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108화 (108/577)

109.< 클로버 스팅 >

58. 클로버 스팅

안사락스 공략 사건으로 게이머스 포럼에 재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나 같이 평

범한 녀석의 눈에도 보이는 이 기회를 회사의 인재들이 놓칠 리 만무하다.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이를 기폭제로 삼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이 기세만큼이나 정기회의가 열정적으로 이어졌다.

“텐션의 아바타 전략이 성공적으로 중국에 안착습니다. 또한 미르의 전사2의 경

우는 현재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텐션의 투자자로 나선 뒤에, 가장 먼저 조언한 것이 아바타 전략이다.

꿈에서도 보았듯이 애당초 그들은 한국의 아바타를 도입하면서 성공한 기업이며

그로인해 탄탄한 수익구조를 가질 수 있었다. 이 100%의 성공 방법을 알면서도 아

껴둘 이유가 없었고 저들은 예정된 반등을 시작했다.

걱정했던 부분은 ‘미르의 전사2까지 한 번에 유통시켜도 괜찮을까? 텐션이 감당

할 수 있으려나?’하는 점이었다.

아직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추진한 것은 아닐까, 우려한 것.

하지만 우리 회사에만 인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륙은 넓고 사람의 수만큼 기량

을 갖춘 이들이 존재했다. 덕분에 텐션은 내 기대 이상으로 능히 두 가지를 감당하

며 일을 처리해 주는 상태였다.

“현재 텐션의 재무 상태는 어떻습니까?”

“저들의 설명에 따르면 아바타와 미르의 전사2가 투 타석 홈런을 침으로서 4월

내, 완전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보고를 들을수록 가뜩이나 예쁜 김지애 팀장이 더욱 예쁘게 보인다.

‘그래. 이런 게 서로 윈-윈이지. 도의적으로 맞고.’

내가 막고 싶었던 사건이었다.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이 중국에서 성공하였으나

중국 유통사는 수익금을 지급하는 대신에 역으로 개발사를 집어삼켰다. 아무리 사

업의 세계가 냉정하다고는 해도 이건 경우가 아니라고 보았는데 이제 그와 같은 미

래는 사라진 것이다.

보고를 듣는 내 입가로 환한 웃음이 그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주 좋군요. 텐션은 앞으로 우리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겁니다. 많은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해주시고 슬슬 뉴 온라인

도 유통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은 게임 퍼블리싱에 관련한 내용을 다루려 했는데··· 우선 현재 각 부서 별

로 예상하는 4월의 수익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게이머스 포럼부터 보고

하도록 하죠.”

김정규 팀장을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네. 현재 게이머스 포럼은 각 게임의 페이지 유료화에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해서 이후로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게시판을 유지하는 전반적인 비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초창기에 기존 회사들한테 온갖 모략질을 당했던 것을 떠올리면 참으로 감개무량

할 따름이다.

“추가로 이번 드래곤 슬레이어 이슈를 통해 월간 이용자가 40만 명을 돌파했으며

늘어난 트래픽을 무기로 현재 3개월간의 광고 배너 계약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좋군요. 그럼 총 예상 매출은 얼마죠?”

“4월 매출액은 3,500만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금액만 보자면 3,500만원은 결코 큰 액수가 아니다. 전체 회사의 수익

금과 비교하자면 수익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의 미미한 규모라

하겠다.

그럼에도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까닭은, 이 매출이 오롯하게 게

이머스 포럼 혼자서 자생 가능하다는 증명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트레이더스 포럼이 보고해 주세요.”

고진환 팀장이 즉각 보고했다.

“트레이더스 포럼은 지난 드래곤 슬레이어 이슈 이후로 급격한 수익의 변화가 있

었으나 이는 단기적인 효과로 판단합니다. 다만 그 수익의 여파가 4월 한 달간은 계

속 있을 것임으로 예상 매출액은 15억. 목표 매출액은 20억까지 보고 있습니다.”

확실히 트레이더스 포럼만 해도 게이머스 포럼과는 매출액의 범위가 다르다. 게

다가 유지비용도 게이머스 포럼보다 더 적게 들기에 효자 중의 효자고 제대로 노른

자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게이머스 포럼이 있기에 트레이더스 포럼도 존재

한다는 점이었다.

한 회사 내에서 두 개의 사업부로 나뉜 것이지만, 이 두 사업부는 서로를 보완하

는 상생관계에 있다.

“넷젠은 뉴 온라인의 매출액이 아닌 게이머스 포럼의 퍼블리싱 매출 수익으로 보

고하도록 하세요.”

