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106화 (106/577)

107 < 운영자의 요청 >

저들의 당황이 이해되는 한편으로 의아했다.

과거 안사락스 레이드를 성공했던 팀은 최고수들이 아니었다. 만렙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더러 중수 이상의 수준이었고 장비 역시도 변변찮았다. 누가 봐도 세계

관의 최강 몬스터를 사냥할 수 없는 스펙이었기에 꼼수나 버그를 의심하는 게 마

땅했다.

반면에 우리 레이드 팀은 전혀 다르다. ‘용이 잡혔어?!’라고 놀랐다가도 ‘구운몽

파티라면···’이라고 수긍해야 정상일 만큼 팀원들 하나하나가 최상위의 층위와 역

량을 자랑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걸까.

‘너무 연속적으로 자주 잡았나?’

의심되는 건 딱 이 정도다. 꿈에서의의 드래곤 슬레이어 팀은 신분도 학생이었

고 안사락스를 잡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도 많은 편이었다. 우리야 나만 물약을

빵빵하게 채우면 ‘갑시다’로 끝낼 수 있지만 그들은 부활의 돌부터 몬스터 테이밍

등등 챙길 게 꽤 된다.

때문에 정작 안사락스가 사냥당한 횟수는 생각보다 적은 편이었다.

‘아무튼 나는 떳떳해.’

정당하게 패턴을 공략해서 몸빵으로 레이드 했다.

당당하게 대처하기로 한다.

- 구운몽 : 네. 문제라도 있습니까?

- GM켄헬 : 아니요. 문제랄 것은 로그 상으로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

지··· 아무리 구운몽님이라고 하셔도 벌써 안사락스를 공략 완료하셨다는 점이 저

희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아서요.

- 구운몽 : 저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안사락스가 업데이트 되었고, 저희는

들어가서 잡았습니다. 그게 문제입니까? 소환을 하실 정도로?

여기서 강하게 나가도록 하였다.

- 구운몽 : 지금 말씀은 불법적인 수단이라도 사용했다는 것처럼 들려서 매우 불

쾌하군요.

나는 서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길드의 총군주이자 모든 서버에서도 최초로 50

레벨을 달성한 유저다. 꿈에서의 레이드 팀은 보통의 학생들이니 운영자가 ‘무슨

수를 썼는지 불어!’라며 으름장을 놓았을 테지만 나에게는 그런 식으로 대하기 어

려울 것이다.

- 구운몽 : 확인해 보세요. 모니터링을 하거나 서버의 기록을 점검하면 바로 나

올 겁니다.

- GM켄헬 : 그건···

- 구운몽 : 새로운 보스가 업데이트 되어서 사냥을 했을 뿐인데 ‘잡은 사실을 납

득할 수 없다.’라니. 이런 식으로 무시를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플레지의 규

정에는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면 운영진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그런 규약이라도 있

는 겁니까?

- GM켄헬 : 오해이십니다. 저희는 단지 혹여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버그가 있을

수 있다고만 생각했고···

‘뭐, 맞기는 하지.’

근접전에 들어가면 안사락스가 광역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것.

이건 버그가 분명하기는 했다.

‘하지만 대놓고 한 소리 듣는 건 자존심 상해!’

배짱을 보여주마.

- 구운몽 : 계속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대뜸 그렇게 말씀하신다는 것 자체

가 의심부터 했다는 의미 아닙니까.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겁니다. 버그 사

용 여부를 확인하라고요. 로그 기록에 나오는지 아닌지.

- GM켄헬 : 아뇨. 버그를 사용하셨다는 게 아니라···

상대가 연거푸 메시지를 올렸다.

- GM켄헬 : 죄송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저희 운영팀은

그런 의도로 추궁하려던 것이 아니라, 안사락스의 공략이 너무 빠르게 이뤄졌기에

많이 당황했으며 단지 어떻게 공략을 하셨는지, 를 알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그리고 본론을 들었다.

- GM켄헬 : 혹시 참관해도 되겠습니까?

이 요청은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

하지만 유저가 게임의 운영팀과 척을 지어서 좋을 일은 단언컨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이렇게 ‘나 의심 받았어! 삐진다!’라고 민감하게 대응한 것은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아닌 말로 안사락스 자체는 얼마든지 업그레이해도 괜찮아. 내가 무서워하는 건

오직 딱 하나! 그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해.’

온건한 어투로 바꾸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 구운몽 : 오해가 있었네요. 알겠습니다. 참관요청을 수락합니다. 하지만 그 전

에 답변을 받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네요.

