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67화 (67/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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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탄성을 내지르는 내 옆에 진수와 성찬이가 다가왔다.

“지금 봤냐? 캬~ 죽이지? 우리도 보고 깜놀했다는 거 아니냐.”

“이 아저씨가 도끼 하나로 창작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음. 댓글 반응도 장난 아니라고.”

모니터를 보고는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자신들이 아이템을 전해주고 글을 써달라며 영업했던 만큼 저 게시물에 일조를 했다고 여기는 듯했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아.”

노炷岵訣? 않게 광전사의 도끼에 관해 은근히 강조했다. 촐기 효과라는 포인트를 콕 짚고 유지한 것에 재미까지 담았다. 가장 좋은 것은 이번의 1회성이 아닌, 저 여기사가 계속해서 활동해줄수록 자연스레 2차, 3차의 홍보효과가 이어진다는 사실이었다.

“광도를 들면 누구나 다 저렇게 강력해 질 수 있다는 착각도 들었어.”

“여기서 끝이 아니야.”

“오프로더의 글이 화룡정점을 찍거든.”

“이것을 보시라~!”

내 손을 비키게 한 성찬이가 즐겁게 마우스로 다른 게시물을 열었다.

『오프로더의 실험실! 제 21장. 광전사의 도끼 리뉴얼!』

본토행티켓의 글이 은유적이었다면 이번 것은 직설적이었다. 대놓고 어떤 아이템에 관해 보여줄 것인지를 알려준다.

『주의 : 오프로더의 실험실은 플레지 서버 내에서 테스트 한 것입니다. 실제 데이터 수치와는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이어지는 전문을 읽어보았다.

『검(劍)

그동안 하나의 무기에 의존하고 있던 플레지에 비로소 다른 장비가 등장하였습니다.

도끼(斧)

일원화된 검의 세계를 타파하기 위한 이 아이템은 ‘광전사의 도끼’입니다.

오늘 저는 새로 리뉴얼 된 특별한 무기.

‘광전사의 도끼’에 대해서 테스트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실험 목적 : 광전사의 도끼가 가진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다.

* 실험의 조건

1. 공격을 담당할 나이트는 레벨 20에 체질 18, 근력 16의 나이트로 한정한다.

2. 방어구 역시 동일하고 깔끔하게 0방으로 맞춘다.

3. 실험 장소는 초심자의 섬 던전 2층의 해골방이며 대상은 해골 몬스터로 제한한다.

4. 데미지에 영향을 주는 모든 버프는 배제. 물약 역시 사용하지 않는다 = 오직 순수한 능력치로만 실험한다.

* 실험에 사용된 무기 : 작은 몬스터의 타격치가 9로 동일한 그라디우스와 광전사의 도끼.

※ 실험을 위해 좋은 사람들의 쌍허좁님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실험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동일한 공격력을 가진 두 개의 무기를 들고 물약을 사용하지 않는 채 해골을 상대한다. 과연 최대 몇 마리까지 해치울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비교 테스트였다.

결과는 ‘광도 홍보!’라는 본 목적에 매우 부합했다.

『광전사의 도끼 평균 해골 사냥 횟수 13마리.』

『그라디우스의 평균 해골 사냥 횟수 7마리.』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동일한 공격력이기도 하고, 여기서 추가되는 장점은 양손이라는 부분이다.

‘양손은 방패를 착용하지 못하니까 더 손해가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글을 보면 그런 편견이 사라지겠지.’

물론 저 보고서는 100% 옳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처럼 성을 두고 다툴 정도의 고레벨층은 초록 물약을 거침없이 마셔댄다. 그리고 똑같은 가속 상태라면 당연히 도끼보다는 검이 낫고 이 때문에 ‘일원화된 검의 세계를 타파할 무기!’라는 분석은 과대광고다.

하지만 이런 공갈을 독자는 쉽사리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신뢰성을 80% 이상 먹고 들어가는 이 특성은 오프로드의 글쓰기 방식에 기인한다.

