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92화 (92/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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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뿔났다

“지금부터 우리 메인 사이트에는 천년비, 듀크에덴, 미르의 전사 위주로 배너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세 개의 게임은 미리 포럼을 제작하도록 하세요. 게임에 대한 공략이나 주요 정보의 경우 게임사에 연락해서 공개가능한 수준의 정보를 보내 달라 요청하시고요.”

“알겠습니다.”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 선택이 저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일까. 상대 역시 더욱 강력한 수단으로 대응하기 시작하였다.

【대형 게임사들 게이머스 포럼 공정위에 제소】

최근 대형 게임 회사들이 줄줄이 게이머스 포럼을 공정위에 제소하고 있다.

대형 서버를 유지하는 게임과 소규모 서버를 유지하는 게임은 각기 포럼 자체를 관리할 때의 비용차이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게이머스 포럼은 서버의 규모가 대형인 게임들에게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했으며 대형 게임 회사들은 “공정한 경쟁을 배제한 채 일부 게임에만 홍보의 특혜를 주는 불공정 행위”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 한 게임 업체는 “‘게이머스 포럼’이 개인 사용자는 무료로 유지하면서 해당 게임을 대상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한 공정거래법 23조 1항에 위배 된다.”고 주장했다.

기사의 논조와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우리들의 피를 말리려고 작정을 한 것처럼 이제는 아이템중개거래까지도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게임사 vs 거래사이트 정면대결】

온라인게임을 거론하면서 게임 내 아이템 거래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생소할 정도로 아이템 거래는 온라인게임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아이템 거래는 산업 자체를 키운 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주장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많은 게이머들이 보다 빠르게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부수입을 얻기 위해 현금거래를 하고 있다. 게임개발사측에서는 게임의 밸런싱을 보호하고 청소년 범죄의 원죄를 벗어버리기 위해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템 거래 사이트 운영사들은 개발사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게임개발사, 아이템 거래 사이트 운영사, 게이머 3자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법적 근거는 마련해야 한다며 게임개발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자 그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던 엠씨소프트 마저도 살짝 한쪽 발을 담갔다. 분위기상 전체가 움직이는 데 자신들만 가만히 있으면 마치 현금 거래를 방조하는 회사로 몰릴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임회사, 게임아이템 중개사이트 고소】

온라인게임업체 MCSoft, Nexton은 자사 게임의 아이템 매매행위를 중개하면서 중개수수료를 받거나 이를 방치해온 국내 사이트에 대해 법적 대응을 강구하기로 했다.

게임 업계는 G사를 상대로 한 '온라인게임 아이템 등의 거래중개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지방법원에 제출, 아이템 거래중지와 향후 재발 시 보상책임을 요구했다.

이 회사들은 올해 초부터 현물거래 중개 사이트에 대해 수차례 협조문을 발송,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현물거래 사이트들은 별다른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아 법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지를 제공하는 엠씨소프트도 지난해 12월 현물거래업체인 G사에 공문을 보내 아이템 현물거래 중지를 요청한 바 있었다.

여기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다.

“공문을 보내서 중지를 요청하기는 개뿔.”

게임사들도 잘 안다.

현금 거래 때문에 자신들의 게임이 이마만큼 덩치를 불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때문에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던 부분인데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으니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내가 괘씸하다 이거지?’

솔직히 아니 꼽기야 할 거다. 자신들이 제작한 게임으로 돈을 벌어서 이제는 저들과 경쟁할 게임을 내놓을 준비까지 하고 있는 무도한 무리가 바로 우리 회사니까.

‘너희들 심정은 나도 인정해. 마음에 안 들 기야 하겠지. 그런데 이럴 거면 처음부터 소송하고 공격을 하던가 말이야.’

쓴웃음이 나왔다. 대표 이사실 의자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는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서 우리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기사까지 내도록 요청을 하면서 파트너십을 보이는 척 하더니 안면몰수하고 공격해온다.

“하여간 모순 덩어리라니까.”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에 대한 지적 저작권은 게임사에서 가지고 있단다. 그러므로 거래하는 것은 불법 행위라고 주장하는데 이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게임 내의 아이템 혹은 재화로는 거래를 해도 된다며? 현금으로 게임 내의 아이템을 거래한다고 해서 게임 내에 존재하는 아이템 자체가 현실로 나오나?’

아니다. 여전히 게임 내에 존재한다.

