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90화 (90/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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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 [귓속말] GM켄헬 : 안녕하세요? 켄헬 서버 운영자입니다. 최초의 50레벨이라는 위업을 달성하신 구운몽님과 인터뷰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혹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올 줄 알았지.’

이 질문이 왔을 때 나는 쾌재를 불렀다.

최초라는 수식어는 큰 의미를 갖기 마련이다. 당연히 게임사가 이러한 요청을 해올 것이라 예상했고 입맛대로 활용할 방안 역시 마련했다.

물론 여기에 50레벨이 한계라는 것은 전혀 참고할 사항이 되지 못한다. 미래의 지식을 통해서 보나 이는 엠씨 소프트에서 발 빠르게 대처하여 무탈하게 지나갈 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오류 하나 손에 쥐었다고 게임사를 협박하는 것은 말 그대로 판타지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미처 간과한 일이 하나 있었다.

- → [귓속말] 구운몽 : 인터뷰입니까?

- → [귓속말] GM켄헬 : 네. 만나실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그리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다.

- → [귓속말] 구운몽 :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라면, 게임 내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찾아오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 → [귓속말] GM켄헬 : 예. 만나서 저희가 식사와 차라도 대접하면서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이걸 생각 못했네?’

현실에서 얼굴을 내놓고 하는 인터뷰!

이게 문제된다.

내가 보통의 플레이어였다면 만나서 얼만든지 이야기를 나누어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직업과 직함이 무엇이던가.

하물며 뉴 온라인은 지금 알파 테스트를 진행하는 상태였다. 성공을 자신하는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며 후일 내 사진과 이름을 걸고 인터뷰를 하리라 확신한다.

이러면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이다.

<뉴 온라인의 대표! 정작 즐기는 게임은 플레지?>

<뉴 온라인의 대표가 직원들 몰래 즐기는 게임은 사실 플레지였다!>

<뉴 온라인을 서비스하지만 나는 플레지를 하련다?>

뽑아낼 말들도 참 많다. 입방아 찧기도 좋았다.

그러니 여기서는 50렙이 만렙이고 말고 보다도 딱 하나를 요구하여 관철시킬 필요가 있었다. 얼굴 보면서 하는 인터뷰는 절대로 사양한다고 말이다.

- →[귓속말] 구운몽 : 죄송하지만 그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요. 인터뷰를 진행한다면 현실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하고 싶습니다.

- →[귓속말] GM켄헬 : 네?

운영자는 왜 만남을 거절하는 지 이해를 못한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당사자가 싫다는 데 어쩌겠는가.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일은 그렇게 진행됐다.

- →[귓속말] GM켄헬 : 그러면 게임 내에서는 언제쯤 인터뷰 진행이 가능하십니까?

- →[귓속말] 구운몽 : 언제든 괜찮기는 한데, 조건이 있습니다. 게이머스 포럼과 함께 하실 때에만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 →[귓속말] GM켄헬 : 게이머스 포럼이요?

이것이 내가 준비한 플랜이다. 회사에 더 힘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안하는 거였다.

- →[귓속말] 구운몽 : 게임사에서 인터뷰를 한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했을 때, 그것들이 다 제대로 공개가 될지 신뢰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이미 아시겠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보다는 대부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대화합니다.

- →[귓속말] GM켄헬 : 알겠습니다.

나는 이상의 이야기를 일러주고서는 김정규 팀장에게 말했다.

“공식적인 인터뷰 날짜와 시간 그리고 질문들을 준비해 두세요. 게임사에는 구운몽의 섭외는 완료했고 게임 내의 인터뷰 장소는 배 위였으면 좋겠다, 고 은근슬쩍 찔러 보고요.”

콕 짚어서 선상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개인적인 로망 때문이었다. 과거. 전설들의 인터뷰 스크린 샷을 보면 은근히 배 위에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니 말이다.

“예, 대표님. 시간은 언제쯤이 좋으시겠습니까?”

“아무 때나 해요. 뭐. 우리끼리 그런 거 따져서 뭐합니까?”

“알겠습니다. 질문지 준비 되는 대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참. 직원들이 알아서는 곤란합니다.”

인터뷰를 말함이 아니었다. 대표님이 곧 구운몽 캐릭터의 주인이라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다. 회사가 무너질 만큼의 대단한 극비는 아니었으나 기왕이면 모르는 게 약이고 알려져서 좋을 게 없는 이야기다.

김정규 팀장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대표님. 그리고 혹시 모르니 인터뷰는 제가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아는 사람들이 적도록 만들겠다는 의사였다.

“좋습니다. 그런데 플레지 아이디는 있어요?”

“대표님. 저는 회사에서 포럼을 운영하는 모든 게임을 플레이해보았습니다.”

“멋지네요.”

다른 회사라면 이렇게 다양한 게임을 경험하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회사에는 반드시 필요한 인재다. 최고수는 특정 게임에 깊이 매몰된 상태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김정규 팀장처럼 다방면으로 지식을 쌓은 사람이 외려 더욱 필요하다.

