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93화 (9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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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뿔났다

아울러 설명하지 않은 부분이 하나 더 있다.

‘10시간은 생각보다 지루한 시간이거든. 취향에 따라서 할지, 말지는 분명하게 나뉠 정도로.’

이렇게 되면 실제 도전자들 중에서 50%는 하다가 지쳐서 떨어져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남은 50% 중에서 절반은 게임에 잔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만 된다면 충분히 성공한 사례로 만들 수 있을 거야.’

지속성은 게임 내의 콘텐츠에게 맡긴다. 우리가 해내야 하는 부분은 초기 진입자의 수를 최대로 확보하고 넓히는 일이다.

“그리고 임경목씨.”

“네, 대표님.”

“뉴 온라인은 지금 어느 정도의 제작단계에 들어가 있습니까? 이제 슬슬 결과가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우리의 필살기. 회심의 한 방.

뉴 온라인!

언제 쓸 수 있는가!?

이 물음에 임경목이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오픈을 하려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달에 오픈할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

기대가 된다.

“추가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씀하시고 뉴 온라인에 관한 홍보도 김정규 팀장에게 요구하도록 하세요. 최우선적으로 수리해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임경목씨는 오픈에 차질이 없도록 먼저 가서 일을 하도록 하시고, 다른 팀장분들은 그대로 남아주세요.”

지금부터가 진짜다.

이번의 대대적인 여론공세를 맞아가며 미래의 기억을 샅샅이 훑고 면밀하게 살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주저앉게 되면 천추만추의 한이 될 것이기에 혼신을 다한 것이다.

그 결과 고도의 집중 끝에 자투리 정보 하나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추가 능력인 감각활성화를 통해 현미경처럼 들여다본 황금 같은 내용들! 미래의 나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지만 과거의 시점인 당장은 세상 무엇보다도 귀한 가치를 품었다.

“여러분들을 이렇게 모은 이유는 중국 선전에 다녀오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이요?”

“네.”

당황하는 세 명의 팀장들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중국의 선전에는 텐션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곳을 찾아가서 투자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텐션!

현재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으나 미래에는 모두가 미치도록 부러워하는 이름이 된다.

‘이것 하나면 이따위 더러운 꼴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

중국 최고. 나아가 전 세계에서 첫손에 꼽힐 만큼 우뚝 서는 IT기업의 이름이다.

‘쿠쿠’라는 메신저로 시작한 이 회사는 엄청난 숫자의 이용자를 확보하지만 유료화에는 실패했다. 그런 상태로 서버비를 감수하다가 결국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망하고 만다.

이때가 바로 2001년.

무너진 상태에서 텐션은 타 회사들에게 매각을 요청해 보지만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처지에 이르른다. 전혀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전의 기적은 여기서부터 이루어진다.

‘허덕이다가 기사회생으로 투자를 유치하게 되고 이후 한국의 웹사이트인 사촌월드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수익화에 성공하지.’

재기에 성공한 텐션은 줄기차게 게임 유통에 도전하고 그 결과 1억 5천만 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16년 만에 세계 10대 기업에 이르는 기염을 토하고 만다.

‘저들을 손에 넣어야 해.’

텐션이 말하는 그들의 성공비결은 ‘고양이를 보고 사자를 그린다’이다.

물론 창조적 모방이라는 그들의 말은 사실 모방을 당한 입장에서는 표절이고 카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잘 따라하는 것만으로 누구나 최고의 위치에 오른다고 볼 수는 없으며 이를 훌륭하게 해낸 텐션은 능력을 갖춘 회사임에 분명했다.

내가 텐션을 붙잡으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국내 여론의 뭇매에 휘청거리는 이런 상황에 더는 처하지 않겠어.’

시점 역시 접근하기 딱 좋았다. 망해가고 있을 즈음이니 저들도 고생을 덜 하게 되고 나와 손을 잡으면 굳이 모방하지 않아도 텐션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된다.

‘욕심 같아서는 확 인수를 해버리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되고.’

중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품 안의 식구에게는 한없이 따사롭지만 외부에는 폭력적이랄 만큼 강압적인 수단을 서슴치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회사를 한국인이 인수하면 그 순간부터 외국 회사로 분류되니 텐션은 성장은커녕 강력한 통제와 제제를 받게 된다. 그러니 인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투자자가 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인수하나 최대 주주가 되거나 어차피 매한가지니까.’

내 계획은 이렇다.

텐션을 차지한 후, 중국에서 확실하게 대성공을 할 게임인 미르의 전사2와 뉴 온라인을 유통한다. 미래의 기억이 보장하는 만큼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실로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이 한 방이면 나는 돈과 권력을 모두 거머쥐게 된다.

