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54화 (54/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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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중

“휘유~ 드디어 끝! 형님의 승리시다!”

“뭐? 그렇게 빨리?”

“안 돼! 있을 수 없어!”

“자랑스러운 내 늑대들을 봐라 이 패배자들아.”

오늘 구운몽 캐릭터로 늑대를 키우며 벌어들인 순수 골드는 3만 5천 골드다. 큰 방패와 언월도 같은 획득 아이템을 모두 판 액수이고 추가로 미늘갑옷과 무기 강화 주문서 1장까지 득템한 것을 포함하면 대략 11만 골드가 된다.

그에 반해 도베르만이 갓 17레벨을 달성한 진수는 총 4만 골드를 손해 봤고 성찬이 역시 부활시키며 1만 5천 골드를 날렸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둘 다 5만원씩을 상납해야 했으니 그들의 개 키우기는 완전히 망한 셈이다.

“완전히 될 놈 만 되는 거 아니냐?”

“게임이 너무 불공평해. 어떻게 사장놈만 자꾸 버는 거냐고.”

“원래 내가 축캐잖냐. 잔말 말고 돈 뱉어라 이 그지 깽깽이들아.”

“젠장. 먹고 부자나 돼버려라!”

왁자지껄하게 낄낄 대면서 뒤늦은 퇴근을 했다. 그러며 길을 걷다가 괜스레 입맛을 다셨다.

거지 몬스터와 아이템이 나오는 녀석을 느낄 수 있다. 거의 하루라는 시간을 열심히 사냥했고 나름대로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박진감과 짜릿함이 없어서였다. 아마도 너무 탄탄대로만 달리고 남들보다 몇 발자국이나 앞서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 정보를 푼다거나 괜히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잖아. 그게 멍청한 짓이라고.’

일이 착착 이루어진다고 해서 방심하는 것은 애들 만화에나 나오는 나쁜 악당들이 하는 실수들이다. 나는 페어플레이를 하기 위해 내 지식과 능력을 봉인하고 굳이 고생하며 희열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올포원이 얼른 덤벼줬으면 좋을 지경이야.”

혼자 투덜거리던 나는 오래간만에 능력을 활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발걸음을 돌려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대량의 강화 주문서와 장비를 세팅했다.

‘어차피 최강인 거 아예 이 시기의 정점을 찍어버리자.’

쥐뿔만큼의 능력이 생기면 동네방네 자랑하는 여느 주인공에 비하면 나는 정말 오래도록 잘 참아온 셈이다. 그런 관계로 사기적이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

그만큼을 위해서 부자들만 할 수 있는 강화 퍼레이드를 달려보기로 했다. 이를 위한 준비물은 95만 골드짜리 엘프족 판금 갑옷과 보호망토 6개, 면갑 7개, 부츠 6개 등등의 각종 나이트용 방어구들이었다.

‘적당히 날려주면서 뽑아내보자고.’

일반적으로 엘프족 세트는 +6강까지 안전하게 인챈트 할 수 있다. 때문에 안전하게 +5강화를 한 뒤 축복받은 주문서를 사용해서 +7을 노리곤 했다. 하지만 능력을 사용하면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2 엘프족 판금 갑옷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3 엘프족 판금 갑옷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4 엘프족 판금 갑옷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5 엘프족 판금 갑옷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6 엘프족 판금 갑옷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7 엘프족 판금 갑옷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이쯤에서 불길함이 느껴졌다.

“한 템포 쉬어주고.”

커피라도 마신 뒤에 서버 내에서 장소를 이동하고 재접속을 하는 등 불안함이 사라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준비가 마쳐지자 다시금 마우스를 클릭했다.

「+8 엘프족 판금 갑옷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가볍게 패스.”

완성된 「+9 엘프족 판금갑옷」을 착용.

‘축복 받은 장비의 후광효과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지만, 고강화만큼은 문제없다는 말씀.’

이어서 남은 방어구도 강화를 이어나갔다.

“소소하게 +7강에서 끝내주지.”

면갑.

3이라는 방어력을 가진 투구는 정확하게 여섯 개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의도했던 대로 단 한 개는 +7강화 시켰다.

