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99화 (99/577)

대표이사는 이래서 좋다. 55. 기단 영지

괜스레 탁자 위의 달력을 확인했다.

틀림없이 오늘은 3월 4일이다.

“그런데 이게 벌써 나온다고?”

오래간만에 들어온 플레지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2001년 5월경에나 있었을 업데이트가 두 달 빠른 3월에 적용된 것이다.

나는 미래의 기억과 비교해가며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공지*

안녕하세요. 플레지 운영팀입니다.

변함없이 플레지를 사랑해 주시는 고객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에 보답하고자,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개발한 새로운 에피소드를 업데이트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3월 4일 오전 10시에 적용할 예정이며 23일 오전 08시부터 10시까지는 정기점검 및 업데이트 관련으로 서비스가 중단됨을 알립니다.

세부 업데이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지룡 안사락스 추가.

기존 에피소드였던 용의 협곡에서 미적용 상태였던 보스 몬스터, 지룡 안사락스가 추가됩니다. 안사락스는 용의 협곡 던전 7층에 나타나며 현존하는 그 어떤 몬스터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함 존재입니다.

2. 신규 영지, 기단 및 제작 시스템 확장.

? 기단 영지의 위치는 켄트 성의 1시 방향이며 크기는 글라이드 영지와 비슷합니다.

? 기단 마을에는 대규모 상가 단지가 존재합니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 이외에는 구할 방법이 없던 티셔츠, 마법 망토, 보호 망토와 같은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 나이트 타운에서는 뼛조각을 이용한 세트 아이템 제작 기능이 추가됩니다.

? 기단에는 새로운 명물, 도그 레이스가 존재합니다. 위치는 기단 마을의 우측 하단이며 기존의 슬라임 레이스보다도 더욱 박진감과 넘치는 스릴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주의할 점 : 관람할 경우, 데리고 다니던 테이밍 몬스터(개 포함)는 따라가지 않고 주인이 없는 것으로 처리되니 관리에 신경 써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3. 기단 성 및 던전.

? 성 : 기단이 추가됩니다. 이는 기존의 구조와는 달리 2개의 외성문과 3개의 내성문, 1개의 현관문으로 구성된 곳입니다.

? 기단 영지의 남쪽에 4층으로 이루어진 던전이 추가되었습니다.

1층 : 오크 좀비, 아울베어, 구울, 슬라임

2층 : 다크 엘프, 오크 좀비, 아울베어, 구울, 슬라임

3층 : 다크 엘프, 오크 좀비, 아울베어, 슬라임

4층 : 싸이클롭스, 다크 엘프, 아울베어, 슬라임

4. 편의성 개선 및 패치사항

? 신규 아이템, 농축 초록 물약 추가.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기단 영지의 마을에는 거상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이 판매하는 1,500골드의 아이템인 농축 초록 물약은 30분간 가속 효과를 발동시킵니다.

? 모든 마을의 잡화상에서 일반 초록 물약 200골드에 판매.

기단 영지의 상인들을 통해 플레지 전역의 잡화상에 초록 물약이 공급되었습니다. 앞으로 모든 잡화상에서 200골드로 일반 초록 물약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초록 물약의 드롭 확률 상승.

과공급된 초록 물약은 일반 몬스터들이 소지할 만큼 흔해졌습니다. 이제 필드에서의 사냥을 통해 초록 물약을 원활히 획득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가속 효과 누적시간 한계적용.

헤이스트와 초록물약의 효과는 최대 1시간까지만 누적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 적용 사항이 많은 업데이트인 만큼 접속 지연과 같은 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배포한 CD를 통하여 설치하시거나 홈페이지에 미지 접속하여 다운로드 받으시면 자동 업데이트보다 원활한 게임을 플레이하실 수 있음을 알립니다.』

신속한 엠씨 소프트의 대처!

딱 보고 바로 느꼈다.

“이건 나 때문에 나온 거구나.”

둘 다 틀림없을 것이다. 기단 영지와 안사락스와 같은 콘텐츠 추가는 크나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뉴 온라인의 출시가 한 몫 한 게 틀림없다. 이탈하는 고객들을 통해서 위기를 직감하고 발 빠르게 업데이트 한 거다.

