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지룡 공략
게임 회사의 임시점검 시간은 지켜진 사례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다. 쌍둥
이처럼 연장점검이 따라붙었기에 유저들은 엠씨 소프트의 이번 공지에 그토록 불
처럼 화를 냈다.
하지만 기단 영지의 아이템 가격 오류 문제는 단언컨대 내가 최초로 보고했고
회사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였다. 그 덕분에 이번 임시점검은 말 그대로 10분만에
완료됐고 엠씨 소프트는 왜 갑자기 시행했는지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 슬쩍 구
렁이처럼 넘어갔다.
‘나는 알지롱. 하지만 소문내지는 않아줄게.’
솔직히 게임사가 실수를 했다면 제대로 실수를 밝히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
각하지만, 세상에는 융통성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것도 나름 괜찮은 대처이리라, 넘어가기로 한다.
안사락스 정벌!
이것은 플레지를 시작하면서 가장 이루고 싶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다.
안사락스 레이드의 공략방법은 생각보다 심플하다.
‘딱 세 가지만 숙지하면 되거든.’
첫째.
절대로 거리를 두지 말 것.
안사락스의 광역스킬은 매지션 정도는 일격에 사망시키는 막대한 데미지와 최
소 12셀이라는 엄청나게 넓은 범위를 공격한다. 캐릭터가 한 걸음 움직이는 거리
가 1셀이니 12셀이라는 범위는 중앙에서 사선으로 계산하면 화면 끝 지점에 해당
했다.
즉, 모니터의 내에 얼굴만 비춰도 광역 스킬의 범위 내에 들어간다는 의미이고
실제로도 화면에 보이지 않는 위치에 걸쳐 있더라도 사망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힐러는 사수해야 해.’
플레지 세계관에서 매지션은 표현상은 마법사지만 사실 신을 섬기는 사제들이
다. 보통 회복 혹은 버프 같은 계열은 질서의 신에게 받는 힘이며 저주 계열은 혼
돈의 신에게 받는 힘이다. 몇 가지 예외의 마법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공격마
법은 중립의 신에게 받는다.
즉, 그들은 누커이면서 힐러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기에 광역마법 한 방에 전멸
해버리면 레이드는 곧장 실패해 버린다.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물약으로 버티며
사냥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의외로 아주 단순하다.
시스템적인 허점을 이용하면 된다.
‘멍청한 AI 만세!’
현 시점의 안사락스 AI는 소위 말하는 ‘어그로’가 끌린 공격 타깃의 위치에 따라
서 패턴이 고정되는 현상을 보였다. 광역 스킬은 대상이 원거리에 있을 때만 사용
하고 근접 공격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면 마찬가지로 근접 공격으로만 대응한다.
어그로 대상자가 바짝 붙기만 하면 원거리 스킬이 전면 봉쇄되는 것이다.
단,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잘 숙지하고 간격을 지키지 않는다면 매지션들은 한 방에 리스타트 화면을 보
게 된다. 주변에 함께 있던 자들도 몽땅 사망할 테니 부활을 시켜주는 일 역시 불
가능하다.
한 번의 실수가 곧 실패로 연결된다는 것!
이것이 드래곤 레이드에서 주목해야 되는 부분이다.
이어서 두 번째!
‘최소 데미지 300이상의 화력!’
안사락스는 체력이 5,000이 넘는 엄청난 피통을 지니고 있고 또 한 틱에 300이
라는 엄청난 체력 틱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공격력이 이 수치를 넘기지 못하면
회복량이 피해량을 웃돌게 되면서 놈은 절대로 죽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건 당연한 거겠지?’
실상, 이건 굳이 안사락스만의 공략법이라고 하기 우스운 부분이다. 데미지가 부
족하면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리 만무하니까.
끝으로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보안유지.’
안사락스는 엠씨 소프트에서 ‘절대 잡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는 생각으로 넣
어둔 보스 몬스터다. 때문에 ‘어차피 너님들은 못 먹을 거니까 잔뜩 넣어놨음~’이
라는 듯이 안사락스는 최고의 희귀 아이템들을 무진장 드롭한다.
1년에 한 번, 착한 아이들한테만 선물을 주는 편협한 산타할아버지처럼 엄청난
선물 보따리를 쏟아내기에 마음먹기에 따라서 서버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였
다.
판타지의 정점이자 주인공의 최종 목표!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명예. 막대한 재
물! 이런 보스 몬스터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공략법이 떠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게임사에서는 안사락스를 훨씬 더 무지막지하게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
다. 보안유지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독식하는 것은 둘째 치고 잡지 못해버리는 몬스터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해. 게다
가 안사락스를 잡아도 개털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단 말이야.’
