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정식 서비스
【게임 하려고 컴퓨터 새로 산다? ‘뉴 온라인’의 불쾌한 부추김!】
작년 말,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뉴 온라인’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2D 게임들과 달리 3D로 표현된 이 게임은 기존의 게임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그래픽을 요구한다. 당연히 컴퓨터의 필요 성능이 매우 높아서 원활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CPU : 600Mhz RAM : 64MB VGA : Direct3D 지원, 메모리 8MB 이상의 비디오카드 (Riva TNT급) 이상의 성능을 권장한다.
문제는 이 사양이 국내에 보급된 PC의 수준을 훨씬 초과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새로 구비해야 하는 상황!
그 탓에 업계 전문가들은 ‘뉴 온라인이 잘못된 소비형태를 야기하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사양의 게임은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 이라며 뉴 온라인의 성공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였다.
또한 ‘게임을 위해 고가의 컴퓨터를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발상이다.’라고 못 박았으며 학부모들의 걱정과 비난의 목소리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진짜 끈질긴 놈들일세. 아직도 이런 기사를 올리다니.”
뉴 온라인의 오픈 베타가 시작되고 2개월이 지났을 즈음부터의 견제는 게임의 완성도를 깎아 내리는 것에서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가정용 PC의 사양보다 높은 수준이기에 고가의 PC를 구매하지 않는 한 제대로 즐길 수 없음을 꼬집는 거였다.
때문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더라도 뉴 온라인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숫제 저주를 퍼붓는 중이었다.
‘에라이 똥 멍청이들아. 그게 말이 되냐?’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봤자. 솔직한 말로 전혀 조금도 걱정되지 않는다.
이미 누적 가입자가 100만 명이 넘은 마당이다. 저들의 기사 속에 나오는 자칭 전문가들의 예측은 모조리 빗나간 상태이며 만약 망할 것 같았다면 100만 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생기지 않았어야 정상이었다.
즉, 저 주장은 우리를 깎아내리려는 것 외에는 그 의도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저열했다.
다만 의아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게임 회사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계속 공격하는 거냐?’
처음에는 대형 게임 업체들만인 줄 알았는데, 이쯤 끈질기게 붙어서 치근덕거리니 도통 감을 못 잡을 정도였다.
‘대기업일리는 없는데.’
실상 뉴 온라인이 성공한다는 것은 PC 시장의 매출이 오른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기업은 PC시장에 진출해 있고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PC시장의 확대를 위해 지원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에서 이런 기사를 꾸준하게 내보낼 수 있는 자금력이라니!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 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한참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아! 모르겠어.”
알아도 그만, 알지 못해도 그만이다.
‘어떤 쭈그렁탱이인지 모르지만 그냥 무시하고 만다!’
이미 판은 내가 짰고 대세도 유리하게 흐르는 와중이다.
언론회사들이 제아무리 우리 게임을 깎아내려도, 게임을 마약에 비교해서 아무리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내도 상관없었다.
결코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게임 업계의 파이는 나날이 커질 것이고 시장 역시 글로벌해지면서 거대해진다. 이는 확고부동한 미래이니 어떤 세력이 나타나도 결코 바뀌지 않는다.
그보다는 실질적인 내 사업에 신경쓰는 편이 훨씬 유익했다.
‘정식 서비스 할 때 즈음이면 동시접속자가 10만 명은 되는 거 아닐까?’
집계 결과!
뉴 온라인의 첫날 최대 동시접속자는 6만 8천명이었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서 2개월이 지난 지금의 동시접속자는 최대 8만 명!
역대 게임 역사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중이다. 내가 개입하기 전의 뉴 온라인이 어떤 성적을 이루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분명하게 장담할 수 있다. 현재의 우리가 이룩한 성적보다는 부족할 것이라고 말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살짝 뻥튀기를 해서 발표할까?”
동시접속자라는 것은 실상 게임사에서 공개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에 해당한다. 대중은 물론이고 언론에 이르기까지 게임사에서 공개를 하는 수치를 믿는 방식이었다.
이 점을 살짝 이용하면 동시접속자 8만 명인 우리 게임은 ‘최고 동시접속자 10만 명인 게임!’으로 확정지을 수도 있다.
이토록 뉴 온라인은 순조롭게 성공의 길을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저건 확실히 일리가 있단 말이야.’
90%가 개소리이긴 하지만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다.
나는 기분 좋게 펼쳤던 상상의 날개를 잠시 접고 모니터를 응시했다. 정식 서비스
“PC의 보급.”