‘하긴. 오성전자의 휴대폰도 와플이 들어오면서 빛의 속도로 발전했었으니까.’

미래에도 ‘애국합시다. 국산품 애용!’이라는 모토로 성장하고 사랑 받던 제품들 가운데 배짱 영업을 하게 된 독과점 상품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도록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던 이 제품들은 국외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들어오면 무시무시하게 혁신을 이루곤 했다. 그간 귀가 막혔나 싶을 만큼 기울이지 않던 고객의 목소리는 회사의 위기감과 함께 비로소 전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쓴웃음이 나는 한편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번의 엠씨는 꿈에서보다는 나은 서비스를 할 거 같아.’

또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와 같은 일이 지속될 수 있도록 건전한 경쟁 생태계를 만들도록 일조해야 겠다는 것이었다. 뉴 온라인만이 아닌 다른 우수한 게임이 많아진다면 배짱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렇게 경쟁력을 갖춘 게임은 세계에서도 충분한 상품성을 자랑할 테니 이거야 말로 윈-윈이다.

“두 번째인 농축 초록 물약도 내 영향이라고.”

앞의 것이 넷젠의 압박이라면 이건 구운몽의 인터뷰 덕분이다.

물론 내가 말한 내용이 100% 반영되지는 않았다.

‘나 같았으면 아예 헤이스트가 누적되지 못하도록 했을 테지만, 플레지는 내 회사가 아니니까.’

나는 1시간 유지 효과에 2,000골드를 언급했지만 엠씨는 1,500골드에 30분으로 조절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1시간 누적이 가능하니까 앞으로의 사냥은 일반 초록 물약을 12개 먹고 시작하겠지. 추가 사냥은 농축 초록 물약을 챙겼다가 빨아주는 방식이 돼. 일반 촐기 12개면 2,400골드. 유저들한테 구매하면 1,800골드까지 낮춰지니까 이 가격에 헤이 샵을 하면 바보 인증이지.’

게임의 가장 커다란 적폐를 예방했다.

뿌듯한 심정이다.

“좋아, 엠씨 소프트. 우리 상부상조해보자고.”

헤이스트 장사꾼들을 근절했고 초보 유저들을 위해 초록 물약 자체의 시세를 다운 시켰으며 공급량까지 화끈하게 높였다. 게임사는 미래를 확신하는 나와는 달리 헤이스트 장사의 폐단과 농축 초록 물약의 여파 중 무엇이 더 클지 가늠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 의견을 수용해줬다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굉장히 큰 호의를 보인 것이다.

아주 마음에 든다. 가장 행복한 것은 오늘이 3월 4일이라는 점이다.

바로 플레지의 업데이트 날짜!

기다릴 필요 없이 오늘부터 게임을 즐기면 된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사춘기 때의 격렬한 웃음이 용솟음쳤다.

‘흐흐. 안사락스는 무조건 내 차지다.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최강을 다시금 입증하는 거라고! 크하하··· 앗? 잠깐. 그런데 이 자식들은 왜 나한테 연락이 없었던 거지? 아니. 이런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상황이면 미리미리 연락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게임을 다운받다가 진수와 성찬이에게 생각이 미쳤다.

그동안 뉴 온라인과 게이머스 포럼의 회사일로 플레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구운몽 캐릭터는 길드원들에게 부탁하고 골리앗과 길드 운영은 진수성찬에게 맡긴 상태였다.

레벨업에 대리를 돌리게 된 셈인데, 사실 이건 내가 떠넘긴 게 아니라 길드원들이 자발적으로 맡겠다고 의사를 밝혀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구운몽의 뒤를 이어 올포원에서 50레벨의 나이트가 등장했다. 이 시점에 내가 현실의 직업 때문에 바빠서 당분간 접속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자 ‘전 서버 최강의 상징인 구운몽이 다른 길드의 나이트에게 따라잡히는 꼴은 볼 수 없다!’라며 자처한 것이다.

실제로 2번째의 50레벨 나이트인 ‘의천여검사’는 3Dknight에서 길드 단위로 키우는 캐릭터였다. 이들 역시 8명이서 돌아가며 24시간을 쉬지 않고 사냥한다고 알려졌으며 목표는 ‘타도 구운몽!’이라고 한다.