저런 사람이 제대로 비교분석을 할 수 있다.

“그럼 준비 되는대로 말씀해주시고. 수고해주세요.”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실 내 쪽에서야 뉴 온라인의 대표인 것을 들키지 말아야 해, 라며 걱정하지 세간에서는 아직 그런 게임이 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마당이다. 그냥 ‘이 플레이어는 독특하네?’ 정도로 여겨도 그만일 만큼 대단찮은 요구였다. 당연히 그대로 수용되었다.

예상 외였던 점은 엠씨 소프트 측에서 내보낸 인물들이다.

두 명이었는데 하나는 플레지에서 직접 운영하는 기자단의 관리책임자인 플레지 보도국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무려 엠시 소프트의 대표였다.

자신이 만든 게임의 첫 만렙 달성자에 대한 호기심일까. 그렇다면 실제로 보기로 했다면 그 자리에도 나왔을까. 마음을 읽지 않는 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간담이 서늘할 따름이다.

‘여기서 얼굴 보고 나중에 회사 대표들끼리 우연하게라도 또 만나게 되면··· 어휴.’

충격과 공포일 것이다.

이후 합작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발 빠른 편집과 함께 공식 홈페이지 및 게이머스 포럼에 동시에 개재되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플레지 최초 50레벨 달성 구운몽 전격 인터뷰 공개!》

“우와! 제목 구리네.”

‘태산이 높다하되~’와 같은 표현은 3년만 지나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센스였다. 재미난 점은 저 말을 나만 촌스럽게 생각하지 대다수 유저들은 멋지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어서 글을 읽고자 마우스를 좌클릭했다.

딸깍!

《2000년 10월 28일 오후 4시 44분.

플레지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1998년 9월 상용화 이래 누적 회원수가 800만에 육박할 때까지 그 어느 누구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플레지 레벨의 종착점! 불가능 하리라 믿어 왔던 「레벨50」의 캐릭터가 드디어 등장했다.

이에 게이머스 포럼에서는 기자단을 급파, 레벨 50을 달성한 장본인을 만나 대기록을 세우기까지의 과정들을 취재해 보았다. 너무나도 바쁜 스케줄 때문에 직접 만나는 것을 거절한 구운몽씨를 배려하여 인터뷰는 현실이 아닌 게임 내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 게이머스 포럼 : 안녕하세요. 게이머스 포럼입니다. 최초로 레벨 50을 달성하신 분을 만나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플레지를 처음 시작하신 때는 언제이신가요?

- 구운몽 : 작년 중순부터 플레지를 시작했습니다. 그 즈음 군을 전역하고 민간인으로 나왔는데, 그때 만난 게임이 바로 플레지였죠. 구운몽이라는 캐릭터는 당시에 처음 만들어서 지금까지 혼자서 애정을 가지고 키운 저의 1호 캐릭터입니다.

- 게이머스 포럼 : 그렇다면 구운몽 캐릭터를 레벨 50까지 키우시는 데, 13개월 정도밖에 안 걸리신 셈이네요.

- 구운몽 : 할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나니 그 정도가 되는군요.

- 게이머스 포럼 : 50레벨을 달성하기 전부터 플레지 상에서 가장 유명한 유저 중 한 분이셨는데요, 경쟁자들이 아직 달성하기도 전에, 가장 먼저 성공한 이유와 비결 같은 것이 있을까요?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 같은 것 말이죠.

- 구운몽 : 특별한 비결이라서 말씀 드리면 안 되는 건데··· (웃음) 농담입니다.

레벨을 빨리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말 그대로 해야 합니다. 플레지 상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재미들을 포기한 채 오직 레벨을 높이는 것에만 전념하는 거죠.

가급적이면 채팅도 피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외면해서는 또 곤란해요. 때문에 게임 내의 콘텐츠 중에서 선별해야 합니다.

- 게이머스 포럼 : 하나씩 알려주시겠어요?

- 구운몽 : 네. 첫째는 길드 가입입니다.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무고하게 공격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요. 이럴 때 길드의 도움을 받으면 좋습니다. 같이 사냥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타 유저들에게 최대한 덜 방해받기 위해서지요.

길드에 가입하면 공성전부터 이래저래 시간을 뺏기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을 텐데요. 이는 일부만 사실입니다. 플레지는 사회성 게임이기에 아군의 도움을 받은 만큼 적대 길드 역시도 견제해야 하는 등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이 사회관계를 통해서 불필요한 싸움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실보다는 득이 크니 훌륭한 울타리를 찾아서 가입하기를 권합니다.

둘째는 자신한테 적당한 사냥터를 선택해야 하는 겁니다. 여기서 적당하다는 것의 기준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건데요. 레벨과 장비 수준에 맞춰야지 무조건 쉬운 곳만 돌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사냥터를 선택하면 시간 낭비, 골드 낭비만 하기 십상입니다.

- 게이머스 포럼 : 구운몽님은 어디에서 사냥하셨나요?