이 부분이 발목을 잡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금의 컴퓨터는 비싸도 너무 비싸.’
이렇게 명확하리만큼 문제가 파악됐을 때는 오히려 고민의 방향이 단순해진다. 나는 물론이고 이용자들까지 포함하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 그것은 컴퓨터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과 행동이 없다면 아이디어나 기획안들은 한낱 망상이 될 뿐이다.
다음 스텝을 밟기로 했다.
모두가 윈-윈 하는 결과를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내가 PC시장에까지 뛰어드는 건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돼.’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하다가 한 순간에 망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는 적잖다. 전자회사가 아닌 단순 완제품 조립 회사들이 2000년대 중반에 어떻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면 되니 말이다.
누구나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사업을 하지만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니 직접 뛰어들지 말고 제휴 형식으로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이러면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는 거고.’
유통 단계를 줄일수록 단가가 떨어지고 이윤은 높아진다. 중간에 여기서 한 입, 저기서 한 입 떼어먹는 일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PC유통 업체가 우리와 제휴를 맺으면 나누게 되는 이익만큼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비싼 컴퓨터를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목적에 절대로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이거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겠어.”
자세를 고쳐서 앉았다.
모니터만 보면서 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확보하여 제대로 알아보기로 한다.
‘일단 이것부터 알아보자. 이 시기의 컴퓨터는 왜 이렇게까지 비싼 거냐?’
90년대에는 286컴퓨터가 1,000만원을 호가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몇 백만 원 대의 컴퓨터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비교잣대를 완전하게 잘못 들이대는 거다.
그 결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역시 미친 가격!”
용산에서 완제품 하나를 팔면 100만원의 순이익이 남는다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닐 만큼 비싸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고 소비자들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이 값에 구매하는 걸까.
미래지식과 비교하며 열심히 자료를 찾아보니 그 해답이 보였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모르니까 후려쳐도 욕 나오리만큼 갈겨버리네.’
물론 정직하게 파는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박리다매 전략을 사용하는 곳들 중에는 대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채로 싸게 사서 두고두고 고생할 바에는 차라리 비싼 값을 주더라도 안정감을 선택하게 된다.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이런 소비 행태는 컴퓨터에 대해 이용자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맹’이라고 할 정도인데 이는 컴퓨터 학원에서 무엇을 제일 먼저 가르치는 지를 보면 여실하게 알 수 있다.
“기막히네. 컴퓨터를 켜고 끄는 방법을 돈 주고 배운다니.”
전원 온, 전원 오프.
‘이걸 굳이 학원까지 가서 배운단 말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로 이게 기초 교육 과정에 들어간다. 심지어 지금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OS를 종료하고 나면 「이제 컴퓨터의 전원을 끄셔도 됩니다.」라는 문구가 나오고 그 후에야 본체의 전원을 종료한다.
착한 메시지네, 친절하군, 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굳이 알려줘야 할 만큼 사람들이 컴퓨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증거다.
이런 판국이니 사양에 대해 당연히 모르고 램이 뭔지, CPU는 또 무엇이고 가격은 어찌되는 지 알 수 없다. 당연하게도 값을 후려쳐도 ‘그런가 보다’하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교육 방송을 만들 필요는 없지. 나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컴퓨터를 제공하기만 하면 돼. 소비자는 당연히 이쪽을 선택할 테니까.’
내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견적이 나왔다.
이를 메모했다.
? 컴퓨터 가격을 낮추는 방법.
└ 마진을 적게 남기고 많이 팔아서 수익을 늘리려는 유통업체를 찾는다.
└ AND의 CPU를 사용하면 좋다.
AND는 1등 CPU업체인 Outel에게 밀려서 만년 2등으로 남아 있는 회사다. 현재 국내 PC의 90%가 Outel의 CPU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어느 정도냐면 투명 테이프의 정식 명칭을 특정 회사 제품인 ‘스카치 테이프’라고 부르는 것처럼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컴퓨터에 붙어 있는 Outel의 스티커를 그냥 CPU의 로고인 줄 알 정도다.
그런 만큼 AND와 제휴를 맺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대기업 제품을 비싸게 구매하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 해답은 A/S!
└ 전국적인 A/S망을 가진 곳.
└ 규모는 중소기업 수준이면서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는 회사를 찾아야 한다.
└ 그런데 전국적으로 가능하면 대기업 아닌가?······
열심히 움직이던 펜대가 멈추었다.
‘이런 중소기업이 있을 리 없잖아.’