‘아무리 고효율 사냥터에서 사냥해도 혼자였다면 따라잡혔겠지··· 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잖아. 진수성찬 이 자식들이! 도대체 뭘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이런 대단위 업데이트면 나한테 연락을 줬어야지!’

사고 팔면서 이득을 봤어야 할 아이템에 연연하는 게 아니었다. 아닌 말로 게임 속 아이템보다는 게임을 제작하는 입장이라서 벌어들이는 돈의 단위가 달라진 마당이다. 자판기 운영에 연연해서 분노할 일이 없다.

다만 업데이트를 놓칠 뻔 했다는 것.

게이머로서 남들보다 늦게 플레이할 뻔했다는 점이 나를 화나게 했다.

당장 책상 위의 전화기를 들어서 진수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 여보세요?

느긋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팍 소리 질렀다.

“진수야!”

- 워메! 깜짝이야. 아오··· 귀 아려. 뭐냐? 태식이냐?

“그래. 나다!”

- 아따~ 새끼.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나. 군대 2번 갔어? 왜 이렇게 목소리가 큰 거야? 뭔 일 있어?

“야이 자식아. 뭔 일은 너한테 있는 거지!”

- 나? 어? 별 일 없는데? 성찬이한테 뭔 일이 있었나? 잠깐만 있어봐. 내가 얼른 걔 불러올게.

- 어이~! 태식 싸장님아. 졸라 오랜만~

전화기 한 대를 붙들고 둘이서 얘기하는 친구들이었다. 저들의 느긋함을 보니 화끈하게 치솟았던 내 분통이 외려 식어버렸다.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그래, 이 쌈 싸먹을 쉐리들아. 오랜만이다. 그런데 너네들 기단 업데이트 하는 거 알고들 있었냐?”

- 오늘 하잖아.

- 당연하지. 모를 리가 있냐?

“그런데 왜 나한테 지금까지 이야기를 안 한 건데?”

- 당연하지. 네가 모를 리가 있냐?

- 문제없으니까 그냥 있던 거 아니었음?

처음에 장사를 넘겨주었을 때는 ‘이거 사둘까?’ ‘요건 빨리 처리 해야겠지?’ ‘저거는 어때? 뜰 아이템이야?’라며 온갖 잡다한 사항들까지 정신없이 해대던 놈들이었다.

그러다 하도 짜증이 나서 ‘내가 연락 안하면 별 일 없는 거야. 소신껏 해봐!’라고 했었는데, 그게 악수가 되었나 보다.

‘워낙에 많은 서버에서 장사를 하니까 수익이 안정화 된 마당이기도 하고.’

물론 시시콜콜한 것까지 컨트롤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이런 모습이 당연한 것이다. 다만, 녀석들이 나 모두 알지 못했던 것은 사업이라는 게 타사 게임을 염두에 뒀을 정도로 만만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 요즘 졸라 바빴잖아. 플레지는 구경도 못할 정도였다고. 사정 빤히 알면 이런 건 알아서 전달해줬어야지 않겠냐?”

- 하하하! 짜샤, 웃겼다.

- 네가 플레지 업데이트를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새끼들아. 진담이야.”

- ···에이! 구라 즐!

- 대한민국 최대의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는 윤태식이가 이걸 모를 리가 없지!

대답하지 않자 저쪽에서도 침묵이 감돌았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 우와··· 진짜인가 본데···

- 야. 혹시 이번 업데이트로 엄청 이득 볼 수 있는 아이템이 있던 건 아니지?

“없었겠냐?”

그리고 성난 원숭이 두 마리가 괴성을 질렀다.

- 으아악! 우갸악! 끄아악!

- 아오! 야! 그러게 내가 혹시 모르니까 연락 해보자 했잖아!?

- 씨불! 설마 태식이가 모를 거라고 생각이나 했냐!?

- 그거야 평상시지! 저 새끼 뉴 온라인 때문에 졸라 바쁠 거 같았다고 했잖아!

