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85화 (85/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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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2등=3등

마우스 클릭으로 추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대가 만약 나의 의지를 이어 저 사악한 안사락스를 처단하고자 한다면, 나의 힘을 나누어주도록 하겠다.

다만 그대가 자격이 있는지는 검증해야겠지.

이 험한 곳까지 찾아온 그대여.

나의 시험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가?

- 크리아의 시험을 받는다.」

이것을 위해 이곳을 찾아왔는데,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 구운몽 : 드래곤 슬레이어를 찾아오겠습니다.

- 지옥검 : 헐. 맡겨둔 물건 가지러 가시는 겁니까?

- 범 : 부군주님은 멀었습니다. 우리는 한마디면 됩니다.

- 세이하 : 존명!

- 분노의활질 : 존명!

남은 일행들이 똑같은 소리를 떠들어댔다.

“에이!”

꼴도 보기 싫어서 바로 시험의 방에 입장했다.

*

순간이동을 통해서 들어선 시험의 방은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장소였다. 정중앙에는 마법진이 있었고 사각형의 각 모서리 쪽에도 마법진이 자리했다.

‘가운데로 돌아가면 점수 종료이고 몹들은 모서리의 네 곳에서 생성돼.’

다시금 맵을 둘러보았다.

사각형의 형태였지만 나름대로 중앙이 뚫렸으며 위 아래로는 벽이 존재한다. 그리고 벽에는 일반 던전에서 1대 1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이른바 ‘한 칸짜리 공간’이다. 보는 순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저 공간에 들어가서 싸운다면 사방에서 공격당하지 않게 되니 물약을 아낄 수 있고 더욱 손쉽게 퀘스트를 치를 수 있다. 문제는 점수를 등록받기 위해서는 중앙 지점의 마법진을 찍어야 한다는 점이다. 죽거나 귀환주문서를 쓰면 시험은 포기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외에도 점수로 등록되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기는 했다.

‘10분을 버티는 것.’

이제 선택의 순간이다. 사방팔방에서 맞아가는 채로 싸우다가 점수를 찍을 것인가, 싸우기에는 명당이지만 10분을 버티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포인트 지점에서 싸울 테냐.

여기서 내 선택은 포인트 장소에서 10분간 버티는 거였다.

‘등장 몬스터 중에는 데스 나이트도 있는데 걔를 어떻게 상대해.’

제아무리 맑은 물약을 마신다고 해도 2마리 이상의 데스 나이트들에게는 역부족이다. 즉, 어차피 녀석들이 나타나면 귀환해야 하는데 이 포인트에서 1대 1로 하면 더 버틸 수가 있었다. 고득점을 노리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인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마법진에서는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중이었다.

‘시작부터 스콜피온이라니. 우리의 친구인 고블린과 오크는 어디 간 거냐?’

재빨리 상대하기 좋은 위치로 이동했고 곧 크리아의 시련이 시작 됐다.

48. 1등=2등=3등

- 쿠어억!

- 쉬이익!

- 윽! 윽! 윽!

- 쿠확!

갖가지 몬스터들과 나이트의 소리가 어우러졌다. 쉴 틈 없이 싸웠음에도 생성되는 대상들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거 생각보다 빡센데.”

교만했다.

꿈속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획득했다는 유저들보다 훨씬 좋은 스펙을 지닌 만큼 매우 손쉽게 장비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니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다.

몬스터가 나오는 속도가 내가 처리하는 속도보다도 훨씬 빨랐다. 세 마리를 잡았을 즈음에 다음 네 마리가 나타나는 식이니 누적되면서 숫자가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콜피온부터 시작해서 오우거, 킹 버그베어까지는 귀여운 축에 속했다. 문제는 추가로 등장한 바실리스크, 코카트리스, 흑장로의 신규 몬스터들이다.

‘인정머리 없기는.’

이런 놈들이 4마리씩 나타나서 계속 공격해대니 버티기가 여건 어려운 게 아니다. 만약 마법진 중앙에서 버티고 있었다면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맞다가 일찌감치 귀환했을 것이다.

