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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확장
“업체에 연락해서 최대한 빠르게 해달라고 요청해. 내일까지 최소 7만은 준비해야하고 일주일 내로 10만까지 준비해야 할 수 있어.”
“옙!”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든다. 서버관리 담당자인 송태섭은 물론이고 넷젠의 팀장 네 명에 이르기까지 목청껏 소리치고 여기저기서 대처하느라 혼이 나가버릴 정도였다.
이는 게이머스 포럼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회사 전체에서 가만히 앉은 채 일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다.
“대표님. 서버 확충 때문에 GM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고객지원팀에서 지원을 보내줬으면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그럽시다. 대신 우선은 지원자부터 받고 이후에 차출을 하세요.”
“감사합니다.”
용광로 같은 반응 속에서도 기존 게임사들의 견제는 똑같은 강도로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화제작 ‘뉴 온라인’, 알고 보니 짝퉁게임?】
넷젠이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3D 핵앤슬래시 MMORPG ‘뉴 온라인’이 금일 오후 6시부터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뉴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쿼터뷰 시점의 핵앤슬래시 MMORPG로 현재 핵앤슬래시 게임이 다수 존재하지만 3D를 바탕으로 한 핵앤슬래시 게임은 없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개발을 진행해온 게임이다.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는 다크나이트, 다크메이지, 엘프 3개의 클래스를 선택해 플레이 해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최초의 풀 3D MMORPG라고 광고한 ‘뉴 온라인’은 3D에 익숙하지 못한 유저들을 배려한 것인지 기술력의 부족인지 쿼터뷰라는 반쪽짜리 3D 게임을 내보였으며 그 내용은 고작 캐릭터만 3D 일뿐 내부는 기존의 게임과 차별되는 것이 없는 표절 게임에 가까웠다.
부족한 완성도만큼이나 유저들의 커뮤니티 반응 역시 싸늘한 상태다.
‘뉴 온라인’의 사냥법이나 몬스터들은 ‘메피스토’와 흡사하며 캐릭터들은 ‘플레지’를 그대로 가져다가 차용한 것과 마찬가지라서 초반 호기심만 자극했을 뿐 표절 시비, 베끼기 논란으로 번지고 말았다.
‘표절 게임’, ‘김치스토’, ‘3D 플레지’, ‘짬뽕게임’ 등의 별명을 얻은 ‘뉴 온라인’. 오픈 베타 테스트의 첫날부터 쉽고 빠른 액션성 재미를 준다는 점 외에도 신규 콘텐츠 창출과 더불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야 하는 숙제 또한 안게 됐다.
“기사작성 속도가 가히 초신속이네. 빨라도 아주 빨라.”
게임을 오픈한 지 채 1시간도 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심도 있어 보이는 장문의 기사가 올라온 것을 보면 우리 게임을 저격하기 위해서 미리 작성해둔 채 기다렸던 것이 분명했다.
‘양심을 팔아먹은 놈들.’
아직 인터넷 뉴스는 그다지 파급력이 크지 않지만, 나름대로 게이머들은 종종 찾아서 보곤 한다. 그러니 게이머들에게 나쁜 인식을 주기 시작하면 게임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 될 수 있으니 이런 건 무조건 대응을 잘 해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굳이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하였다.
ㄴ <귤이나까잡숴 : 야이! 너 어디서 돈 받고 쓴 글이냐? 보나마나 큰 놈들 둘 중에 하나가 돈 준 거지? 아니면 둘 다 한테 받았냐? 이 게임 해보기나 하고 쓴 거냐?>
ㄴ <게임평가단 : 내가 오픈 베타하는 모든 게임들을 다 둘러보면서 게임을 평가하는 사람인데, 이 게임처럼 신선한 게임은 처음 봤다! 뭐? 기존의 게임과 차별 되는 것이 없는 표절게임? 장난치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차별이다!>
ㄴ <뉴의프론티어 : 솔직히 캐릭터 이름만 보면 누가 봐도 표절이다. 그런데 게임을 해보면 안다! 이건 절대 표절일 수가 없다! 메피스토? 플레지? 웃기지 마라! 전혀 다른 게임이다!>
ㄴ <개풀뜯네 : 이보쇼 기자양반. 그 커뮤니티 나도 구경좀 합시다. ‘표절 게임’, ‘김치스토’, ‘3D 플레지’, ‘짬뽕게임’ 등의 별명이 어디서 나오는 거래? 어디냐고! 앙?>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게임을 플레이 해 본 사람들이 뉴스 기사를 보고 댓글을 달기 시작했는데 90%의 내용이 다 우리 게임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이럴 때 뿌듯함을 느낀다.