- 으아아! 아니야. 나 때문이 아니라고! 저 자식이 깜빡하는 건 완전 배신이란 말이야! 태식이는 진성 폐인이란 말이다! 저 새끼가 플레지를 까먹는 건 있을 수 없어!

- 닥쳐 이 멍청아! 폐인 새끼도 실수할 수 있는 거라고!

수화기 너머로 진수와 성찬이 다투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번갈아 가면서 네 탓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둘이 서로 욕하는데 제3자인 나만 얼간이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실시간으로 오랑우탄의 울부짖음 들을 듣던 나는 조용히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이 개소리들을 왜 듣고 있는 것인가. 끊으면 되는 것을!’

달칵.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벌컥벌컥 냉수를 마셨다.

그리고 이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한 결과, 쉽사리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멍청하기는. 미래를 바꿔나가고 있으면서 정작 미래의 정보만을 맹신하고 있었어.”

경쟁사의 게임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한다는 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귀추에 주목하면서 상시 파악하려고 애써야 옳았다. 그런데 낙관하고 사이트에 접속조차 하지 않았던  것. 타사 게임들의 발전 동향이나 업데이트를 묵살했던 이유는 내 기억 때문이었다.

뉴 온라인을 위협할 만한 게임 중, 이 시기에 등장하거나 업데이트 할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에 그러했으니 이를 확신하였다.

때문에 하나를 놓쳤다. 내 영향력이 이 정도의 파급효과를 일으킬 정도가 되었다는 현실이었다.

‘괜찮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대응하면 돼.’

운이 좋았다. 만약 회사의 사활을 걸고 사업하다가 이 사실을 뒤늦게 감지했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해야 자판기의 상품 몇 가지와 플레지의 골드 정도가 고작인 상황이었다.

그나마도 손해는 없고 더 크게 볼 이익을 덜 보게 되었다는 정도다. 이 사실에 감사하며 게이머스 포럼을 오래간만에 접속해서 둘러보았다.

“확실히 내가 못 본 게 맞아.”

혹시라도 뉴 온라인 밀어주기 때문에 플레지의 새로운 업데이트를 우리 사이트에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우려했다. 이러면 공정성을 잃게 되는 만큼 정보제공 사이트에는 최악의 실수가 된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메인 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공개되어 있었다. 플레지의 공지보다도 훨씬 가독성이 좋게 새로운 업데이트에 대한 정보들이 조목조목 아주 잘 정리된 상태였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받기가 무섭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태식아! 그래서 이번에 대박 아이템 뭐 있는 거냐?

- 우리가 놓친 게 뭔데? 지금 팔까? 응?

조근 전의 내가 저런 태도였나 싶었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며 느긋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괜찮아. 포기하면 편해.”

- 뭔데? 뭘?

- 어떤 게 문제였어?

“지나간 걸 어쩌겠냐. 앞으로 잘하자.”

- 짜샤. 손절매 해야지!

- 땅바닥 치기 전에 본전이라도 땡기려면···

“그렇게까지 박살 난 건 없거든.”

그러자 불안해하던 목소리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 아, 그래? 휴우. 다행이다.

- 쫄아서 뒤지는 줄 알았···으윽! 나 쥐났어!

- 아오. 새끼. 가지가지 하네. 어디냐?

- 허으으윽! 거기···!

전화는 그렇게 신음을 끝으로 끊어졌다. 왠지 옆에서 보는 상태도 아니지만 환하게 둘의 모습이 그려졌다. 회사에서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나와는 달리 슬리퍼에 츄리닝을 입고 버둥버둥 거릴 것이다.

‘놀러 가면 바로 폐인 모드에 들어갈 수 있겠네.’

오직 게임만 하며 밤을 지새우기 딱 좋은 유니폼이다.

지금보다 시간이 여유 시간이 더욱 많아지면 종종 놀러가야겠다. 벨트 풀고 배터지게 먹는 것처럼 티격태격하면서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일 테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간 소홀했던 사이트 정보들을 점검했고 업데이트가 완료될 즈음, 구운몽의 캐릭터로 플레지에 접속했다.