실제로도 미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당시 최초의 드래곤 레이드 팀은 탱킹
이 가능한 체력 높은 몬스터를 테이밍 해서 몸빵을 시키고 이 녀석들이 죽으면 무
한하게 부활시키는 방법으로 안사락스를 공략했었다.
그리고 이 공략방법이 공개됨과 동시에 두 가지가 바뀌었다. 당시 테이밍한 몬
스터라도 사망하면 시체로 쓰러졌었는데 이후는 스타 드래프트의 포스토스처럼
산화해서 사라지는 식이 되었다.
또한, 안사락스는 거지로 변했다. 레어에 보물을 쌓아둔 드래곤은 온데간데 없
어지고 때려죽여봐야 떨구는 것이 없는 가난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때문에 다른
의미로 안사락스는 죽지 않는 보스 몬스터가 되었다.
- 용 새끼가 거지라서 안 잡고 만다!
모두의 기피 대상이 된 것.
그렇기에 보안 유지가 중요하며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유저들로 레이드 팀을
구성해야 한다.
‘진수랑 성찬이는 무조건 끼우고.’
사업과 그간의 우정 등등 우리 셋은 플레지에서 공동운명체나 다를 바가 없다.
‘다음은 포도밭 결의의 멤버들이지. 그 밖에는··· 음······.’
길드원이라고 무조건 다 신뢰할 수는 없다. 솔직히 우리 길드는 여타의 길드에
비해 배신사건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의 청정지대에 속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이는 배신하는 것이 손해이기 때문이지 모두가 믿
을만한 동료라서는 아니었다. 이 부분에서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안사락스 레이드
가 그만큼 돈벌이가 되어서다.
꿈속 미래에서도 공략법이 퍼지게 된 것은 내부의 멤버가 이를 팔아넘겼기 때
문이었다. 그러니 돈보다는 게임 자체의 플레이에 더욱 큰 가치를 두는 유저들로
만 구성해야 한다.
‘이건 미래의 기억으로 판단하자. 다른 길드원들은 못 믿지만 좌호법이랑 구도
자의길은 의리와 뚝심으로 정평이 났었지. 진수랑 성찬이, 포도밭 원년 멤버, 여기
에 이 두 사람까지 하면 대충 구색은 맞겠다.’
기존 레이드 팀보다 수가 부족해도 괜찮은 이유는 테이밍 몬스터로 탱킹을 하
지 않을 요량이라서다.
안사락스의 공격은 몽땅 내가 감당한다.
‘용의 공격을 정면에서 버텨주는 진정한 드래곤 슬레이어! 이게 바로 구운몽이
라고. 만약 실패한다면··· 흐흐. 좋아. 그때마다 모든 장비를 +1씩 강화해주마. 적당
하게 잡혀주는 편이 엠씨 소프트의 신상에 이로울 거야. 내가 마음먹으면 게임 말
아먹는 건 일도 아니라고~!’
이런 발상을 한 이유는 최초의 레이드 공략대는 흠모보다는 논란과 이슈를 남
긴 채 쓸쓸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강의 몬스터를 사냥했다는 업적을 이루고도 운영진에게 추궁을 당했
다. ‘어떻게 잡은 거냐.’는 소리와 함께 ‘우리가 보는 앞에서 1시간 이내에 잡지 못
하면 아이템을 모조리 회수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나는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기지개를 폈다.
“스케줄만 잡으면 준비 끝!”
키보드를 연신 두드릴 때가 왔다.
- →[귓속말] 구운몽 : 뭐 하냐?
- →[귓속말] 황성찬허좁 : 뭐하긴 다이아 세팅 끝내놓고 돈 버는 중이지.
- →[귓속말] 구운몽 : 뭔 돈?
- →[귓속말] 황성찬허좁 : 오우거의 피 캐는 중이야. 시세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
만 그래도 성찬이랑 나랑 풀로 돌리면 하루에 200만 골드는 벌어.
- →[귓속말] 구운몽 : 어차피 자판기들로 충분히 수익이 나는 데 뭐하러 중노동
을 하냐? 그냥 즐겨.
- →[귓속말] 윤진수허좁 : 싫다. 우린 돈 더 많이 벌 거거든~
- →[귓속말] 황성찬허좁 : 피자집 차릴 거야.
- →[귓속말] 구운몽 : 엥? 뭔 소리냐?
- →[귓속말] 윤진수허좁 : 피자집은 직원들한테 운영시키? 우리는 플레지로 돈
벌면서 게임도 하는 거지.