- GM켄헬 : 무엇인지요?

- 구운몽 : 안사락스는 현재 전 서버에서 우리 길드를 제외하고는 전혀 공략이

이뤄지지 않는, 매우 강력한 보스 몬스터이자 플레지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 GM켄헬 :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수월하게 잡으셨습니다만······.

무시하자.

- 구운몽 : 이런 몬스터가 공략 당했다는 이유로 보상이 확 줄어들거나 하는 일

은 없었으면 싶네요. 많은 준비와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 간신히 잡았는데 아무것

도 없다면 유저들을 조롱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용과 싸운 만큼 현재의 보

상을 유지해야 옳다고 생각해요.

- GM켄헬 : ···그건 제가 장담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 구운몽 : 제 요구가 비상식적이지는 않다고 보는데요. 강한 몬스터가 높은 경

험치와 많은 보상을 안겨준다, 명백하게 성립하는 게임의 규칙 아닌가요? 솔직히

이 안사락스는 진짜 엄청나게 강력하잖습니까. 이걸 사냥하라고 만든 게 맞나 싶

을 정도로 너무 세요.

- GM켄헬 : 이미 수십 번 잡으셨으면서···

무시하자.

- 구운몽 : 세상에! 그렇다면 드래곤이 가난하면서도 레어가 텅텅 빈, 아무런 보

물도 없는 판타지 게임을 만들 생각이었다는 겁니까? 거지 최종 보스라니요. 정말

이지 충격과 공포입니다. 유저는 물론이고 지나는 사람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이건

이상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운영자는 뭐라 말을 할지 모르겠는지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만 해도 처치 곤란일 만큼 보상이 많은 편이기는 해. 그런데 그렇다고

유저로서의 내 성취감을 앗아가는 건 용납할 수 없어. 게다가 이건 설정 상으로도

말이 안 된다고.’

사실 아무리 내가 최대 규모의 길드장이고 게임 내에 상징성을 갖고 있다 쳐도

이 요청이 수락될 확률은 적은 편이었다.

‘보스 사냥 참관’이라는 것까지 까다롭게 들먹이며 확률을 높이려고 한 이유. 그

것은 플레지가 초기부터 현재까지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은 게임이고 엠씨 소프

트는 똥배짱 운영으로 정평이 난 회사여서다.

유저의 의견보다는 자신들이 운영하기 편한 방식을 무조건 선택하는 사람들.

그러나 꿈에서와 지금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추격해오는 2등 게임이 있거든. 아차하면 따라잡힐 거라고.’

열심히 일하는 저변에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경쟁작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런 마당에서 나름 파급력을 갖고 있는 내가 이탈해버린다면, 게다가 고작 ‘보스 몬

스터 보상좀 유지해줘요.’라는 요청 때문이라면 타격이 없을리 만무하다.

때문에 ‘거지 안사락스’가 나타나지 않도록 열심히 어필했다.

이후 5분여가 지났을 즈음, 마침내 한 문장이 올라왔다.

- GM켄헬 : 잠시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달팽이냐? 여태 생각 안하고 뭐 한 거여?’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나는 관대하다.

이 요청.

- 구운몽 : 그러시죠.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30분이 아무 말 없이 더 지나갔다.

*

“엿 먹어라 코리안 타임!”

옆에서 진수가 가운데 손가락을 뻗었다.

“이놈들은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이러더니 몇 십분 째 왜 안 오는 거냐?”

“그 손가락 넣어둬. 게다가 우리도 코리안이야. 그냥 저 자식이 약속 늦는 거니

까 일반화시키지 말라고.”

어른스럽게 다독인 성찬이가 모니터에 양손을 들이밀었다.

“쌍으로 뻑이다! 태식아! 이 두루치기를 해도 시원찮은 영자 쉐리는 언제 오는

거냐?”

내 대답은 어깨를 으쓱하는 것이었다.

“알면 돗자리 깔았지.”

“너님은 지금 깔아도 장사 잘 될걸?”

“그러면 물어볼 때마다 복채 내놔.”

시시덕거리며 잡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반면 오늘도 짧고 굵게 사냥하

고 나오려던 팀원들은 불만이 점점 쌓이고 있었다.

- 세이하 : 멍하니 이게 뭐하는 건지··· 30분입니다. 이 시간이면 이미 잡았을 시

간입니다.