‘솔직히 원래의 뉴 온라인이었다면 표절 게임이 맞거든. 빼도 박도 못할 만큼 말이야.’
처음에는 본래의 게임에서 살짝만 문제점을 잡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표절이라는 것은 게임의 생명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다. 때문에 고민 끝에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많은 부분을 수정했고 꿈속의 뉴 온라인보다 업그레이드 된 게임으로 탄생했다.
이용자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옹호해줄 가치가 있을 정도였다.
“징글징글하네.”
하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우리 편에 섰음에도 게임사들은 포기하지 못한 모양이다. 30분마다 뉴 온라인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기사들이 올라온 것이다.
‘사실 찻잔 속의 태풍이기는 하지.’
게임사들의 견제.
뉴 온라인에 대한 각종 기사들.
옹호하는 게이머들의 열띤 의사 표현.
냉정하게 보자면 이 열화와 같은 반응은 게임을 알고 즐기며 일말의 관심이라도 갖고 있는 자들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대두되어서 정규 뉴스에 보도될 만큼의 일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전체 규모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있는 수요층에게조차 외면당하면 게임은 폭삭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좁은 커뮤니티에서의 정보는 놀라우리만큼 전달성이 높고 파급력 역시 막대하다.
때문에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기존 게임사들의 공격은 충분히 유효했고 그러는 것이 정상적이었다. 내가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로 자멸하거나 뉴 온라인이 이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의 흥행작이 아니었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말이다.
“재밌다! 이거 맥주랑 팝콘이 있어야 하는데.”
폭력적으로 일방적인 기사들을 볼 때마다 웃음이 거듭 나왔다.
【‘뉴 온라인’, 이렇게 만들면 반칙이죠】
【‘뉴 온라인’ 표절 논란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개발대신 복사기 수준의 ‘뉴 온라인’】
포기를 모르고 올라오는 기사들.
<‘뉴 온라인’ 이렇게 재밌으면 반칙이죵!>
<‘뉴 온라인’ 기사들이 죄다 표절?>
<복사 붙이기 수준의 기사들. 이게 기자냐?>
<기자들 키보드의 아찔한 뒤태! 자판에는 Ctrl+c, Ctrl+v만 달려서 충격!>
빠짐없이 반박하고 분석하면서 조목조목 기사를 공격하는 이용자들의 면면.
그 탓에 외려 게임보다는 기사와 기자들이 큰 이슈가 되었고 ‘도대체 뉴 온라인이 뭐길래 이래?’라면서 홍보가 되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으아! 5만 넘어가면 안 되는데!?”
이미 게임이 오픈하고 3시간 만에 가입자 수는 20만 명을 넘겼다. 정말이지 미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플레지가 20만 명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 얼마던가.
무려 반년이었다. 그걸 뉴 온라인은 오픈 베타 당일에 이룬 거다.
‘당시에는 온라인 게임 자체가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던 탓도 있지만 신기록은 신기록!’
이윽고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뉴 온라인 오픈 7시간째!
“아이고!”
서버가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동시접속자가 5만 명을 넘기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이 상황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휴대폰이 울렸다.
진수로부터 온 전화였다.
- 태식아! 뉴 온라인 그거 대박 났다며?
“그러게. 생각보다 훨씬 터졌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는데 저편에서 성찬이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 우리는 어떻게 하냐?
- 플레지 죽으면 어째?
“뭐가?”
- 그거 때문에 지금 플레지가 난리도 아니야.
- 우리 서버 지금 동접자 2천명밖에 안 나온다고!
“응?”
- 새벽에도 4천명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이건 대낮인데도 이래. 이러다 게임 망하면 어쩌지?