그리고 게임사의 소유라고 명시한 아이템들이 강화하다가 증발되었다고 쳐보자. 이때는 유저가 게임사의 재산을 소실시킨 것일까?

‘좋아. 그렇다고 쳐보자고.’

아이템이 게임사의 것이라고 하는 것까지야 인정할 수 있다. 게임사가 만들었으니 소유권을 게임사가 가졌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템 거래와 비슷한 것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권리금!

건물에 대한 소유권은 당연히 건물주에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상가를 거래할 때 당연하게 붙는 프리미엄 중 하나가 권리금이다. 이는 문제가 많고 다분히 사라져야 할 요소이지만 현재의 상황과 연결지어서 생각하기에는 합당하다.

그들의 논리라면 이 권리금도 불법으로 규제해야 타당하기 때문이다.

아이템 자체의 소유권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한다고 한다면 부동산의 권리금과 아이템 권리의 거래는 동일 선상이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템 중개 사이트가 사라진다고 해서 아이템의 현금 거래가 없어지겠느냐는 점이고.’

오히려 더욱 불법 거래가 활개를 칠 것이고 음성적으로 들어갈수록 사회적인 문제는 커지기만 한다. 미래의 기억을 차분하게 되짚으며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게임 내의 아이템에 대한 현금 거래에 대한 규제는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만 갔다.

그리고 이것을 견디다 못한 대형 중개 사이트들은 결국 외국계 자본에 몸을 싣는다. 이후에야 한국은 아이템 거래가 매우 커다란 규모의 사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한국 내 아이템 시장의 90%를 차지한 회사들이 외국 회사가 되어버린 뒤였다.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째버린 거지.’

실책이 범한 악순환이다.

아이템 거래 시장은 외국계 회사로 넘어가는 바람에 규제가 불가능해졌다.

매년 성장하기만 하는 시장은 그대로 외국 자본에 잠식되다가 그냥 가져다 바치는 수준이 되었다.

이런 최악의 결과만 만든 멍청한 규제였다. 심지어 지금 이렇게 우리를 규탄하는 저 게임사도 해외 서버에서는 직접 아이템 중개 기능을 추가했을 정도다.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드시 이기고 만다.’

개인적으로는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다.

회사로는 막대한 수익이 걸렸다.

사회적으로는 아까운 시장을 똥통에 처박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 역시 대응책을 마련했다.

“김지애 팀장님.”

“네, 대표님.”

“김정규 팀장, 고진환 팀장, 뉴 온라인 프로젝트의 임경목씨와 함께 제 방으로 들어오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

네 명의 인사가 들어오고 바로 회의를 진행했다.

“모두들 우리 회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은 혹시 회사가 사라지는 건 아니냐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들이 인터넷에 가득하게 깔리고 있었다. 그에 따라서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우리 사이트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량을 통해서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마치 우리가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불로소득을 누리고 있다는 식이지.’

그러나 우리는 명백하게 비용을 들여서 사이트를 운영하고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는 대신에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이게 불로소득이면 모든 중개 거래 사이트들이 불로소득이다.

문제는 진실 여부가 아니었다. 말하고 씹기 좋은 소재로 제대로 낙점 당했다는 거였다.

“회사가 사라질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다.

우선 내부 단속부터 제대로 하고 시작한다.

“만약에 우리 회사가 더 이상 아이템 중개를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현 직원분들은 무조건 함께 갑니다. 회사를 없애거나 이번 일로 해고를 당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켜주세요.”

“알겠습니다.”

우선 지금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증명해야해. 같이 폄하하면서 흑색선전을 해봐야 남는 건 없어.’

맞는 만큼 때려주려고 아등바등하는 건 유치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당면한 상황에서 내가 합당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함께하기로 한 게임사들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편을 늘려서 저들의 화력을 분산시키고 나아가서는 와해할 수도 있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주도적으로 나를 음해한 이들을 고립시켜 버리는 거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실적!

“유료 포럼을 수락한 세 개의 게임 중에 가장 먼저 오픈하는 게임이 어떤 것입니까?”

“천년비입니다.”

“오픈 날짜는요?”

“내일 오픈 예정입니다.”

‘당장 내일. 게다가 하필이면 천년비라니.’

천년비는 좋은 게임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 큰 반전을 이뤄줄 만큼의 히트작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수준의 작품이었다. 이보다는 더 큰 반향을 일으킨 게임이면 좋을 것이다.

“다른 게임. 그러니까 미르의 전사2나 듀크에덴은 오픈까지 얼마나 남았습니까?”