다른 장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4 반사 방패가 강렬한 빛과 함께 소멸하였습니다.」

「+6 반사 방패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5 티셔츠가 강렬한 빛과 함께 소멸하였습니다.」

「+6 티셔츠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6 보호 망토가 강렬한 빛과 함께 소멸하였습니다.」

「+6 보호 망토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6 투명 망토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날린 것은 계획대로. 띄운 것 역시 의도대로.

성공. 또 성공!

부츠에 이어 마법 방어 사슬갑옷까지 +7강화로 깔 맞춤을 했다. 이로써 모든 검은 +10, 갑옷은 +9, 이외의 장비는 모두 +7 세트로 완성되었다.

‘8이 없으니까 왠지 허전한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금 예감에 집중한다. 그리고 내림차순으로 숫자를 맞출 겸 +7보호 망토에 방어구 강화 주문서를 발랐다.

「+8 보호 망토」

이로서 완성이다. 능력을 통한 사기적인 완성 구도라서 양심이 살짝 찔렸지만 한편으로는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생태계 교란종 완성. 내가 시장질서 생각만 안 했으면 게임 하나 말아먹는 건 일도 아니라니까.’

「+10 골리앗의 검」, 「+7 면갑」, 「+9 축복받은 엘프족 판금갑옷」, 「+7 파워 건틀릿」, 「+7 티셔츠」, 「+8 보호 망토」, 「+7 반사 방패」, 「+7 부츠」

『Amor Class ?58』

더 말할 것도 없다. 플레지 내에서 유일한 +10검에 7셋의 완성을 넘어 8보망까지. 이제는 구운몽이 정말 명실상부한 플레지 최고 지존이 된 거다. 하지만 이건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깽판을 치며 이목을 끌지도 않을 것이다.

“착한 운몽이를 누구든지 건드리기만 해봐. 케첩쇼를 펼쳐줄 테니까.”

비로소 뭔가 일을 했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사무실 문을 잠그고 나오며 다음 일정에 대해 생각했다.

플레지에서의 나는 가히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간간히 들여다보는 정도로 충분히 최적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었다.

반면에 게이머스 포럼이라는 회사는 낯선 도전이다. 자연히 신중하고 더욱 노력해야 하는 쪽은 회사 일이 된다.

‘직원부터 뽑자.’

내일부터는 당분간 이 일에 집중할 예정이다.

33. 채용 중

“당장 필요한 건 개발진 보다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쪽을 담당하는 디자이너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면서 소스도 약간은 수정할 수 있는 수준이면 더 좋고요.”

“개발진은 필요 없어?”

“있으면 좋긴 하지만, 여러 명을 뽑으면 힘들지 않겠습니까?”

‘있으면 좋다는 뜻이군.’

존댓말을 한다고 했다가 안 해버리는 진수와 성찬이와는 다르게 규환이는 꼬박꼬박 지키는 중이었다. 그것이 은근히 불편하면서도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진수와 성찬이에게도 의견을 말해보라고 하자 그간의 고충이 바로 튀어나왔다.

“게임하랴 사이트 관리도 하랴, 솔직히 빠듯하거든. 플레지 쪽에서도 서버가 신설될수록 우리도 정신이 꽤 없고 말이야.”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더 늘어나면 이도저도 안 될 것 같아. 지금 정도에서 그친다면 상관없지만.”

“오케이. 적극 반영해서 화끈하게 나가겠음.”

친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게이머스 포럼 사업부’라는 명칭으로 채용 공고를 올렸다. 분야는 경리직 1명, 사이트 운영 관리직 2명, 디자이너 1명, 개발자 1명이다. 손글씨 이력서는 받지 않았고 오직 이메일로만 지원 접수를 받았다.

‘어차피 확장될 사업이야. 그때그때 땜빵 식으로 채용하는 것보다는 아쌀하게 미리 뽑아두자.’

과연 몇 명이나 지원할까, 아무도 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하등 필요 없었다. 작금은 찬바람 쌩쌩 부는 취업난의 시대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취업할 수 있는 회사들을 찾기 바빴기에 회사 계정의 메일함은 연신 새 편지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를 쭉 확인하다보니 실로 천태만상의 인간 군상들이 모조리 들어 있었다.

