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89화 (89/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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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열심히 추리하는 그를 대신하여 질문했다.

“저기···”

“말씀하세요.”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건데 꼭 답을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드레이크를 굉장히 빨리 잡으신 것 같은데요. 무슨 비밀이 있나 싶어서요.”

구운몽님은 흔쾌히 알려주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특성입니다.”

“드래곤 슬레이어요?”

듣도 보도 못한 검의 이름이 나왔다.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무기를 툭툭 쳐 보였다.

“드래곤 계열의 몬스터에게 두 배의 데미지를 줍니다.”

이를 듣고 오프로더가 질문에 참가했다.

“그 검은 +10강화를 한 골리앗의 검이 아닌 겁니까?”

너무나도 잘 알려진 그 무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구운몽님은 수긍해 보였다.

“이 검은 크리아의 시련을 이겨냈을 때 얻을 수 있는 무기입니다. 골리앗의 검과 마찬가지로 단 한 자루뿐이지요.”

“강합니까?”

“양 손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 하나만 제외한다면, 마음에 드는 무기입니다.”

“혹시 구경을 해볼 수 있나요?”

“그러시죠.”

외관상 투박해 보이는 무기를 받아들고 우리는 확인해보았다.

「+9 드래곤 슬레이어

타격치 18+9 / 25+9

사용 가능 : [나이트]

재질 : 금속

무게 120」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똑같이 놀랐다.

‘미쳤다.’

이건 정말 정신 나간 무기가 분명했다.

‘대형 몬스터 타격치가 25?! 게다가 드래곤한테는 그 두 배라고 했어.’

+9강화를 한 마당이니 이는 34의 타격치가 옵션 효과로 두 배 뻥튀기 된다는 의미였다. 이런 검으로 무지막지하게 썰어댔으니 드레이크가 죽어서 나자빠지는 것은 실로 당연한 결과다.

한편으로는 최강의 나이트가 장비할 만하다는 수긍마저도 들었다.

이후의 여정은 용의 협곡 내부에 있는 던전으로 이어졌다. 필드보다 한층 무시무시할 듯하여 이쯤에서 빠지려고 했으나 구운몽님은 ‘지금까지처럼 해주시면 무방합니다.’라는 말로 일축했다.

“2층까지만 구경시켜 드리려 합니다. 그 밑에서부터는 에틴이 나와서 저도 하나 처리할 때 시간이 걸리는 편이거든요.”

“안전하다 하신 2층에는 뭐가 나오나요?”

“상급해골이랑 트롤 그리고 무리안 정도군요.”

“트롤이요? 딱히 약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일단 트롤이라는 존재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세상에서 까다롭고 강함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중반 후반은 몰라도 초반에는 거의 보스 몬스터 급으로 주인공 파티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곳은 플레지에 현존하는 최고 난이도의 던전!

이러지러 아무리 돌려 보아도 강력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구운몽님은 처음과 같은 태도로 대답했다.

“용던에서는 약한 축에 듭니다. 필드에서 보인 여러분의 실력이면 충분하니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그러시다면!”

“까짓 거 갑시다.”

보무당당하게 들어간 협곡 던전의 1층!

이곳의 소감은 ‘실망인데?’였다.

무려 용의 협곡이라는 무시무시한 지역 던전임에도 본토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파토이에 웅골리언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따금 상급 해골들이 습격하기는 했지만 던전 1층의 메인은 스파토이와 웅골리언트다.

그리고 그런 실망은 2층에 들어서고부터 그리움으로 바뀌었다.

‘무슨 몬스터들이 이렇게 바글바글해?’

상급 해골들의 숫자가 정말 많았다.

구운몽님의 강력한 공격을 받으면 11방 만에 바스러지는 해골이었지만, 나와 오프로더에게는 대체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는 튼튼한 맷집의 해골이었다. 마치 우리만 상급해골을 상대하고 저 사람은 그냥 해골을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 전투직 클래스를 했어야 됐나, 라고 보기에는 옆의 엘프도 죽 쑤기는 매한가지고. 그냥 구운몽님이 대단한 거겠지?’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찾아온 만큼 힘겨운 싸움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만족감은 컸다. 강력한 몬스터들이 즐비한 용의 협곡. 이곳 던전에서 내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는 자부심이 힘을 더욱 내게 한 것이다.

그때였다.

옆에서 푸른색의 강렬한 빛이 뿜어졌다. 황망히 돌아보자 그 중심에서 구운몽님이 말했다.