‘1대 1자리를 괜히 만들어 둔 게 아니었어. 분명히 왕년의 랭커들도 여기서 10분을 버티느냐 못 버티느냐 에서 갈렸을 거야.’

애초에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무조건 실패하게끔 만들어진 이벤트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아주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도중에 희소식도 있었다.

“반갑다 오크야!”

점점 더 강력한 몬스터들만 쏟아지는 줄 알았는데 순서가 무작위였나 보다.

이는 의미가 매우 큰 부분이다.

‘쟤네가 가로막으면 숨을 돌릴 틈이 생기지.’

1대 1 존이기에 약한 몬스터건 강력한 몬스터이건 자리를 차지하면 후방의 녀석은 순서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니 효과적으로 버티기 위해서는 버그베어 이하의 약한 놈들을 일부러 잡지 않으며 시간을 끌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최악은 데스 나이트 급의 보스 몬스터를 두 마리 연거푸 상대하는 것. 이상적인 상황은 한 마리 잡고 그 이후에 오크나 버그베어가 햄버거의 속 재료처럼 알록달록하게 껴서 오는 방식이다.

이렇게 나와 주면 점수도 쌓고 쉬어가면서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러던 중 만나기 싫었던 몬스터가 등장했다.

- [외치기]흑기사 대장 [커프] : 이곳이 '초심자의 섬'인가···

- [외치기]흑기사 대장 [커프] : 이곳이 '초심자의 섬'인가···

‘아닌데? 여기는 용던인뎁쇼?’

- [외치기]흑기사 대장 [커프] : 자, 일단 섬을 한번 돌아보기로 하자.

- [외치기]흑기사 대장 [커프] : 자, 일단 섬을 한번 돌아보기로 하자.

‘얼씨구?’

- [외치기]흑기사 대장 [커프] : 내 말해두지만 함부로 아무에게나 칼을 대지 말도록 하라.

- [외치기]흑기사 대장 [커프] : 내 말해두지만 함부로 아무에게나 칼을 대지 말도록 하라.

부하 흑기사들도 없는데 혼자서 잘도 떠든다.

‘내가 대신 예! 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냐?’

아까 흑장로가 ‘용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에게 죽음을!’이라는 대사를 사용한 것은 정황상 그리 어색하지 않았는데 이건 정말이지 어색하다 못해 끔찍한 느낌이다.

이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한 두 개가 아니다. 우선 돌림노래처럼 같은 대사를 돌아가며 반복하는 것이 별로였고 커프는 생긴 것과 다르게 맞는 소리가 전혀 듬직하지 못했다.

타악기를 두드리는 것처럼 ‘퍽! 퍽!’ ‘캥!’이나 ‘컥!’하는 여타의 몬스터와는 달리 커프는 ‘어-에어!’와 같은 사운드가 난다. 때문에 백기사가 아닌 애들이 갖고 노는 뾱뾱이 인형을 때리는 기분이 들었다.

‘데스나이트도 이상하지만 개중에는 커프가 최악이야.’

툴툴 거리면서도 상대는 해야 하니 열심히 두드려 팰 따름이다.

이후의 과정은 대동소이했다. 커프를 모두 쓰러뜨렸을 즈음에 약 3분이 남았고 잠시 후에 「모든 살아있는 자들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데스나이트가 등장했다.

여기서 나의 대응은 열심히 물약을 마셔주면서 마우스를 꾹꾹 누르고 있는 것일 따름이다. 그렇게 10분이 지남으로서 크리아의 시험 퀘스트가 종료되었다.

강제 이동 당했던 용의 협곡 던전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우리 길드원들은··· 없네?”

기다리면서 열렬히 환영해주기를 바란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 심심해서 돌아갔는지 아니면 주변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지 돌아온 장소에는 보이지 않는 채였다.