쫘악!
찢어서 구겨버렸다.
그리고 한참의 고민 끝에 확실한 결론을 얻었다.
“젠장! 모르겠다!”
이럴 때는 지금까지처럼 유능한 직원들의 도움을 얻으면 된다. 툭 던져 놓으면 지지고 볶으면서 척척 해내줄 터다.
‘아니면 말고.’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이면 질러보는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부서를 신설했다.
이름은 게임 사업부였다.
*
우리 회사인 넷젠은 게임 업계에서 나름의 명성을 구축했다. 이렇게 규모와 영향력을 갖게 되었을 때의 장점 중에는 폭 넓게 퍼지는 인맥을 들 수 있었다.
게임이라는 특정 분야에 한해서 풍부한 인재 풀을 형성한다. 덕분에 게임 사업부의 부장직을 맡을 능력자 역시도 수월하게 추천 받았고 우리 회사에 끌어들이는 데까지는 고작 일주일이 걸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실력자는 나 같은 범인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냈다.
“이정택 부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표님! 잘 부탁드립니다! 진짜 열정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전문적인 게임 마케팅과 관련된 긴 경력은 가졌고 최근에는 PC영업을 하고 있는 맞춤형 인재. 마냥 채용하려고 하면 찾지 못했을 테지만 아는 사람들끼리는 ‘그건 이 친구가 최고입니다.’라며 단박에 등용된 능력자, 이정택.
호남형 얼굴에 대성박력이 특기인 이 남자는 해답지를 바로 들고 왔다.
“지시하셨던 대로 지역단위 영업을 하고 있는 조립식 PC 전문 유통업체를 수배해 왔습니다! A/S가 가능하면서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중소기업규모의 회사입니다!”
“벌써요? 고작 사흘 밖에 안 됐는데?”
“문제없었습니다!”
이런 회사들의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시대도 아니다. 그런데 사흘 만에 전국 팔도에 흩어져 있는 PC유통 업체를 모두 찾았다고 한다.
‘미리부터 준비했겠지. 설마 진짜로 만난지 3일 만에 해치웠겠어?’
이정택 게임 사업부장이 가져온 자료들에는 관련 업체 6개의 규모와 본사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나는 이글이글 거리는 듯한 부담 백배의 눈동자를 슬그머니 피하며 대답했다.
“좋네요. 커험! 이제 업체에 연락해서 함께 연합으로 사업했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해보도록 하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함께 하시려는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마땅히 되돌아와야 할 물음이었다. 오히려 여기서도 군말 없이 진행한다면 오히려 실력에 의심을 가졌을 것이다.
“PC 유통업체니까 당연히 PC유통 사업이겠죠? 우리 뉴 온라인을 위한 PC를 최대한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오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런데 목소리는 조금 낮추시는 게 좋겠군요.”
“줄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쩌렁쩌렁한 모습이다.
뭔가 믿음직하긴 한데, 너무 기합이 강하게 들어가 있으니까 부담스러운 타입이었다. 하지만 넘치는 패기만큼이나 그는 일 처리가 대단히 뛰어났다.
이정택 부장은 불타는 열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며 해당업체들과의 긴밀한 연계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뒤이어 게임 사업부의 일은 급물살을 탔고 6개 PC업체와 넷젠의 합작인 ‘뉴 플레이어’라는 새로운 PC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다.
AS는 무료가 아닌 유료지만 전국단위의 서비스센터를 갖췄는데 이것이 가능한 데에는 6개 기업의 연합이라는 특성 덕분이기도 했다.
‘기업을 각 지역에서 잘도 찾았단 말이야.’
경상도는 북도와 남도를 대표하는 기업이 따로 있었으며 전라도와 충청도는 통합,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통합 된 1개의 업체, 강원도에 1개까지로 총 6개의 업체가 전국의 A/S를 책임지는 방식이었다.
‘우와. 나는 고민하다가 포기했던 부분인데 이렇게 해결하다니.’
쾌도난마로 가장 어려운 난관이 완료됐다.
그렇다면 상품을 마련할 차례다.
“컴퓨터는 Outel의 부품을 사용한 고급형과 AND의 부품을 사용한 보급형으로 나누어 판매할 겁니다. 업체와 잘 협상해보세요. 조건은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단가가 맞지 않으면 협상은 없습니다.”
이번 사업은 넷젠의 입장에선 사업을 통해 보는 수익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제휴 수익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오직 이용자들이 저렴하게 PC를 구입하는 방향에만 초점을 맞췄다.