- →[귓속말] 황성찬허좁 : 너님 못잖게 우리도 회사 대표할 거임~! ㅋㅋㅋ
안정적인 수익을 챙기고 게임으로 돈도 벌면서 플레지도 할 거라는 논리였다.
‘하긴 국내의 여러 온라인 게임의 레전드들 중에도 은근히 피자집 사장이 많았
으니까.’
그만큼 직원에게 가게를 맡기고 게임에 열중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이
런 머리를 굴렸다는 것이 헛웃음 나게 대단할 따름이다. 단지 피자집의 수명이 플
레지의 인기보다도 짧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 →[귓속말] 구운몽 : 알따. 그건 그건 너희 마음대로 하고··· 어때? 나랑 큰 거 잡
으러 가볼 텨?
- →[귓속말] 황성찬허좁 : 뭐?
- →[귓속말] 윤진수허좁 : 야 나한타데 귓말 줘. 내가 얘 모니터까지 훔쳐보면서
꼭 쳐야겠냐
- →[귓속말] 구운몽 : 시꺼 짜샤. 눈팅 잘하면서 뭘 그래. 아무튼 저기 용의 협곡
에 새로 오신 분좀 때려주려고 하는데, 어떰?
- →[귓속말] 황성찬허좁 : 아하~ 안사락스?
- →[귓속말] 구운몽 : 응.
- →[귓속말] 윤진수허좁 : ㅇㅋ 우리 3인방이 용사냥꾼이 되어봅세~
- →[귓속말] 구운몽 : 뭔 개소리여? 쪽수를 더 모아야지. 10명 이상!
- →[귓속말] 황성찬허좁 : 얼마나? 지옥검이랑 검이 부르면 되려나?
- →[귓속말] 황성찬허좁 : 뭐하러 그렇게 떼거리로 몰려가?
- →[귓속말] 윤진수허좁 : 올포원 애들 꼬장 때문이냐?
초강력 보스 몬스터를 두고 고작 몇 명이서 잡는다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중이
었다.
‘내가 착각했구나. 얘네들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어.’
그제야 깨달았다.
이번 플레지의 업데이트는 엠씨 소프트에서 뉴 온라인을 생각하여 성급하게 진
행했다. 덕분에 테스트 서버에서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유저들은 안사락스에
대한 정보가 심각하리만큼 부실한 상황이었다.
반면에 나는 안사락스 공략이 불가능한 수준임을 모두가 안다고 가정하고 레이
드를 진행하려 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소소한 문제점은 방해꾼들의 등장이었다.
‘올포원이 우리가 사냥하는 도중에 끼어들 수 있다는 거잖아. 지금 진행하면 99%
는 마주치겠는데?’
공략 도중에 만나도 문제, 끝난 뒤에 마주쳐도 역시 문제가 된다. 공략이 되었다
는 소문은 게임사를 움직일 테고 자칫 올포원이 공략법을 유출시키는 사태가 발
생할 수 있다.
해법은 유저들이 안사락스 공략을 포기하게 되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
‘올포원이나 다른 길드들이 몇 번 전멸해준 다음이면 안전빵이지. 그런데 여기
까지는 최소한, 1개월은 기다려야 해.’
그 시간동안 이 대박 콘텐츠를 묵혀두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 초창기에 소
위 말하는 ‘꿀을 빨아야’ 한다. 게임사는 안사락스를 잡을 수 없는 몬스터라 확신
한 만큼 지금은 리젠 시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덕분에 데스 나이트보다도 빨리 재 생성된다. 안사락스가 100%로 투명 망토와
싸울아비 장검을 드롭하는 만큼 줄기차게 잡아대면 하루에 1,300만 골드의 수익
을 획득하는 것은 기본이 된다.
- →[귓속말] 구운몽 : 잘 들어봐. 안사락스는 데스나이트보다 조금 센 정도가 아
니라 브레스 한 방에 몰살당할 정도로 초강력해.
이를 시작으로 그간 부단히 준비했던 정보들을 쭉 풀어놓았다.
전후 사정을 듣고서야 두 친구와 비로소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
- →[귓속말] 황성찬허좁 : 오케바리. 공략법을 철저하게 숙지해야 하는데 이걸
올포원한테 들키면 곤란하다, 파티원도 가려야 한다, 이거구만!
- →[귓속말] 윤진수허좁 : 그러면 지옥검이랑 상의 해 봐. 우리야 언제든지 네가
콜 때리면 달려갈 거고, 올포원 관련으로는 걔가 뭔 수를 낼 수 있을 거임.