“드디어 달성했군요.”

“뭐··· 뭐죠?”

“달성을 하시다니?”

신비한 빛을 뿜어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전설의 영웅 혹은 신의 전사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구운몽님은 드래곤 슬레이어를 움켜쥐며 대답했다.

“50레벨이 되었습니다.”

“네?”

“그게 가능한 거였습니까? 원래 플레지는 49레벨이 한계였던 것 아닌가요?”

나보다도 흥분한 오프로더의 물음이었다.

이에 따른 대꾸는 어깨를 으쓱하는 정도였다.

“보다시피.”

“대박···!”

솔직한 말로 내 주변에서는 48레벨도 보기 힘들다.

길드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나이트라고 해봐야 46레벨. 그나마도 버는 골드는 물약 값으로 족족 나가버린 덕분에 6검만 착용했지 방어구는 -15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50레벨이라니.

드래곤 슬레이어라니!

‘이건 정말 한계 돌파다.’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레벨을 들으니 이건 납득을 하기도 힘들었다. 사실 그 말을 한 존재가 구운몽님이니까 이렇게 진짜일까? 고민하지 다른 사람이 했다면 ‘거짓말 하지 마.’라고 일축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최강의 나이트가 최초로 50레벨 탄생 현장을 함께 하고 있는 거야!’

감정이 놀라움에서 흥분으로 바뀌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흥분 그 자체. 믿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던 나는 이미 온데간데없다.

여기서부터는 협곡 던전의 탐험보다도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과연 50레벨의 나이트는 얼마나 강한 것일까.

구운몽님의 능력치는 우리와 어떤 차이를 보일까.

사냥하는 내내 은근슬쩍 돌려서 거듭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 대답은 바로 듣지 못했다.

“우선 모든 사냥부터 마칩시다. 처음 온 목적에 충실해야지 않겠습니까.”

“넵.”

맞는 말이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은 뒤 물약을 다 소진하여서야 화전민 마을에 복귀했다. 그리고 한 장의 스크린 샷을 전해 받았다.

『구운몽 Lv :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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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Point : 626/626

Mana Point : 61/61

Amor Class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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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ght : 48%

Hungry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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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의 능력치.

‘체력이 626이라니!’

게다가 방어력을 보라 -60이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양손이니 그 때는 방패를 착용하지 않았다라고 감안해도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여기까지가 용의 협곡을 실존하는 전설과 함께 한 나의 짧은 경험담이었다.』

‘오우! 아우! 광채는 무슨!’

말미에 랩 하듯이 읊어주는 보험 약관처럼 ‘이 이야기는 사실과 100% 일치하지 않으며 작성자의 의도적인 각색이 있었습니다.’라고 넣어줘야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만나서 사냥을 하는 순서는 분명한 진실이다. 그러나 화전민 마을에는 ‘오세요.’라고 해서 만났고 오프로더는 ‘여기서 언급할 이름이 아니야. 따라오도록.’이라는 말 따위 한 적이 없다.

“‘아이고 대표님~’이라고 했는데.”

게다가 레벨 50을 찍어도 광채니 뭐니 하는 이펙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스륵~ 올라서 ‘레벨 업했습니다!’라고 알려줘야 ‘우왕!’이라는 반응이 나온 정도였다. 즉, 상상력의 산물이고 괜한 오해가 생길까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마무리로 임팩트 있게 드래곤을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살짝 아쉽네.’

기왕 이렇게 된 것, 치열한 사투 끝의 승리 같은 액션이 나와야 하는데 너무 만만한 사냥만 보여줬나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본토행티켓의 팬들은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하고 환호해주고 있던 것이다.

<나좀살리도 : 50레벨의 등장이라니! 맙소사!>

<본토상거지 : 이거 진짜예요? 49레벨이 끝이라고 엠씨에서 공지하지 않았었어요?>

<데스나이스 : 본토상거지/ 아니요. 그런 공지 한 적 없어요. 그리고 아마 다른 서버는 몰라도 켄헬 서버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최초의 50레벨은 구운몽님일 거라고 다들 생각하고 계셨을 듯.>

<드래곤하자 : 저는 가드서버에서 하고 있는데, 저도 최초 50레벨은 구운몽님이라고 생각했음. 구운몽님은 켄헬 서버를 떠나서 전 섭에서 최고 지존으로 인정하고 있음.>

<백설곤죽 : 서버가 다르지만 아둔 서버에서도 최고 지존을 구운몽님으로 침. 여긴 성혈들이 너무 매너가 없어서 매너 좋은 켄헬 서버로 이주할까 고민 중임.>

<당근빠따 : 이주 GOGO! 켄헬 섭 진짜 좋음. 성혈의 통제 없는 유일한 축섭임.>

사람들은 이미 50레벨이라는 것에 빠져서 그 전에 나온 내용 따위는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아 보인다.