“홍보는 게이머스 포럼을 활용할 겁니다. 사양과 가격, 관련 사진 등이 나오면 그에 맞춰서 게이머스 포럼 쪽과 협의하세요.”
게이머스 포럼과 넷젠은 둘 다 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회사이기도 하기에 절차를 밟아서 운영해야 했다. 내가 대표라는 이유로 둘을 마음대로 합치고 지시를 내려서는 곤란하며 회사 대 회사의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알겠습니다!”
‘목소리 좀 줄이라니까.’
말을 해도 통하지 않으니 그냥 포기하련다.
어쨌거나 불도저처럼 그는 확실한 결과물을 가져왔다.
‘뉴 플레이어’는 고급형인 X와 보급형인 A로 나뉘는데 그 안에서 상하로 분류했다. 총 4가지의 PC를 이용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뉴 플레이어 A 1형은 AND의 보급형 CPU인 드론 766Mhz를 사용한다.
2형은 850Mhz를 사용했다. 가격은 본체만 구매할 시 35만원과 40만원. 세트 구매를 해도 90만원과 95만원이면 충분하다.
고급형의 경우는 Outel의 CPU를 사용했고 따라서 비용의 차이가 꽤 발생했다.
600Mhz를 사용하는 1형은 본체만 구입시 70만원.
766Mhz 2형은 80만원이며 세트 구매의 경우는 동일하게 55만원만 추가하면 된다.
가장 비싼 뉴 플레이어 X 2형을 구매해도 135만원이면 세트 구매가 가능한 구성이 되는 거다. 거기에 무료 AS는 아니지만 전국적인 AS망까지 갖추고 있는 컴퓨터 업계의 혁명이 시작 된 셈이었다.
“이로서 PC쪽은 처리 완료!”
이제 발판을 마련했으니 성공을 위한 대망의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다.
【뉴 온라인 신규 캐릭터 ‘버서커’ 공개】
대한민국 최초의 3D MMORPG ‘뉴 온라인’이 ‘정식 서비스’ 업데이트와 함께 근접 격투 캐릭터인 ‘버서커’를 선보인다.
현재 넷젠의 ‘뉴 온라인’에서는 ‘다크나이트’, ‘다크메이지’ ‘엘프’의 3종류 캐릭터만 선택할 수 있었으나 오픈 베타 테스트의 마지막 주차인 2월 26일부터는 새로운 근접 캐릭터인 ‘버서커’를 선택해서 경험할 수 있다고 공개했다.
‘버서커’는 한손 무기는 사용할 수 없지만 양손 무기를 이용한 막강한 공격력으로 적을 분쇄하는 ‘파괴자’이다. 현재까지는 기존의 캐릭터인 흑기사와 스킬을 공유하지만 넷젠은 ‘정식 서비스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점차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라 밝힌 상태이다.
또한 40레벨 이상만 입장할 수 있는 신규 맵 ‘해골 던전’과 모든 캐릭터가 공통으로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를 추가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넷젠의 윤태식 대표이사는 “고객들의 끊임없는 관심 덕분에 3D MMORPG 게임으로 한국 온라인게임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뉴 온라인’이 벌써 오픈 베타 서비스를 끝내고 정식 서비스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갈 수 있게 됐다”면서, “처음 선보이는 격투계열 캐릭터와 콘텐츠 등 ‘뉴’ 대륙의 색다른 재미가 시작 될 ‘정식 서비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뉴 온라인 정식 서비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게임 홈페이지와 게이머스 포럼, 뉴 온라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하얗게 불태웠다, 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일 것이다.
“이제는 몰라. 나는 할 만큼 했어.”
자부할 수 있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준비를 할 수는 없다고.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래놓고도 실패한다면 차라리 안 해버리고 말리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보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은 무정하게 흐르는 시간과 함께 곧 찾아왔다.
***
사전 결제 5분 전!
아무도 조용히 시키지 않았는데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직원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중이다. 그러나 초조한 티가 역력했으며 자신의 업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여실하게 느껴졌다.
그간의 모든 노력이 곧 결정 난다.
성공과 실패!
그 분기점이 이제 곧 다가온다.
“결제 시작 됐습니다!”
“으으으!”
“화장실 가고 싶다. 조마조마해!”
직원들 모두가 각자의 모습으로 시계 초침을 보았다.
‘주사위는 던져졌어.’