- →[귓속말] 구운몽 : 와이?
- →[귓속말] 황성찬허좁 : 너 없이 길드를 누가 운영했다고 보는 거냐?
- →[귓속말] 윤진수허좁 : 너님의 빈자리를 90% 메꿔주신 능력자이시다.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모습이었다. 바로 대답한 뒤 지옥검에게 메시지를 보냈
다.
- →[귓속말] 구운몽 : 렙업하냐?
- →[귓속말] 지옥검 : 그런 편? 훗훗. 나도 이제 조만간에 50레벨에 들어갈 거 같
다.
- →[귓속말] 구운몽 : 올~ 열심히 했네.
- →[귓속말] 지옥검 : 구운몽 안 키웠으면 이미 50 찍었을 거다.
- →[귓속말] 구운몽 : 오우. 베리베리 쏘리.
- →[귓속말] 지옥검 : ㅋㅋㅋ 미안하라고 한 말은 아냐. 근데 무슨 일?
- →[귓속말] 구운몽 : 안사락스를 잡아보려고 함.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진수와 성찬이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 →[귓속말] 지옥검 : 안 그래도 아까 가보려고 했는데, 올포원 애들이 선수쳤더
라. 한창 싸우다가 금방 빠지더라고. 아마도 벌써 잡혔나 봐.
- →[귓속말] 구운몽 : 그런 일이 있었냐?
- →[귓속말] 지옥검 : ㅇㅇ 진짜 아쉽다니까? 용이면 그래도 엄청 좋은 템 줬을
거 아니냐. 켄헬 지존인 우리가 용을 먹었어야 하는데, 에이!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었다.
나는 장담할 수 있다. 올포원은 안사락스로부터 렙따라는 선물을 받았을 것이라
고 말이다.
‘역시 아무도 모르는구나.’
지옥검도 안사락스가 얼마나 강력한지 모르니, 대충 시간이 오래 지나고 상대
길드원이 빠지자 ‘잡았나 보군.’하고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복귀한 것이다.
- →[귓속말] 지옥검 : 이게 전부 네가 자리를 비워서 그런 거 아냐.
- →[귓속말] 구운몽 : 왜 갑자기 나한테 불똥을 튀어?
- →[귓속말] 지옥검 : 길드 최강이자 총군주가 얼굴을 내비치질 않으니까 이러
지. 에이! 이래저래 싸움이 쉽지 않다니까. 관심 좀 가져줘.
- →[귓속말] 구운몽 : 알겠음. 그리고 내가 좋은 소식 알려줄게.
- →[귓속말] 지옥검 : 오오! 완전 복귀 선언?
- →[귓속말] 구운몽 : 님아 양해 좀. 그게 아니라 올포원 놈들 백퍼센트로 실패
했을 거야.
- →[귓속말] 지옥검 : 왜 그렇게 확신하는데?
여기서 거짓말을 섞었다.
- →[귓속말] 구운몽 : 내가 맞아봤음. 브레스 한 방에 피가 400빠져.
- →[귓속말] 지옥검 : 헐!
- →[귓속말] 구운몽 : 그리고 공략법 들고 왔음.
- →[귓속말] 지옥검 : 벌써? 아놔··· ㅋㅋㅋㅋㅋㅋ 한 방에 400피를 빼는 보스 몹
인데 공략법을 찾았다고? ㅋㅋㅋㅋ
- →[귓속말] 구운몽 : 나 못 믿냐?
- →[귓속말] 지옥검 : 믿으니까 이러지 ㅋㅋㅋ 문제가 그거겠네. 올포원이 따라
할 수 있다는 거.
- →[귓속말] 구운몽 : ㅇㅇ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귓말 한 거다.
사실 올포원에서 공략법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바로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니
다. 올포원에는 안사락스의 스킬을 견뎌낼 나이트가 없으니까. 하지만 조심해서 나
쁠 건 없다.
올포원은 이제 7개의 길드 연합체이며 140명이 넘는 대규모의 세력이다. 무슨
수를 찾아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옥검은 바로 핵심을 짚고 해결책을 마련했다.
- →[귓속말] 지옥검 : 이해 완료했어. 공략 유출이 안 되도록 하면서 안사락스를
잡아내겠다는 거잖아. 너 안사락스 잡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예상하냐?
- →[귓속말] 구운몽 : 대략 40분?
- →[귓속말] 지옥검 : 인원은?
- →[귓속말] 구운몽 : 10명~12명.
- →[귓속말] 지옥검 : 그러면 간단하네. 싸움 걸자.
“아! 그 방법이 있었구나!”