「훌륭하구나. 그대는 안사락스를 물리칠 영웅임에 틀림이 없다.」

대신 사시사철 자리를 지켜야 하는 NPC가 반겨주었다.

「이제 나 회색의 기사 크리아가 사악한 용을 물리치기 위해 준비한 검을 주도록 하겠다. 그대 위대한 영웅이여. 부디 어둠을 갈라 저 사악한 안사락스를 물리쳐 주기를 바란다.」

『회색의 기사 크리아로부터 드래곤 슬레이어를 획득하였습니다.』

“얻었구나!”

채팅창을 올라가는 시스템 메시지에 쾌재를 불렀다.

현존 최강의 검, 드래곤 슬레이어.

‘타격치 18/25!’

서버 최강의 유저라는 명예는 물론이고 아이템 자체의 위력 역시도 탁월한 무기다. 게다가 이 아이템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바로 퀘스트 메시지로만 나오는 용 사냥 때 유용하게 쓰인다는 점이다.

‘꼼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지룡을 잡는 거야.’

18/25라는 타격치는 높은 편이지만 양손 검이라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수치이기도 했다. 강력하지만 방패를 포기할 만큼의 메리트와 비교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 슬레이어에는 아이템 정보에 적히지 않은 놀라운 옵션이 추가되어 있다. 바로 드래곤 계열에게는 2배의 데미지를 주고, 용의 브레스 공격으로부터 50% 피해를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어떤 파티도 이 무기를 써서 드래곤을 사냥한 적은 없다. 이유는 서버에 단 한 개만이 존재하는 아이템이기에 고강화를 엄두도 못 냈으며 방패를 포기한다는 선택지에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르다.

‘강화야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니까. 적당히 날려주면서 재도전하고 +10강화를 띄워야지.’

+10 드래곤 슬레이어면 훗날 ‘집판검’이라고 불리는 억대의 아이템을 +8이상 강화한 것과 동급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먼 나중의 일이지만 드래곤 슬레이어를 동급의 집판검으로 변경하는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

이때 인챈트 수치는 유지가 되기에 +10 드래곤 슬레이어를 갖고 있으면 고스란히 +10집판검이 된다. 이는 자그마치 현금으로 5억에서 8억 사이의 가치를 가졌다.

정확한 값을 모르는 이유에는 내가 서민이라는 점이 한몫했다. 강화 주문서 하나 먹고 쾌재를 부르던 처지에 억대의 장비는 머나먼 꿈 속 나라의 이야기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점수는 어떻게 된 거래?’

크리아의 시련은 1위~10위권은 점수와 등수를 비석에 새겨서 알려준다. 통과한 사람이 나뿐이기에 지금은 내 닉네임 하나만 나타난 상태였다.

『1위 10,007점 구운몽』

“아슬아슬했네.”

10,001점부터 드래곤 슬레이어를 획득할 수 있으니 턱걸이로 간신히 통과한 것이다. 이러면 후발주자에게 자칫 빼앗길 우려가 있다.

대략 10030점 정도면 안전하지 않을까? 아니다 그래도 100점 정도는 되어야 안전할 것 같다. 2차 도전 때는 레이피어를 챙겨서 더 높은 점수를 확보해야겠다.

‘다음 도전은 4시간 후니까.’

플레지에서의 하루는 4시간이며 이 퀘스트는 오직 ‘해질 무렵’에만 진행할 수 있다. 즉, 현실시간으로 매일 4시, 8시, 12시, 16시, 20시, 24시에만 수행할 가능하니 당장은 다른 일로 시간을 때워야 한다.

‘그나저나 파티원들은 다 어디 간 거래?’

막연하게 기다릴 이유가 없다.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 →[귓속말] 구운몽 : 어디감?

- →[귓속말] 지옥검 : 끝남?

- →[귓속말] 구운몽 : ㅇㅇ 끝남.

- →[귓속말] 지옥검 : 결과 어떰?

- →[귓속말] 구운몽 : 와서 직접 보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길드원들이 이곳으로 달려들어 왔다.