‘체계적인 보고서 분위기지.’

본토행티켓이 화려한 문체와 몰입감을 선사하는 글재주를 자랑한다면 오프로드는 타당성과 근거, 목적에 부합하는 절제된 단어를 애용하는 편이었다.

때문에 ‘신비의 무기. 광도!’라는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 본토행티켓이면 오프로드의 글은 ‘비싸도 구매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나은 선택!’라는 이성적인 설득력을 안겨 주었다. 비록 그것이 오해일 테지만 전문가 냄새 나는 사람이 말하니 ‘좋은 거야!’하며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100%진실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구라만 친 건 아니니까 양심에 거리낄 필요는 없어.’

광전사의 도끼는 중간 레벨 또는 고수급에 턱걸이 하는 유저들이 주력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때 금전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양손무기를 착용하는 만큼 방패 값이 들지 않게 되어서다. 비용 절감을 하는 만큼 다른 장비에 더 투자할 수 있다.

물론 최종의 테크트리는 검과 방패의 혼용이지만 말이다.

“헤이스트에 관한 내용도 다뤘구나?”

“당근이지!”

“여기 나오잖아. 쌍허좁님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녀석들이 함께 한 헤이스트의 실험. 바로 이 부분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부분이었다.

『지난번에 ‘과연 헤이스트는 중첩이 되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 제가 실험을 했고, 중첩이 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는 사실은 여러분 모두가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만큼 저는 같은 궁금증을 적용해보았습니다.

‘과연 광전사의 도끼를 착용하면, 헤이스트의 시간은 어떻게 될까?’라는 것이었는데요. 그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광도를 착용할 경우 헤이스트의 시간이 조금도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한 실험 방식은 헤이스트를 받지 않은 두 명의 나이트를 세운 뒤 광전사의 도끼를 든 유저에게 먼저 마법을 걸어주는 것. 뒤이어 약 2분의 시간이 지난 뒤 다른 나이트에게 헤이스트를 주는 거였다.

이후 도끼를 해제한 뒤 다른 무기를 착용한다.

『2분 전에 먼저 헤이스트를 받은 나이트와, 나중에 받은 나이트 모두 동시에 헤이스트의 지속시간이 끝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 오프로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팁은 간명합니다.

나이트 유저들에게 ‘광전사의 도끼’와 ‘마법의 투구 : 신속’은 매우 유용하다. 구매하여 손해보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이지요.

이상으로 실험을 마칩니다.』

이번에도 역시 엄지가 척 올라갔다.

“훌륭해. 이정도면 분위기가 달궈지는 것은 시간 문제겠는걸?”

“흐흐. 모든 것에서 두 발 빠른 우리 사장님이 이번에는 전부 늦는데?”

“우리 게이머스 포럼의 파급력을 본인이 무시하면 곤란하지. 이리 와서 자판기를 구경하시라~!”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강타한 홍보는 내 기대 이상의 반응으로 돌아왔다. 장사용 캐릭터 앞이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던 것이다.

“만선이구나!”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낚여서 파닥파닥 거리는 돈줄들! 지갑을 아낌없이 열어주는 고객들의 모습에 만세가 저절로 외쳐졌다.

‘보너스로 케이크나 상품권을 돌려야겠어.’

일한 것 이상의 성과가 나왔으니 기쁨을 나누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만큼 여태 유저들이 쓰레기처럼 버리고 다녔던 광전사의 도끼는 우리의 예상 정점 가격인 25만골드를 찍었다. 이를 보고 그제 팔아버린 유저는 두고두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 너때메미쵸 : 님. 제가 이거 1,500에 팔았었잖아요. 님아··· 아··· 진짜··· 저기요? 1,500 다시 드릴 테니까 제 광도 돌려주시면 안 돼요?

- 돌아가고파 : 진짜 이건 너무하잖아. 아니 1,500이 이렇게 뛰는 게 어디 있어?