- 비전 : 이번에는 운영진도 눈에 불을 켜고 모니터링하고 있지 않을까요? 잡으

면 될 테고 양심이 있으면 보상도 그대로 두겠죠.

- 범 : 맞아. 안 그러면 양심에 털 난 거야.

- 구도자의길 : 오히려 괜히 건드리는 건 아닐까, 우려도 됩니다. 이런 방법도 있

다, 라는 것을 알려준 셈이니까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문제는 운영진이 ‘양심에 털이 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는 점에 있다. 때

문에 나는 서먼 몬스터나 테이밍 마법을 통한 공략은 절대 하지 않을 요량이었다.

막대한 보상을 당당하게 받으려면 정공법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 썩을 놈은 언제나 오는 거냐?”

“분명해. 이 쉐리는 화장실에서 못 나오는 게 틀리없어.”

“빌어주자. 변비여 뚫려라!”

그때였다.

- GM켄헬 : 너무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오오! 똥 내나는 애가 왔다!”

진수가 말하는 타이밍에 그가 돌아왔다.

화장실의 요정이 소원을 들어줬나보다.

얼른 내가 자판을 두드렸다.

- 구운몽 : 괜찮습니다. 해결이 바람직하게 되었다면 좋겠네요.

- GM켄헬 : 네. 안사락스의 보상에 관한 부분은 별다른 변동이 없을 것이라 약

속드리겠습니다.

웃음이 나왔다.

‘됐어.’

원하던 대답을 들었다.

물론 이 약속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보상에 변동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지 안사락스 자체를 손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니 말이다. 필시 오늘 관전한 것을 토대로 보완책을 마련해서 내놓을 것

이다. 하지만 다 예상하고 진행했다.

이 정도의 틈마저 주지 않으면 최악의 사태인 ‘왕 거지 안사락스’를 보게 된다.

‘그리고 무적효과나 일격에 데미지 99,999,999가 나오는 터무니 없는 식으로 강

화하지는 않을 테고.’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고 해도 설정값을 통해서 이렇게 장난쳐버리면 그건 상대

불가능한 보스가 된다. 만약 이런 터무니없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나는 게이머스

포럼을 통해 여론을 만들어서 ‘플레지 망해라!’하는 심정으로 공격할 각오다.

여기에 비방과 흑색선전은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의 방법은 물론 사용하지

않은 서먼 몬스터나 테이밍을 통한 방안들까지 모든 공략법을 풀어놓을 것이다.

이러면 바보가 아닌 바에야 모두가 알게 된다.

이런 몬스터는 유저를 기만하는 것이라는 진실을.

‘나한텐 뭐가 되건 좋지.’

보상을 유지하면 추억의 게임을 즐겨서 좋다.

운영자가 실수하면 2등 게임 뉴 온라인을 1등으로 올릴 수 있으니 행복하다.

이제 운영진이 약속을 했으니 사냥하는 과정을 보여줄 차례였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면 섭섭하지.’

귀하디 귀한 우리의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었으니 작게나마 보상을 받아야 한다.

- 구운몽 : 회의결과를 얻느라 늦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

희 쪽에서도 시간소모가 컸으니 이에 대해 보상을 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 GM켄헬 : 그건···

- 구운몽 : 대단한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냥 용던 7층 입구에 소환 해주시

는 정도면 됩니다. 어차피 가서 사냥할 것이고 관심사는 안사락스이지 일반 몬스

터 사냥이 아니니까요. 서로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운영자 입장에서는 ‘그 정도 쯤이야’이고 우리 쪽에서는 ‘아싸 편해졌다!’가

된다. 저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7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시간과 물약을 소비하

기 때문이다.

- GM켄헬 : 알겠습니다. 소환하실 분들 명단을 알려주세요.

당연히 예상대로의 답변이 왔고 일찍부터 준비 중이던 팀원들이 모두 모였다.

- 구운몽 : 그럼. 레이드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6층 대기.

- GM켄헬 : 6층이요?

- 구운몽 : 레이드 팀원들에게 한 말입니다. 운영자님은 그냥 편하게 있어주세

요.

- GM켄헬 : 네.

***

플레지 켄헬 서버의 운영자.

박태양은 구운몽의 레이드팀을 보며 초창기를 떠올렸다.

구운몽.

이 사람은 떡잎부터 다른 사람이었다.

‘데빌 스피릿 이벤트때부터 범상치 않았으니까.’

구운몽은 알 수 없을 테지만, 그는 기실 오래전부터 이 유저를 유심히 지켜보아

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녀석한테 죽었거든.’