101.기란 영지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이면 마냥 지켜보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제일 먼저 발자

국을 내려는 욕구도 생기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접속한 뒤

신규 콘텐츠를 제일 먼저 맛보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접속한 현재의 위치는 켄트 성 마을.

기억에 따르면 기단 영지까지 텔러포터를 통해서 간단히 이동할 수 있는 장소

였다. 그런 생각으로 NPC에게 말을 걸었는데, 이게 웬걸.

“없다고?”

텔레포터의 이동 목록에 기단 마을이 존재하지 않았다.

‘몇 가지가 부족한 상태로 업데이트 되었나 보네.’

좋게 생각하자면 나름대로 직접 두 다리로 이동하는 판타지 모험의 로망을 실

현하려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테지만 엄연히 나중에는 생길 유저 편의부분에

해당한다. 필시 뉴 온라인 때문에 일정을 앞당기면서 생긴 일일 것이다.

‘차차 보강하겠지. 이러면 실버나이트 타운으로 가보자.’

버스 노선이랑 똑같다. 켄트 성 마을에서 기단 영지로 가는 항목이 없다면 실버

나이트 타운에서 기단 영지로 가는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그런 생각으로 끼고 있는 순간이동조종반지와 귀환의 돌을 사용하여 이동했는

데, 여기서 또 당황했다.

“여기도 없네?”

노선을 잘 골라야 하는 게 아니었나보다. 이건 정류장이 미처 생성되기 이전인

상태였다.

‘그렇다면 달려가 주마.’

초록 물약으로 1차 가속.

불굴의 의 물약으로 2차 가속!

가장 빠르게, 누구보다 먼저 가고자 열심히 달려간다. 기단 마을의 위치는 누구

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켄헬 성 북부에 있는 1시 방향의 길을 쭉 따라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고작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촐기와 불굴이라니. 예전에는 진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야.’

다른 사람들은 ‘저게 뭐?’라고 할 테지만 게임을 해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

하는 사치라 할 수 있다. 이건 요플레를 먹을 때 뚜껑 부분을 핥거나 숟가락으로

긁어먹지 않고 버리는 용감한 행동과도 비견될 정도다.

그렇게 부단히 마우스 클릭만 하며 이동하다보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뉴 온라인처럼 플레지도 악재를 벗어난 셈이지. 원래 이 시기에 초록물약을 퍼

주다 시피 해주는 패치는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엠씨 소프트가 유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도 드문 사례이고. 이런 식으로 계속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들이

동반 성장하면 참 좋을 텐데.’

플레지의 팬으로서의 입장은 물론이거니와 넷젠의 대표 이사로서도 경쟁작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한정된 파이를 서로 갈라먹는 식의 경쟁이 아

니기에 가능한 발상이다.

뉴 온라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현 시점의 통계를 보면 분명하게 나오

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3월 4일 오늘자를 기준으로 뉴 온라인의 동시 접속자 숫자

는 8만 5천에 달한다.

뉴 온라인 오픈 이전의 플레지 동시접속자 숫자는 10만 명이던 상태였는데 여

기서 플레지가 기단 영지 업데이트로 이탈하려는 고객들을 붙잡았다.

그 결과, 현재의 플레지 최대 동시접속자는 12만 명이 되었다. 게임 인구가 한창

유입되는 시기라서다.

‘내가 성공한다고 무조건 너를 망하게 만들어야 하는 구조가 아니란 말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임이 생겨나고 뉴 플레이어를 통해 온라인 게임을 하

지 않던 이들이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첫 게임을 플레지로 했다가 성향에 맞지 않

아서 뉴 온라인에 정착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향을 보일 수도 있다.

단순한 서비스 문제만이 아닌 경쟁작과 양질의 작품이 많아야 하는 이유가 바

로 이것이다. 일단 게임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성향과 취향의 변화

에 따라 다른 작품에도 얼마든지 기회가 제공된다.

이러한 풀이 생성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게임을 병들게 하는 특정 요소들을 거침없이 게임사에 전달

해서 처리할 계획이었다. 엄청난 대의를 가지고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재미

있고 더 성공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이다.

‘다른 게임은 우선 차치해두고, 플레지 쪽부터 훑어볼까? 분명히 초창기 기단 영

지가 나왔을 때 큰 오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게 그대로일지 모르겠네.’

