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51화 (51/577)

────────────────────────────────────

오늘부터 사장님

그리 생각하다가 나는 혼자서 웃었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후딱 처리하자.”

더 늦장을 피울 이유가 없다. 나는 융자금을 처리하고 해당 증서를 챙김으로서 비로소 건물주가 되었다. 그동안은 사실상 은행의 소유였지만 이제는 진짜로 내 것이다.

은근히 기분 좋은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렇게 써 놓고도 통장 잔고에는 아직 8천만 원가량이 남았다는 사실이다.

이 돈이면 가족을 위해 서비스를 하기에 충분하다.

‘명절 때 마음먹었던 것을 벌써부터 해결하게 되네?’

오늘 업무를 마치는 대로 부모님 가게에 들르기로 했다. 언제 길거리에서 고장 날지 모르는 트럭을 새로 사들여야겠다.

그렇게 바깥 업무를 마치고 사업자등록증을 갖고서 사무실에 복귀했다.

“오늘부터 진짜로 회사 됐다!”

그러자 열심히 일하고 있던 친구들이 생각 이상으로 기쁘게 나를 반겼다. 환호까지 하며 자기 일처럼 좋아해주니 고마운 한편으로는 의아한 마음이었다.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좋아하는 거냐? 그렇게 좋아?”

“짜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너님은 몰랐을 거다. 그동안 우리가 집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를!”

진수와 성찬이의 말에 내가 외려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 소리야? 월급이 부족했었냐? 구박받았을 만큼?”

“무슨 소리! 대기업 간부 수준으로 받았는데 서운했다면 우리가 개새끼지!”

“그게 아니라 집에서 당당하게 취업했다는 말을 못했다는 소리였어. 이번 명절에 제일로 힘들었던 게 ‘요즘 뭐하냐’는 질문이었거든.”

이 부분에서는 배추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게임 사이트 만든다고 했다가 엄청 혼났었어.”

진수도 쌍지팡이를 들고 거들었다.

“말도 마라. 회사도 아닌 데서 그게 무슨 장난질이냐고. 하우스에서 고스톱 수발 드는 거냐고 친척들이 얼마나 면박을 주던지. 놈팡이 소리까지 들었다니까. 생각만 해도 열 받아! 돈 버니까 이제는 명예가지고 구박이라니! 잔소리가 끝도 없어!”

이런 면에서 성찬이는 선각자였다.

“쯧. 하여간 멍청하다니까. 나처럼 그냥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요.’라고 둘러댔어야지 그걸 곧이곧대로 말하냐? ···물론 그래봐야 제대로 된 일자리 구하라고 잔소리 듣기는 매한가지였다만.”

“나도 큰아버지가 너 그러고 살 거면 차라리 공무원이나 하라고 하셔서 우리 아빠가 얼마나 노발대발했다고.”

배추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차라리 공무원이나 해라.’는 것은 몇 년 만 더 지나도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이때의 공무원은 그냥 꿈도 없고 포부도 없는 사람들이 갈 곳 없어서 가는 곳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었다.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그런 시대는 끝났어.’

구조조정으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함을 가진 기업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바람이 한창 부는 중이었다. 때문에 이미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올라간 현황이다. 단지 어른들의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자등록증 하나에 친구들이 기뻐한 것이다.

“다음부터는 그냥 통장에 있는 돈을 보여드려. 야근에 찌들대로 찌들면서도 일에 치이는 당신들 자식보다 우리는 여가가 있는 삶을 즐기고 훨씬 잘 번다고 말이야.”

“통할 리 있겠냐? 그냥 싸우자는 거지.”

“그러는 태식이 너는 어땠는데? 명절 때 그런 거 없었나보다?”

“친척들 안 만나거든. 게다가 우리 부모님은 그런 식으로 압박하는 분이 아니고.”

“복이 넘치는 새끼 같으니!”

“저주 받아라!”

남자들의 치졸한 질투 따위는 상대해주지 않는다. 지금 저 녀석들에게 관심 가져주고 잘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해봐야 ‘돌았냐?’ 같은 소리를 들을 게 뻔해서다.

복권 한 방에 인생역전 되는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람사이의 관계도 한 방에 개선되기는 어렵다. 매일 보고 가까이하는 사이인 만큼 작은 태도 하나하나가 누적되는 것이다.