“네, 대표님. 넷젠의 뉴 온라인은 출시 후 매일 멈추지 않고 새로운 유저들이 유

입되고 있으며 올 한 해는 정말 꾸준하게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4월 예

상 매출액은 7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게이머스 포럼은 뉴 온라인 매출의 15%를 퍼블리싱 수수료로 챙기는 권한을 가

지고 있다. 즉, 게이머스 포럼에서 받는 금액이 7억이면 뉴 온라인 자체의 매출액은

대략 50억이 조금 못되는 금액일 것이라는 보고였다.

“마지막으로 미르의 전사2 수익을 듣겠습니다.”

“미르의 전사2는 현재 중국 내에서 온라인게임 붐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상 매출

액은 20억이지만 이는 중국에서의 순매출을 의미하며 저희 게이머스 포럼에서 보

유할 수 있는 지분은 총 25%인 5억 원 가량이 예상됩니다.”

이를 정리하면 이번 달 우리 회사의 총 매출액은 약 27억~32억 원.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며 이 자금이면 퍼블리싱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총알이자

여력이 된다.

‘이제 우리가 온라인 게임 유통사가 되어보자.’

텐션은 최초의 돌파구가 될 아이디어가 없었을 뿐, 우리 못잖게 열정과 포부, 능

력을 갖춘 회사였다. 이들과 우리 회사는 서로 교류함으로서 시스템을 배웠고 하나

의 거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텐션의 메신저와 아바타 기능.

게임 퍼블리싱을 위한 서버의 핵심 소스들.

게이머스 포럼.

이를 융합하여 새로운 브라우저를 만든다. 한국의 모든 게임을 유통하는 대형 온

라인 게임 유통사를 추구한 것이며 그 이름은 ‘클로버 스팅’이다.

이 브라우저에는 우리가 퍼블리싱한 게임을 바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해 채팅방에서 자유롭게 채팅할 수 있는 시스템.

마지막으로 음악 방송을 자유롭게 진행과 청취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섞여 있다.

‘현재 시대에는 최초로 등장한 짬뽕 무개념 브라우저지. 흐흐.’

내가 게임 속에서 안사락스를 잡고 다니는 동안 직원들은 현실에서 괴물을 만들

어 낸 셈.

‘하지만 정작 중국은 빼고 운영해야 되네. 아쉬워라.’

결단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 정책만큼이나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엄청나게

강력한 국가다.

때문에 텐션과 스팅이 통합될 경우 이는 해외 기업 규제로 박살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텐션은 해외 자본의 투자를 받을 지언정 어디까지나 확고한 중국의 기업이

어야만 했다.

이것이 중국 시장을 오직 텐션에 맡겨야 하는 이유다.

‘대신 클로버 스팅은 국내 시장에 안착한 뒤에 일본과 미국을 노린다. 뭐, 이보다

나은 방법이 있기는 할 테지만 내 수준으로는 이게 최선이니까.’

뒤이은 회의는 클로버 스팅의 베타 서비스와 관련된 것이었다.

여기서는 게임을 새로이 출시하려는 개발사들이 너도나도 찾아온다는 것. 이는

‘중국으로의 유통망 확보’라는 강점 때문이라는 것.

끝으로 클로버 스팅의 출시는 단순히 우리 회사의 새로운 브라우저라는 것 이상

으로 온라인 게임업계가 주목한다는 것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까지로 오늘의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각 부서의 담당자 분들께서

는 다음 회의까지 오늘 나온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생각해오시기 바랍니다.”

정신이 없고 머리가 핑핑 돌 것만 같은 회의를 마치고 나면 새삼 생각한다.

진수랑 성찬이를 내보낸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그 자식들이 여기에 끼어 있었다면··· 크크. 아주 말도 아니었을 거야.’

언제부턴가 내 아지트가 되어버린 간석동 사무실을 떠올리며 잠깐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뒤이어 냉수를 들이켜고는 깊이 고민했다.

우리 직원들은 일을 맡기면 척척 해내고 조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

어낸다. 그리고 이들이 저러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나는 꿈속 미래를 토대로

방향을 안내해주고 비전을 제시해줘야 했다.

‘클로버 스팅은 이 시기에 존재하지 않던 것이지.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어. 단

지 이것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지를 찾아내야 해.’

알고 있는 미래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고 불안해하면 그건 멍청이다. 하나가 어

긋났다 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정보를 여전하게 갖고 있는 상

태다.

바뀌었는가?