그동안 열심히 달려간 구운몽 캐릭터가 기단 영지에 도착했다.

처음 보인 것은 거대 성곽이었다.

‘콘셉트는 좋다만 이것 때문에 이동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지. 정해진

출입구로 꼭 다녀야 하니까.’

성곽 내부에도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심지어 던전까지 자리하고 있다. 이것만

보면 외부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고 위험군을 격리시킨다는 성곽의 본래 취지는 이

미 박살난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디자인 콘셉트가 그렇다 하니 게임적인 요소

로 넘어가면 된다.

대부분의 유저는 이런 설정 부분에서 굉장히 너그럽다.

‘여기서 출입구 찾느라 개고생 하는 사람들이 꽤 될 거야.’

나 역시도 왕년에는 30분이 넘게 걸어 다니곤 했다. 그러다 신규 몬스터인 다크

엘프라도 만나게 되면 눈물을 머금고 귀환하거나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쳐

야만 살 수 있었다.

최고 레벨과 최강의 장비로 무장한 구운몽 캐릭터인 지금이야 다크 엘프를 보

게 되어도 ‘저 놈은 매우 위험한 몬스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점심입니다.’의

멘트를 날리며 손쉽게 사냥할 수 있지만, 어지간한 플레이어에게는 버거운 몬스터

일 것이다.

‘성곽이 나왔으면 절반은 온 셈이지.’

이렇게 단점과 불편함이 돋보이는 성곽에도 눈을 씻고 찾아보면 두 가지의 장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너님이 길 안 잃고 제대로 온 거임. 여기가 기단 영

지 맞음.’이라는 이정표의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고 둘은 ‘성곽 안에서 귀환하면 무

조건 마을 도착!’이라는 점이었다.

다른 지역에서의 마을 귀환은 ‘대충 이쯤에서 쓰면 도착하겠지?’라는 추측과 경

험이 필요하지만 기단 영지의 성곽은 100%를 보장해준다.

나 역시 출입구를 지남과 동시에 귀환의 돌을 사용하여 목적지에 도달했다.

“오호. 마을 퀄리티는 전혀 뒤떨어진 부분이 없는데?”

플레지 최초의 대형 도시.

그동안 집 몇 채와 필수적인 상점이 전부였던 플레지였던 만큼 이 지역은 여러

모로 구경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괜찮은 수준이야.’

게임사의 입장에서 상당히 갑작스러운 업데이트였을 것이 분명함에도 기단 마

을 자체는 내 기억과 별반 차이점이 없었다. 시스템적으로는 빠진 요소들이 존재

하지만 그래픽 적인 부분은 진작부터 완성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때 내게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 →[귓속말] 황성찬허좁 : 태식이냐?

- →[귓속말] 구운몽 : ㅇㅇ 담 온 건 해결했냐?

- →[귓속말] 황성찬허좁 : ㅇㅇ 그건 그렇고 해줄 말 있지 않냐?

- →[귓속말] 구운몽 : 또 뭔 소리여?

- →[귓속말] 황성찬허좁 : 공동 사업이잖아. 얼른 소스를 뱉어라. 우리가 열심히

팔아야 너님한테도 용돈이 들어가는 거잖음!

내심 그 부분이 걸렸나 보다. 피식 웃고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 →[귓속말] 구운몽 : 별 거 없으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정 아

쉽다면, 최고급 다이아를 사. 앞으로 더 떨어질 것 같긴 하지만 미리부터 움직여서

나쁠 건 없거든.

- →[귓속말] 황성찬허좁 : 최다? 이거 가격 계속 떨어지는 거 아니었어?

최고급 다이아몬드.

엘븐 우즈가 처음 나왔을 때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던 보석이었다. 현재의 플

레지에서 최고의 장비인 ‘엘프족 판금 갑옷’의 제작 재료이기 때문이다.

높은 방어력과 가벼운 무게라는 두 가지 이점을 두루 갖춘 장비의 핵심 재료. 구

운몽 캐릭터 역시도 이 갑옷을 강화해서 장착할 만큼 고레벨 유저의 최종 장비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고급 다이아몬드 시세는 고작 30만 골드에 불과하다.

