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80화 (80/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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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뉴 온라인

‘적잖은 이익이기는 해. 뉴 온라인의 성공을 감안하면 투자대비 1,000% 이상의 이득은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각종 미숙한 운영으로 망할 게임을 20년도 너끈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야. 터질 문제들을 당초에 방지하고 갓겜으로 만들어줄 정보들이 있다고.’

이들의 미래는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뉴 온라인 이후로 내놓은 모든 후속작이 망하면서 회사의 주가는 급 하락한다. 창업 신화를 이룬 멤버들은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처음 성공 이후에 연달아 실패하고 생겨난 저들의 불화!

이를 사전부터 막아내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뿐이랴.

투자도 해주고, 회사의 경영도 맡아준다. 솔루션을 제안하며 바람직한 업데이트를 이끌 예정이다. 저들은 모를 테지만 여기에서 나는 성공한 다른 대작들의 장점들을 뉴 온라인에 아낌없이 부어줄 각오마저 했다.

‘그런데 30%는 너무 야박하잖아. 이렇게까지 팍팍 협조해주겠다는데.’

저들을 위한 희생이 아니다. 크게 그린 나의 그림에 기둥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저들 개발자들의 이익은 전체 파이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증대될 것이다.

‘아저씨들은 모를 테지만 청사진이 그렇단 말이야. 그런데 유통사가 가만히 유통을 해주면서 먹는 정도의 지분만 받는다? 이건 심하지. 우리 조금만 더 주자. 응?’

솔직히 5대 5까지도 이야기 할 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미래 정보를 통해서 너희를 성공시켜주마, 라는 이야기는 사기꾼들이 대박 아이템을 들고 와서 투자하라! 는 식의 뜬구름 잡는 소리와 동급이라는 사실을 잘 알아서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지분을 요청했다.

‘10%만 요구합시다. 40%는 되어야 서로 기분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머릿속 계산기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4대 6으로 합시다.”

“그건···!”

“음!”

“너무한 것 같습니다만···”

저들이 난색을 표했다. 서로 보면서 눈으로 대화하는 모습이다.

설득하기 위해 내가 바로 말을 이었다.

“투자금에 운영은 물론 이 빌딩 안에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춘 사무실 역시 지원하겠습니다. 생각하시는 것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할 것을 약속하지요.”

“그래도 저희의 3D 슈팅 게임은 대단한 지원까지가 필요 없···”

“잠깐만 말을 끊어도 될까요?”

“네? 아··· 네.”

자고로 믿음은 입이 아닌 행동과 실적으로 생기는 법이다. 단순한 서버 관리가 아닌 내 안목과 파트너로서의 실력을 보여줄 차례였다.

“지금 3D 슈팅게임이라고 하셨는데 해당 게임의 기획안은 가지고 오셨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조기웅이 건네준 서류에는 ‘기획자 : 임경목’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로서는 생소한 개발자다.

‘이 사람이 빠지고서야 뉴 온라인의 기획된 거면 우선 저 사람부터 잘라내야 이들이 성공하는 셈인데··· 아니야. 속단하지 말고 당장 해야 할 일부터 하자.’

쓸데없는 생각은 넣어두고 이들이 준비해 둔 기획안을 보았다.

SF를 배경으로 한 3D 슈팅게임. 이는 기획안만 보았을 때는 나름대로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미래가 알려준다. 100% 망한다는 것을 말이다.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지. 한국에서 자체 개발로 성공한 슈팅게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거든.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내려놓으며 저들을 보았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 게임으로는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3D 슈팅게임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게임 붐과는 전혀 맞지가 않아요. 훌륭한 게임으로 완성될 테지만 상업적으로는 썩 좋지 못한 성과를 얻을 겁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 게임은 망한다고 봅니다.”

개발자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 중에 하나는 바로 이것. 저들의 실력과 관련해서는 결코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이는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된다.

만약 군 면제를 받은 녀석이 중사로 전역한 내 앞에서 군 생활에 대해 아는 척 떠들어댄다면 기가 막힐 테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기웅 프로그래머가 말했다.

“그게···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기획안보다 훨씬 괜찮게 나올 겁니다. 자신 있어요.”

“여러분이 게임 개발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저도 압니다. 하지만 저는 시장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게 온 것 아니십니까?”

‘너희들의 능력은 인정해.’ ‘당신들은 정말 뛰어나.’ ‘지금 내가 의심하는 건 너희들의 능력이 아니라 그 외적인 부분을 의심하는 거야.’ 와 같은 뉘앙스를 계속 풍겼다.

“이런 부분을 제가 담당하면서 여러분이 본래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성공을 보장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믿고 4대 6으로 갑시다.”