‘나이 들면 너네도 다 알게 될 거다.’

어깨를 으쓱해 보일 따름이다.

배추가 내게 물었다.

“이제 우리 월급은 계좌로 받는 거야? 봉투 말고?”

“그렇지. 게이머스 포럼이 딱 찍히니까 당당하게 회사 다닌다고 말씀드려도 될 거야.”

“오오!”

기뻐하는 친구들을 보다가 뒤늦게 생각이 미쳤다. 나야 먼 앞날의 광명을 보고 마냥 자신 있지만 녀석들은 나를 볼 뿐이지 않던가.

‘그래. 기왕 끌어들였으면, 이런 것도 책임져야 하는 거지.’

사장으로서 역할을 다 해주는 것이 옳았다.

“4대 보험도 해준다.”

“그건 진짜 큰 회사들만 해주는 거잖아!?”

“그런데 괜찮아? 보험에 가입하면 세금이나 그런 문제로 수익이 줄어들 텐데?”

우려하는 배추의 말에 씨익 웃었다.

“걱정 붙들어 매둬. 일하는 만큼 월급 받는 것처럼 이것도 당연히 누려야 할 너희 권리니까.”

“역시 윤 싸장! 시원시원하다니까. 땡큐! 이번 주 중에 가입하도록 하마.”

해쭉 웃는 진수였다.

그때였다. 여느 때라면 옳거니 하며 거들었을 성찬이가 말했다.

“이거 진짜로 회사 된 거잖냐. 안 그래?”

“당연한 소리를 왜 하냐?”

“그러면 회사에서는 태식이를 사장님이라고 부르자.”

장난스럽게 하는 ‘싸장님~!’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뭐?”

진수가 멈칫하는 사이에 성찬이가 말을 이었다.

“뭐는 뭐가 뭐냐? 사실 태식이 저 새끼가 난 놈은 난 놈이잖아. 내가 계속 생각해봤는데 이 사업이 마냥 여기서 끝날 거 같지가 않거든.”

“그야··· 그렇지?”

“조만간에 직원들도 더 많이 필요해지게 될 거야. 당장 우리 쪽 마켓만 봐도 손이 부족하고 배추 쪽도 마찬가지라고 봐. 사이트 이용자 늘어나는 거 보면 견적 나오잖아.”

‘짜식. 보는 눈이 있는데?’

이 인원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우리만큼 규모가 커지는 중이다. 업무 효율을 위해서 각 파트를 담당할 직원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기도 했다.

“하기야······.”

성찬이의 말에 진수가 나를 보았다. 부담되리만큼 뚜렷한 시선이었다. 배추도 마찬가지라서 나는 내심 당황했다.

‘이 자식들이 왜 이래?’

나 없는 사이에 저들끼리 무슨 얘기라도 나눴는지 뭔가 공감대가 있어 보였다.

“태식이가 일을 더 벌이면 벌렸지 여기서 그만둔 것 같지는 않겠지.”

“그러면 새로 들어올 사람들을 염두에 둬야 된다고 본다. 우리끼리야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친구지만 새로 뽑히는 직원들 앞에서도 그럴 수는 없잖냐.”

위계질서.

성찬이의 말은 군대와 같은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니었다. 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는 하되 상급자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오케바리. 접수했음. 이참에 이 선천적 변태를 회장님까지 만들어보자고. 그러면 우리가 사장님도 하고 임원도 막 시켜주지 않겠냐?”

농담을 섞어서 응수하는 진수였다. 배추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보이는 중이었다. 이러한 세 친구의 모습이 꽤 낯설었다. 하지만 불편하지는 않은 좋은 기분이었다.

“어이 직원님들아. 고용주로서의 내 의견 따위는 필요 없는 거냐?”

“그딴 거 필요 없다. 우리가 정했으니 너는 이제부터 사장님으로 불리면 되는 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윤태식 사장님!”

“왜?”

“부임하신 기념으로 회식 어떻습니까!?”

“어. 안 해. 꺼져.”

“우우-! 낙수효과를 실천하라!”

“부자가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

한바탕 크게 웃으며 악감정은 티끌만큼도 없는 욕설이 오갔다.