공급량이 많아졌거나 대체제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딱 하나.

장사꾼들의 수작질로 인한 것이다.

- →[귓속말] 구운몽 : 최다 값이 왜 계속 다운된 건지 아냐?

- →[귓속말] 황성찬허좁 : 당연하지. 클래스마다 자기들 전용 방어구를 착용해

야 회피율이 높아진다고 해서잖아. 그래서 나이트들은 전용 면갑이랑 판금 갑옷,

타워 실드 값이 올라간··· 아놔. 이것도 공갈이었던 거냐!?

- →[귓속말] 구운몽 : ㅇㅇ

최근에 돌고 있던 낭설 중에는 직업별 전용 장비 세트를 모두 착용했을 때 일명

‘빗방’이라고 하는 회피 판정이 높아진다는 것이 있었다. 때문에 가볍고 튼튼한 엘

프족 판금 갑옷 대신 나이트 유저들은 무거우면서 튼튼한 전용 세트를 장착하는

추세였다.

데이터가 없는 상태로 ‘그럴싸한데?’싶은 이 소문의 정체는 사실 이렇다.

- →[귓속말] 구운몽 : 몽땅 그럴 듯한 개소리임. 싸구려 장비를 비싸게 팔아먹음

과 동시에 엘프족 판금 갑옷을 헐값에 구매하려는 수작이지.

- →[귓속말] 황성찬허좁 : 이 쉐리들은 뭔 헛소문을 진짜처럼 요로콤 잘 만든다

냐.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플레지의 장사꾼들에 비해서 진수와 성찬이는 살짝 뒤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물론 후발주자인 저들이 자판기 주인이자 거상에 해당하는

두 친구를 앞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 →[귓속말] 구운몽 : 장사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너님들 머리 위에 있는 사람

들이여~

- →[귓속말] 황성찬허좁 : ㄴㄴ 너님이나 우리 무시하지 남들한테는 우리가 장

사의 신이라고.

- →[귓속말] 구운몽 : ㅋㅋㅋ 웃어주마.

- →[귓속말] 황성찬허좁 : 좋았으! 최다 졸라게 사들일게. 그리고 아이템 시장의

밝은 거래를 위해서 정의 구현을 제대로 해주겠음! 메일 브레이커 때처럼~

- →[귓속말] 구운몽 : 어쭈? 순서 따지기는. 살 거 다 산 다음에 정의 구현임?

- →[귓속말] 황성찬허좁 :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잖음. 우리가 너님의 훌

륭한 비상금 주머니가 되어 준다, 이거다. 그러므로 용돈을 벌고 싶다면 재깍재깍

정보를 내놓으시오!

- →[귓속말] 구운몽 : 오냐~

한참 웃고는 대화를 마쳤다.

‘이런 걸 보면 안심이 되네.’

일 처리를 확실하게 하려는 모습이니 마음이 놓였다. 가장 먼저 내가 접속했는

지를 확인하고 자신들이 놓친 요소가 있는지 점검한 후 행동에 나섰으니 말이다.

친한 사이라서 표현 방식에 격의가 없을 뿐이지 녀석들은 문자 그대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소수에 해당한다.

‘이제 마저 해볼까나.’

가외 업무를 끝마쳤으니 본래 알아보려고 했던 기단 영지의 오류를 확인할 차

례였다. 이 부분은 바로 아이템의 시세에 해당한다.

유저간에 거짓 정보를 토대로 사기를 치는 행위가 아니라 시스템 상의 허점이

었다.

“어디보자··· 역시! 그대로군.”

대규모의 영지인 기단에는 넓은 마을의 크기만큼이나 상인의 수도 많았다. 잡화

상인 NPC도 두 명이었는데 내가 발로 뛰면서 찾은 부분 바로 이들이 판매하는 아

이템의 가격이다.

‘여기서는 50골드. 저기서는 55골드.’

「오우크 완드」

이 아이템은 던전 등의 장소에서 길을 막는 유저들을 밀어내기 위해서 사용한

다. 길을 막고 다른 유저들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막는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

어진 아이템인데, 기단 영지의 왼편 상점에서는 구매가 50골드. 오른 편의 상점에

서는 판매가가 55골드였다.