머뭇머뭇하던 저들이 서로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흔들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게임을 원하십니까? 원하시는 게임의 방향이 저희의 성향과 너무 맞지 않는다면 어떤 조건에도 응할 수 없습니다.”

‘됐어! 이 정도면 넘어온 거다.’

내심 쾌재를 불렀다. 이들이 실패를 딛고 제작한 게임이 뉴 온라인이다. 당연히 완성체인 만큼 저들의 성향에 딱 부합할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도 기억하는 부분이 있다.

‘SF판타지를 엄청 좋아한댔지.’

3D 슈팅게임을 만든 것도. 훗날 뉴 온라인을 기획한 이유도 모두 SF판타지 매니아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점에 근거하여 입을 열었다.

“플레지는 잘 아시죠?”

“물론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게임 개발을 하면서 플레지를 모른다고 하면 안 되겠죠.”

“그걸 3D로 만들어 봅시다.”

“네?”

“이미 3D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신 적이 있으시잖아요?”

조기웅.

그는 이미 2년 전에 전 세계 최초로 3D 온라인 게임을 내놓았었다. MMORPG는 아니었지만 그 전례만 가지고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거다.

“···알고 계셨군요.”

개발자 3인방이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이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참여하던 고진환 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옅은 웃음을 보이며 대꾸했다.

“이 자리에 나오면서 그 정도의 조사도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렇군요. 그럼 질문 하나를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승낙하자 그가 말했다.

“플레지와 같은 게임을 3D로 제작하자 하시는데, 이미 전 세계에는 에더퀘스트라는 3D 게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플레지를 언급하신 건지 알고 싶습니다.”

에더퀘스트는 99년도에 나왔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고 퀄리티 게임이다. 처음으로 역할 분담과 레이드라는 개념을 넣은 온라인 게임이자 수작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 세계의 흐름과 달리 대한민국 게이머들에게는 외면당했다.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한국의 플레이어들은 ‘역할 분담? 그런 귀찮음을 감수하면서 게임을 왜 해?’라는 기조가 강해서였다.

‘이 시기에는 그랬거든. 플레지가 성공하고 에더퀘스트가 노 인기인 이유이기도 하지. 나중에야 파티 시스템이 온라인 게임에 대중화되면서 정착하지만 지금은 불편해서 절대 안 하거든.’

역할 분담을 위해서는 딜러는 딜러, 탱커는 탱커, 힐러는 힐.

딱 이것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분위기는 만능으로 다 잘할 수 있는 상태에서 딜이면 딜, 탱이면 탱에 ‘특화’ 되어야 재미있는 게임으로 쳐준다. 그러니 국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데퀘스트를 벤치마킹하면 안 된다.

‘플레지 같은 게임을 만들어야지.’

이상의 근거로 딱 잘라 대답했다.

“망할테니까요.”

“네?”

웃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반문했다.

“에더퀘스트를 해보셨습니까?”

“아뇨. 알고는 있지만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여러분도 경험해보지 못한 게임입니다. 그런 에더 퀘스트와 비슷한 게임을 제작한다? 무리입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부터가 떨어져서 안 됩니다. 대형 개발사라면 혹 모르지만 신규 개발사인 우리로서는 한계가 뚜렷해요. 그러니 익숙한 분위기로 가야합니다.”

“그···렇군요?”

“이해가 되셨나요?”

“어느 정도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 모습은 알 것 같은데 확신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나는 회사를 운영하며 얼추 생긴 사업가적인 마인드로 언급했다.

“생각해 보세요. 이 게임을 유료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제작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이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무실부터 서버구축에 관한 제반 비용으로 약 1억. 게임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인력에 대한 비용이 3천. 합쳐서 1억 3천 정도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최소 1,000명의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서 필요한 홍보비용은 얼마정도라고 보십니까?”

게임을 제작해서 판매하기까지의 과정. 여기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부분은 홍보와 인건비다. 뉴 온라인은 처음 유료화를 시도 하자마자 대박을 낸 게임이긴 하지만 홍보부족으로 전성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후속작을 내보낼 때 쓴 홍보비용이 100억은 됐다지?’

덕분에 엄청난 인기를 누리긴 했지만, 전성기가 오기까지의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결과적으로 달콤한 과실을 수확하는 전성기 자체는 짧아졌다 하겠다. 내가 당당하게 지분을 더 요구할 수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게임의 완성도뿐만이 아니라 전성기의 총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잘 만드는 사람들이니까 운영과 기획을 보조하면 돼. 내가 방향만 짚어주면 우리 직원들이 끝내주게 잘 해준다고.’

2001년에 등장한 뉴 온라인의 전성기는 2002년부터 2004년.