- 공정거래염 : 21개 판 거 다 달라는 말은 안 할게. 하나만··· 응? 딱 하나만 돌려주라. 여기 돈 가져왔다고. 응?!

오죽 속이 상했으면 정해진 멘트만 띄우는 오토 캐릭 앞에서 하소연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자판기가 융통성있게 메시지를 바꿀 리가 없다.

- 데포자판기 : 방어구 주문서 3만 1000, 무기 주문서 8만3000, 축복받은 방어구 주문서 45만, 축데이 65만, 7크로 165만, 8크로 330만, 광도 25만 팝니다!

- 너때메미쵸 : 1,500에 산다고요!

- 돌아가고파 : 하나만! 딱 하나만!!

- 공정거래염 : 아오. 쫌만 더 버틸 걸!

이를 우리는 양파 과자를 먹으며 구경했다.

“좋다. 참~ 좋아. 장사하기 딱 좋은 날이여~”

진수에 이어 성찬이는 아부하듯이 맥주 캔을 따서 내게 가져다주었다.

“요즘 들어 우리 따라하는 애들이 자꾸 생겨나서 신경 쓰였거든. 그런데 우리는 앞날을 내다보는 윤사장 덕분에 걱정이 없다!”

“그래도 조심해. 이제는 중간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우리 따라하는 애들이 나타날 것 같으니까.”

내 경고에 성찬이는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있게 웃었다.

“우리라고 놀고 있었겠냐. 일찌감치 대처법을 실행 중이었지.”

“뭔데?”

“새 캐릭으로 사는 거. 생각해보니까 캐릭터만 바뀌면 우리인지 아닌지 쟤들이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공인 자판기로 쫙 빨아 당기니까 저렇게들 흉내 내는 거고.”

진수 역시도 장난기를 담아서 거만하게 말했다.

“손은 더 가도 이쪽이 엄한 놈들한테 뺏기지 않는 방법이더라. 얌체족들한테 당할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이거야.”

아주 올바른 대처였다. 가장 좋은 점은 내 지시가 있기 전에 자발적으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실천했다는 부분이었다.

“베리 굿! 아주 잘하고 있어. 베스트야.”

“흐헷! 당연한 소리는 계속해도 좋아.”

“싸장님. 보너스로 +10장비 주는 거는 어떰?”

“꺼져라.”

“쳇. 저만 좋은 거 끼고.”

“좋은 건 운몽이만 쓰지 말고 나눠 쓰자!”

언제나처럼 마무리는 툴툴 댔지만 이번의 광도 홍보와 영업 능력, 그리고 자판기 운영에 이르는 3박자는 나로 하여금 진수와 성찬이를 높이 평가하게 만들었다.

“그럼, 오늘도 파이팅하라고.”

“왜? 같이 안 해?”

“진득하니 한다 싶더만, 사장님아. 또 어디로 새는 거임?”

“내 손길이 필요한 곳이 이 건물에는 많다는 거 아니냐.”

플레지는 이만하면 잘 플레이했다고 본다. 남들이야 아직도 한창이지만 나는 퀘스트. 신규 몬스터, 아이템 파밍의 전 과정을 일찌감치 마친 상태다. 그러니 반복 사냥은 직원에게 맡기고 사장으로서 나는 자유롭게 밑의 층에 내려가기로 했다.

40. GG

2층은 TFA의 연습실이다.

이곳에는 스드 챌린지 리그를 통해서 계약하게 된 선수 6명.

이들의 랭크 토너먼트 점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스태프 2명.

끝으로 선수들을 케어하는 매니저 1명의 인원이 있었는데 나는 이곳을 구경할 때는 세상에서 제일로 가벼운 마음이 된다.

‘성공이 보장된 사람들을 모아놨거든.’

이들은 스타 드래프트의 한 시대를 담당한 프로 게이머들이다. 진수나 성찬이, 규환이가 나의 개입으로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면 TFA팀의 게이머들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성취를 이룰 인재들이었다.