당시 데빌 스피릿이라는 이멘트 캐릭터를 실제로 컨트롤한 이가 바로 박태양이

었다. 그 이벤트가 본래 죽어주기 위한 것이고 그럼으로써 완성되는 이벤트이기는

했다.

하지만 고레벨 유저들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지 30레벨 언저리에 있던 나이트에

게 당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때 죽고 나서 느낀 기분은 안사락스가 사

냥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과 매우 비슷했다.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허를 찔렸다.

‘이 유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기실 온라인 RPG는 대부분이 그냥 가서 때리다가 안 되겠으면 도망가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혼자서 이길 수 없으면 여럿이서 힘을 합치면 되는 거다.

그런데 구운몽은 그런 단순한 게임에 전술을 입혔다.

이것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싸움이 바로 첫 공성전이다.

좋은사람들 길드는 여타의 길드와 달리 무작정 성문을 향한 돌격 따위의 방식

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른 길드가 점령한 뒤에 느긋하게 들어가도 된다는 듯이 여

유를 부렸으며 정확한 타이밍을 잴 줄 알았다.

새롭게 등장한 전략형 플레이어, 골리앗.

그는 구운몽의 또 다른 정체였다.

그의 이후 행보들은 계속해서 특별했다. 게임의 특성을 제대로 이용하되 막상

캐릭터의 강함만으로는 싸우지 않았다.

유기적이었으며, 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전략을 가지고 왔다.

그렇기에 오늘을 기대하고 있었다.

‘안사락스의 약점을 알려다오.’

처음 안사락스가 잡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모든 운영자들은 그 정체가

켄헬 서버의 구운몽이라고 대번에 눈치 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최고 레벨에

스펙이 짱짱해서’라고 생각한 반면에 박태양은 달리 생각했다.

그는 뭔가를 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뭉치면 강해지는 플레지 세계에서 딱 12명의 멤버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알 수 있었다.

‘11명은 6층에서 대기 시킨 채 혼자만 안사락스를 찾는다? ···그래. 자리를 잡으

려는 거였군.’

안사락스의 브레스는 기본적으로 광역 공격이다.

당연히 숫자가 많은 것보다 혼자인 게 낫고 가장 강력한 구운몽 캐릭터가 이 역

할을 맡는 것이 낫다.

아니나 다를까, 브레스를 맞아가며 근접한 구운몽이 안사락스와 자리를 잡고 싸

우게 됐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타이밍 좋게 팀원들이 들어왔다.

‘팀워크가 좋아. 따로 연락망이라도 가동했는지 정확한 순간에 딱 진입했어.’

거의 자리를 잡을 즈음에 맞춰서 합류한다.

여기서부터 박태양의 예상과는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모든 유저가 자리를 잡았

으니 화력을 집중할 줄 알았으나, 가장 강력한 매지션은 일절 공격 마법을 사용하

지 않았다.

오직 치료였다.

“왜지? 매지션을 힐러로만 쓰다니? 왜?”

안사락스, 활, 칼, 치료 효과음.

각각의 소리들이 연신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구운몽은 굳건하게 버텼다. 이를 약

5분간 지켜봤을 때 박태양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안사락스가 브레스를 안 쓴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받았으나 그 실체를 찾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5분이었

다. 분명히 구운몽을 쫓던 안사락스는 브레스를 계속 뿜었다. 반면에 전투가 벌어

진 이후부터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왜 안 숨지?”

안사락스는 지룡이다. 일정 이상의 피해를 받으면 땅 속에 스파토이처럼 숨어버

리는 특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치열하고 다른 시선으로 보자면 미친

듯이 난타전을 벌이는 양상인 이 싸움은 안사락스가 쓰러질 때까지 그대로 이어

졌다.

드래곤이 정작 마법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추측 가능한 답안은 둘.

하나는 지금 구운몽과 맞붙은 저 위치는 안사락스가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버

그 성 자리다.

둘은 안사락스는 근접전을 할 때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오류가 있다.

‘이거 당장 확인해야겠어.’

문제를 알았으니 무엇이 정답인지는 바로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다음은 임시방편으로나마 용이 학살당하는 일을 막는 것.

이 대안은 쉽고 확실한 방법이 존재한다.

“안사락스 빼버려.”

약속했으니 보상은 그대로 준다.

사냥을 성공한다면 모두 얻을 수 있으리라.

단, 업그레이드를 완료할 때까지 용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 운영자의 요청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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