‘텐션 하나면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중국에 성공적인 게임 유통을 할 방법이 없어지게 되니까.’

이뿐만이 아니다. 저들의 기술력을 역수입하여 한국에서 사용하면 국내에서도 최고의 퍼블리셔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내 계획의 최대 목표치는 텐션의 지분을 50% 확보하는 것!

윤태식 개인으로 20%.

게이머스 포럼의 명의로 30%.

‘할 수 있어.’

미래의 기억에서 텐션의 CEO는 고작 10%의 주식만 보유했음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가 되었다. 만약 의도대로 50%를 소유하게 되면 그 가치는 2020년 즈음에 무려 220조에 이른다. 생각만 해도 경이적인 단위가 아닐 수 없다.

1조는 연봉 1억의 근로자가 다른 곳에 한 푼도 쓰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그냥 모으기만 할 때 1만년이 걸리는 액수다.

연봉 1억은 꿈속의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천상계의 고액연봉자! 그런 이들조차도 무려 1만년을 모아야 되는 돈이 1조다. 그러니 220조면 220만년이라는 계산이 나오니 아예 현실감이 없는 수치라 하겠다.

하지만 찬란하게 펼쳐질 미래의 기대는 오직 나에게만 보일 뿐이다.

“저기··· 대표님.”

팀장들은 우려를 보내는 게 당연했다. 가뜩이나 회사가 공격받는 상황에서 대표라는 사람이 투자 이야기를 꺼내니 말이다.

서로 처다보며 주저주저하던 중에 고진환 팀장이 의사를 밝혔다.

“지금 회사가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투자를 하시는 이유에 대해서 혹시 들을 수 있겠습니까?”

대표가 하라면 하는 거지. 뭐 이런 건 삼류다. 하라는 대로 하는 직원이었다면 이렇게 신뢰를 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니 지금은 이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해줘야한다.

“원래 투자는 위기에 해야 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그런 투자 때문에 벗어날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처음 겪는 일이기에 당황한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지금의 위기는 생각보다 크게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저들이 아무리 소송을 해도 트레이더스 포럼은 최소 2년은 아무 문제없이 돌아갈 겁니다.”

기업 간의 소송이 몇 달 만에 끝날 리는 없다. 이는 2년이라는 시간동안은 계속 운영이 가능하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러니 현 시점에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팀장들 하나하나의 눈을 마주보고 확신을 갖고 말했다.

“2년이 지나면? 그 때는 우리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임 뉴 온라인이 수익을 발생하고 있을 겁니다.”

“그건···”

“압니다.”

반론을 꺼내는 고진환 팀장에게 기다리라는 의미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아직 오픈도 하지 않은 게임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이지요? 그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뉴 온라인은 무조건 성공합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대단한 수익을 우리에게 안겨줄 겁니다.”

이러한 내 태도에 세 사람은 수긍해 보였다. 내 뜻이 확고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선적이리만큼 단정 지었음을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내 모습이 결단력과 리더쉽, 확신으로 보일지 아집과 고집으로 비칠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내 선택이 모두 옳았던 것처럼 팀장들 역시도 나를 믿어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알겠습니다.”

고진환 팀장이 말했다.

“뉴 온라인이 성공할 거라는 것까지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에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국으로 진출해야지요.”

“네?”

“더 큰 시장을 노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빙긋이 웃으며 더 넓은 세상을 보라는 듯 두 팔을 벌렸다.

“국내에 연연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여러번 했었지요? 자! 멋진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국내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출을 해야지요. 여기서 생각해봅시다. 우리 게임이 어느 시장에 어울리겠습니까?”

가상의 세계지도를 펼친 것처럼 손가락을 짚었다.

“미국? 안 팔립니다. 유럽? 역시 안 팔려요.”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

“뉴 온라인은 서구권의 게이머들과는 맞지 않는 게임이니까요.”

이 부분은 뉴 온라인의 제작진에게는 잘 설명했지만 팀장들은 잘 모르는 부분이었다. 나는 간단히 문화적인 코드를 일러준 뒤 말을 이어나갔다.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를 듣는 도중에 저들 역시 우려보다는 기대를. 당장의 문제보다는 미래의 청사진에 몰입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골똘히 생각하는 팀장들에게 툭툭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 중국에 팔아야 합니다. 이제 생각해봅시다. 중국시장에는 어떻게 팔아야 하겠습니까? 가서 맨땅에 헤딩을 할까요?”

“판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죠. 다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가 판로를 만들면? 너도나도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에 도전하게 될 겁니다.”