실제로도 스타 드래프트의 인기가 다소 시들시들해지더라도 자신만의 끼를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감없이 보일 만큼 재능이 있다.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어차피 잘 달릴 선수들에게 좋은 여건을 마련해주는 정도면 충분했다.

‘팬심으로 적극 도와주어야지. 현재는 여건 상 이렇게 운영하지만 나중에는 꼭 전문적인 감독과 코치고 채용해야겠어. 말로만 스포츠가 아니라 진짜 스포츠팀처럼 운영하는 거야.’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을 선수의 역량에만 맡기게 되는데 이는 프로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체계였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체제를 구축하다보면 여러모로 업계 최초의 타이틀을 많이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 부분에서나 팀 운영, 관리 등에 대해서 말이다.

‘실력 있고 제대로 일하는 사람한테 보상이 잘 돌아가도록 한다.’

단순하고 확실한 원칙. 하지만 두고두고 지켜지기 어려운 이것을 나의 회사에서라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런 다짐을 하며 즐겁게 문을 열었을 때였다.

“다들 오늘도 좋은 하루···”

“아오! 젠장. 이게 몇 번째냐! 도대체!”

“···는 아니시려나요?”

터지는 노성에 슬그머니 말끝을 흐렸다.

‘뭔 일이다냐.’

어째 분위기가 미묘할 때 들어온 것 같았다. 착하기로 소문난 김요환 선수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에 못 이겨서 벌겋게 달아오르기까지 한 상태였는데 다른 이들도 침울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왜 저러는 것일까, 어색하다, 싶은 그때 매니저인 박민희가 인사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네. 응원 차 와봤는데 분위기가 좀 어수선 하네요? 김요환 선수.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사장님. 그게······.”

나의 등장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나 보다. 머뭇머뭇하며 망설이는 모습이다. 이를 본 박민희 매니저가 말해주었다.

“팀 내 선수끼리 연습하는 중인데, 김요환 선수가 지금 연패 중이어서요.”

“그렇군요··· 예? 졌다고요?”

“네.”

놀라운 이야기였다. 스타 드래프트의 역사를 넘어서 프로게이머와 e-sports라는 분야에서 가장 전설적인 인물로 기억되는 선수가 바로 김요환이다. 당당하게 우리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떡잎부터 다른 될 성 부른 나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었다.

그런데 연패중이라 한다.

‘저렇게까지 화 난 것을 보면 정말로 억울해 보이는데. 진짜 방법이 없어서 답답해하는 종류 말이야.’

표정을 봐서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소리를 왁 내지르고 싶은 듯했다.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내가 들어와서 어떻게든 참고 있는 중이고 말이다.

어쨌거나 패배한 사람의 면전에서 ‘쟤는 왜 자꾸 깨진데요?’라고 물을 수는 없었다. 나는 우선 숨부터 돌리기로 했다.

“요환씨. 일단 화장실에 가서 세수라도 하고 오세요.”

“네. 죄송합니다.”

누가 따라올세라 후다닥 사라진다. 그렇게 당사자를 보내고 난 뒤 물었다.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박민희 매니저는 TFA의 매니저이면서도 여성 프로게이머의 꿈을 간직한 사람이다. 매니저로 입사지원하게 된 이유조차 ‘곁에서 프로의 경기를 보면서 실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런 만큼 전체적인 판을 볼 수준이 된다.

‘예쁜 건 둘째 치고.’

진수와 성찬이가 제아무리 나를 욕해도,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현재 주력으로 연습하고 있는 맵인 로템이 문제예요.”

‘잃어버린 사원’이라는 의미를 가진 로스트 템플 맵.

이곳에서 휴먼이 연속으로 패배를 기록하는 중이라 했다.

“제 기억이 잘못된 건가요? 김요환 선수가 우리 대회에서 우승한 맵이 로템 아니었습니까?”

“네. 하지만 다들 대회에서 패배한 것 때문에 엄청 신경을 썼거든요. 김요환 선수가 준비한 모든 전략에 대비를 했고, 그러다 보니···”

“연패중이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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