“미르의 전사2가 먼저 오픈합니다.”

“좋군요. 시기는 어떻게 됩니까?”

“내년 봄 즈음입니다.”

“······.”

내년 봄이라면 시기적으로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하는 수 없군.’

상황이 시급한 만큼 어떻게든 천년비를 필요 이상의 성공가도로 밀어줘야 했다.

“일단 천년비를 최대한 몰아줍니다.”

“몰아주다니요?”

“시스템 개발부와 협의해서 천년비가 최대한 노출이 될 수 있는 곳에 배너를 달아두도록 하세요.”

천년비와 미르의 전사2를 제작한 회사는 같은 회사다. 이곳은 나름대로 입지도 좋고 꽤 큰 게임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손을 잡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우리도 신경을 써줄 예정이었는데 이번에는 화끈하게 총력을 다하기로 작정했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다들 급박하겠지만, 추가로 천년비 오픈 이벤트를 실시합니다.”

“오픈 이벤트요?”

“천년비를 플레이하고 그것을 천년비 포럼에서 인증하는 유저에게 트레이더스 포럼 3,000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입니다.”

고진환 팀장과 김지애 팀장이 바로 반대했다.

“대표님 그건 안 됩니다!”

“사용자가 많을 경우 손해를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두 팀장이 강력하게 만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3,000포인트는 3,000원을 의미한다. 만약 1만 명의 유저가 포인트를 획득해 간다면 한 순간에 3,000만원이 지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계산을 하고서 하는 말이었다.

‘어차피 거래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포인트다. 또 그 중에서 5%의 수수료를 제외해야 하고 1만 원 이상의 거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있지. 즉, 실질적으로 우리가 주는 금액은 2,500원. 거기다 보통 이런 포인트는 받고도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가 30%다.’

10만 명의 이용자가 포인트를 지급받는다고 계산하면 손해액은 3억이 아니라 1억7천5백만 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액수의 차이가 생겼다 하여도 지출은 지출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무조건 손해다. 대신 이 싸움에서 이겼을 때를 염두에 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진행하세요.”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고개를 숙이는 순간 정말로 끝이 난다. 그러나 팀장들이 지나치게 걱정을 해주니 완화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 손해가 불안하시다면 조건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건이요?”

“이용자 모두가 아니라 일정 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에게만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하면 될 겁니다.”

비로소 처음보다는 우려가 조금 가셨다.

나중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시스템이지만 지금은 어떤 게임사도 레벨에 따른 보상 아이템 같은 건 생각지도 못하는 시점이었다.

“아 참, 천년비가 레벨이 있는 건 맞죠?”

이 질문에는 각종 게임을 두루 섭렵한 김정규 팀장이 대답했다.

“천년비의 레벨 시스템은 의미는 같겠으나 표현이 다릅니다. 나이입니다.”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세부 기억이 떠올랐다. 접속만 하고 있어도 나이가 오르기 때문에 진정한 폐인을 만들어낸 게임이 있다는 짧은 단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최초로 사망자가 나온 사례의 주인이기도 했다.

‘그때는 나도 대관절 어떻게 게임을 해야 죽을 정도까지가 되나, 의아해했었으니까.’

온라인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망.

이는 미래 시점에서도 드문 일에 해당한다. 없지는 않으나 흔하다고 볼 수도 없다.

여기서 마음 속의 양심이 툭 한 소리 했다.

- 그렇게까지 중독성이 강하고 위험한 게임을 내가 성공시켜도 괜찮은 걸까?

이후 바로 웃어넘겼다.

‘이런 종류의 중독성으로는 플레지가 최고잖아.’

감히 천년비랑 비교하기 우스울 정도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그뿐이다. 게임사에는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으니 대비가 필요하다는 공지를 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을 끝마친 뒤에 내가 말했다.

“적당한 레벨을 두면 좋겠군요. 대충 10시간 정도 플레이하면 올릴 수 있는 수준이면 됩니다. 그러니 게임사에 문의하셔서 20시간 정도 플레이 할 경우에 도달할 수 있는 레벨. 천년비에서는 나이겠군요. 이를 알아오세요. 이 수치에 도달한 유저에게만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예? 방금 10시간이라고 하신 건···?”

“콘텐츠의 소모 속도는 언제나 개발사의 예상보다 빠르지요. 게임사에서 20시간 정도로 생각한 만큼이 유저들의 플레이로는 10시간이면 해결될 겁니다.”

“아!”

바로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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