“아! 텐션이 중국에서 게임을 유통하는 회사였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김정규 팀장에게 나는 틀렸다고 짚어주었다.

“아닙니다.”

“네?”

“텐션은 메신저를 서비스하는 회사예요.”

“예?”

“메신저요?”

잘 따라온 우등생의 자신감이 또 사라졌다. 처음처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의문을 표하는 저들에게 나는 가볍게 웃고는 말했다.

“중국은 현재 게임 유통 회사가 없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있기는 하지만 맡길만한 회사는 없다는 것이 옳은 상황이지요.”

한국의 게임 역사 중에는 참담함으로 기록된 사례가 있다.

초창기 중국에 진출했던 게임들 대다수가 제대로 된 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는 게임을 유통하기로 했던 중국 기업이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불법으로 게임을 서비스 해버린 이유였다.

참담함은 이 다음에 발생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소송을 걸었더니 그동안 불법으로 서비스 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중국의 유통사가 그 자금으로 도리어 게임사를 인수해버린 것이다.

‘그 게임의 이름이 바로 미르의 전사2였다지?’

삼가 애도를 표할 뿐이다.

“그래도 왜 하필이면 메신저 회사에 투자계약을 하시려는 겁니까?”

누가 뭐래도 유통 관련 업체여야 낫지 않겠느냐는 반문이지만 이는 모르고 하는 소리다.

“메신저는 생각보다 엄청난 힘을 가진 매체입니다. 그것을 이용한다면 아주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텐션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숫자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 이름 자체를 처음 들었는데 이런 수치까지를 알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나도 잘 몰라.’

막상 학생에게 쪽지시험을 보게 하는 선생님처럼 질문했지만 사실은 나 역시도 알지 못했다. 다만 현재의 이용자를 알지 못할 뿐, 훗날의 숫자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9억 명이지.’

현재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를 약 4,000만 명으로 보고 있으니 9억은 이 인구의 20배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이것만 보아도 엄청난 홍보효과를 가지게 되는 거다.

“중국 시장을 제대로 장악하게 된다면 최소 1억 이상의 인구를 확보하게 됩니다.”

나도 잘 모르는 현재의 이용자는 대충 넘기고 말했다.

“우리 회사가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사용자가 몇 명이나 필요했습니까? 50만? 100만? 그렇다면 중국시장을 봅시다. 여기는 억 단위의 잠재고객이 있는 세상이에요. 그에 비하면 그동안 우리가 하고 있던 사업은 그냥 동네 구멍가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저곳에 있다.

이러한 내 주장에 고진환 팀장이 대답했다.

“대표님. 어차피 저희는 대표님이 지시하시면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말하라며 고갯짓 하자 그가 물었다.

“이번 투자 성공을 확신하십니까?”

당연한 말이다. 내가 경험한 미래가 보장한다.

“1,000 퍼센트 확신합니다.”

“알겠습니다.”

나의 단언에 고진환 팀장이 자신의 옆을 가리켰다.

“저는 김지애 팀장을 추천합니다.”

‘응? 뭐야. 당신이 갈 거 아니었어?’

그는 마치 자신이 맡으려는 양 숨넘어가게 질문하더니 슬쩍 발을 뺐다. 묘하게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아니 왜?’

국외에 있는 회사. 단서라고는 텐션이라는 이름과 메신저를 하를 곳이라는 게 전부인 상태다. 이런 곳에 찾아가 투자해야하는 일이니 최고의 엘리트인 그가 당연히 감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왜 이러는 걸까.

책임 떠넘기기인가 싶은 그때, 작은 반전이 또 일어났다.

“김지애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녀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왔습니다. 중국어 역시 가능합니다.”

‘응? 중국어? 왜?’

외국어 공부가 취미인 걸까, 싶은 내게 김지애 팀장이 재차 말했다.

“대표님. 자신 있습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대표님. 김지애 팀장이 적임자입니다.”

“그녀가 해내지 못한다면 저희 중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실 누가 가도 우리는 투자나 이런 것에 전문적인 사람이 없으니 마찬가지인 처지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일을 맡기는 이유는 투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입장이라는 것. 아울러 초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믿을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나는 모르는 실력이나 서열이 있는 모양이고. ···어라? 그러고 보니까 중국어 역시도 가능하다고 했었잖아?

설마 가능한 외국어의 숫자가 너 댓개는 되나 싶었다.

‘뭐야 이 사람들. 무서워···’

새삼스레 팀장들의 키가 크게 보였다. 나는 살짝 자세를 다소곳하게 바꾸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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