이 피키에 번들로 나왔던 거 아시죠?"

"알지."

잡지 따위를 사면 끼워서 넣어주는 방식. 왜 그랬나의아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농락당한 것이었다.

"그거 때문에 제가 가서 '번들은 절대 안 된다' 막 소리치고 그랬거든요. 근데 무슨 얘기를 들었는 줄 아세요?"

"뭐라디?"

"토씨 하나안 빠뜨리고 그대로 읊어드릴게요.'그러게 계약서를 잘 보고 계약을 했어야지. 원래 우리는 너희 이렇게 쓰려고계약한 거야. 쉽게 말해줘? 너희는 그냥 이용당한 거야2라고 하더군요."

"진짜?"

"뭐 그딴 쓰레기 같은!"

아마추어 개발팀인 강과 바다.

이들이 RPG인 힐을 제작하고 당한 대우에 그들이 당연히 격분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가관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K사한테 투자 받아서 게임을 만든 거라서 저작권도 절반씩이고 계약서는... 아오! 젠장. 그따위로 이미 해버렸다는데 뭐를 어쩌겠어요? 할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나와 버렸죠."

문제는 이튿날에 나왔다.

기다렸다는듯이하나의 소문이 인터넷에확퍼져버렸다.

"설마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그 내용들이냐?"

"네. '강과 바다라는 책임감이 좆도 없는 새끼들이 자기네 회사에 가서 컴퓨터들 연결선을 다 끊어버리고도주했다'는 거였죠. 완전 우리를 몰상식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데...와아. 그거 보고 미치겠더라고요."

"완전 양아치들이네."

"다행히 유저분들은 개네보다 저희 말을 믿어줘서 다행이었는데... 진짜 더는 상종하기도 싫어요."

"그래! 진짜 상종도 하지 마라."

"투자자새끼들! 완전 개차반이야!"

비슷한처지의사람들이모여서 욕하고서로위로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적인 교류 이후에는 냉정한 현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상종 안 하면 방법이 없잖습니까."

"하긴 돈이 없지."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마음 같아선 우리 회사 팀장자리내려놓고 나오고 싶은데... 젠장. 나오면 할수 있는 게 뭐가있냐?"

그 말에 김무곤이 기대감을 안고 말했다.

"우리 셋이 뭉치면 진짜 뭔가 나오지 않을까요?"

RPG제작자.

RTS제작자.

FPS제작자.

"그 킹덤 언더 플레임 제작하는 친구 이야기 들어보니까, 개네가 이 세 가지 특성을 다 합친 게임을 만든다고 그랬거든요. 우리도 그런 거 만들면 되죠."

김강철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거긴 패키지가 해외에서만 50만장씩 팔리는 게임이야.

우리가 같이 비벼볼 레벨이 아니지. 단적인 예로, 너희 게임처럼 웨어즈로 출시 직전에 웨어즈로 풀렸었거는? 그런데 국내에서 팔린 숫자가 10만이라더라."

"헉겅

"비교할 수가 없어."

"그러네요. 괜히 주눅 드네. 이러면 저희가 불법복제 때문에 망했다고 말하는 게 그냥 게임을 못 만든 주제에 말하는 핑계 같잖아요."

"아니지. 아마불법복제가 아니었으면, 국내에 50만장을

팔렸을 게 10만장만 팔린 거지. 너희도 불법복제가 아니었다면 1만장은 팔리지 않았을까?"

"솔직히 3만장은 팔릴 게임이었다고 생각해요."

"와~ 3만? 역시 젊어서 그러냐? 포부가 대단하네."

전 세계에 500만장, 800만장이 팔리는 게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3만장을 거론하면 한없이 작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시장과 상황으로 볼 때 3만장은 꽤 성공한 게임의 지표였다.

"포부가 대단하면 뭐해요. 결국 결과는 2천장인데."

이쯤에서 김무곤이 으며 말했다.

제가 웃긴 거 알려드릴까요? 하루가 멀다하고 매장에서 저희 팀으로 연락이 오거든요. '게임이 매진 된지 한참인데 왜 안나와요?'라고. 그런데 《사에 가니까 700장이 쌓여 있더라고요."

"위건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3천장을 찍었는데 게임이 안 나가서 700장이 그대로 남은 거다'래요."

"매장에서 연락온다며?"

"그러니까요."

3,000장을다팔수 있었는데 일부러 2.300장만팔았다는 이야기였다.

"이게 말이 돼요? 그냥 우리 망하라고 하는 짓거리지."

이어지는 횡포의 퍼레이드에 통렬한 웃음만 나왔다. 그러나 물이 쓰게 느껴지는 것처럼 웃고 있는데도 가슴은 먹먹했다.

"술이나 마시자."

"네, 강철 형님."

"주환이 너도 한잔 받고."

"네. 무곤아, 너도 잔 받아라."

김강철, 성주환, 김무곤.

세 사람은 각자가 가진 삶의 무게를 술잔에 담아 그렇게 넘기며스스로가가진 괴로움을 최대한달래보려노력했다.

주거니 받거니 변변찮은 안주에 술만 들이 붓던 중이었다.

"아! 맞다. 그 돈 얘기 있잖아요."

부레

"축시 형들 회사에도 그 사람 찾아왔었어요?"

"누구"

"그... 이름이 뭐였더라? 김정... 에이 씨... 명함도 놓고왔네. 아무튼 겜포에서 게임 유통한다고. 계약 따러 찾아왔었거든요."

그의 말에성주환이 반쯤 꺾인 듯하던 머리를 치켜들고는 말했다.

"김정규씨

"아! 네. 그런 이름이었던 거 같아요. 주환이 혐네도 왔었나 보네요?"

"음. 그런데? 개들한테 투자해달라고 말해보게?"

"네. 게임 유통을 할 정도라면 돈도 있지 않을까요?

그 말에 주환이 손을 휘휘 흔들었다.

"K사한테 그 꼴 당해놓고는 무슨. 야.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는 회사 믿었다가는 더 험한 꼴을 볼 수도 있어. 돈 벌려고 아주 혈안이 됐을 텐데."

"역시 그러려나요"

그러고는 연거푸 술을 마셔버린 김무곤은 취했는지 알아듣지도 못할 웅얼거림을 계속 했다. 성주환은 그게 다 해석되는지 고개를 끄덕끄덕이다가 흔들며 소톰했고 이내 둘은 을어버렸다.

'시벌. 엿 같아서 진짜.......

두남자들의 출쩍거림에 김강철이 한숨을푹푹내쉬었다.

김무곧은 여기에서나 막내지 그래도 한 게임개발팀의 수장이다. 그런 녀석이 술에 취해서 훌쩍거리고 성주환 역시도 같은 꼴을 보이는데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은 그냥한숨만 내쉬는 것뿐이었다.

그때 휴대폰이 품에서 진동했다.

발신인은 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후배였다.

'오늘이 우울함의 끝장을 보는 날인가?"

신세 한탄을 늘어놓을 새 멤버라 여기며 그가 동화버튼을 눌렀다.

"어. 학규냐?"

딜을 걸다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