‘뭐 이따위로 이력서를 써서 보냈어?’ 싶은 것에도 두 종류가 있다. 정말 장난으로 보낸 이메일과 진심으로 지원한 것 같은데 수준이 너무나도 떨어지는 이력서였다.

“이런 애들은 멀쩡하게 생겼어도 분명히 바보일 거야.”

가끔가다가 본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 은근하게 소통이 잘 안 되는 유형을 말이다. 이런 타입의 직원과 함께 있으면 그것만큼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다.

신중하게 약 150건의 지원서 중에서 사람을 추리고 또 추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부분이지만 꿈 속 기억으로 어마어마하게 성공한 획기적인 천재가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설혹 있다손 쳐도 IT관련 쪽으로는 식견이 부족해서 알아볼 안목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어찌됐건 남은 절차는 20명에게 연락을 주는 일이었다.

“게이머스 포럼입니다. 김지애씨 댁이 맞으신가요? ···내일 면접 가능하신가요? ···네. 그러시면 저희 메일 확인 하시고, 내일 오후 2시까지 장소로 와주시면 됩니다.”

서류 합격자라고 할 수 있는 20명에게 메일을 보내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면접시간까지 잡았다. 이 일을 굳이 직접 하는 이유는 사장인 내가 직접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였다.

아울러 현실적인 이유로는 남는 인력이 없다는 것도 있었다.

‘얘들은 3층 청소하느라 바쁘지.’

금일부로 4층은 오직 플레지 작업장을 운영하는 용도로만 사용되며 비밀리에 관리된다.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은 작업장을 존재를 모른 채 오직 게이머스 포럼만 알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진수와 성찬이는 이틀 째 3층을 미친 듯이 청소 중이었다. 서버 관리라는 중차대한 업무 중인 배추와 고용주인 나는 빼고 말이다.

“으아아! 싸장님 이건 보너스 줘야 합니다!”

“와. 진짜 힘들었어요! 보십쇼! 팔 다리 후들거리는 거!”

달라고 할 때는 칼같이 존댓말을 하는 의리의 두 친구였다.

“마! 고생한 만큼 사이트 규모가 커지면 급여도 오르게 될 텐데. 자꾸 남의 일처럼 보너스 타령 할래?”

“아. 우리 싸장님 단호하시네.”

“그건 그렇고, 어떻습니까? 괜찮은 애들은 좀 왔어?”

“반말을 할 거면 반말을 하고 존댓말을 할 거면 존댓말을 해라. 헷갈린다.”

청소복 차림의 진수가 당당하게 말했다.

“싸장님! 우리가 지금 존댓말 하려고 열심히 연습 중이다, 아닙니까? 오케이?”

“어휴. 말을 말자. 내일이면 볼 수 있을 테니까 우리 쪽팔리지 않게 깨끗한 모습 보여주자.”

“예압~!”

“반짝반짝하게 치워놓겠심더!”

“저 자식은 서울 출신이면서 되도 않는 웬 사투리냐.”

연락을 모두 돌린 뒤 나 역시 청소에 합류하였다. 그렇게 땀 뻘뻘 흘리며 면접 준비를 마치고 이튿날, 게이머스 포럼의 새로운 직원을 위한 오전 면접에 대비하여 모두 출근을 마쳤다.

“면접관은 배추랑 나인데 왜 너희 복장이 다 그 모양이냐? 어디 예식장이라도 들려?”

“멋있어 보이려고 그런다. 왜!”

“꼽냐!? 옷도 마음대로 못 입어?!”

“그건 아니다만······.”

결혼식장에 가는 것처럼 와이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은 친구들의 모습이 멋스럽기보다는 어색하게 보였다. 자신들도 은근히 불편했는지 단추를 풀렀다가 불룩하게 나온 뱃살을 넣으려고 애를 쓰는 등 부산이다.

“지금이 1시잖아. 면접은 2시부터 시작이니까 점심 먹고 살짝 릴렉스 하자고.”

“나는 안 먹을래.”

“먹으면 쌀 것 같아. 긴장해서.”

“아··· 더러운 새끼들. 그러면 나 혼자 먹는다?”

“그래라. 난 배추 거 한 입만 먹을 거니까.”

“나는 태식이 것 한 젓가락만.”

“쌍놈들아! 그냥 처먹어!”