이후의 일과는 무난하게 이어졌다. 진수와 성찬이는 반복 사냥을 하며 짬짬이 사이트 내의 동향을 살폈고 배추는 이용자들의 급증 때문에 기업용 인터넷 등급을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나는 충분히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려서 진행하라고 말했다.

그즈음 퇴근시간이 되었다. 나는 친구들이 부담되지 않도록 칼퇴근을 솔선해보였다. 그리고 부모님의 과일 가게로 찾아갔다.

“아들 왔니?”

“네. 많이 바쁘세요··· 라는 말은 못하겠네요?”

“보는 것처럼 명절도 끝난 마당이라 한가하단다.”

유쾌하게 웃으시는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요즘은 돈이 말라서 그런지 과일도 사치품으로 보는 분위기다. 아나바다니 뭐니 다들 안 쓸 궁리만 하고 사는 거지.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는지 모르겠구나.”

짙은 한숨이 배어있었다.

‘아나바다 운동이라니.’

내 사업 잘 되는 통에 무관심하게 잊고 있었던 단어가 그제야 떠올랐다.

아나바다 운동은 IMF 구제금융 요청 사태가 발생한 이듬해인 1998년에 등장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고 만든 이것은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의 줄임말이다.

이 캠페인은 생각보다 자리를 매우 잘 잡아서 서민들 가계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우리 부모님 같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는 의미도 된다.

‘이때 정말 힘들었었지.’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자잘한 다툼이 꽤 있던 시기였다. 다행인 점은 이런 어려움을 나누고 공염불처럼 ‘힘내요 우리’같은 소리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드릴 말이 있어서 왔는데요.”

“그래? 금방 정리하니까 마치고 집에 가서 이야기 하도록 하자.”

“거들게요.”

원래 계획은 가게에서 부모님과 이야기하는 것이었지만 어차피 일찍 닫고 퇴근 하신다는 마당이니 외려 잘 되었다. 나는 두 분을 도와서 내놓았던 상자들을 들여놓으며 일을 도왔다.

건강 목적으로 그간 운동해온 것이 오늘 제대로 쓰였다. 마우스와 키보드만 두드리느라 남아 돌던 힘으로 과일 상자를 두 개, 세 개씩 번쩍번쩍 들어서 옮겼다.

“어휴. 우리 아들은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훤칠하고 일도 잘할까?”

“나 닮았지!”

어머니의 혼잣말에 저 멀리서 창고를 정리하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무슨 소리에요? 당신. 아들은 엄마 닮는다는 말도 몰라요?”

“어허! 다른 건 몰라도 태식이가 훤칠한 건 나를 닮아서 그래!”

별 것 아닌 일로도 참 투닥거리기도 잘 하는 부모님이시다. 그런 모습이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언제나 입가에 미소가 맺혔기 때문일 것이다.

가게의 문을 닫는 것으로 정리를 끝마쳤다. 집으로 돌아오고 아버지가 씻으시러 들어가셨을 무렵, 어머니는 거실에 앉자마자 내게 대뜸 물으셨다.

“그래, 아들. 할 말이라는 게 뭐야? 오는 내내 ‘좋은 일’이라고만 하니까 더 궁금하잖니?”

“말씀 드린 대로 좋은 일이라서 그래요. 아버지 나오시면 그때 같이 말씀드릴게요.”

단순하게 트럭만 사드리는 거면 이토록 분위기를 잡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건물과 회사에 관한 것도 어우러진 만큼 나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보이며 한껏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중이었다.

“대체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고 우리 아들이 이렇게 뜸을 들일까?”

눈을 흘기신 어머니가 화장실 겸 목욕실에 대고 목소리를 높이셨다.

“당신이 나와야 이야기 한다니까! 거 빨리 좀 씻고 나와요!”

“알았어! 고여사! 금방 나갈게! 닦달 좀 하지마~”

대답은 그리하셨지만 꼼꼼하게 씻으시는 아버지셨다. 약 15분 정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샤워를 끝마치고 나오신다. 잠옷 차림으로 한결 개운한 모습을 보일 즈음,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동생이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어? 뭐야? 우리 집 왜 이래?”

“인사가 그게 뭐니? 왜는 또 왜고?”

“아이참, 엄마도. 오자마자 가족이 다 모여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뭐야? 무슨 일 있어?”