<데스나이스 : 최초의 50레벨이 우리서버에 나왔다니. 진짜 자랑스럽다. 이런 서버에서 게임한다는 게 기쁘다!>

어쩌면 엉뚱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인만 그런 것인지 외국의 다른 이들도 이런 지는 잘 모르지만 같은 서버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인데도 켄헬의 유저들은 나의 50레벨 달성을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여기에도 찬물을 끼얹는 녀석들은 존재했다.

<오프로더 : 나는 억울하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황성찬짱짱 : 아놬ㅋㅋㅋㅋㅋㅋㅋㅋ최갘ㅋㅋㅋㅋ나이틐ㅋㅋㅋㅋㅋㅋㅋ>

<윤진수짱짱 : 아낰ㅋㅋㅋㅋ지존ㅋㅋㅋㅋㅋㅋㅋ나이틐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의검 : 존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두신룡검 : 축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익숙하기 그지없는 닉네임들 옆에는 받침이 ‘ㅋ’으로 일관된 댓글들이 즐비했다.

“아! 이 쉐리들! ···이해한다. 나도 민망하기는 해.”

나도 양심은 있기 때문에 차마 저들을 나무라지는 못하겠다.

어찌됐건 이번 50레벨 달성은 제대로 이슈화 되었다. 본토행티켓과 오프로더의 글이 올라오고 이틀이 지났을 무렵에는 플레지를 즐기는 모든 유저들에게 ‘최초의 50레벨 달성자 : 구운몽’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다.

그 결과, 플레지를 서비스하는 회사, 엠씨 소프트가 움직였다.

50. 인터뷰

김정규 팀장은 요즘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었다.

“대표님이 너무 일을 추진하시니··· 어휴.”

부담감 때문일까, 괜스레 턱까지 숨에 차는 기분이다.

‘반년 전만 해도 아무런 욕심 없이 그냥 월급만 제때 받았으면 좋겠다, 했었지.’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골머리를 싸맸다.

멀리 가느니 가까운 곳에 있는 좋아하는 게임 관련 회사에 입사하자,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들어온 이 회사는 게이머스 포럼 이라는 것을 개발하면서 미친 듯한 성장을 이룩하는 중이다.

젊은 사장이 굵직하게 일을 벌리고 주위의 입사 동기들이 다 같이 뛰는 분위기였는데 어찌어찌 같이 있다 보니 회사는 강남으로 이동했고 사장은 대표가 되었으며 자신 역시 팀장으로 진급했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중역이 된 것!

하지만 그의 걱정거리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다들 뛰어난데 나만 운 좋게 이 자리에 있는 기분이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도 뭔가 팀장이라는 위치에 맞는 일을 해내야 해. 젠장. 여기는 무슨 회사가 다 잘난 사람들만 있는 거냐고!’

시스템 개발부의 이규환 부장은 천재다. 듣기로 그는 IT에 관한 정규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데 그가 만들어 내는 것들을 보면 IT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자신이 보아도 시대를 앞서가는 시스템들이었다.

‘물론 대표님이 팁을 주시기는 하지만 이를 현실화 하는 것은 모두 이규환 부장님의 실력이니까.’

그래도 이규환 부장의 경우는 직속은 아니어도 ‘상사’에 해당한다. 아무리 뛰어나도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그를 초조하게 만드는 이들은 입사 동기인 김지애 팀장과 고진환 팀장이다.

‘김지애 팀장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일 역시 완벽하게 처리하고 있어.’

듣기로는 요즘 야간이지만 흑석동 모 대학의 경영학과로 편입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심지어 본래 전공이 아닌 전공까지 공부를 하면서 일 또한 늘 똑 부러지는 인재다.

그리고 고진환 팀장!

‘서울대가 대단한 거냐, 저런 사람이 서울대를 졸업하는 거냐?’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아무렴 어떻겠는가. 어느 쪽이건 끔찍하게 잘난 동기라는 의미니 말이다.

고진환 팀장은 ‘대체 이 사람은 못하는 게 뭘까?’ 라는 생각부터 ‘도대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이런 작은 회사에 입사를 했을까?’까지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상상이 지나쳐서 요즘은 엄한 생각마저 들었다.