거대한 마을인 만큼 잡화상을 둘씩 배치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지만, 단가 설

정에 중대한 미스가 난 셈이다.

당장 나만하더라도 순간이동조종반지를 이용해서 양쪽 상점을 순식간에 오가면

서 거래하면 무지막지한 골드를 축적할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시스템을 이용해서 누군가가 갑작스레 이익을 취한다면, 후에 알

게 된 유저의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

그렇다고 서버를 돌려서 원위치를 시킬 수도 없다. 그건 모든 유저들을 열 받게

되는 최악의 대처방법이다. 실제로도 지난 내 기억에 따르면 이 문제로 서버를 롤

백하는 일까지 있었고 초심자의 섬에 유저들이 단체로 모여서 반대시위를 하는 일

이 발생했었다.

때문에 이것은 재빨리 막을수록 좋았다.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 →[귓속말] 구운몽 : 영자님.

- →[귓속말] GM켄헬 : 오~ 구운몽님이시군요. 무슨 일이라도~?

- →[귓속말] 구운몽 : 버그 제보합니다.

- →[귓속말] GM켄헬 : 버그요?

- →[귓속말] 구운몽 : 기단 마을 상점에서 판매중인 오우크 막대요.

- →[귓속말] GM켄헬 : 네.

- →[귓속말] 구운몽 : 그거 왼쪽의 상점에서 구매하면 50골드인데, 오른쪽으로

가면 55골드에 팔려요.

- →[귓속말] GM켄헬 : 호곡!? 정말입니까?

- →[귓속말] 구운몽 : 그럼. 정말이죠.

기단이 업데이트 된 지 아직 1시간 정도밖에 안 지났다.

아무리 빨라도 아직은 사람들이 이런 버그를 찾지 못했을 게 분명하며 당장 처

리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해결되는 사항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운영자가 모를

리 만무하다.

다만, 회사에는 절차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애로사항일 따름!

- →[귓속말] GM켄헬 : 제보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검토와 내부 회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으이구! 우리 회사 같았으면 저런 대답은 안 나왔을 텐데.’

이건 게임의 경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요소다. 그냥 약식 회의를 통해

보고만 하고 빠르게 임시 점검을 하는 게 옳은 방법이다. 하지만 엠씨 소프트에 내

가 압력을 가할 수도 없고 가능하더라고 그리 해서는 곤란했다.

- →[귓속말] 구운몽 : 회의하다가 시간 끌게 되면 수습하기 어려워지는 거 정도

는 아시죠?

그저 재차 강조할 뿐이다.

- →[귓속말] 구운몽 : 플레지를 위해서라도 빨리 해결하시는 게 좋습니다.

- →[귓속말] GM켄헬 :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악센트를 제대로 주면서 대화를 종료했다.

그것이 효과를 보인 것일까. 약 15분이 지났을 무렵에 공지가 올라왔다.

『플레지를 사랑해주시는 수호자 여러분께 항상 감사합니다. 5분 뒤인 11시 20

분부터 약 10분간 임시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수호자 여러분들께서는 안전한 장

소로 이동하셔서 게임을 종료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야! 내가 알던 엠씨 소프트가 아니네!”

월드 채팅에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부푼 기대를 안고 기

다렸다가 이제 겨우 게임을 하려나, 하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바로 임시 점검을 한

다고 하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전후사정을 아는 나로서는 마냥 만족스러울 따름이다.

‘좋다고. 우리 함께 성장합시다.’

좋은 게임으로서의 경쟁. 유저로서의 기쁨. 여기에 플레지가 인기 있을수록 트

레이더스 포럼의 골드 거래량도 증가한다는 사업적인 이익도 존재한다.

이야말로 윈-윈 의 바람직한 표상일 것이다.

임시점검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나는 안사락스와 관련된 내용을 되짚었다.

‘동업자로서 도움을 줬으니 이제는 유저로서 콘텐츠를 즐겨보자.’

최초의 지룡 사냥!

드래곤 슬레이어가 될 차례다.

< 지룡 공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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