그렇다면 그 나름대로 현재의 도구에 맞게 이용 가능한 단서들만 쏙쏙 골라내면

된다.

어긋난 것에 집착해서 연연해하지 않고 말이다.

‘클로버 스팅을 누구한테 맡기는 게 좋을까?’

클로버 스팅은 추후 자회사로 빼서 운용할 계획인

이곳의 대표로 어울리는 사람은 김지애 팀장과 고진환 팀장이 있다.

이들은 누가 자회사의 대표가 되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옛날 같았으면 무조건 고진환 팀장인데, 김지애 팀장이 알고 보니 쩔어주는 능력

자라서리.’

둘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게이머스 포럼의 초창기부터 함께 한 동기이자 믿을 수 있는 직원들이라는 장점.

또한 고진환 팀장은 회사의 오피서들 중에 가장 출중한 능력을 갖췄고 다방면에

서 훌륭한 스킬을 보유했다.

‘단점은 욕심이나 야망이랑은 거리감이 있다는 거지.’

이 부분이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일반적으로 일을 좋아하고 자신의 실력

을 발휘하는 타입이면 더욱 높은 직위와 급여, 명예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진환 팀장은 시간 외적인 추가 업무를 극단적으로 거부한다.

‘시간 내에 전부 퍼펙트로 끝내려다보니 초절정의 엘리트가 된 남자라고나 할까?’

만약 사장 자리를 준다고 해도 업무시간이 늘어난다면 과감하게 진급과 돈을 포

기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한편, 이와는 대척점에 선 인물이 바로 김지애 팀장이다.

‘여성이라는 성별과 미인이라는 편견으로 봤다가는 큰코다치지. 그 누구보다 야

망이 크거든.’

사내의 스킬 1순위가 고진환 팀장이라면 그녀는 2등이다. 엄밀하게 비교하면 다

소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최고와 비교해서일 뿐이지 어지간한 직원

들은 찍어 누를 만큼의 실력을 가졌다.

여기에 최고의 장점은 ‘쉼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성장 형 인재’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이는 텐션의 투자 건을 훌륭하게 완수함으로서 증명해냈고 할 줄 아는 외국

어가 자꾸만 늘어나는 것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절대로 안 친해질 테다!’

왠지 수업 건너뛰고 PC방에 가고 싶은데 그녀한테 붙잡히면 밤 12시까지 붙잡혀

서 공부를 해야 할 것만 같다.

아무 말 안 해도 ‘너 인생 그렇게 낭비할 거니?’라는 반성을 하게 만드는 사람.

이것이 그녀의 무서움이다.

‘나는 놀 거라고.’

어쨌거나 이러한 개인적인 소감은 둘째 치고, 김지애 팀장의 능력은 이미 텐션의

투자 건을 통해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사업을 더욱 크게 확장시킬

타입이다.

이제 선택할 차례다.

‘누구한테 맡길까.’

능력이냐, 야망이냐.

대표 이사실에서 한참 고민하고 벌러덩 누웠다가 엎어지기를 반복하며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결정하고 두 사람을 호출했다.

*

“두 분에게 따로 맡길 일이 있습니다.”

내 말을 듣고 나서 둘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느낌은 정 반대였

다.

고진환 팀장은 딱딱한 긴장감이 감돈다.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타입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상이 되면 시간 외의 업무가 될

것이기에 저러는 것이다.

김지애 팀장은 초롱초롱한 기대감으로 빛이 났다.

새로운 기회이자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무대라고 여기는 탓이

다.

“퍼블리셔는 게임을 유통하는 회사이지 개발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

유통에만 머무르고 개발사를 영입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생존이 어렵게 되지요. 즉,

우리는 스스로가 가진 IP를 통해서 생존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

둘 다 깜짝 놀란 듯한 기분이 전해진다.

뒤이어 진지하게 나를 보는 두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 왜 놀라?’

영문을 모르지만 이와 비슷한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대충 넘기도록 한다.

“지난번의 텐션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회사를 찾는 일이지요. 다만

두 분이 서로 다른 곳을 찾아야 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눈빛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말했다.

“고진환 팀장님.”

“옙.”

“크라비티라는 회사를 찾으시고.”

나그네로크.

“김지애 팀장님.”

“넵.”

“손누리라는 회사를 찾으세요.”

트윅스터.

이 두 게임이 가진 IP는 클로버 스팅을 훨씬 풍요롭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해당사의 관계자와 대화할 겁니다. 회사를 수배해주시고 수

배가 끝나면 저와의 미팅을 주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 클로버 스팅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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