3층 사무실에서 전의 회사가 사장실로 사용한 곳을 면접실로 꾸몄더니 제법 그럴 듯했다. 그곳을 잘 꾸며놓은 채 우리는 못난 것들끼리 서로 외모 품평을 해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주문해서 온 중국집 요리들을 먹을 즈음이었다.

똑똑-

오후 1시 30분경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후루룩 거리며 면발을 입에 물었던 네 남자가 동작을 멈추었다.

“여기 면접장이 어디인가요?”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 진수와 성찬은 물론이고 배추까지도 얼음처럼 굳었다. 질문하는 그녀는 단아하고 세련된 미가 잘 어우러진 이였다. 지나가다가 마주치게 되면 왠지 한 번쯤은 더 뒤돌아서 쫓아서 보게 만드는 미인이다.

‘경리직에 지원한 김지애씨구나.’

면접은 2시로 예정했는데 30분 정도 빨리 온 것이다.

말없이 쳐다보는 네 남자의 시선에 그녀가 난처해했다. 그러자 쪼옥-! 소리나게 면발을 흡입하고 꿀떡 삼켜버린 성찬이가 벌떡 일어났다.

“아! 저··· 저···!”

말을 잇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서 진수가 외쳤다.

“여기! 여기입니다!”

허둥지둥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자리를 안내해 준다. 나로서는 내심 관자놀이를 짚게 되는 부분이었다.

‘폼은 개뿔. 거의 공대여신 대우잖아.’

어찌됐건 외모는 둘째 치고 30분 일찍 왔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아울러 처음이기에 내 쪽에서 미흡했던 점 하나를 알게 되었다.

면접자가 일찍 올 경우에 대비해서 대기 장소를 준비해줬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긴 이런 실수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꿈속의 삶은 물론 지금의 인생에서도 나는 면접의 대상자였지 면접관이었던 적은 없었다.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잘 기억해두어야겠다.

“김지애 씨.”

나는 와이셔츠 등 쪽이 축축해질 정도로 진땀 흘리는 두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얼른 말했다.

“지금은 점심시간이거든요. 면접은 예정대로 2시에 진행하겠으니 저쪽, 면접실에서 대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또각또각.

대답만큼이나 딱 부러지는 구두소리를 내며 그녀가 들어갔다. 시야에서 사라진 연후에야 배추는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이 소심한 친구는 호들갑을 떨지조차 못하고 숨마저 참고 있던 모양이다.

‘총체적 난국이로다.’

헛헛한 한숨이 나오는 데 진수와 성찬이가 엄지를 추켜올렸다.

“역시 싸장님이야. 저런 여성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안내를 하다니. 과연 남달라!”

“진수 너도 대단했어. 나는 머리가 하얘져서 ‘저···’다음에는 아무 말도 안 나왔는데, 너는 ‘여기!’라고 했잖아. 진짜 짱이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해. 나한테도 그런 용기가 있었다니!”

“···둘 다 부럽다. 나는··· 하아. 그냥··· 어휴.”

‘뭐지 이 바보들은? 나까지 도매 급으로 취급당할 분위기잖아!’

우리끼리 있을 때는 세상 다시없을 카사노바인데 막상은 천연기념물과도 같은 세 친구들이었다. 저러면서도 힐끗힐끗 면접실을 보며 흐뭇해하는 것을 보면 그저 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모습이다.

“저 여신은 누구셔?”

“회사 지원자 맞지? 태식아. 무조건 합격이다.”

“저도 찬성입니다, 사장님.”

결정은 내가 내리는 건데 지들이 아주 설레발이다. 세 친구 전부 말로만 합격이라는 것이 아니라 ‘탈락시키면 네 사지를 찢어버리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 전역 후에도 운동을 꾸준히 해온 내가 이 약골들에게 질 리가 없다.

게다가 40살 쯤 넘어보면 여자의 눈빛과 손길 하나에 헤벌레하는 지경에서는 아예 벗어나게 된다. 여자랑 잘못 얽히면 사달이 크게 나니 미녀는 곧 그림의 떡이며 지나가는 풍경이라고 받아들여야 만수무강에 좋다.

‘나도 여자는 좋아하는데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도 알거든.’

현실적이며 사회적으로 이루는 반강제적 해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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