이제는 초창기 트레이더스 포럼을 열었을 때와는 달리 은행으로 결제가 진행이 되면 30분 단위로 우리 전산에 넘어오게 되어 있다. 그렇게 모두가 염원하는 30분이 흘렀고 우리는 충격적인 숫자를 들었다.
“시··· 십··· 십삼억 칠천 오백 만원입니다!”
“십삼억!?”
부담감을 싹 사라지게 만들고 안도시켜주는 금액이었다.
30분.
사전 결제가 시작 되고 고작 30분 만에 들어온 정액 비용이었다.
“이런 추세면 오늘 안에 30억도 문제는 아닐 거라고!”
“우와아아!”
“됐다! 됐어!”
빈말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연매출 500억 ~ 700억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년 한 해 한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 전체의 총 매출액이 1200억이었으니 이제 막 출시한 게임이 작년 온라인 게임 시장 총 매출액의 50%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거다.
‘게임 아이템 팔아서 돈 벌기 시작한 놈이 이제는 게임을 팔아서 돈을 벌고 있네.’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그려졌다.
그렇게 쾌조를 보이며 시작한 뉴 온라인의 매출은 완만한 곡선을 이루면서 진행되었고 하루가 끝날 무렵에는 총 매출액 22억 3600만원으로 종료했다.
어느 직원인지 모르겠지만 설레발 쳤던 30억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하지만 22억이 넘는 매출액이 초대박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제 준비했던 회심의 한 수를 사용할 때가 왔다.
PC 공개!
뉴 온라인의 상승세에 제대로 불을 지필 뉴 플레이어의 출현!
그 반응은 기대만큼 뜨거웠다.
<파멸해라전여친 : 넷젠은 진짜 미쳤어! 컴퓨터 수준이 낮아서 게임을 못할 거 같으니까 게임하라고 컴퓨터를 풀어버리네.>
<놀던형아 : 찬양해라! 그동안 컴퓨터 살 엄두가 안 나서 못 사고 있었는데! 넷젠 덕분에 드디어 486에서 벗어난다!>
<BABO : 다들 왜 오바임? 어차피 지들 게임 잘 팔리라고 싸게 파는 거 아냐? 그걸 이렇게 찬양해 줄 이유가 뭐야?>
<촌구석폐인 : 넷젠에서 게임 잘 팔리려고 하는 거 마자요. 아무리 그래도 컴퓨터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조아요! 저도 예전부터 컴퓨터 사고 싶어찌만 못사고 이써꺼덩요~ 피씨방아 이제 안뇨옹~!>
<멸망해라전남친 : 게임은 몰라도 컴퓨터는 마음에 드는 듯?>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 가격에 컴퓨터를 살 수 있는 것이 진짜인지, A/S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했고 진짜라고 밝혀지자 폭발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고가를 형성하던 컴퓨터의 거품 덕분에 반대로 엄청나게 팔려나간 것이다.
뉴 온라인을 하려는 사람만이 아니라 이참에 컴퓨터를 구비하자는 마음에 구매하려는 사람이 더 많았으며 그 기세는 문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아주 좋아. 광고가 저절로 되고 있어!’
컴퓨터 이름이 괜히 뉴 플레이어겠는가.
뉴 플레이어는 부팅할 때마다 뉴 온라인의 배경화면과 함께 뉴 플레이어의 로고가 나오게 되어 있다. 즉, 매번 컴퓨터를 켤 때마다 우리 광고에 노출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고 이런 식으로 자주 접하다보면 ‘나도 한 번 해볼까?’하는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좋았다.
뉴 온라인의 대성공!
“소득이 정말 많구나.”
돈은 당연하다.
여기에 직원들로 하여금 ‘언제 회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대신 자부심과 소속감을 증대시켜 주었다. 그리고 입지를 확실하게 세우며 어설픈 견제는 무의미하다는 인식을 제대로 심어주었다.
회사 전체가 축배를 들었고 파티 분위기다!
그리고 이 유형적이고 무형적인 이득들 외적으로 소박한 즐거움도 확보했다.
“나도 좀 놀자.”
플레지를 안 한지 너무 오래 됐다. 그간 너무 열심히 일만 하느라 정작 내가 즐기지 못한 것이다.
남들한테는 ‘뉴 온라인이 최고입니다!’라고 해놓고 정작 플레지를 하는 건 배신일 수도 있을 테지만, 어쩌겠는가. 여기에는 내 추억과 향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말이다.
‘들키면 안 되니까 문단속 잘하고 느긋하게 해야지~’
내 방에는 아무나 함부로 못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