이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계속해서 적자만 내다가 결국 2010년에 회사의 이름인 ‘넷젠’만 남기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게임사에 인수합병 된다.

‘나와 함께라면 오히려 우리가 그 게임사를 합병시킬 수도 있겠지.’

가능하다.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성기의 기간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뒤에, 성공할 후속작을 꺼내 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게임에 특화된 홍보 창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트는 물론이고 프로게임 팀까지도 가지고 있죠. 그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습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그리고 성공할 미래를 생각해보세요. 이래도 4대 6이 너무하다 여기시는 겁니까?”

조기웅 프로그래머가 한 발 물러서며 시간을 달라고 했다.

“확실히 자신하실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바로 결정을 하기에는 저희도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사실 더 강하게 압박해도 되기는 했다. 우리는 투자자이며 주도권을 쥐었으니 ‘싫으면 다른 데를 찾아보시던가!’하며 갑의 위치를 누려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공을 이루어낸 이들이다.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대접받을 사람들은 아니었다.

‘존경까지는 모르지만 인정받을 자격은 충분히 있어.’

고진환 팀장과 나오고 저들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약 20분이 지났을 무렵, 조기웅 프로그래머가 나와서 우리를 찾았다.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어때요? 결정은 내리셨습니까?”

“네.”

내심 굉장히 궁금해 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면 좋겠군요.”

그리고 기대했던 대답이 들렸다.

“하겠습니다. 사장님이라면 그것만으로 더 큰 수익을 보장하신 다는 것 지켜질 것 같습니다.”

“좋군요!”

내심 안도하는 그때, 조기웅 프로그래머는 뜻밖의 이야기를 더했다.

“어쩌면 사장님과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된 건 운명이 아닐까 합니다. 저희가 사실 1명이 더 있거든요. 서버 관리를 담당하실 분인데 그분의 몫까지 나누면 1인당 10%씩 4명이니 딱 맞습니다.”

‘40%? 내가 제안한 건 그 반대인데?’

아무래도 4대 6이라는 말에서 주체의 문제가 서로 오해를 부른 듯 보였다. 내가 말할 때는 중심이 나이니 4를 앞에 뒀고 저들은 자신이 주체니까 7을 앞에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이없는 것은 옆의 고진환 팀장 역시도 저들처럼 우리가 6이고 저들을 4로 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역시 우리 사장님!’하는 존경어린 시선을 내게 보내고 있는 것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어쩐지. 10% 더 달라고 한 건데 세 명 다 너무 심각하게 반응하더라.’

결론적으로는 20%의 수익이 더 생긴 셈이다. 다만, 예상하지 못해서 그런지 심정이 복잡 미묘했다. 저들이 심사숙고 끝에 받아들인 마당에 ‘아뇨. 돌려드릴게요.’라고 양심선언을 해야 하나, 아니면 더 갖게 된 수익만큼 확실하게 지원해줄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물론 내 마음의 절반 이상은 ‘가만히 있자’로 기운 상태지만 말이다.

그러는 사이에 이야기는 진행됐다.

“다만 게임에 대해서는 사장님의 조예가 깊으신 것 같으니 중간 중간 저희들의 기획을 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돈이 되는 조언은 언제든지 환영이죠.”

이를 끝으로 우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은 New Online.

지금까지의 모든 계획을 엎고 새로이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으니 과감하게 움직일 때다. 나는 그려둔 더욱 큰 그림을 하나씩 채색하기 위해 게이머스 포럼을 개인사업자에서 법인 사업자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넷젠을 자회사로 설립!

초대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이후의 일정은 뉴 온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개발자들에게 마련해준 강남 사옥의 사무실로 출근해서 연신 방향을 잡았다.

“MMORPG는 온라인 RPG게임을 말합니다.”

주로 미래 지식이라는 결과물을 현재의 지식으로 잘 조합하여 설명하는 시간들이었다.

“한국은 아직 머그(MUG)라는 단어에 익숙하지만 곧 MMORPG라는 명칭이 자리를 잡게 될 겁니다.”

길남주, 조기웅, 송태섭. 그리고 그날 미팅 자리에 없었던 게임 기획자, 임경목에게 설명했다.

“리카드 게리엇의 얼티밋 온라인 이후로 전 세계 게임 장르에 메인 종목으로 떠오르게 되는 이 게임 형태는 다양한 구분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형 RPG와 서구형 RPG지요.”

“한국형과 서구형으로 나누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나의 기획에 이런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임경목 씨였다. 이 사람이 그날 계약 자리에는 왜 빠졌었을까, 싶을 만큼 그는 열의를 보였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며 가장 빠르게 이해했다.

질문 역시 많아서 나로 하여금 벼락치기 공부를 감행하도록 만든 인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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