‘윤태식 사장님에 대해 알고서 회사의 가능성까지 꿰뚫어 보고 온 것일지도 몰라.’

만약, IMF로 인한 최악의 취업난 덕분에 입사 지원한 모든 기업들에 낙방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작은 회사에 입사하게 된 고진환이 그의 생각을 알았다면 실로 어처구니없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상상은 자유라는 말처럼 김정규의 머릿속에서는 이것이 진실로 기록되는 중이었다.

‘선임에 동기 누구하나 만만하지 않고 신입들은 회사의 비전을 보고 갈수록 뛰어난 녀석들이 치고 들어오니··· 아이고. 나 같은 평범한 놈은 지쳐 죽어버리겠어.’

그가 잘 할 수 있는 거라곤 무작정 일에 파묻혀서 일하는 것일 뿐이다.

슬프지만 노력으로 보충해야 만이 도태되지 않는다. 그렇게 ‘오늘도 버티자!’라는 각오로 열심히 업무에 임하는 김정규를 신입이 불렀다.

“팀장님.”

“뭐죠?”

부하직원이라고 해도 상호 존대는 필수다. 이는 회사 대표인 윤태식 부터가 모든 직원들에게 존대하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게이머스 포럼으로 퍼진 사내 문화였다.

“엠씨 소프트에서 이상한 요청을 해와서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말끝을 흐리는 직원에게 김정규가 물었다.

“어떤 제안인데요?”

“최근에 플레지에 구운몽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유저가 50레벨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 캐릭터거든.’

일반 직원들은 잘 모르지만 팀장 이상은 구운몽의 실제 정체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았다. 윤태식 대표가 사업하는 짬짬이 즐기는 플레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가만 보면 괴물 중의 괴물은 대표님이지. 아이디어 뱅크에 안목도 좋으시고 취미 삼아서 하는 게임 내에서도 최고니까. 소문으로는 스드 프로게이머들이 최종 보스라고도 한다던데··· 차라리 동기들이랑 나를 비교하자. 그 편이 낫다.’

엉뚱하게 고진환 팀장에 대한 압박감을 해소한 김정규에게 직원이 이어서 말했다.

“그 유저를 인터뷰 해달라고 합니다. 단, 자기들도 꼭 함께 하겠다고 하고요.”

물음표가 스쳐갔다.

‘직접 인터뷰가 아니라 게이머스 포럼을 통해서 하겠다? 여기에 참관시켜달라고?’

왜 이런 과정을 거치는 지를 고민하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자 직원이 매우 당황해 하더니 재빨리 덧붙였다.

“그게, 저기, 게임사가 직접 인터뷰에 참여한다고 하니까 이게 좀 신경 쓰여서요. 저희가 바로 수락하기에는 찜찜한 점이 있습니다.”

그러며 횡설수설 말을 마구 늘어놓는데 중언부언하는 기색이었다.

‘왜 저래?’

뚱한 표정으로 보던 김정규는 대표 이사실을 보고는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필시 게임회사의 인터뷰 요청을 윤태식 대표가 게이머스 포럼을 통해서 하겠다고 답신한 것이다. 이는 캐릭터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아는 자만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인과관계였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공식 요청이 들어온 만큼 제가 말씀드리지요. 잠시 자리에서 기다리세요.”

“네!”

이윽고 이동하는 그의 뒤로 직원이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팀장님들은 뭔가 어려워.”

“나도.”

앉은 직원과 동기들이 소곤소곤 거렸다.

*

김정규 팀장이 엠씨 소프트의 인터뷰 요청건을 전달했다.

“그게 이제야 들어왔군요.”

“역시 대표님이 유도하신 거였습니까?”

“당연합니다.”

짐작했다는 표정이면서도 내심 어떤 식으로 진행한 것인지 궁금해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옅게 웃으며 차근차근 이야기해주었다.

“50레벨을 달성한 뒤에 재미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무리 사냥을 해도 경험치가 0.1%조차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레벨 50 exp 0%.

캐릭터는 이 상태에서 눈곱만큼의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요구 경험치량이 무지막지해져서 변화를 못 느낀 것이 아니라 고정된 거였다. 이를 꿈 속 기억과 대조하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엠씨 소프트는 51레벨 이후의 콘텐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부랴부랴 대응하고 업데이트를 준비하느라 바쁠 터다. 이 작은 사실을 알고 있는 시점에 운영자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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