- 구운몽 : 용의 협곡 던전에서 사냥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강력한 몬스터들이 즐비한 만큼 골드 소비량이 엄청나기에 스스로 장비에 자신이 있지 않으시다면 추천 드리지 않아요. 그러니 충분한 장비를 갖추지 못하셨다면 용던보다는 본던을 권합니다.

- 게이머스 포럼 : 마치 수험생과 인터뷰 하는 기분입니다. (모두웃음)

구운몽님은 이번의 레벨 50 달성 이외에도 드래곤 슬레이어를 최초로 획득한 유저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좋은사람들 길드의 총군주인 골리앗으로도 유명하신데요. 좋은사람들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 구운몽 : 한 줄로 정의하자면 ‘의리로 뭉친 길드’입니다. 그리고 켄헬 서버가 생긴 후 켄트 성을 단 한 번도 뺏긴 적 역시 없죠. 제가 의리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는 것은 처음 우리가 길드를 결성할 때의 상황과 연관이 있습니다. 바로 포도밭의 인연으로 시작한 것인데···

(중략)

···그렇게 결성되었고 지금까지도 서버 최고의 길드로 똘똘 뭉쳐있습니다.

- 게이머스 포럼 : 레벨 50을 달성한 기념으로 길드 차원에서 모든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체적인 서버 이벤트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구운몽 :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말이 있죠. 이를 기념하고자 서버 전역에 우리 길드원 분들이 특별한 글자를 넣은 편지 100장을 뿌려두었습니다. 가지고 우리 길드원을 찾으신다면 어느 누구라도 1만 골드를 지급받게 되실 겁니다.

- 게이머스 포럼 : 레벨 50을 달성하셨을 때의 심경을 표현하신다면?

- 구운몽 : 정말 좋다! 아주 좋다! 입니다. 작년 말에 레벨 49를 달성하고, 50을 달성하기 위해서 근 1년을 달려왔습니다. 레벨 50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앞만 보고 달렸어요. 하고 싶은 재미들을 피하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 레벨 올리기에만 매진했습니다.

그래서 이룩한 결과이니 정말로, 아주 좋습니다.

- 게이머스 포럼 :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용자로서 레벨50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왔습니다. 이런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꿈을 목표로 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 구운몽 : 최고의 무기와 방어구, 결투의 지존이 되는 것 등등도 물론 가치가 있을 테지만, 저는 레벨 50 달성이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고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저간의 우위는 변동이 심하지만 게임상의 지표인 레벨은 보다 상징성이 있다고 봤거든요.

때마침 아무도 도달해 보지 않았고 시도도 해본 적이 없기에 성취할 가치는 더욱 컸습니다.

- 게이머스 포럼 : 레벨 49에서 레벨 50을 달성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 구운몽 : 현재 플레지는 고레벨이든 저레벨이든 동일하게 12%의 경험치 다운이 이뤄집니다. 49레벨의 12%는 절대 48까지의 12%와는 다릅니다. 당연히 절대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고, 그러다보니, 물약의 소모도 더 커집니다.

또한 언급했듯이 용의 협곡 던전에서 주로 사냥했는데 물약의 수급에서 어려움을 자주 겪었습니다. 사냥을 준비하고 이동하는 시간에 비해 정작 사냥을 즐기는 시간이 너무 짧았죠. 이에 대한 기능 개선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 자주 생각했습니다.

다른 게임의 아이템인 벨트처럼 좋은 장비를 착용하면 더욱 많은 물약을 보관할 수 있다거나 또는 물약의 무게를 줄여주는 방식들이었습니다. 몬스터의 스펙이 올라간 만큼 유저들 역시 적응할 수 있는 관련 업데이트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 게이머스 포럼 : 다른 가족 분들은 플레지를 하고 있습니까?

- 구운몽 : 전혀요.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는데 플레지만이 아니라 게임 자체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덕분에 이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했네요.

- 게이머스 포럼 : 최초 50레벨을 달성하셨다는 건 엄청난 시간을 게임에 쏟아 부었다는 말과 같다고 여겨집니다. 이에 관련하여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 구운몽 : 처음에는 ‘군대 전역하고 와서 처음에만 그러는 거겠지’라고 보다가 게임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나 여동생이 심하게 반응했죠. 하지만 잠시였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 게이머스 포럼 : 별다른 말이 없다고요? 왜 변한 걸까요? 포기한 건가요?

- 구운몽 : 설마요. (웃음) 그런 건 아니고 제가 게임 못잖게 저의 일에도 소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임으로 밤을 지새우고 일상에 영향을 주었다면 그랬을 테지만, 저는 규칙적으로 게임하거든요.

- 게이머스 포럼 : 규칙적인 게이머셨군요.(모두 웃음) 대답 감사합니다. 그럼 끝으로 플레지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관심사를 가지는 핵심이 바로 이 부분이다.

“통째로 잘 실렸네.”

김정규 팀장에게 당부하여서 꼭 넣은 질문!

이를 통해서 나는 플레지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다. 좋은 게임이 무탈하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는 마음. 이를 고스란히 담은 게이머로서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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