“궁금하면 앉아서 듣던가. 네 오라버니가 중대 발표가 있으시단다.”

그 말을 기다렸는지 태희는 후다닥 가방을 자기 방에 던져 넣고는 거실로 와서 자리를 잡았다. 딸의 모습이 마냥 흐뭇한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영 마뜩찮은 표정이시다.

“그게 뭐니? 다 큰 숙녀가 조신하지 못하게.”

“에이~ 가방은 원래 저렇게 막 대해줘야 제 맛이라고~”

분명히 여성스럽게 키운다고 키운 동생인데 선머슴처럼 행동하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할 지경이다. 어찌됐건 태희까지 앉고 나자 어머니가 내게 무언의 압박을 보내셨다.

나는 품에서 두 개의 봉투를 꺼내었다.

그 중 하나를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에 놓았다.

“이게 뭐니?”

그리고 내부를 보시고는 기함을 하셨다.

“뭔데 그래? 헛!?”

“우와··· 돈 대박 많아!”

은행에서 미리 준비해 둔 100만 원짜리 수표 15장이다. 어머니 다음으로 아버지와 태희 역시도 같은 반응이었다.

잠시 후 아버지가 내게 물으셨다.

“태식아. 이 돈이 대체 다 뭐냐?”

“우리 차가 너무 오래 됐잖아요. 새 트럭 하나 샀으면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대답은 바로 들려왔다.

“받을 수 없다.”

단호한 아버지에 이어서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군대에서 내내 모은 돈이잖니. 이걸 우리가 어떻게 받겠어?”

부모님은 아직 내가 수입이 별로 없을 거로 생각하고 계실 거다. 딱히 돈을 벌고 있다는 티를 내고 그런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정식으로 사업자를 낸 지금이다.

“군대에서 모은 돈 아니에요.”

“그럼?”

“제가 전역하고 번 돈이거든요. 아들이 그간 사무실도 구해서 일한 거 아시죠?”

“대충은 알고 있다만···?”

뒤이어 다음 봉투를 열어보였다.

“회사를 차리면서 건물도 하나 샀어요. 이건 사업자등록증이고 이쪽은 건물 등기죠.”

“오빠가 회사?”

중요한 일로 부모님들과 대화할 때는 끼어들지 않는 태희지만 이번에는 얼결에 묻는 모습이었다. 나는 빙긋이 웃고는 말했다.

“그래. 오빠가 건물주가 되었다는 거야.”

“건물주!?”

당최 무슨 이야기인지 못 따라오는 모습이다. 한편 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이고 어머니 역시 걱정이 가득하신 모습이다.

“혹시 나쁜 일에 어울려 다니고 그러는 거 아니지?”

불법적인 일일수록 빠르게 돈을 벌기 쉽다라는 인식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가지는 생각이다. 군대에서 전역하고 짧은 시간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건물을 샀다니 자연스레 나쁜 사업에 연관된 건 아닐까 생각하시는 것이다. 이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추측이다.

“두 분 아들이 설마 그러겠어요?”

“그렇다면 이 건물은 대체 뭐니?”

“전역하고 시작한 사업이 상당히 잘 됐거든요. 그걸로 벌어서 샀어요. 사실 구매 자체는 꽤 오래 전에 했었는데 그동안은 대출이 너무 많아서 말을 안했던 거였고요.”

“대출!? 대출이라고?!”

고금리 시대다. 대출을 받으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분들이 많고, 또 대출로 패가망신한 사람이 주변에는 꼭 한두 명씩 있는 시대. 그런 어른들은 대출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걱정이 증폭되는 어머니께 얼른 말씀드렸다.

“지금은 다 갚았어요. 거기 보시는 것처럼 오늘 날짜로 깔끔하게 해결했죠. 그렇잖아도 지금처럼 걱정하실까봐 다 해결한 다음에 말씀드리는 거고요.”

대출이라는 단어에 놀랐던 어머니는 다 갚았다는 말에 급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 사이 아버지는 가만히 등기를 보고는 말씀하셨다.

“간석동에 이 번지면 네 사무실이 있다는 그 건물이구나.”

“네. 대로변에 있습니다.”

“허허. 이게 무슨 도깨비놀음도 아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더니 벌떡 일어나셨다.

“가보자꾸나.”

0