듣고 나니 단박에 이해됐다.
보스 레이드? 중요하다.
그러나 적대 길드의 도발과 패배를 당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심지어 올포원은 탄생 초기부터 우리 길드를 의식하고 탄생한 단체다. 언제나
넘어서고 싶은 2인자의 연합!
그렇기에 우리와의 싸움에는 언제나 전력투구를 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지
옥검의 발상은 이것이다. 싸움을 유도하여 모든 이목을 집중 시킨 뒤 레이드 팀은
안사락스를 잡는다.
‘대체 왜 이걸 생각 못 한 거냐?’
확실히 뉴 온라인 때문에 플레지를 잘 못했더니 감을 잃긴 잃었나보다. 플레지
가 그 어떤 게임보다도 길드간의 공성전과 세력다툼에 목숨을 건다는 속성을 깜
빡하다니 말이다.
다음으로 민감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 →[귓속말] 구운몽 : 그리고 레이드 멤버를 제외한 길드원한테도 우리 공략은
비밀로 해야 해.
- →[귓속말] 지옥검 : ···그건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인데.
아무것도 없는 구운몽 캐릭터와 포도밭 결의를 했을 만큼 의리파인 친구다. 당
연히 그가 불쾌해 할 것을 예상했고 이에 신경 써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 →[귓속말] 구운몽 : 안사락스는 엄청난 아이템들을 드롭할 거야.
- →[귓속말] 지옥검 : 그래서 우리끼리만 독식하자고?
- →[귓속말] 구운몽 : 아니. 플레지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그래. 길드원들
이 알기 시작하면 우리 서버가 아니어도 다른 서버에 이 공략법을 팔아넘길 수 있
거든.
실제로 최초의 안사락스 사냥 방법이 이런 방식으로 유출됐다. 다른 서버의 대
형 길드가 500만원이라는 돈으로 구매하였고 이는 아이템이 아닌 노하우 공유에
사용한 최초의 거금이 되었다.
- →[귓속말] 지옥검 : 다른 서버라면 상관없는 거 아냐? 우리는 올포원만 아니
면 되니까.
- →[귓속말] 구운몽 : 공략법이라는 건 사실 알고 나면 별 거 아닌 게 대부분이
야. 아마 구매자의 일행들 중에서 또 어딘가 다른 서버에 판매하게 되겠지. 그러면
결국 이 정보는 올포원에게 되돌아오는 데까지 그리 큰 시간이 걸러지 않을 거라
고 봐.
- →[귓속말] 지옥검 : 그건··· 그렇겠네.
- →[귓속말] 구운몽 : 그리고 싸울아비 장검이나 투명망토의 경우는 수량이랑 시
세를 조절해야 돼. 함부로 시장에 내놓을 수 없으니 공략법은 물론이고 아이템의
유출까지 주의해야 하는 거야. 그래서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참여해야 해.
아직 벌어지기 이전의 예측이기에 망상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옥검과 이제까지 쌓아온 인연이나 그간 플레지에 보인 내 식견이 설득에 큰 도
움을 주었다.
그가 수긍한 것이다.
- →[귓속말] 지옥검 : 알았다. 오랜만에 포도밭 멤버 모임이네. 그래도 우리 중
에 한두 사람은 빠져야 해.
- →[귓속말] 구운몽 : 왜?
- →[귓속말] 지옥검 : 창단 멤버 전원이 전쟁에서 빠질 수는 없잖아. 누군가는 지
휘를 해야지.
역시나 참으로 맞는 이야기였다.
확실히 다소 감이 떨어진 나와는 다르게 그는 플레지의 전후사정에 대해 두로
정통했다. 아울러 대체 인력까지 확실히 장담하였다.
- →[귓속말] 지옥검 : 절대로 공략법을 누설하지 않는 멤버로 범이랑 비전을 추
천한다.
범과 비전은 강한사람들의 창단멤버이자 초창기부터 함께한 이들이었다. 함께
한 시간과 믿음이 꼭 정비례의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돈독함과 유대감은 분
명하게 커지는 편이다.
‘그래. 이 둘이라면 충분히 믿을 만하지.’
특히나 범이는 ‘강한사람들’, ‘좋은사람들’, ‘무서운사람들’. 그리고 이후에 생긴
‘귀한사람들’과 ‘빛나는사람들’까지의 모든 길드마크를 손수 제작했을 정도로 애착
을 가지고 있다. 지옥검이 추천할 만한 이들인 것이다.
- →[귓속말] 구운몽 : 오케이.
이렇게 안사락스 공략에 관한 플랜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