- 범 : 끝나셨다면서요?

- 세이하 : 고생하셨습니다.

- 지옥검 : 뭐, 당연히 드래곤 슬레이어를 획득 하셨을 테지만요.

- 구운몽 : 그것은 이쪽의 비석을 확인해보시면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버젓이 아이템을 보여줘도 되지만 은근히 뒤로 뺐다. 내가 랭킹 1위라는 사실을 자랑하기 위함이다. 아이템을 먼저 보여주면 비석의 순위에는 관심이 없어질 수 있으니 이런 순서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 분노의활질 : 오오! 1등!

- 지옥검 : 한 방에 성공하셨으니 오크 투사의 목걸이들은 괜히 많이 준비한 셈이 되는거군요? 길드원들에게 다시 돌려줘야겠습니다.

- 구운몽 : 아니요. 죄송하지만 아직 점수가 너무 낮아서 조금 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 지옥검 : 알겠습니다. 그러면 군주님도 오셨겠다, 다시 사냥 갑시다!

오후 8시 퀘스트 오픈을 기다리며 즐거운 파티 플레이 시간을 가졌다.

이윽고 용의 협곡 던전 5층을 누비며 경험치를 1% 높였다. 총 도달 경험치는 38%이고 추가로 획득한 아이템에는 축복받은 무기 강화주문서 등이 있었다. 그리고 8시가 될 때 맑은 물약을 가득 챙기고 +9 레이피어까지 공수해 와서 착용했다.

목표는 내 기록을 갱신하는 것!

「이 험한 곳까지 찾아온 그대여.

나의 시험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가?

- 크리아의 시험을 받는다.」

“고고!”

받아들이고 2차 도전을 치르는데 이번에는 몬스터의 구성이 아까와 딴판이었다.

‘드레이크가 왜 이리 많이 나와?’

몬스터는 확실히 무작위로 뽑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10분을 버틸 수 있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준 보스급의 몬스터가 많이 나와 주는 편이 낫다. 그만큼 점수를 높게 줄 테니 말이다.

- [외치기] 데스나이트 : 모든 살아있는 자들에게 죽음을!!

‘들어와. 너도 언데드라서 레이피어에는 추가 타격을 받으니까.’

이름하여 이도류다. 이런 놈들을 상대로는 +9 카타르에서 바로 +9 레이피어로 교체하여 흠씬 두들겨 준다.

- 뽀작! 뽀작!

해골들이 무너지는 특유의 효과음이 경쾌하다.

이렇게 되면 아까보다 한참이나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곧 10분이 되었고 남은 물약은 35개가 남은 여유 상태로 돌아왔다.

최종 스코어를 확인하였다.

『1위 10,028점 구운몽』

『2위 10,007점 구운몽』

21점이나 높은 점수.

그러나 후발주자가 넘보지 못할 만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스펙을 업그레이드 하여 신기록을 달성하기로 결정했다.

‘강화 능력을 사용해보자.’

드래곤 슬레이어의 부가 효과는 안사락스에게만 통하는 게 아니다. 모든 드래곤 계열에게 범용적으로 통하는 만큼 드레이크를 상대할 때도 굉장한 이점을 준다.

‘적당히만 강화하고 제대로 10강 띄우는 건 1위 확정일 때 만들어야지. 괜히 강화해놓고 검이 사라지면 배 아프니까.’

오후 8시를 넘었으니 회사 내에는 자청해서 야근하는 직원 몇 몇만 있을 뿐이었다. 나 역시 퇴근해야 옳은 상황이다. 하지만 혹여라도 누가 뺏을까 조마조마해서 신경이 쓰였다. 반드시 1위에서 3위까지 독점한 후에 돌아가겠다.

「+1 드래곤 슬레이어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2 드래곤 슬레이어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3 드래곤 슬레이어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중간에 직감에 따라서 두 박자 쉬어주고 강화하면.

「+6 드래곤 슬레이어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가볍게 7강화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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