- 우리 백수 되는 거 아니야? 지금 길드원들도 옮길까 말까 고민하고 장난 아니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진수와 성찬이가 우려하는 것을 이해할 정도다.
- 너 들어오면 물어보고 결정하겠다고 다들 갈팡질팡하는 중!
- 지금 엄청 복잡해. 어떻게 하면 좋냐?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해 주었다.
“길드원들이나 너희들 모두 걱정하지 마. 오픈베타에 호재가 겹쳐서 이런 거지 뉴 온라인 때문에 플레지가 망할 리는 없어.”
- 진짜지?
“장담한다.”
-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 휘유. 다행이다. 개털되는 줄 알고 엄청 쫄았어.
업그레이드 판 뉴 온라인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플레지에 비해서 부족한 면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게임 내의 경제 시스템이었다.
‘다른 무엇과 비교해보더라도 플레지만큼 경제관계가 확실한 게임은 드물지.’
뉴 온라인의 발전 방향에 대해 많은 역할을 하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나는 뼈대가 만들어진 이후에 참여하였다. 당연히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고 결과적으로 1등을 쫓는 2등의 구도를 만들어내는 게 한계였다.
‘플레지를 할 사람은 플레지만 하게 되어 있어. 경제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만큼 현금으로의 환금성이 좋으니까.’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1등을 쫓는 2등의 구도라는 부분이었다. 이 점이 자존심 상한다. 하지만 괜찮다.
‘언제까지 2등 일리는 없지!’
이 순위는 한국을 기준으로 할 때만 해당한다.
텐션을 통해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순간, 뉴 온라인은 1인자의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
오븐 베타 이틀 차에는 게임사들의 기사들이 찌글찌글하게 보일 만큼 완벽하게 승기를 거머쥐었다.
“역시 선동과 날조보다는 팩트가 최고야. 실적으로 뭉개주니 얼마나 시원하냐고.”
명실공히 뉴 온라인 오픈 베타는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다. 미리 준비했던 만큼 서버의 폭주 역시 무사히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발 빠르게 이틀 차에 5,000명을 감당할 수 있는 서버 4개를 추가 배치하였으니 7만 명을 감당할 수 있다.
이틀 만에 도달한 가입자 수는 무려 40만 명!
물론 오픈베타가 끝나면서 50%는 떨어져나갈 것이다. 그러나 절반만 남는다 쳐도 20만 명이다. 게임의 계정비는 27,500원이니 이 숫자만 처도 월 55억의 수익이 나온다.
회사의 역량. 실질적인 수익. 섣부른 도발 따위보다는 상생하는 것이 낫다는 자각이 물씬 들 정도의 확실한 수치였다.
이거면 모든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
‘···그렇게 착각을 잠깐 했었지.’
희희낙락한 표정은 송태섭 팀장이 불도저같이 쳐들어오면서 와장창 무너졌다.
“대표님! 아무래도 회선의 대역폭을 넓혀야 할 것 같습니다. 유저들이 너무 많아서 지금의 대역폭으로는 감당이 힘듭니다. 렉 발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서버가 더 빠른 인터넷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으악!’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대역폭을 넓히며 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문제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서버가 불안정하면 유저들은 떠나가게 되어 있으니 저들 붙잡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꼭 해야만 하는 투자에 해당한다.
단지 나를 한숨 짓게 만드는 부분은 다른 점에 있다.
“공지를 올리세요. 서버 대역폭을 넓히는 작업이 될 때까지 조금만 참아달라고. 이런 성공을 예상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 죄송하다고 말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에 힘입어 감사하게 야근을 하고 있다고 하면 참고 기다려 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게이머스 포럼과 넷젠의 직원들은 그 날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야근을 했고, 당분간은 정시 근무가 아닌 교대 근무제로 근무를 하는 것으로 규정을 새로 짜야만 했다.
“나는 퇴근하기 글렀고.”
직원들이야 교대 근무를 하면 되지만 나는 대표다.
회사에 계속 있어야 한다.
‘기쁘지만, 우울해!’
안정화가 될 때까지 나는 집에 다 간 거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